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박경수 작가의 용기 있는 글 '돌풍', 곡해되지 않기를 바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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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새 시리즈 "돌풍" 연출한 김용완 감독…"저는 소심한 연출가"
국무총리 설경구·경제부총리 김희애의 대립 그려…"캐스팅으로 로또 맞은 기분"
넷플릭스 '돌풍' 연출한 김용완 감독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박경수 작가님은 용기 있는 글을 쓰시는 분이고, 저는 소심한 연출자예요. 저희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곡해되지 않도록 작가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죠."
대한민국 정치판을 무대로 펼쳐지는 활극 "돌풍"을 연출한 김용완 감독은 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특정 인물이나 사건을 연상하려는 의도는 없었지만, 저마다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만들었다"며"좋은 작품은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공개된 넷플릭스 새 시리즈 "돌풍"은 세상을 뒤엎기 위해 대통령 시해를 결심한 국무총리(설경구 분)와 그를 막아 권력을 손에 쥐려는 경제부총리(김희애) 사이의 대결을 그린 정치물이다.
드라마 '돌풍'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드라마는 대통령 시해라는 강렬한 사건으로 막을 올린다. 자신의 신념과 욕망을 위해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인물들의 엎치락뒤치락하는 수 싸움이 돌풍처럼 휘몰아친다.
예민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다양한 정치적 이슈를 전면으로 다루다 보니 박 감독은 "제작진과 배우들이 모두 머리를 맞대고 작품의 여러 가지 함의에 관해 공부했다"고 되짚었다.
그는 "촬영을 준비할 때마다 한국 역사를 공부하는 느낌이었다"며 "비유와 상징이 가득한 대본이었기 때문에 살짝만 잘못 말해도 느낌이 이상해질 수 있었는데, (김희애, 설경구) 선배님들이 워낙 베테랑이셔서 작가님의 의도가 잘 전달된 것 같다"고 말했다.
"돌풍"은 "추적자 더 체이서(THE CHASER)", "황금의 제국", "펀치" 등 "권력 3부작"으로 불리는 정치 드라마를 선보여온 박경수 작가가 극본을 맡았다.
드라마 '돌풍'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 감독은 "대본을 받아보고, 고전소설을 읽었을 때의 짜릿함을 느꼈다"며 "이 작품을 놓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각자의 신념을 가진 인물들이 그 신념 때문에 괴물이 돼가는 과정을 잘 그려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극을 이끄는 주인공 박동호는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기준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부패한 정치권력을 청산하겠다는 정의로운 뜻을 품고 있지만, 그 목표를 위해 대통령을 직접 시해하려고 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거짓을 이기는 건 진실이 아니야. 더 큰 거짓말이지." 김 감독은 극 중 박동호가 자주 하는 이 대사가 "박동호가 점점 몰락해가는 이유를 설명해준다"고 짚었다.
드라마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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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거짓을 이기는 것은 진실이라고 믿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과 가치가 전복되는 이 대사가 정치판의 현실을 비춘다고 생각한다. 박동호가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이 대사로 설명된다"고 말했다.
김희애, 설경구와 함께 작업한 경험이 "마치 로또에 당첨된 듯한 기분이었다"는 김 감독은 연신 배우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김희애 배우님은 누구보다 대본을 많이 사랑하신 분"이라며 "대사량이 매우 많은데도 준비를 너무 철저하게 하셔서 한 번도 NG(실수 때문에 다시 촬영하는 일)를 내신 적이 없다. 함께 일하면서 저 역시도 많이 배웠다"고 전했다.
드라마 '돌풍'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또한 "설경구 배우님은 박동호라는 연기하기 굉장히 어려운 인물을 너무 현실적으로 그려주셨다. 박동호는 설경구 배우님이 아니면 안 됐을 것"이라고 했다.
김 감독은 "작품을 공개한 이후 긴장되고 떨려서 잠을 거의 못 자고 있다"며 "막상 시청자 반응을 제대로 살펴볼 용기가 안 난다"고 웃음 지었다.
그는 "정치 드라마가 장르 특성상 대중적인 사랑을 받기는 쉽지 않지만, "돌풍"은 보고 나면 잔향이 오래 남는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사람들이 생각보다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해요. 정치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작품이 좋은 정치물이라고 생각하죠. 저희는 장르적인 재미로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좋은 정치란 무엇이고, 사람에게 신념이란 무엇인가 등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좋은 정치 드라마라고 생각해요. (웃음)"
넷플릭스 '돌풍' 연출한 김용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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