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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비싼 인건비의 시대 : 저렴한 외식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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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6,949 회 작성일 24-06-19 19:3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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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치킨이나 라면 가격이 오르면 항상 볼멘 소리를 내뱉습니다. "닭 가격은 그대로인데 왜 치킨값은 오르냐!", "밀가루 가격 오른다고 값 올려놓고 내릴 땐 왜 안내리냐!" 등. 한 접시에 만 원이 훌쩍 넘는 파스타를 보고서도 "원가가 얼만데 폭리네 쯧쯧" 같은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이런 인식은 곧 "식품가격 = 식재료 가격"이라는 인식이 우리 머릿속에 박혀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원재료 가격은 수많은 비용 중 일부임에도 불구하고요.

이렇게 인식이 박힌 건 딱히 우리나라 사람이 무지해서가 아니라, 실제로 과거에는 그렇게 생각해도 됐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진부한 이야기지만 우리나라는 급속성장한 나라고, 얼마 전까지만해도 인건비 포함 사회 전반의 물가가 낮았으니까요. 이럴 때는 상대적으로 음식값에서 "식재료의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으니 나머지 낮은 인건비, 공과금 등은 대충 퉁쳐 생각해도 상관 없었습니다. 실제로 지금도 외식이 발달된 나라들 보면 인건비가 싼 나라들이기도 합니다.


반면 지금 우리는 국민소득 3만불의 나라입니다. 농산물 가격에 비해 우리의 임금은 상대적으로 많이 올랐습니다. 임금과 함께 사회 전체적인 물가, 즉 임대료, 공과금 등도 올라갔고요. 그만큼 외식에서 식재료의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비중이 커진 인건비, 임대료, 공과금의 변동에 따라 출렁일 수밖에 없게 되었지요. 대표적으로 우리의 소울푸드 국밥 가격을 볼 수 있습니다. 원재료인 돼지고기? 쌀값이 많이 올라서? 아닙니다. 가스비가 올라서 확 뛰었죠. 이런 식입니다.

[결국 우리는 원재료보다는 인건비, 임대료 등을 먹는다고 봐도 무방하지요.]

실제로 우리가 외식을 하는 이유는 다른 일을 하느라 요리에 투입할 시간이 없어서잖아요? 우리는 음식을 사먹는다고 생각하지만 더 자세하게는 그 안의 노동을 구매한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럼에도 이런 변화가 너무 빨리 온 결과 인식이 옛날에 머물러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꼭 우리나라 뿐 아니라 인류의 보편적인 사고방식 아닐까라고도 생각하고요.



아무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외식 물가는 앞으로 더 오를 일만 남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 근거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외식 가격 때문이죠.

과거에는 유럽이나 미국에 가면 어마무시한 외식 가격에 놀라는 사람이 많았습니다(요즘은 우리도 많이 올라 그정도까진 아닙니다만). 그런데 마트에 가면 놀라울 정도로 식재료가 쌌죠. 임금은 몇 배나 차이나는데 식재료의 값은 오히려 우리보다 싼 수준. 그러니까 우리보다 앞서 발전한 국가에선 식재료보단 인건비나 임대료 등이 외식 물가에 반영되는 사이클을 이미 겪었다는 것이죠.

어떻게 보면 유럽이나 미국의 외식가격은 높은 인건비 등의 가격을 낮은 식재료 가격으로 커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여태까지의 우리나라는 높은 식재료 가격을 낮은 인건비로 커버했던 것이고요. 근데 이제는 우리도 미국, 유럽과 같이 인건비가 가파르게 올라 더이상 인건비가 저렴한 국가가 아닙니다. 인건비도 비싸고, 식재료값도 비싸고. 전 그래서 오히려 우리나라가 유럽 대비 외식 물가가 더 오를 잠재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낮을 구석이 전혀 없으니까요.


물론 지금도 이미 많이 올랐지만, 그럼에도 아직까지 이 정도 선에서 버티고 있는 건 식당 주인들의 희생이 있어서라고 생각합니다. 자영업의 기본은 주인이 최대한 일을 많이 해서 인건비를 덜 들이는 겁니다. 반대로 말하면 가게 주인의 인건비를 후려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직원을 못써서 가족끼리 오래 일하는 가게는, 반대로 말하면 그 가족들 모두 결과적으로 저임금으로 장시간 일하고 있다는 것이고요. 반찬 다양하게 많이 나오고 혜자인 집이 오래된 집인 이유가 있습니다. 이미 그정도 노동에 익숙해져있어서 적은 리턴만 가지고도 견디실 수 있는 분들이라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분들도 이제 나이가 많이 들어 은퇴하시면? 하던 사람이면 모를까 새로 시작하는 사람이 그 미친 노동강도를 견디면서 소득은 짠 일을 이어 하려 할까요? 절대 안하죠.

[결국 현재 외식가격은 자기 인건비를 후려치는 자영업자 분들의 희생 덕에 일부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분들이 퇴장하면 가격이 싸거나, 반찬 가짓수가 엄청난 백반집 같은 곳들은 자연히 소멸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만큼 외식 가격은 오를 것이고요.


사실 꼭 외식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맞이할 결과라고도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단지 베이비 부머 세대의 은퇴와 함께 엄청난 혼란이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보이지 않는 분야에서 저임금을 유지하고 있었던 자영업자들이 속속 문닫으면서 사회 전체 물가가 급등할 것이라 생각하거든요. 어떻게 보면 "정상화"겠지만 겪는 우리 입장에선 고통일 것입니다.

뭐 딱히 제가 해답을 제시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구조적인 문제니까요. 단지 이런 흐름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유념하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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