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가요톱10 1위곡 열전(1994년 par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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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가끔 생각날 때면 그때 그시절로 돌아가는 타임머신을 타고 혼자서 감상에 빠지고 어깨춤을 추곤 합니다.
오늘은 1994년 가요톱10 1위곡들 모음 영상을 저녁을 먹으면서 들었습니다만 당췌 혼자 듣기는 아까운지라,
게다가 한 곡 한 곡이 추억이 있고 감상이 있는지라 그런 것들을 섞어서 글 한 편 적셔볼까 합니다.
읽으시고(들으시고) 떠오르는 자신만의 30년 전 기억이 있다면 한 번 보태보심이 어떨까요?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아, 참고로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서도 가요톱텐의 1위곡은 최장 5주까지 가능하고 5주 연속 1위곡은 골든컵을 받고 졸업.
이건 당시에 MBC, SBS 등 다른 가요 프로그램에서는 횟수제한이라는 게 없었고, 그 결과 신승훈의 "보이지 않는 사랑"이 십몇주 동안 1위를 차지하는 등 역사적인 대히트곡들이 탄생하기도 했었죠.
참고의 참고로 이 골든컵 제도는 1982년에 조용필의 "못찾겠다 꾀꼬리"가 무려 10주 연속 1위를 하면서 가요톱10에서 생겨난 제도라고 합니다.
못찾겠다 꾀꼬리, 참 명곡인데, 제가 세 살때 정말 감명 깊게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럼 이제 진짜로 시작할께요.
https://youtu.be/mYxRrmyaSLk?si=etLzUyeediknFLx4&t=7
우 샤랄랄라 우 샤라랄라~
94년 가요톱10 첫 골든컵의 주인공은 015B. 1위곡은 신인류의 사랑 입니다.
015B는 장호일, 정석원을 메인멤버로 하고 윤종신, 신해철, 김돈규 등등 쟁쟁한 뮤지션들을 객원가수 보컬로 함께 활동한 그룹입니다.
신인류의 사랑의 경우 보컬은 김돈규입니다. 김돈규는 후에 5집 Big 5에서 "슬픈 인연"을 부르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015b의 굵직한 히트곡을 두개나 부른 셈이네요. 찾아본 바로는 2000년대 초반 이후로는 요식업을 하고 있었다고 하며 2016년에 슈가맨에도 출연했습니다. (살찌 아저씨가 되어서요...)
다시 015B로 돌아가자면 이후에도 주구장창 나오겠지만 이 시절엔 남성 듀오 그룹이라는 지금은 멸종한 셋업의 뮤지션들이 왕성하게 활동하였죠. (뭐 따지자면 남성 듀오뿐 아니라 솔로 가수나 최소 4명 이상의 걸그룹, 보이그룹 외엔 화석이 되어버린 것입니다만...) 다만 015B는 객원 싱어 체제라는 점에서 통상적인 남성 듀오와는 거리가 있긴 합니다만.
015B (공일오비)는 1990년 데뷔하였고, 신인류의 사랑은 93년에 발매된 네 번째 정규앨범인 "The Fourth Movement"의 타이틀곡입니다. 이 앨범 이름이 이건줄 저는 오늘 첨 알았네요. 하핫. 정석원이 프로듀싱했구요. 멤버 정석원은 모든 앨범을 프로듀싱했던 것 같은데 확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워낙 015B의 히트곡이 많다보니 이 앨범에서도 참 많네요.
인트로였던 푸른바다의 전설,
모든 건 어제 그대로인데,
어디선가 나의 노랠 듣고 있을 너에게.
신 인류의 사랑,
세월의 흔적 다 버리고 등.
특히 어디선가... 를 듣노라니 정확히 30년 전 중학생 때의 그 감수성이 지금도 그대로 살아나는 신기한 경험.
015B는 1996년 세기말을 암울하게 그린 "21세기 모노리스"를 타이틀곡으로 하였던 정규 6집 이후 해체하였다가 다시 2006년 정규 7집 "Lucky 7"을 발매하였었네요. 그래도 내 마음 속엔 영원합니다. 길보드 리어카에서 샀던 015B의 앨범 테이프들과 CD들이요.
https://youtu.be/mYxRrmyaSLk?si=HlYL03UvDFKhhC9m&t=195
조금 기다려줘 나를
아직 내겐 너무나 가슴 벅찬 일인 걸~
두번째 1위곡은 1994년 초 한창 추운 겨울날을 덥혀줬던 노래 Mr.2(미스터투)의 "하얀 겨울"입니다.
1월 4주~2월 2주까지 3주 연속 1위를 했었네요. 아쉽게 골든컵은 아니었습니다.
