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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논&설] 영남 남인의 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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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823 회 작성일 24-06-24 19:3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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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 이황의 동상
[촬영 안철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논설위원 = ▶ 조선 선조 8년인 1575년이었다. 지금의 대통령실 인사비서관 격인 이조정랑 자리를 둘러싼 내분으로 사림파가 동인과 서인으로 갈라졌고, 동인은 임진왜란 1년 전인 1591년 북인과 남인으로 갈라졌다. 정여립의 역모설을 빌미로 동인 1천여명을 숙청한 정철이 광해군의 왕세자 책봉을 건의했다 선조가 격노하자 그를 처형하자는 강경파와 살려두자는 온건파가 맞섰고, 결국 남남이 된 것이었다. 이산해 등 강경파가 북악산 부근에 살아서 북인으로, 우성전 등 온건파가 남산 쪽에 살아서 남인으로 일컬어졌다. 남인에는 서애 류성룡과 학봉 김성일 등 경북 출신이 많았다. 두 사람은 성리학을 대표하는 퇴계 이황의 애제자들이어서 퇴계는 자연스럽게 영남학파의 시조, 남인의 정신적 지주로 불리게 됐다.


▶ 남인에는 대쪽 같은 선비들이 많았다. 남인을 대표하는 논객이자 조선 최고의 문장가인 고산 윤선도는 곧잘 왕에게 직언하다 삭탈관직과 유배, 사면·복권을 오가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광해군의 최측근인 북인의 영수 이이첨의 국정농단을 비난하다 귀양을 갔고, 현종 때는 노론의 영수 송시열의 협량함을 주장하다 오지로 유배됐다. 예송 논쟁 땐 나라의 아버지인 왕을 두고 "가짜 세자", "가짜 황제"라는 표현이 들어간 상소를 올렸다가 목숨을 잃을 뻔했다. 남인은 조선 붕당사에서 "만년 야당", "영원한 소수"로 불리는데, 소속 당파의 주류 인사들이 기존 질서를 거부하는 "반골" 또는 진보 성향이 강한 탓도 컸다. 다산 정약용을 비롯해 양반으로서 최초로 천주교 세례를 받은 이승훈, 유학은 물론이고 천문학과 수학에도 능통해 정약용이 "조선 제일의 천재"라고 했던 이가환도 시대를 앞서간 남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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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림의 명맥을 이은 심산 김창숙
[E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남인은 정조의 죽음 후 정권을 잡은 노론의 숙청과 천주교 박해로 정계에서 몰락했다. 남인의 상당수는 정치 탄압을 피해 퇴계와 서애의 고향인 안동과 의성 등 경북으로 내려가 영남 유림의 중심축을 이뤘다. 현실정치와 담 쌓고 초야에서 유학의 전통을 이어 나갔는데, 그렇다고 시골에서 글이나 읽고 지내는 은둔의 삶은 아니었다. 영남 유림은 일본이 조선을 강점해 식민지로 만들자 분연히 떨쳐 일어서 항일 독립투쟁의 선두에 섰다. 왜란 때 수많은 의병장을 배출했던 의성김씨는 "만주벌 호랑이"로 불린 일송 김동삼과 심산 김창숙 등 독립운동가를 가장 많이 배출한 가문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일제의 탄압에 굴하지 않고 유림의 명맥을 이은 심산은 광복 후 성균관의 정통을 잇는 지금의 성균관대를 만들고 초대 총장에 올랐다.


▲ 강민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최근 이재명 대표를 "민주당의 아버지"라고 불러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이에 강 최고위원이 "깊은 인사는 "영남 남인"의 예법"이라고 반박했고, 그러자 유림이 들고일어나 "도대체 영남 남인의 예법 어디에 "아버지" 운운하는 아부의 극치가 있단 말인가"라며 통탄하고 나섰다. 강 최고위원은 공교롭게도 의성에서 태어나 자랐고, 지역에서 교수로 활동하며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고 한다. 어릴 적부터 유림의 역사를 접하고 나름 공부도 했을텐데 어떤 이유로 "아버지"라고 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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