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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식이 삼촌 (1~13화) 감상 후기 (약 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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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4,940 회 작성일 24-06-19 23:2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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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식이 삼촌을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총 16화이고 오늘 마지막 3개가 올라와서 완결될 예정)
지난 5월 중순에 디즈니플러스로 출시되어서 저는 바로 지난주 2일에 걸쳐 1~13화를 몰아보았네요.

가급적 스포를 자제하면서 재미있게 본 포인트를 몇 자 적어보려 합니다.


1. 시대적 배경에 맞물린 캐릭터

큰 틀에서 삼식이 삼촌(송강호), 김산(변요한)을 주축으로 빌런인 강성민 의원(이규형)이 스토리를 엮어 나갑니다.  
이 작품에서 캐릭터를 이야기하려면 우선 서사의 진행 방식을 짚고 가야겠더라구요.

극중에서 현재 시점은 60년도 중반입니다.
60년은 3.15 부정선거, 4.19 혁명이 일어난 격동의 시기입니다. 4.19 혁명 이후 4.26일 이승만 대통령 하야, 4.29일 허정 과도정부, 6.15일 내각제 개헌안 국회 통과, 7.29일 5대 총선거(양원제), 8.13일 윤보선 대통령 취임, 8.19일 장면 총리 인준, 10.25일 한일회담 등 중요한 정치 이벤트가 숨가쁘게 이어졌고, 이듬해 61년 5월 16일 5.16 군사정변으로 연결되는 큰 흐름이 나타납니다.

작품은 60년대 초반 이런 일련의 흐름에서 주로 정치적 격변과 경제 재건의 두가지 굵직한 축을 두고, 그 큰 흐름을 온 몸으로 경험하고 때론 만들어간 인물들을 보여줍니다. 거칠게 보면 삼식이 삼촌과 강성민 의원은 각각 흑막의 조종자와 야심으로 뭉친 정치인으로서 정치적 격변에 초점울 두고 있고, 미국 유학파 엘리트 군 장교 출신 관료인 김산은 대한민국 경제재건에 인생을 건 인물로서 그려집니다.

게다가 각계 각층에서 이들과 복잡하게 얽힌 주변 인물들도 적지 않게 출연합니다.
대충 줄잡아 봐도 정치인, 언론, 군부, 미 정부와 연관된 브로커(로비스트?)까지.
특히 당시 겉으로는 견제하고 내부에선 야합하는 여야 정치인들의 뒤가 구린 거래라든지,
이상적인 사회를 꿈꾸지만 현실 앞에 절망하고 탄압받는 언론인(기자),
썩어빠진 군 조직을 일신하겠다는 이상론과 그 와중에 쿠데타로 권력을 잡아보겠다는 양가 감정 사이에 갈피 못잡는 젋은 장교들,
(아마도 입양아 출신으로) 미국 고위 정치계를 등에 업고 한국을 말 잘듣는 협력국으로 만들겠다며 쿠데타를 사주하는 로비스트...

여러가지 캐릭터들이 저마다의 목적을 가지고 처음의 단순한 스토리를 복잡하게 만들면서 활동합니다.

처음에는 머리 좋고 능력 있는 내무부 과장이었던 주인공 김산은 "내 조국 대한민국을 밥 굶지 않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단순한 꿈을 순수한 마음으로 추진하려 합니다만, 운명적으로 조우하게 된 삼식이 삼촌과의 만남이 모든 것을 바꿔 놓습니다. 그는 모든 공작과 꿍꿍이의 배후에 있고,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악역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현실은 완전한 선역도, 악역도 없고, 모든 것이 불투명하고 복잡하게 꼬여있음을 김산에게 경험시켜주는 역할이랄까.

국중에서는 60년을 기준 시점으로 잡고 그 이전 시점과 끊임 없이 교차하면서 사건들을 묘사해 갑니다.
뭔가 좀 이야기가 진행되나 싶을 때마다 현재(60년)로 돌아와 군의 취조/수사가 진행되는 지하벙커를 비춥니다.
지난 몇년간의 주인공들과 주변인들의 행적이 어떻게 이어져서 이들이 지금 여기에 있는지, 쥐도 새도 모르게 고문 받고 증발해도 아무도 모를 것 같은 지하벙커에 눈을 가리고 끌려와 대질심문을 받고 있게 된 건지를... 느리게 풀어나갑니다. (전혀 숨막히는 긴박감이라고는 없는... 그러나 눈을 뗄 수도 없는...)

