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백화점의 대변신…"더 크고 젊고 맛있게, 쉬고 즐기는 공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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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와 차별화…온라인에 없는 오디오·테니스 등 "체험형" 매장
MZ고객에 온라인서 인기 K-패션·맛집 속속 입점
롯데백화점 잠실점 청음실
[롯데백화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1. 롯데백화점 잠실점 10층 오디오 매장에는 청음실 3개가 있다. 이달 초 입점한 세계적인 오디오 브랜드 "제네바"와 "JBL 럭셔리" 매장이 각각 청음실을 마련했고, 지난해 12월 입점한 "바워스앤윌킨스"도 청음실을 갖췄다. 세 브랜드가 붙어있는 이곳은 "프리미엄 오디오 복합 매장"으로 약 330㎡(100평) 규모에 이른다. 각 청음실에서는 실제 오디오를 집에 들여놓은 것 같은 환경에서 음향을 느낄 수 있다.
#2. 지난해 9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입구에는 개점 한 시간 30분 전부터 수십명이 대기하는 "오픈런"(물건을 사려고 영업시간 개시 전부터 줄 서서 기다리는 것)이 발생했다. 이날은 최근 젊은 떠오른 패션 브랜드 "이미스"가 입점하는 날이었다. 인기 상품인 모자는 입점 첫날 완판됐다.
30일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최근 백화점의 리뉴얼(재단장) 화두는 전자상거래(이커머스)와 차별화다.
온라인에는 없는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체험 매장을 만들고 식음료(F&B)를 강화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동시에 온라인에서 주로 판매되는 10·20대를 주 고객으로 하는 패션 브랜드를 백화점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더현대서울 팝업 공간 '에픽 서울'
[현대백화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체험·프리미엄 지향…매장 넓히고 휴식 공간 확보
백화점들이 고객 체험과 프리미엄 이미지를 지향하면서 입점한 개별 매장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1979년 개점 이후 최대 규모의 재단장을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본점 남성패션관은 남성해외패션관으로 재단장하면서 한 층에 입점한 브랜드 수를 줄이고 매장당 면적을 넓혔다. 매장 여러 개를 다닥다닥 붙이는 대신 매장 사이에 공간을 확보해 널찍한 쇼핑 환경을 만들었다.
신규 브랜드를 입점하며 공간에 변화를 주기도 했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이달 초 10층 오디오 매장에 청음실을 만들어 고객이 직접 상품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롯데월드몰에는 지난해 5월 테니스 코트를 통째로 넣은 테니스용품 매장을 열었다. 매장 규모는 500㎡(150평)에 달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체험형 매장은 온라인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오프라인만의 경쟁력"이라며 "앞으로도 상품과 체험의 복합 매장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3월 더현대서울 5층 유·아동 매장을 재단장해 신개념 팝업 공간인 "에픽 서울"을 만들었다. 에픽 서울은 730㎡(약 220평)로 의류 매장 10여개를 합한 규모다. 이곳에는 다양한 팝업스토어가 열리며 고객들이 쉴 수 있는 휴식 공간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백화점들은 판매 매장을 늘리는 대신 넓은 공간을 할애해 차별화된 공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리뉴얼에 주력하고 있다"며 "이색적인 공간은 점포 이미지를 바꾸고 이른바 "인증샷"(인증사진) 성지로 입소문이 나면 젊은 고객을 유입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뉴스트리트
[신세계백화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이미스·아더에러 등 입점…"온라인에 집중된 영패션 수요 끌어와"
백화점들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 고객을 잡기 위해서도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백화점 주요 상품군인 패션 카테고리는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부상으로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온라인이나 성수동 플래그십 스토어와 같은 단독 매장을 중심으로 판매되는 신생 브랜드를 백화점에서 서로 모셔가는 분위기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부산 센텀시티점과 서울 강남점에 영패션 전문관을 만들었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강남점 영패션 전문관 뉴스트리트에는 우알롱, 벌스데이수트 등 MZ세대에 인기가 높은 국내 브랜드가 백화점 업계 처음으로 들어섰다. 인기 브랜드 이미스도 인기를 끈다. 뉴스트리트의 개점 이후 3개월간 방문객을 보면 84%가 신규 고객이었다.
롯데백화점도 지난해 6월 롯데월드몰에 K-패션 열풍을 이끄는 브랜드 아더에러를 수도권 백화점 처음으로 선보인 데 이어 K-패션 "3마"(마뗑킴·마리떼 프랑소와 저버·마르디 메크르디) 중 하나로 불리는 마르디 메크르디 문도 열었다. 이 매장은 롯데월드몰 내 외국인 매출 1위를 기록하며 외국인 관광객들까지 사로잡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영패션 전문관을 잇달아 재단장하고 K-패션 브랜드를 대거 선보인 결과 수년간 온라인에 집중된 영패션 수요를 오프라인으로 끌어오는 데 성공했다"며 "백화점에 오지 않았던 젊은 세대가 해당 브랜드를 구매하기 위해 많이 방문해 미래 고객 확보에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 스위트 파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스위트 파크 전경. 2024.3.17 [신세계백화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mail protected]
◇ 식품관 재단장은 필수…"런던 베이글"·"인텔리젠시아" 등 속속 입점
점포 재단장에 나선 백화점들이 빠뜨리지 않는 곳은 바로 식품관과 푸드홀(식사공간)이다.
식품관은 친구들 모임, 가족 나들이 등 오프라인 공간을 찾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는 점에서 백화점마다 공을 들이고 있는 곳이다. 단순히 인테리어를 바꾸는 수준을 넘어 백화점을 "미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대대적인 재단장을 진행하며 지난 2월 국내 최대 규모의 디저트 전문관인 "스위트 파크"를 열었다. 이달 초에는 JW메리어트호텔과 경계에 있는 곳에 새로운 공간인 "하우스 오브 신세계" 문을 열며 프리미엄 푸드홀을 선보였다. 현재는 슈퍼마켓과 델리(즉석조리식품) 코너를 재단장하고 있다.
식품관 재단장과 함께 유명 맛집을 유치하는 경쟁도 치열하다. 롯데백화점 월드타워점은 지난해 8월 베이글 전문점 런던 베이글 뮤지엄을 백화점 업계 처음으로 입점시켰다. 월평균 15만명 이상이 이곳을 찾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서울 명품관 식품관을 재단장하며 중국에서 연간 10억잔 이상 판매하는 프리미엄 밀크티 전문점 차백도(茶百道)를 들여왔다.
신세계백화점은 본점에 블루보틀, 스텀프타운과 함께 미국 유명 커피 브랜드로 꼽히는 인텔리젠시아를 입점시킬 예정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런던 베이글 뮤지엄 개장 이후 같은 층의 전체 매출이 작년보다 30% 이상 증가할 정도로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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