미스터투는 박선우, 이민규의 남성 듀오그룹이었습니다.(보셨죠? 90년대는 남성 듀오 시대였습니다.)
화면에서 오른쪽 머리 올려치고 콧수염(?) 기른 쪽이 이민규, 왼쪽 멀대 분이 박선우.
"하얀 겨울"은 달달한 R&B라고 할 수 있는 곡이고 1집 앨범에 수록되었으니 데뷔곡으로 1위를 찍은 셈이지요. 이후에 2집에서는 "텅 빈 객석"이 1위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히트했었네요. 당시를 돌아보면 제가 살던 대구가 유난히 추워서였떤지는 모르겠지만 시내(=동성로) 나가면 온통 "하얀 겨울"만 울려퍼졌던 기억이 납니다. 막상 1994년 초에 나온 곡이지만 이후로도 한동안 겨울만 되면, 그리고 크리스마스만 되면 울려퍼졌던 곡. 노래방이야 말할 것도 없고.
"이제 돌아와 줘 내게~"
뭐 그 이후로 미스터투는 돌아오지 못하고... 표절 시비에 휘말리기도 하고 소리 없이 사라졌다가 가요프로 "슈가맨"의 첫번째 슈가맨으로 출연하였다... 라고 되어 있네요. 개인적으로 시청을 못했는데 참 아쉽습니다. 하하.
https://youtu.be/mYxRrmyaSLk?si=bDCvsigDSMlY5JLa&t=407
내게(레게) 그런 핑곌 대지마 입장 바꿔 생각을 해 봐
니가 지금 나라면 넌 웃을 수 있니
1994년 다음 1위곡은 굳이 소개가 필요없는 가수 김건모의 수없이 많은 힛트곡 중 하나인 핑계입니다.
핑계는 1993년 11월에 발매된 김건모 2집(역시나 수많은 밀리언 앨범의 하나일뿐인...) 의 수록곡입니다.
네. 그냥 수록곡이요. 2집 앨범의 타이틀 곡은 1번 트랙인 "혼자만의 사랑"이구요. (이 곡도 정말 김건모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명곡중의 명곡이죠.) 아무튼, 핑계는 가요톱10 5주 연속 1위로 골든컵을 김건모에게 안겨주었고 아마도 1994년 이러한 성과들은 김건모가 바야흐로 국민가수로 불리는 직접적인 기틀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2집은 180만장 정도 팔린 것 같은데 이어서 나왔던 3집(잘못된 만남)이 무려 330만장을 찍은 것보다는 못하지만 여전히 무지막지한 기록이죠. 김건모는 2집으로 가요톱10 외에 방송 3사 가요대상, 1994년 음반판매량 전체 1위, 골든디스크 등 세울 수 있는 모든 기록을 세워버립니다. 지금 와서도 제아무리 뉴진스나 아이브, BTS라도 도저히 깨지기 힘들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 "핑계"는 제가 가요 중에서 가사를 전부 외운 첫번째 곡이었던듯 싶네요. 레게 리듬이 정말 따라부르고 싶게 만들기도 하고 가사도 워낙 좋다보니... 당시에 저는 레게가 뭔지도 모르는 중딩이다 보니, 가사가 "내게"로 시작해서 장르가 레게인줄 진짜로 믿었더랬습죠. 크크. 그것도 그렇고, 당시 무대에서 항상 김건모 옆에서 선글라스를 쓰고 시커먼스 마이콜(...) 분장을 하고 나온 백댄서가 여자였다는 걸 뒤늦게 알고나서 충격과 공포로 몸서리쳤었네요. (형님, 시커먼스 아십니까?)
마지막으로 1994년에 가요톱10에서 김건모 등장은 이것뿐이다보니, 이 대목에서 사족을 달자면 김건모는 통산 가요톱10 골든컵을 총 3회 수상(첫인상, 핑계, 잘못된 만남. 각 1~3집)하였습니다. 이보다 더 높은 기록은 조용필, 이선희, 신승훈 딱 세명이구요. 물론 이 시기는 가요톱텐의 황혼기였고 이후로도 김건모의 활동은 쭈욱 계속되었기 때문에 이를 통한 단순 비교는 무리가 있습니다.
https://youtu.be/mYxRrmyaSLk?si=NCGXjGKfu8IrCGn8&t=608
빰빠바 빠빠빠빠~ 빰빠바 빠빠빠빠~
처음부터 알 순 없는 거야~
다음 1위곡은 당시를 살았던 남/녀 학생들이라면 못봤을리가 없는 MBC드라마 "마지막 승부"의 주제곡 "마지막 승부"입니다.
