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긴축 3년 만의 '금리인하' 언급…가계대출·집값 안정돼야 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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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10월 또는 11월…금융 불안 커지면 해 넘길 가능성
전문가 "9월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후 효과 지켜봐야"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한지훈 민선희 기자 =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 방향 전환할 상황은 조성됐다. 그러나 외환시장, 수도권 부동산, 가계부채 등 앞에서 달려오는 위협 요인이 많아 언제 전환할지는 불확실하고,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하 관련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2021년 8월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통화 긴축이 시작된 지 거의 3년 만에 한은에서 공식적으로 처음 나온 금리 인하 검토에 대한 언급으로,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더 커졌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시장의 기대가 부풀면 부풀수록 인하 시기는 늦춰질 수 있다. 한은과 이 총재가 집값과 가계대출이 지금처럼 급등·급증할 경우 금리를 낮추기 어렵다고 분명히 경고했기 때문이다.
금융통화위원회 주재하는 이창용 총재
(서울=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2024.7.11 [사진공동취재단] [email protected]
◇ 금통위 의결문 "인하 검토" 명시…위원 2명 "3개월 내 인하 가능성 열어놔야"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 동결 결정을 담은 의결문에서 "향후 통화정책은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하는 가운데 물가 상승률 둔화 추세와 함께 성장, 금융안정 등 정책 변수 간 상충 관계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기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할 것"이라는 5월 의결문 표현과 비교해 "본격적 인하 검토" 메시지를 시장에 명확히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5월 회의 당시 1명이었던 "3개월 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입장의 금통위원도 이번 회의에서는 2명으로 늘었다.
한 명의 금통위원만 더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돌아서면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가운데 매파(통화긴축 선호)와 비둘기파가 3대 3으로 팽팽히 갈리는 셈이다.
◇ 금통위원들 "잘못된 인하 신호로 집값 상승 촉발 않겠다"
구체적 금리 인하 시점은 결국 가계대출과 부동산, 환율의 향후 흐름에 달렸다.
이 총재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3개월 이후까지 3.5% 현재 금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4명의 금통위원이 조기 금리 인하를 반대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최근 금리 인하 기대로 불안해진 외환시장, 주택가격, 가계부채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장기 국고채 금리가 최근 다른 나라보다 상당 폭 하락한 것은 한은이 금리를 곧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가 선반영된 것"이라며 "대다수 금통위원은 물가와 금융안정을 고려할 때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가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고, 이 기대가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로 이어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전했다.
아울러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해 "특히 수도권 부동산 가격의 오르는 속도가 지난 6월과 7월 생각보다 빨라져서 유심히 보고 있다"며 "직접 한은이 주택 가격을 조절할 수는 없더라도, 과도한 유동성을 공급하거나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잘못된 신호를 줘 집값 상승을 촉발하는 정책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데 모든 금통위원이 공감하고 있다"고도 했다.
코로나19 직후 0%대 초저금리 환경 속에서 불었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빚투(대출로 투자)"와 같은 가계대출 광풍과 집값 폭등이 재연되도록 놔두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바꿔 말하면 가계대출과 수도권 집값이 계속 불안할 경우 금리 인하 시점을 계속 늦출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 9월 2단계 스트레스 DSR 효과 등 확인돼야 인하 나설 듯
따라서 오는 9월 시행되는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의 성패가 피벗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상반기 추세가 그대로 하반기에도 이어진다면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이 작년 대비 5%에 이를 수도 있을 것"이라며 "계속 가계대출이 빠르게 불어나면 금리 인하 시기가 더 불확실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의 2단계 스트레스 DSR 실행(9월) 이후 가계대출 흐름이 한은의 인하 시점 논의 과정에서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총재도 이날 2단계 스트레스 DSR에 대해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안을 확인하기 위해 두 달 연기한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9월부터는 시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만약 2단계 스트레스 DSR 등의 정책 효과로 가계대출과 집값 등이 안정될 경우,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르면 10월께부터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선임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9월 첫 인하를 시작해 연내 0.25%포인트(p)씩 두 번, 0.50%p 낮추고 한은은 10월 한 차례 0.25%p 내릴 것"이라며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인하라기보다 높은 물가에 대응한 통화 긴축적 환경을 완화하는 목적인 만큼 두 나라에서 모두 제한적 수준의 금리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박 이코노미스트도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에 근접하면서 연준이 물가 안정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9월에 한 번, 정치적 불확실성을 피해 대선 이후 12월에 또 한 번 각 0.25%p 인하할 것으로 본다"며 "한국은 올해 10월 0.25%p 한 차례 인하만 단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가계대출 증가세나 집값 오름세가 쉽게 잡히지 않고,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나드는 등 더 불안해지면 연내 금리 인하가 물 건너갈 가능성도 남아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10월 또는 11월 인하"에 무게를 두면서도 "연준의 인하가 늦춰지거나 인하 보폭이 크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 물가·가계부채·환율 여건이 좋지 않을 경우, 한은이 아예 인하를 내년으로 넘길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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