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 바다 아닌 육상서 양식한다…정부, 내년에 연구개발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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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수온 상승에 양식환경 나빠져…대상·풀무원, 육상 김 양식 연구개발 나서
풀무원기술원 연구원이 큰 수조 안에서 재배되는 육상 양식 김을 연구하고 있다.
[풀무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전재훈 기자 = 정부가 "바다의 반도체"로 불리는 김을 육상에서 양식하기 위한 연구개발에 나선다.
해양수산부는 내년부터 김 육상 양식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을 하기로 하고 예산을 신청했다고 9일 밝혔다. 연구개발 사업 규모는 5년간 350억원에 이른다.
현재 예산안을 심사 중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김 육상 R&D에 긍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R&D는 이상기후에 따른 바다 수온 상승으로 김 양식 환경이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김을 육상에서 양식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해양 온난화와 이상기후의 심화에 따라 기후변화로 인한 수산재해 발생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는 실정이다.
국립수산과학원 조사에 따르면 최근 55년간 한국 해역의 표층 수온은 약 1.36℃ 상승했다.
지속적인 수온 상승에 따른 양식산업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김은 성육 시기 수온이 5∼15℃로 10월부터 이듬해 4월 정도까지 주로 생산된다.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에 따르면 남해와 동해를 중심으로 1년 중 수온이 5∼15℃ 범위인 일수는 현재 연간 150일 내외이지만 2100년에는 대부분 해역에서 100일 미만으로 줄어든다.
김은 일평균 수온이 22℃ 이하로 내려가는 채묘(採苗·종자 붙이기) 적정 시기가 과거 9월 초였지만 근래에는 9월 말 이후로 늦춰졌다. 채묘 시기가 늦어지면 양식 기간이 단축돼 생산성과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
김을 육상에서 양식하면 사계절 연중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해수부는 육상에 있는 버려진 양식장을 활용해 육상에서 잘 자랄 수 있는 김 종자를 개발하고 양식을 테스트할 계획이다.
김 업계는 외부 환경을 통제할 수 있는 곳에서 김을 양식해 안정적인 공급량을 확보하기를 원한다.
올해 들어 일본과 중국이 한국산 김 수입을 대폭 늘려 국내 공급이 감소한 탓에 김 가격이 급등한 바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육상에서 김이 잘 자라는 환경을 갖춰 실제로 어민이 활용할 수 있도록 표준화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앞으로 민간 기업과 협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양식장
[해양수산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민간 기업도 김 육상 양식 기술 개발을 위해 애쓰고 있다.
대상[001680]은 지난해 김 육상 양식 기술 개발 연구를 시작했으며 관련 기술 개발에 2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대상 관계자는 "마른김을 상품화하려면 많은 양의 물김을 안정적으로 양식해야 한다"며 "그 정도의 물김 생산 기술과 설비를 갖추려면 5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풀무원[017810]은 지난 2021년 육상 양식 기술 개발을 시작해 이듬해 전라북도와 김 신품종 개발, 실내·외 양식 공동연구 및 기술개발 등을 내용으로 업무 협약을 맺었다. 연구 목적은 바이오 리액터(생물 반응조)로 불리는 큰 수조 안에서 김을 재배하고 수확해 상품화하는 것이다.
풀무원은 이미 육상 양식으로 수확한 물김을 활용한 메뉴를 지난 5월 비건 레스토랑에서 출시해 육상 김 양식 상용화를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 회사는 3년 내 육상 김 양식 기술을 활용해 김을 제품화하는 것이 목표다.
풀무원 관계자는 "보급형 김 육상 양식 모델을 개발해 어민에게 기술을 이전하려고 한다"며 "어민이 생산한 김을 직접 팔거나 풀무원이 이를 제품으로 판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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