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교권회복 불 지핀 서이초 교사 1주기…전국 곳곳서 추모행사
페이지 정보
본문
6개 교원단체·서울교육청 공동 추모식…서울교대·서이초에서도 추모제
교육부·교육감協, "교권보호 선언문" 채택…현장선 "변화 체감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신규교사가 숨진 채 발견되면서 교권보호에 대한 사회적 논의에 불을 붙인 "서이초 사건"이 18일 1주기를 맞았다.
이날 교원단체와 전국 교육청, 교육대학교 등은 곳곳에서 추모 행사를 열고 숨진 교사에 대한 애도의 뜻을 표하는 한편, 교육활동 보호를 위해 추가적으로 필요한 법적·제도적 개선 방안을 논의한다.
교육 현장에서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전 사회적인 노력으로 "교권보호 5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등 변화가 있었지만, 여전히 교사들이 학부모와의 마찰을 우려해 교권 침해에 대해 정당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등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이초 교사 사망 1주기..추모 메시지 붙이는 시민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서이초 교사 사망 1주기를 하루 앞둔 17일 오전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 마련된 추모 공간을 찾은 한 시민이 추모 메시지를 붙이고 있다. 2024.7.17 [email protected]
◇ "애도"와 "교권보호" 촉구 목소리…전국 곳곳서 추모행사
서이초 교사의 사망 1주기인 이날 전국 곳곳에서는 교원단체·교원노조와 교육청, 교대 등이 추모행사를 진행한다.
교육부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협의회 총회가 열리는 울산에서 공동 추념식을 열고 교육활동 보호 강화 방안 간담회를 한다.
이들은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를 강화하고 맞춤형 지원으로 모든 학생의 균등한 교육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행·재정적인 지원을 강화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동선언문도 채택한다.
서울교사노조 등은 이날 오후 서울교대에서 공동 학술토론회를 열어 서울시민·교사 대상 여론조사 결과와 서울 초등학교 교사의 직무 스트레스 관련 연구 중간결과를 발표한다.
서울교사노조에 따르면 이달 3~7일 서울 초등학교 교사 85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내가 행한 교육활동이 법적으로 보호 받을 수 없음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다"는 문항에 대한 동의가 5점 만점에 4.58점으로 나타났다.
"문제행동이 심한 학생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다"도 4.43점으로 높게 나타났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서초구 서이초 사거리에서 여의도 국회까지 "추모 걷기 행사"를 진행하고, 악성 민원인 처벌과 "공교육정상화특별법" 제정을 촉구한다.
전국교육대학생연합은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서이초 1주기 추모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사건 이후 예비 교사들의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서울시교육청·6개 교원단체·교사유가족협의회는 이날 오후 서울시교육청에서 추모식을 공동 주관한다.
이날 추모식에는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등이 참여한다.
초등교사노조·서울교대718교권회복연구센터·교사유가족협의회는 오후 5시부터 서울교대와 서이초 정문 앞에서 추모제를 연다.
이밖에 각 지역에서 지역 교육청과 교원단체·교원노조 등이 주최하는 추모 행사가 진행된다.
서이초 교사 사망 1주기 앞두고 걸린 추모 메시지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서이초 교사 사망 1주기를 3일 앞둔 15일 오전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 추모 메시지가 걸려 있다. 2024.7.15 [email protected]
◇ 교육부 "법·제도 변화 위해 노력" …현장에선 "체감 어려워"
서이초 사건 당시 교단에서 교권 보호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삽시간에 불붙은 것은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조차 "아동 학대"로 몰려 신고당하거나 학부모가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육계의 요구에도 법 개정 등 변화는 지지부진했다.
이런 가운데 학생 지도와 학부모 민원 때문에 어려움을 겪던 젊은 교사의 죽음이 알려지면서 교사들의 분노가 들끓었고, 정부와 국회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전 사회적으로 힘을 얻었다.
특히 서이초 교사의 49재를 전후로 전국 곳곳에서 교사들이 목숨을 끊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정부와 국회의 움직임은 빨라졌다.
교육부는 지난해 서이초 사건 이후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 등을 담은 "교권보호 5법"을 입법하고 교육활동보호 종합대책을 내놓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교육부에 따르면 교권침해 사안을 심의하는 교육활동보호위원회는 올해 3월 28일부터 6월 30일까지 1천364회 개최됐다.
교보위 개최 건수가 2022학년도 3천35건, 2023학년도 5천50건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데, 교육부는 교사들이 교육활동 침해 사실을 적극적으로 신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교육활동 침해 보호자를 대상으로 관할청이 고소·고발한 건수는 올해 상반기 12건이었다. 2022년 4건, 2023년 11건에서 늘었다.
교원 대상 아동학대 신고에서 교육감 의견 제출 제도가 도입된 지난해 9월 25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9개월간 교육감 의견서는 총 553건이 제출됐는데, 이 가운데 70%(387건)는 "정당한 생활지도"라는 의견이었다.
교육감이 "정당한 교육활동"으로 의견을 제출한 사안 중 종결된 160건 가운데서는 85.6%(137건)가 불기소·불입건으로 마무리됐고, 7건(4.4%)만 기소 처분됐다.
다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교사에 대한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나 악성 민원이 끊이지 않아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담배를 피우거나 수업 중 태블릿PC로 다른 콘텐츠를 보는 학생을 지도했다는 이유로 "정서적 학대" 신고를 받은 교사도 있었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이 지난달 7~9일 한길리서치를 통해 서울 시민 1천명과 서울 교사 1천명 등 총 2천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 교사 가운데 84.1%는 "서이초 사건 이후 관련 법안이 개정됐지만 현장 변화가 없다"고 답했다.
교육부도 여전히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가 적지 않은 점을 고려해 정서적 아동학대의 범위를 더 명확히 하는 등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