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K팝 팬심 경쟁' 거품 빠졌나…상반기 음반 수출액 9년만 첫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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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판매량·엔터사 주가도 덩달아 하락
판매 과열 경쟁에 팬들도 지친 듯…중국시장도 여전히 "꽁꽁"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최주성 기자 = 우리나라의 음반 수출액이 올해 1∼6월 상반기 기준으로는 9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K팝 음반 전체 판매량도 올해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해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음반 인플레이션"의 거품이 빠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음반 매장
[연합뉴스 자료 사진]
특정 가수와 관련 없는 참고용 자료 사진임
◇ 상반기 K팝 시장 이례적 "역성장"
15일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6월 음반(HS 코드 8523.49.1040 기준) 수출액은 1억3천32만1천달러(1천794억원)로 작년 동기보다 2.0% 감소했다.
상반기 기준 음반 수출액이 역성장한 것은 2015년 이후 9년 만이다.
수출액은 2014년 1천373만5천달러(190억원)에서 2015년 1천277만4천달러(176억원)로 7.0% 감소한 뒤, 이후로는 K팝 한류 바람을 타고 작년 1억3천296만5천달러(1천830억원)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성장세를 이어왔다.
올해 상반기 음반 수출액을 대상 국가별로 살펴보면 일본이 4천693만1천달러(648억원)로 가장 많았고, 미국(3천45만4천달러·421억원)과 중국(1천840만달러·254억원)이 뒤따랐다. 이어 대만, 독일, 홍콩, 캐나다,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가 "톱 10"을 차지했다.
K팝 시장의 외형을 가늠할 수 있는 또 다른 지표인 총 음반 판매량 역시 줄어들었다.
김진우 써클차트 수석연구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1∼6월 누적 1∼400위 앨범 판매량은 약 4천760만장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800만장 감소했다.
실제로 올해 주요 K팝 가수들은 전작에 미치지 못하는 앨범 판매량을 기록한 경우가 많았다.
음반 첫 주 판매량(한터차트 기준)을 전작 대비 살펴보면 세븐틴은 509만장에서 297만장으로, 제로베이스원은 213만장에서 135만장으로, 방탄소년단(BTS) RM은 62만장에서 56만장으로, 아이브는 161만장에서 132만장으로, 레드벨벳은 41만장에서 27만장으로 각각 줄어들었다.
에스파는 113만장에서 115만장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작년 170만장을 기록했던 세 번째 미니음반을 뛰어넘지는 못했다.
물론 세븐틴의 앨범은 신곡 개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베스트 음반인 점과 RM은 군 복무로 프로모션이 사실상 없었다는 점 등이 고려돼야 한다.
K팝 한류
[연합뉴스 자료 이미지]
특정 인물과 관련 없는 참고용 합성 이미지임
◇ 판매량 경쟁 과열에 팬들도 지쳤나…中 시장도 여전히 "꽁꽁"
가요계에서는 이를 두고 최근 몇 년간 과열 양상을 빚은 음반 판매량 경쟁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진우 연구위원은 "작년 아이돌 초도 판매량 경쟁이 그 어느 해보다 심했다"며 "경쟁 가수의 판매량을 따라잡거나, 전작의 판매량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제작사와 팬들의 강박이 "밀어내기" 혹은 "무한팬사(팬 사인회)" 등과 같은 시장의 과열을 초래했다. 이에 대한 거품이 올해 일부 제거되면서 나타난 결과"라고 분석했다.
K팝 시장에서는 음반 판매량을 끌어 올리기 위해 앨범 재킷 이미지를 다르게 하거나 서로 다른 포토 카드·포스터를 봉입해 동일 앨범의 가짓수를 늘리는 판촉 전략을 써 왔다. 또 대면·온라인 추첨식 팬 사인회를 열어 팬들의 소비를 유도해왔다.
올해 신보를 낸 A 그룹은 앨범 사양을 무려 20종 선보였다. 이 밖에 B 그룹은 15종, C 그룹은 11종으로 각각 발매할 정도로 10종 이상은 흔한 일이 됐다.
미국 빌보드는 최근 "아티스트들이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종류의 실물 음반 변형을 내고 있다"(Artists Are Releasing More Physical Variants Than Ever)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14종을 낸 테일러 스위프트의 사례와 함께 K팝 가수들도 조명했다.
빌보드는 "CD 변종은 많은 K팝 아티스트들이 높은 "빌보드 200" 진입 성적을 내도록 도왔다"며 "한국에서는 많은 팬이 CD 플레이어를 갖고 있지 않음에도 음반사가 "복권 스타일"의 마케팅 전략과 굿즈가 수반된 패키지 CD를 도입한다"고 지적했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음악적으로 (퀄리티가) 떨어졌다거나 한 건 없지만 음반 인플레이션이 이제 빠질 것이라는 이야기는 많이 있었다"며 "팬들도 음악 관련 콘텐츠를 소비할 때 음반에만 "올인"하지 않는다. 온라인 콘텐츠, 굿즈 상품, 공연 등을 다양하게 소비한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대외적으로는 K팝 시장의 "큰 손"인 중국 시장이 아직 꽁꽁 얼어 있다는 점도 역성장의 한 가지 이유로 꼽힌다.
올해 상반기 대중(對中) 음반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8.7% 줄어들어, 전체 수출액 감소폭 2.0%를 크게 웃돌았다.
음반 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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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 못 쓰는 주요 엔터사 주가…"연간 음반 판매량 1억장 안팎 전망"
K팝 시장을 견인하는 음반 매출이 하락하면서 주요 상장 엔터사의 주가 역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지난 12일 종가 기준 하이브와 JYP의 주가는 각각 18만9천700원과 5만7천500원을 기록해 3개월 전인 21만3천원(하이브)과 6만4천900원(JYP)을 밑돌았다.
이환욱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신사업 마케팅 비용 상승과 해외 신인 IP(지식재산권) 런칭 비용"(하이브)과 "주요 아티스트 IP 활동 공백 및 일본 실적 이연 반영"(JYP) 등으로 주요 엔터사의 2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요계에서는 올 하반기도 특별한 계기가 없어 극적인 반등은 일어나기 어렵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K팝 시장이 침체에 빠지지는 않으리라고 전망한다.
또 다른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하반기도 (상반기와) 거의 비슷할 것 같다"며 "중국 쪽에서 물량이 나가지 않아 떨어진 수치는 복구되기 어렵겠지만, 그래도 해외 콘서트 등으로 전체 기업 매출은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가요계 관계자는 "음반 판매가 가장 중요한 수익 루트는 맞지만, 수익 모델을 다각화해 IP를 오래 끌고 갈 수 있는 힘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우 연구위원은 "K팝 시장이 단순히 거품에 의해 과열됐다고만 한다면 올해 연간 판매량이 재작년 수준인 연 8천만장 수준까지 떨어져야 하는데 그렇게까지 갈 것 같지는 않다"며 "K팝 시장이 와르르 주저앉지는 않을 것이다. 거품도 있었지만, 꾸준한 글로벌 팬덤 성장이 뒷받침돼 연간 판매량은 1억장 안팎을 기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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