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파리 선수단 맏언니 이보나 "20살 어린 후배가 자꾸 언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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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생으로 파리 올림픽 한국 선수단 최고령
아테네 올림픽 은·동메달리스트…"결과 연연하지 않고 쏠 것"
파리 올림픽 한국 대표팀 맏언니 사격 이보나
[촬영 이대호]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신체적인 능력보다는 정신력이 중요한 사격은 40대 베테랑 선수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종목이다.
그런데도 젊은 선수와 경쟁을 이겨내고 40대를 훌쩍 넘어서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서는 초인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 클레이 사격의 산증인인 이보나(부산시청)는 이번 파리 올림픽 사격 산탄총 여자 트랩 종목에 출전할 예정이다.
2004 아테네 올림픽과 2008 베이징 올림픽에 나섰던 이보나는 파리가 16년 만의 올림픽 무대다.
1981년생, 만 43세로 파리 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 최고령인 이보나는 최근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나이도 들고 해서 파리가 아무래도 마지막 올림픽이지 않을까 싶다"면서 "실력이 계속 좋아진다면 다음도 생각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이게 마지막 올림픽이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당시의 이보나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9일 열린 파리 올림픽 선수단 결단식에서 따로 이보나를 언급했을 정도로 그는 한국 사격 역사에 큰 발자국을 남긴 선수다.
정확히 20년 전인 아테네 올림픽에서 이보나는 더블 트랩 은메달과 트랩 동메달을 획득해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현재까지도 우리나라 산탄총 사격 선수 가운데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건 선수는 이보나가 유일하다.
이보나는 "20년 전에는 멋모르고 나갔다가 메달을 땄다. 그런데 이게 그렇게 무거워질 줄은 몰랐다. 이번에도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충실하고 재미있게 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미 올림픽 은메달과 동메달을 보유한 이보나는 파리 올림픽 시상대 꼭대기에 서면 금메달까지 수집할 수 있다.
개인적인 영광보다는 산탄총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파리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다는 이보나는 "산탄총은 실업팀도 적고 해서 제가 책임감을 갖고 이번에 좋은 성적을 내면 좋은 실업팀도 생기고 좋은 선수도 많이 올 것 같다. 제가 선배로서 해야 할 일은 그것"이라고 했다.
장전하며 총을 점검하는 이보나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번에 한국 사격은 이보나와 김민수(국군체육부대), 장국희(KT)까지 3명의 산탄총 선수가 나선다.
김민수와 장국희는 각각 남녀 스키트에 출전하고, 이들은 혼성 스키트 종목에도 출전 예정이다.
둘 다 2000년에 태어난 선수라 대표팀 맏언니 이보나보다 19살이 어리다.
이보나는 "후배들은 저보다 훨씬 열심히 하고 열정도 뜨거워서 앞으로가 기대되는 선수"라고 후배 자랑에 나섰다.
적지 않은 나이 차이에도 후배들이 어려워하지 않고 다가오는 게 그는 싫지 않은 눈치다.
이보나는 "제가 20년 전에 올림픽 나갈 때도 20살 많은 선배랑 나갔다. 그때는 그냥 "선배님"이라고 불렀는데, 요새는 20살 어린 후배들이 자꾸 "언니"라고 부른다. "그래도 선배라고 부르는 게 낫지 않겠어?"라고 말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언니라고 한다. 젊어진 거 같아서 좋다"며 미소를 보였다.
아테네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땄던 이보나
[연합뉴스 자료사진]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건 올림픽만이 인생의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이보나는 "올림픽에서 메달을 땄다고 해서 행복만 있는 건 아니고, 못 땄다고 해서 실패도 아니다. 올림픽에 모든 걸 걸지 말고 목표 가운데 하나로만 생각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보나에게 산탄총만의 매력을 알려달라고 하니 "심장이 터질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산탄총은 표적이 깨지는 게 눈에 확연히 보여서 심장이 터질 것 같잖아요. 예전에는 사람들이 골프보다 많이 했던 게 산탄총이라는데, 딱 봐도 멋있는 종목의 매력을 즐겼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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