요컨대 극중 캐릭터들은 시대적 배경에 찰떡 같이 맞물려 있습니다. 그들의 말과 행적이 곧 제1공화국 대한민국의 역사이고 역사가 곧 그들입니다. 격동하는 역사와 캐릭터를 최대한 붙여 놓음으로써 캐릭터들은 살아 움직이고 생동감을 얻게 되었습니다.

빌런인 국회의원 강성민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만,
후반부에 가서 예상하지 않았던 찐 빌런의 등장도 꽤 흥미로웠지요.


2. 소재의 역사성

작품은 실제 역사를 무리 하지 않는 선에서 비틀어 놓습니다.
기본적으로 이승만 같은 실제 인물들의 이름을 살짝씩 바꿔 놓는다든가...
제가 당시 현대사를 좀 더 상세하게 알고 있다면 이를 발견하는 소소한 재미도 더해졌겠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못했네요.

작품에서는 어떻게 해방과 6.25 사변 이후 자유당 정권이 권력을 향유했는지, 그 와중에 친일파(예: 왜정시대 순사출신 여당 국회의원)의 득세, 진보진영 대선 후보의 암살, 권력과 정치깡패들의 결탁과 테러, 무정부주의 세력의 테러공작(극중 삼식이 삼촌과 빌런인 강성민 의원을 연결하는 매우 중요한 소재임),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 부정을 하게 만든 자유당 부정선거와 뒤이어 민주정체를 뒤흔든 군부 쿠데타의 획책 등이 마치 논픽션 마냥 진행됩니다.

다루어야 할 역사적 이벤트가 많은만큼 극은 많은 인물과 사건들을 보여줍니다. 사실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건들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를 보여줌에 있어서 과도하게 생략하지 않으면서도, 지나치게 늘어져서 극의 재미를 반감시키지도 않는 적절한 호흡을 만들어낸다는 게 쉬운 문제는 아닌 듯 합니다. 앞에 언급한 60년도와 그 이전 시점을 교차편집하는 것도 극의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긴 한데 너무 과하면 오히려 짜증을 유발할 수 있구요.

일부에선 요즘 트랜드에 맞게 8부작으로 깔끔하게 끝내면 될 것을 무리하게 잡아 늘여 16부작으로 만들어놨다며 박한 평가를 주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만, 제작진도 나름대로 고민의 결과 16부작의 어려운 선택을 한 게 아닌가 저는 그렇게 느꼈습니다.

아무튼 잠깐 얘기가 샜는데, 기본적으로는 이 작품의 구조라고 한다면 주인공 김산이 추구하는 "조국 경제의 재건"과 삼식이 삼촌이 추구하는 "절대 권력자를 만들어 내는 배후의 킹 메이커"가 서로 만나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것이며, 그 과정에 많은 역사적 이벤트들을 적절히 버무려 요소마다 배치해 놓았다고 하겠습니다.

삼식이 삼촌의 생각은 야심찹니다.
- 자기 영향력에 있는 정치인을 현 집권 자유당의 최고 권력자로 세운다.
- 그를 통해서 총리가 통치하는 의원내각제로 개헌을 단행한다.
- 자신이 내세운 권력자를 내치고, 김산을 차기 총리(=떠오르는 샛별)로 당선시킨다.
- 김산과 자신이 추구하는 계획경제형 경제 재건정책을 본격 추진한다.
(삼식이 삼촌과 김산은 정치에 대한 이상은 다르지만 중앙 주도 경제재건에서 공감)

그러나 이는 만만치 않은 대항 세력을 직면합니다.
- 재계 최고 유력자의 젋은 후계자가 급부상한다.
- 그는 의원내각제 등 일련의 계획이 지나치게 돌아가는 것이며, 군부 쿠데타야말로 가장 단순하고 빠른 길이라고 여긴다.
- 그에겐 미국내 유력 세력을 등에 업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 로비스트의 비호가 있다.
- 군부내 젋은 장교들 또한 배경은 다르지만 쿠데타에 동조하고, 이를 직접 실현하려 한다.

