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3회 연속 올림픽' 최병광 "김현섭 코치와 함께해 더 특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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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클래식 올드카…엔진의 성능을 100% 활용하고 싶어"
한국 경보 간판 최병광(왼쪽)과 김현섭 코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한국 경보 간판" 최병광(33·삼성전자)이 세 번째 올림픽을 치른다.
첫 올림픽에서 룸메이트였던 "한국 경보의 전설" 김현섭(39) 코치와 "사제지간"으로 치르는 올림픽이어서 2024 파리 대회는 더 특별하다.
최병광은 1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가 김현섭 코치님의 현역 시절 마지막 올림픽이었고, 내게는 첫 올림픽이었다. 당시 우리는 룸메이트였다"며 "이제 사제지간으로 올림픽을 치른다. 낯 간지러워서 직접 표현은 못 했지만, 나도 코치님도 특별한 감정을 느낀다"고 말했다.
세계육상연맹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남자 경보 20㎞ 파리 올림픽 출전을 위한 랭킹에서 최병광은 44위에 올라, 48명이 받는 파리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최병광은 2016년 리우, 2021년 도쿄에 이어 세 번째 올림픽 무대에 선다.
남자 20㎞ 경보는 파리 올림픽 육상의 첫 경기다.
최병광은 현지시간 8월 1일 오전 7시 30분(한국시간 오후 2시 30분) 프랑스 파리 트로카데로 광장에 마련한 경보 경기장에서 빠르게 걷는다.
소속팀과 대표팀 코치로 최병광과 호흡을 맞춘 김현섭 코치도 함께 파리로 떠난다.
현역 시절 김현섭 코치와 지금도 현역으로 걷는 최병광
[연합뉴스 자료사진]
최병광에게 김현섭 코치는 "의지할 수 있는 형"이자, "다가서고 싶은 목표"다.
김현섭 코치는 남자 경보 20㎞ 한국 기록(1시간19분13초)을 보유했고, 3차례 올림픽(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에 출전해 한국 경보 사상 최고인 17위(2012년 런던, 2016년 리우)에 올랐다.
김 코치는 한국인 최초의 "세계육상선수권 메달리스트"(2011년 대구 3위)이기도 하다.
최병광은 김현섭 코치의 뒤를 이어 한국 경보를 이끌고 있다.
그는 20㎞ 경보에서 5회 연속 세계선수권(2013년 모스크바, 2015년 베이징, 2017년 런던, 2019년 도하, 2022년 유진) 무대에 섰고, 3회 연속 올림픽 출전의 꿈도 이뤘다.
한국 경보 간판 최병광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제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볼 때다.
최병광은 "이제 올림픽 출전 횟수에 의미를 둘 때는 지난 것 같다"며 "리우(57위), 도쿄(37위)보다 좋은 성적은 물론이고, 20위 안에 결승선을 통과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여름에 열리는 올림픽에서는 높은 기온 탓에 경보 선수 대부분이 자신의 최고 기록을 경신하지 못한다.
하지만 최병광은 "파리 아침 기온은 그렇게 높지 않다고 하더라. 파리에서 내 개인 최고 기록(1시간20분29초) 경신에 도전하겠다"며 "내 기록을 넘어서면, 김현섭 코치님이 보유한 한국인 올림픽 최고 순위(17위)도 넘어설 수 있지 않을까"라고 희망을 품었다.
김 코치도 최병광이 자신의 기록을 넘어서길 기대한다.
최병광은 자신은 "클래식 올드카"라고 표현한다.
그는 "엔진은 괜찮은데, 잔고장이 많아 손볼 곳이 많다. 그래서 연비가 떨어진다"고 비유하며 "오랫동안 현역으로 뛴 김현섭 코치님이 세밀하게 돌봐 주신다. 남은 기간 열심히 훈련해 파리에서는 내 엔진의 성능을 100% 활용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경보는 외로운 종목이다.
저변이 얕은 한국에서 경보 선수로 뛰는 건 더 외롭다.
김현섭 코치와 최병광은 외로운 길을 의지하며 걷고 있다.
그러나 최병광은 "완벽하게 좋은 환경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도전할 수 있게 도와주시는 분이 많다. 소속팀, 대한육상연맹 관계자 등 주위 분들이 나의 3회 연속 올림픽 출전을 축하해줬다"며 "이런 응원이 내겐 정말 큰 힘이 된다. 최선을 다해 훈련하고, 경기해서 나의 고마운 마음이 응원해주시는 분께 닿을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직 100% 성능을 발휘하지 못한 클래식 올드카 최병광이 파리의 명소인 트로카데로 광장을 배경으로 걷는다.
최병광이 8월 1일 에너지를 100% 쏟아내면 한국 육상 경보에 기념비적인 장면이 탄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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