(제목이 그냥 마지막 승부네요. 이건 뭐 제목이 없는 수준이군요...)
가수는 김민교 입니다. 이 분은 캠퍼스 그룹사운드 옥슨 89의 보컬리스트였다고 되어 있네요. 옥슨이라는 건 뭐냐면 건국대 캠퍼스의 밴드입니다. 대학생들의 그룹사운드이다 보니 멤버가 수시로 바뀌었는데 대표적으로는 옥슨 80으로 흥했던 홍서범의 "불놀이야"가 유명하구요. 참고로 홍서범은 78학번이고 1979년에 건국대에서 온슨79를 처음 결성하였습니다. 김민교는 옥슨 89의 멤버로 활동하면서 89년에 강변가요제에서 금상을 받았군요.
하지만 김민교의 가수 인생 최전성기는 아마도 김건모의 "핑계"에 뒤이어 가요톱10 골든컵을 마지막 승부 OST로 수상할 때였을듯 합니다. 이후에는 꾸준히 앨범을 발매하면서 가수활동을 이어왔고, 아쉽게도 2006년에는 위암 투병을 하였으며, 현재는 트로트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 합니다. (땡큐 꺼무위키!)
사실은 이 곡 자체보다는 드라마에 대해 더 얘기를 해야하는 건데요. 90년대 농구 붐의 핵이라면 역시나 슬램덩크, 농구대잔치와 함께 마지막 승부가 아닐까요? 한영대 에이스 진 주인공 장동건(출연 당시 만 21세), 명성대 에이스 슈터 손지창(당시 만 24세), 어장관리의 귀재 히로인 정다슬(심은하 당시 21세)였구요. 뭐 나머지는 장동건이 마지막 장면에서 무려 작대기 덩크슛을 때려넣는 충공깽스러운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슬램덩크, 마지막승부, 농구화. 당시 혈기 끓던 저 같은 중학생한테 뭐가 더 필요했을까요? 허헛.
https://youtu.be/mYxRrmyaSLk?si=N4v9iVBvv6q5dFj0&t=817
사랑보다 먼 우정보다는 가까운
날 보는 너의 그 마음을 이젠 떠나리
내 자신보다 이 세상 그 누구보다
널 아끼던 내가 미워지네
아... 다음곡도 역시나 1994년을 말할 때 빼먹으면 안되는 곡, 사랑과 우정 사이 입니다.
(바야흐로 썸남썸녀가 아직 태어나지 않았던 시절, 남사친 여사친의 조상뻘에 해당하는 사랑과 우정사이... 역시나 그때가 순수했어요.)
보컬 김성면의 부드러우면서 샤우팅 또한 일품인 이 곡은 1992년 데뷔한 락밴드 피노키오의 히트곡입니다. 일단 데뷔시기에 해당하는 피노키오 1기에 보컬이 김성면이었고 대표곡이라고 할 수 있구요. (피노키오는 미사리 라이브카페에서!) 음반 정규 1집의 경우 타이틀곡은 "다시 만난 너에게"라고 하는데 솔직히 저는 들어본 적 없구요 "사랑과 우정사이" 밖에는 모르겠습니다.
사실 김성면에 대해서는 "K2 김성면"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였던 것 또한 빼놓으면 안될듯 합니다. "그녀의 연인에게", 그리고 1999년에 발표한 "유리의 성"까지 어마어마한 성대를 과시했구요. (사람이 어떻게 노랠 이렇게 부르냐. 솔직히 전 솔직히 김경호, 박완규보다도 좋다고 생각해요. ) 복면가왕, 불후의명곡 등등 수많은 예능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단골로 커버되고 있는 대표적인 락발라드 곡이죠.
아무튼 이 노래(사랑과 우정사이)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은 음... 크흡. 너무 애절해서 얘기를 꺼내기 힘드네요. (잠시 눈물 좀)
그냥 당시에 여자사람친구였던 한 여학생을 한참 동안 마음에 두었다고 해두면 될 것 같긴 합니다. 사실 잘 모르겠네요. 그 아이를 좋아했어서 이 노랠 들었던 건지, 아니면 이 노래에 빠졌었기 때문에 더 그 아이에 대해서 감정 이입이 된 결과인 건지. 대학에 와서도 노래방에서 가끔 부를 땐 그때 생각이 나는 걸 보면 그냥 장난만은 아니었던듯도 싶습니다.
쓰다보니 시간이 너무 갔네요. 글도 길어지고요.
앞으로 10곡을 더 다뤄야 하는데, 저야 시간가는 줄 모르겠지만 내일 출근도 해야하고 해서 일단은 여기까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