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12시간 만에 꺼진 목동 아파트 화재…놀란 가슴 쓸어내린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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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대원 17명 부상당한 폭발에 "비행기 소리인 줄 알았다"
폭염 속 72세대 주민 대피소동…장시간 화재 진압에 진땀
목동 아파트 지하서 오전에 화재 발생…화재 현장 향하는 소방관들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19일 서울 양천구 목동에 있는 23층짜리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오전 8시께 화재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9시간 넘게 진화 작업에 나선 가운데 소방관들이 오후 6시 18분께 건물로 향하고 있다. 2024.6.19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홍준석 기자 = "아침에 갑자기 사이렌이 울려서 생각할 새도 없이 튀어나왔어요. 연기가 엄청나게 났어요."
19일 오후 9시께 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화재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아파트 인근에서는 매캐한 냄새가 진동했고 바로 앞 도로에는 불길이 거세지며 깨져 나온 유리 조각들이 사방에 널려 있었다. 아파트 주위엔 노란색 출입 통제선이 어지럽게 처져 있었다.
오전 8시께 가족들과 함께 대피한 뒤 11시간이 넘도록 아파트 밖에서 상황을 지켜봤다는 이 주민은 "구청에서 임시 숙소를 지정해주긴 했는데 아직 들어가 보진 않았다"며 "필요하면 뭐라도 도우려고 한다"고 했다.
이날 오전 8시께 아파트 지하 2층 재활용품 수거함에서 시작된 불은 11시간 40여분에 걸친 진화작업 끝에 오후 7시 44분이 되어서야 완전히 꺼졌다. 다행히 큰 인명피해는 없었다.
아파트를 뒤덮은 연기와 불길이 거세지며 들렸던 폭발음에 놀랐던 주민들은 그제야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 아파트 17층에 살고 있다는 김모(50)씨는 "오전 8시 20분부터 낮 12시까지 저랑 아내, 딸 둘이 방에 갇혀 있었다"며 "(오전) 10시쯤 연기가 집까지 들어와 신고했는데 복도에 연기가 많아서 일단 집에 있었다"고 말했다.
반려견을 키우고 있다는 김씨는 "강아지는 산소통이 없어서 베란다에 두고 내려왔고 오후 6시께 소방대원이 다시 들어가 구조해줬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화재 진압이 한창이던 오후 3시께 지상 1층 상가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에 대해 "딸이 오후 3시쯤 현장에 있었는데 갑자기 엄청 큰 소리가 나면서 시꺼먼 연기가 올라왔고 사람들이 놀라 소리를 질렀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인근 주민 장귀순(76)씨도 "엄청 큰 소리가 났다"며 "비행기 소리인 줄 알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산소통 매고 구조 작업하러 17층 올라온 소방대원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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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72세대 규모의 이 아파트에서는 이날 화재로 주민 113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일부 주민은 옥상에 고립돼있다 소방헬기로 구조됐고 진압 도중 거세진 불길에 폭발 사고가 나 소방대원 17명이 경상을 입기도 했다.
폭염주의보까지 내려진 무더운 날씨에 소방대원들은 두꺼운 방화복을 입고 긴 시간 불을 끄느라 진땀을 흘렸다.
잠시 교대해 쉬러 나와 방화복을 벗은 대원 뺨에는 검은 재가 묻어 있었다. 오른쪽 팔뚝에 붕대를 감은 대원도 눈에 띄었다.
자동기상관측장비(AWS) 관측값에 따르면 이날 서울 양천구는 오후 4시 2분 기준 35.0도를 기록했다.
주민들도 무더운 날씨에 임시숙소에서 기약 없이 지내야 하는 상황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가족들과 임시 숙소에 들렀다 다시 아파트를 찾았다는 김모(65)씨는 "구청에서 문자가 왔는데 언제까지 모텔에서 지내라는 얘기가 없었다"며 "날은 점점 더워지는데 언제까지 집이 아닌 모텔에서 지내야 할지 몰라 답답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소방의 초기 진압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주민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민은 "오전 10시쯤 불을 다 껐다고 소방차가 빠졌는데 다시 불이 붙어서 하루 종일 난리"라며 "2차로 번진 불이 배관으로 번져 커진 것 같다. 처음에 불을 너무 우습게 본 건 아닌가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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