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문병곤 감독 "실험적인 '밤낚시', 관객 반응 좋아 고무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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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카메라 시선으로만 촬영한 단편영화…좌석판매율 60% 인기
영화 '밤낚시' 문병곤 감독
[스태넘·마켄프로덕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새로운 시도이고 실험이니까요. 결과를 기대하기보다도 "이렇게 해 보고 안 되면 어쩔 수 없지만, 의미를 잃지만 말자"고 생각했죠.
12분 59초의 짧은 재생 시간, 자동차에 부착된 카메라의 시선으로만 바라본 화면, 1천원의 관람료. 이달 14일 개봉한 영화 "밤낚시"는 이처럼 여러 의미에서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작품이다.
2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밤낚시" 개봉을 기념해 기자들을 만난 문병곤 감독은 "재미있는 시도니까 한번 밀어붙여 보자고 생각하면서 만든 영화인데, 관객들이 좋은 반응을 보여서 고무적"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밤낚시"는 개봉 직후 3일 동안 평균 60%의 좌석판매율을 기록하며 누적 관객 1만6천636명을 동원했다. 이 기간에 CGV 15개의 극장에서만 상영한 것을 고려하면 좋은 성적이다.
영화 '밤낚시' 촬영 현장
[스태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영화는 정체불명의 한 요원(손석구 분)이 새벽에 전기차 충전소에 차를 세워둔 채 허공을 날아다니는 의문의 물체를 낚으려고 분투하는 내용을 담은 미스터리 스릴러다.
주인공은 오랜 기다림 끝에 허공에 널어둔 낚싯대로 목표물인 비행체를 유인하는 데 성공하지만, 이후 줄을 끌어당겨 물체를 붙잡기까지 엄청난 힘겨루기를 벌인다. 차 유리가 산산조각 날 정도의 혈투다.
특이한 것은 이 모든 과정을 자동차에 설치된 카메라 화면으로만 비춘다는 점이다. 이는 공동 제작을 맡고 차량을 제공한 현대차가 영화 제작에 앞서 내건 조건이었다고 한다.
문 감독은 "실제 자동차에 달린 카메라로 촬영한 컷도 있고, 자동차 카메라와 같은 각도로 설치한 촬영용 카메라로 찍은 컷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동차 카메라의 시선으로만 촬영하는 게 현대차가 제시한 미션이었다"며 "훨씬 어렵고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그것만으로도 워낙 어려운 미션이다 보니 현대차에서 다른 조건을 내걸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영화 '밤낚시' 촬영 현장
[스태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물론 카메라 화면 각도의 제약으로 인해 어려움도 많았다. 인물이 차에서 떨어지면 관객은 조명의 움직임과 소리로만 짐작하게 된다.
문 감독은 "다른 것보다도 "왜 자동차 카메라로 찍어야 하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며 "그러던 중 경찰이 증거 채집용으로 쓰는 보디캠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밤낚시"는 요원이 일하는 모습을 나중에 증거로 쓰기 위해서 남긴 영상이고, 그게 유출돼서 여러 사람이 보게 된 것이라는 콘셉트"라고 덧붙였다.
이어 "사실 "밤낚시" 외에도 눈 때문에 자동차에 갇힌 상황이나 손석구 배우가 미국에서 오디션을 볼 때의 이야기 등등 여러 아이디어가 있었는데, 자동차에 달린 카메라로 찍는 이유를 찾지 못해서 지금 같은 이야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영화 '밤낚시' 장면
[현대자동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문 감독이 "밤낚시" 연출을 맡게 된 것은 작년 1월 절친한 친구인 배우 손석구의 제안에 의해서였다. 손석구는 이 영화의 주연으로 출연했고 제작자로도 참여했다.
그는 "새벽에 손석구 배우한테 전화를 받았는데, 이런 프로젝트를 같이 해보겠냐고 묻길래 제가 하겠다고 답했다"며 "손석구 배우는 "나무 위의 군대"라는 연극을 할 때였는데 너무 바빠서 낮에는 시간을 못 내고 밤마다 연락하며 제작에 대해 의논했다"고 설명했다.
문 감독은 2011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아직 무명의 배우였던 손석구를 지인의 소개로 처음 만났고, 이후 10년 넘게 인연을 쌓으며 친분을 유지했다고 한다.
그는 "처음 보고 "이 친구 되게 괜찮다"고 생각했다"고 손석구와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이후 손석구가 인지도를 쌓아 인기 배우가 된 것에 대해선 "별로 놀라지는 않았고, 잘 됐다고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문 감독은 특히 이번 영화로 처음 손석구와 호흡을 맞춘 소감도 털어놨다. 그는 "손석구 배우도 저도 "이걸 사람들이 좋아할까?"를 고민하기보다 "나는 이게 좋아" 하고 순수하게 창작에 대해서만 고민하는 편이라 서로 잘 맞았다"고 말했다.
영화 '밤낚시' 문병곤 감독
[스태넘·마켄프로덕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문 감독은 단편영화 "세이프"로 2013년 칸국제영화제에서 단편 부문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주목받았으나 이후 11년 동안 작품을 내지 않다가 "밤낚시"로 돌아왔다.
그간 어떻게 지냈는지 묻자 문 감독은 "덜컥 큰 상을 받았는데 아직 장편 상업영화를 만들 준비가 덜 된 느낌이었다"며 "영화 시나리오도 쓰고 제작사나 투자사와 일하는 경험도 쌓으면서 업계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장편영화 연출에 대한 갈증은 항상 있다"면서도 "장편영화는 더 많은 자본이 들어가고 큰돈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티켓 가격을 내고 오시는 관객들에게 그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니까요. 장편영화를 만들어본 분들 이야기도 많이 듣고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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