[경제]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수익률개선 기여못해…도입 1년만에 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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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리금 보장상품 제한하고, 전문가가 고른 디폴트옵션 상품 선택하도록 제도화 필요"
퇴직연금 안내문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낮은 수익률 문제를 해결하고자 도입된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제도(사전지정운용제도)가 시행 1년이 되도록 제 기능을 못 하자 정부가 손질에 나선다.
이런 상황에서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익성이 낮은 원리금 보장형 금융상품의 편입을 제한하고, 투자전문가가 선정한 금융상품을 고르도록 제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와 정부가 검토하는 디폴트옵션 개선방안에 얼마나 반영될지 주목된다.
디폴트옵션은 물가상승률조차 따라가지 못해 헉헉대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개선하고, 자산운용 지식이 부족한 가입자들을 대신해 운용해준다는 취지로 2022년 7월 12일 도입된 뒤 1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지난해 7월 12일부터 전면 시행됐지만, 1년이 넘도록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22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금융위원회 등을 중심으로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 퇴직연금의 가입부터 운용, 수령까지 단계별 개선대책을 논의 중인데, 이 과정에서 기대와 달리 수익률 개선에 기여 못 하는 디폴트옵션도 어떻게든 손질할 것으로 보인다.
디폴트옵션은 근로자 개인이 운용책임을 지는 확정기여(DC)형 혹은 개인형 퇴직연금(IRP)에서 투자 상품의 만기가 도래했는데도 가입자가 적립금을 운용할 방법을 지시하지 않으면, 기본값·초깃값(default)이라는 단어의 뜻처럼, 가입자가 사전에 정해둔 방법으로 민간 금융회사(퇴직연금사업자)가 적립금을 자동으로 운용하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미국, 영국, 호주 등 퇴직연금이 발달한 주요 선진국의 디폴트옵션 제도를 벤치마킹해서 만들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 내용이 다르다.
우리가 모델로 삼은 이들 선진국의 디폴트옵션은 원리금보장 상품을 제외하고 모두 실적 배당형인데, 우리나라의 디폴트옵션에는 원리금 보장형이 들어 있다.
디폴트옵션에 원리금보장 상품을 포함한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뿐이다.
게다가 우리나라 디폴트옵션은 주요국들과 다르게 근로자가 상품을 직접 선택하게 돼 있다.
디폴트옵션은 정보 비대칭에 따른 투자정보 부족에다가 투자 경험이 없어 퇴직연금을 불릴 방법을 찾지 못하는 근로자를 대신해서 최적의 상품을 골라주려는 취지로 만든 제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디폴트옵션은 사전지정을 충족하기 위해 근로자가 "초저위험-저위험-중위험-고위험"의 등급별 상품 가운데 하나를 다시 직접 고르도록 한다.
이처럼 가입자에게 상품선택을 맡기는 구조에선 원금 손실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행동경제학적 "손실 회피 성향"에 따라 수익률이 저조한 초저위험의 원리금 보장상품에 쏠리는 모순이 생긴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디폴트옵션 가입자는 약 479만명인데, 이 중에서 원리금 보장형 100%인 초저위험 상품을 택한 사람이 422만명(88.1%)에 달했다. 이어 저위험 24만명, 중위험 20만명, 고위험 13만명 등으로 위험도가 높을수록 가입자 비중이 떨어졌다.
초저위험 상품의 수익률은 6개월 기준 1.77%, 1년 기준 4.56%로 연간 3% 안팎의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수익률이 형편없이 낮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디폴트옵션의 근본적인 취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을 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국민연금연구원의 유호선·김성일·유현경 연구원은 "퇴직연금의 노후소득 보장 기능 강화 방안" 연구보고서에서 "디폴트옵션 제도를 도입한 이후에도 의무적으로 근로자 개인이 다시 상품을 지정해야 한다는 것은 디폴트 제도의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디폴트옵션에 원리금 보장상품이 들어가는 것을 제한하거나 하나의 상품만으로 100% 구성하는 것을 금지하고, 디폴트로 운용될 상품은 가입자가 직접 고르는 것이 아니라 퇴직연금 사업자(민간 금융기관)와 사용자(회사), 근로자 대표 등의 협의 후 결정하는 쪽으로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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