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미복귀 전공의 처분 안하는 이유는…복귀자 '배신' 낙인 없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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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커지는 환자들, 경영난 병원들도 고려해 정부 "결단"
"의대증원 일정" 본격화한 것도 영향…전공의 복귀 유도해 "의료공백 최소화"
미복귀 전공의 최종 처분 방침 8일 발표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정부가 "의사불패" 비판을 감내하면서까지 미복귀 전공의들에게도 면허 정지 등 행정처분을 하지 않기로 했다.
복귀자는 물론 미복귀자들도 처분하지 않음으로써 복귀하는 전공의들에게 찍힐 "배신자"라는 낙인을 방지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의료 공백의 장기화에 갈수록 분노가 커지는 환자들과,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손실에 시달리는 병원들의 경영난을 고려한 조치로도 읽힌다.
8일 정부는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열고 복귀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전공의에 대해 면허 정지 등 행정처분을 철회하기로 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 의사 집단행동 중대본 브리핑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신음하는 환자들·휘청이는 병원…"진료공백 최소화 위한 결단"
정부가 이런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의료 공백의 가장 큰 피해자인 환자가 있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 보호를 국가가 져야 하는 헌법적 책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해온 만큼, 정부로서는 의료 공백의 장기화가 책임 방기나 마찬가지다.
제때 치료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로 신음해온 환자들은 전례 없는 규모인 1천명 규모로 집회를 신청하고 지난 4일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 모여 치료받을 권리를 보장하라고 의료계와 정부를 향해 외치기도 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중대본 브리핑에서 "중증·응급환자의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고, 전문의가 제때 배출될 수 있도록 수련체계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하다는 판단하에 고심 끝에 내린 정부의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경영난으로 휘청이는 병원들도 정부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이 국립대병원협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공의가 집단으로 빠져나간 올해 2∼5월 국립대병원 10곳의 의료 수익은 1조2천600억원 감소한 것으로 추산됐다.
대형병원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빅5" 병원 중 한 곳은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매일 10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의사가 아닌 간호사, 행정직원 등은 무급휴가로 내몰리거나 희망퇴직까지 고려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 관계자는 "어떻게 해서든 전공의들을 더 많이 복귀시켜 병원을 정상적으로 돌아가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 복귀 전공의에 "낙인" 없도록…"마음 편히 돌아오게 길 터줘"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게 뻔한데도 정부가 전체 전공의를 대상으로 행정처분을 철회한 데는 복귀 전공의에 대한 "낙인"을 막기 위한 의도도 읽힌다.
전공의들은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앞장서서 온몸으로 반대했다. 가장 먼저 가운을 벗고 병원을 떠난 이들은 증원이 확정된 지금까지도 "의대 증원 백지화" 등 기존의 요구사항을 고수하면서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더구나 상당수 전공의들은 의정 갈등의 전장에서 이탈해 병원으로 돌아가는 행동을 일종의 "배신"으로 보기까지 한다.
일부 전공의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일종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하면서 복귀한 전공의들을 공격하기까지 했다.
의사·의대생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는 지난달 28일과 30일 병원에 복귀한 의사 현황 리스트가 게재됐다. 병원별로 근무 중인 전공의 수, 근무하는 전공의 소속 진료과와 연차 등의 정보가 담겼다.
메디스태프에는 집단사직 초기인 올해 3월에도 환자 곁을 지키는 전공의를 "참의사"라고 조롱하며 개인정보를 공개한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전공의들은 돌아오고 싶어도 동료들을 계속 신경 쓸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며 "집단문화가 중요하기 때문에 복귀하지 않은 동료들이 처벌받는다면 복귀를 곤란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복귀자들도 따로 처분하지 않음으로써 복귀자들에게 찍힐 배신자라는 낙인을 사전에 방지하고, 더 마음 편히 병원으로 돌아올 수 있게 길을 터주는 셈이다.
미복귀 전공의 최종 처분 방침 8일 발표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증원된 의대 입시 막 올라…정부, 사태 일단락 짓는다
정부가 미복귀 전공의들에 대해서도 행정처분을 중단하기로 한 데는 이미 "27년 만의 의대 증원"이라는 큰 소득을 얻은 점도 반영됐다.
교육부와 대학가에 따르면 이날부터 대학별 세부 일정에 따라 2025학년도 의과대학 수시 재외국민·외국인 특별전형(정원 외) 원서접수가 시작된다.
재외국민·외국인 특별전형의 모집인원이 많지는 않지만, 신입생 모집이 시작된 만큼 올해 입시에서 의대 증원 정책이 정부의 의도대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로서는 향후 추진할 의료개혁을 위해서라도 전공의 사태를 일단락 지을 필요가 있다.
대통령 직속 협의체인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 주요 의제는 ▲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수련체계 개편 ▲ 필수의료 수가 보상체계 개편 ▲ 대형병원 쏠림 해결과 효과적 환자 배분을 위한 의료전달체계 개선 ▲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과 보상체계 등이다.
이런 과제를 수행하려면 우선 당면한 의료 공백을 수습해야 하므로 정부로서는 전공의를 최대한 끌어모아야 할 수밖에 없다.
정부에 따르면 이달 5일 현재 전체 211개 수련병원의 전공의 1만3천756명 가운데 근무자는 고작 1천92명(출근율 7.9%)에 불과하다.
전문의 중심으로 병원을 전환한다고 해도 당직이나 수술 보조 등 전공의들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으므로 복귀율을 높여 의료 공백을 최대한 줄이자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전공의 탈출 현실화되나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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