삼식이 삼촌은 군부 쿠데타가 일어남으로 인해 단지 자신의 계획이 틀어지는데서 그치지 않고,
자기를 포함한 모든 이들이 종국엔 숙청 대상이 될 것이며 그간 이뤄낸 모든 유산이 사라질 것을 우려합니다.
강 대 강으로 부딪혀 어느 한쪽이 파국을 맞을 때까지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죠.
(물론 역사는 61년 5.16군사정변으로 군사 정권이 들어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3. 장치와 연출

1950년대 서울의 번화가가 주된 무대가 됩니다.
다만 무대가 그리 크지는 않고, 야외 촬영 장면도 많긴 하지만 반복되는 씬(예:극의 중심이 되는 고급호텔과 대로)이 많다보니 나중엔 그냥 작은 세트장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무튼 권력층의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극중 장면들은 당시로서는 고급진 호텔과 실내, 서울 번화가의 거리 모습 등을 보여줍니다. 많은 예산을 들인 작품인만큼 그렇게 유치하거나 싸구려틱한 느낌은 없고, 꽤나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면서 그 당시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재현하고자 한 흔적이 느껴지지요. 버튼 없는 교환식 검정 전화기라든가, 버스/트럭 같은 차량, 군인과 경찰들의 복식, 대로변 노점상의 모습 등이 그러하고요. 특히 저의 경우는 극중 가장 중요한 언론기관인 애민일보 편집실 장면에서 고증을 위해 활판인쇄를 위한 활자판과 활자들을 일일이 제작해 놓은 장면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고증에 대해서야 깊이 들어가기 시작하면 이러쿵 저러쿵 맞다, 틀리다로 여러 이야기가 나올테니 자신 없는 저는 이쯤까지만 얘기하도록 하고, 장치적인 측면에서는 몇가지 언급을 해두고 싶네요.

우선은 단팥빵입니다. 삼식이 삼촌은 말합니다. "단팥빵이 먹고 싶어서 처음 사람을 죽였다"라고. 그뒤로는 마음껏 빵을 먹을 수 있게 되었죠. 힘과 부를 얻어 제빵 회사를 사버렸거든요. 이 제빵 회사(=빵공장)는 극중에서 여러가지 장치로 활용됩니다. 무정부주의 테러범을 창고에 숨겨주기도 하고, 불꺼진 매장에서는 역적 모의가 이뤄지고, 심지어 315 부정선거를 획책하면서 진짜 투표함을 빼돌릴 땐 이 빵 회사 로고가 인쇄된 종이박스에 숨겨서 운반을 하는 등... 삼식이 삼촌은 그래서인지 늘상 단팥빵을 먹고 있습니다. 배고픈 이에게 빵을 주는 자, 그가 바로 삼식이 삼촌입니다.

다음은 피자입니다. (이 작품은 먹는게 장치입니다.) 김산은 외칩니다. "혹시 피자를 먹어보았느냐"고, "미국에서는 누구나 매일 피자를 먹을 수 있다"고. 아무리 국가를 위해서라고 해도 목숨을 잃게 되고, 배불리 먹지도 못해 굶어야 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이냐고 외칩니다. 마치 김구 선생께서 나의 소원은 독립이라고 하신 것처럼, 김산은 "나의 소원은 국가 경제의 재건"이라고 말합니다. 의원내각제가 되었든, 군부 쿠데타가 되었든 간에 국가 경제를 일으킬 수 있기만 하다면 된다고. 평소 거드름을 피우듯 "피자 먹어봤냐"고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니던 삼식이 삼촌은 우연히 정치 강연에서 미국 유학시절 피자 가게 건물에 월세살이를 하며 실제로 피자를 먹어본 김산이 "온 국민을 배 곪지 않게 하고 싶다"고 외치는 것을 듣고 운명적인 엮임을 직감하게 됩니다. 그렇게, 피자는 단팥빵과 함께 이 모든 일의 시초에 있었지요.

마지막은 극중 무정부주의 테러집단인 "신의사"의 강령입니다. 만, 이에 대해서 얘기하자니 글이 마치 "삼식이 삼촌"마냥 너무 길어지고 지나친 스포가 될 것 같아 그만두려 합니다. 아무튼 신의사에 얽혀진 등장인물들의 스토리는 (이 또한 실제 역사에서 유명한 백의사와 염동진의 소재를 차용했다고 보는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만, 이로 인해 과하게 극의 분량이 길어지는 역효과도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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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쿠, 쓰다보니 벌써 글이 꽤 길어졌네요.
아직 14~16화가 나오지 않은 시점이다보니 오늘 공개되는 마지막 부분들을 시청한 후에 글의 마무리를 해야될듯 싶습니다.
얼기설기 떠오르는대로 쓴 글이라 허술하기도 하구요. 그래서 저는 결말까지 본 후 좀 더 숙성된 글을 써볼까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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