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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장진호서 얼어죽고 총맞아 죽은 전우들, 가족 찾아주고 싶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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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914 회 작성일 24-06-23 08:1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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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세 재일학도의용군동지회장 인터뷰…장진호 전사 동료 83명 유해 못 거둬

지난달 전우들 옛 주소 파악해 정부에 전달…"다시는 이 땅에 전쟁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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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의 묘비를 쓰다듬는 박운욱 옹
[촬영 최원정]

(서울=연합뉴스) 최원정 기자 = "이봐, 해몽이. 내가 왔어. 나라가 이렇게 부강해진 것도 보지 못하고 다들 참…."


한국전쟁 74주년을 닷새 앞둔 지난 20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재일학도의용군 묘역을 찾은 박운욱(97)옹의 눈가가 젖어 들었다.


박옹은 노구(老軀)를 이끌고 전우들의 묘비를 하나하나 쓰다듬었다. 박옹은 매년 1월 초와 현충일, 6·25, 광복절 등 네 차례 이곳을 찾아 전장에서 스러져간 이들의 넋을 기린다고 한다.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9월 재일교포 학생 642명은 재일학도의용군을 조직해 미군과 국군 부대에 입대했다. 일본에서 대학에 다니며 건축학을 전공하던 박옹도 전쟁 소식을 듣고 자진 참전했다.


재일학도의용군동지회장인 박옹은 당시 미군 소속 연락병으로 인천상륙작전을 치르고 흥남 철수를 겪었다.


박옹은 ""어떻게 되찾은 나라인데 또 나라 없는 민족이 되겠구나" 하는 황망함에 견딜 수 없어 참전을 결정했다"며 "그런 반면에 유력가 자제들은 부산항에서 밀수선을 타고 일본이나 미국으로 도망갈 궁리나 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분개하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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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학도의용군 출정식 기념사진
[재일학도의용군동지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현재 현충원에는 재일학도의용군 전사자 52명의 유해가 안장돼있지만, 장진호 전투에서 숨진 83명은 시신을 거두지 못해 끝내 행방불명 처리됐다.


장진호 전투는 1950년 11∼12월 미 해병 1사단 등 유엔군 3만명이 함경남도 장진호 인근에서 중공군 12만명의 포위망을 뚫고 철수한 작전으로, 한국전쟁 중 가장 처절한 전투로 꼽힌다.


영하 30도의 혹한 속에서 중공군과 사투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유엔군 1천29명이 전사하는 등 사상자 1만7천여명이 발생했다. 그러나 이들의 희생으로 중공군의 진격을 저지하며 그해 12월 22∼24일 군인 10만5천여명과 피난민 9만8천여명이 흥남항을 통해 철수할 수 있었다.


장진호 전투에도 참전했던 박옹은 당시의 처참한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매일 되뇌는 게 "오늘은 날이 조금이라도 따스했으면 좋겠다", "오늘은 포탄이 날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뿐이에요. 잠시라도 눈을 붙였다가는 그냥 동사하는 거죠. 네이팜탄 폭격을 맞고 숨진 병사들의 시신을 수송기로 보내는데 세상에 그런 참상이 또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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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호 철수 작전
(서울=연합뉴스) 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은 '이달의 기록물' 주제를 호국보훈으로 정하고 구두 지령문과 휴전협정문 사본 등 관련 기록물 41건을 홈페이지에 제공한다고 19일 밝혔다. 사진은 1950년 장진호 철수 작전. 2016.6.19 [국가기록원 제공=연합뉴스] [email protected]

2021년 9월, 미군으로 추정돼 미국이 보관 중이었다가 신원 감식 결과 국군으로 확인된 유해 68구가 국내로 돌아왔다.


이들 대부분은 미국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DPAA)이 장진호 등 북한 지역에서 발굴한 것들로 이 중 3구가 미 7사단 32연대 소속으로 밝혀졌다.


이 부대에는 다수의 재일학도의용군이 배속돼있었기 때문에 아직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유해 65구 중 의용군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재일학도의용군의 유해 신원 확인은 쉽지 않다. 전사자 유족의 유전자(DNA) 시료가 채취돼야 하지만 대부분 어린 나이에 참전해 목숨을 잃어 직계 자손이 없어서다.


"그 추운 곳에서 얼어 죽고 총 맞아 죽은 전우들이 계속 제 마음을 찌르는 거 같죠. 유해 봉환식에서 만난 해리 해리스 당시 주한미국대사가 제게 "저 유해 중 몇은 당신의 친구일 것"이라더군요. 전우들의 가족들을 꼭 찾아줘서 그 품으로 유해를 돌려보내 주기 전까지는 눈을 감을 수 없을 거 같아요."


동지회는 지난달 장진호 전투에서 전사한 재일학도의용군 모두의 참전 당시 거주지 주소를 처음으로 파악해 국가보훈부와 국방부에 전달했다. 동지회는 이것이 유해 신원확인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보훈부 관계자는 "동지회에서 전달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혈육이 거주지 인근에 살고 있는지 먼저 확인할 계획"이라며 "향후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등과 협력을 통해 신원 확인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옹은 연일 강 대 강 대치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남북 관계에 대해서도 우려가 크다.


"남북 관계라는 게 참 해결하기가 어려운 문제지만 지혜로 잘 풀어나가야 해요. 서로 마음을 맞춰서 이 전쟁을 끝내고 화합과 번영의 길로 가야 합니다. 모두가 죽고 파괴되는 게 전쟁이에요.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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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학도의용군위령비 앞에서 기도하는 박운욱 옹
[촬영 최원정]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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