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여야 '치킨게임'…특검·쟁점법 강행 vs 보이콧·거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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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법사위·과방위 먼저 가동…채상병특검법·방송3법 등 속도전
與 "일방진행 상임위 불참, 법안 폭주엔 거부권"…장·차관도 상임위 불참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홍지인 기자 =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와 소수 여당의 불참·거부로 22대 국회가 시작부터 유례없는 극한 대결로 치닫고 있다.
여야 모두 사생결단식 직진 행보를 고수하면서 의회 정치가 "치킨 게임"으로 흘러가는 양상이다. 정치학에서 치킨 게임은 둘 중 어느 하나가 양보하지 않을 경우 양쪽 모두 파국으로 향하는 극단적 게임이론을 말한다.
11개 주요 상임위원회를 단독 구성한 더불어민주당이 이들 상임위를 통해 특검법안과 쟁점법안에 가속페달을 밟자, 국민의힘은 해당 상임위 전면 거부(보이콧)와 단독 처리된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으로 맞서고 나섰다.
'양보 없는 대치' 지속되는 국회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여야가 상임위원회를 배분하는 원구성 문제를 두고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교통신호등 너머로 22대 국회개원 축하 현수막이 보인다. 2024.6.9 [email protected]
민주당은 12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를 단독으로 열어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로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채상병특검법"을 상정하고, 곧바로 특검법안 심사를 소위에 넘기기로 했다.
지난 10일 법사위, 운영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등 11개 상임위를 단독으로 구성한 지 이틀 만이다.
법사위를 가장 먼저 본격 가동한 것은 법사위원장직을 돌려달라는 국민의힘 요구에 쐐기를 박는 한편, 쟁점법안의 처리 관문을 틀어쥔 채로 특검법을 통해 윤 대통령을 겨누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전날 과방위 간사 선임을 마친 데 이어, 역시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로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처리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민주당은 13일에는 정책 의원총회를 열어 당론 법안을 의결한다. 전국민 지원금 지급 법안, 코로나19 대출금 장기상환 법안 등 "이재명표" 법안들이 의결될 전망이다.
또 국회에서의 법안 처리 기간을 대폭 단축하고, 정부 시행령을 국회가 사전에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해 "법 우회로"를 차단하는 국회법 개정도 추진하는 등 입법 총력전을 펼칠 태세다.
'반쪽 법사위' 의사봉 두드리는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이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야당이 단독으로 구성한 22대 국회 11개 상임위원회에 사임계를 제출한 국민의힘 위원들의 자리가 비어 있다. 2024.6.12 [email protected]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여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단독 처리하는 법안에 대해서는 윤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구하겠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대통령실 역시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여야 합의 없이 진행되는, 국민의힘이 참여하지 않는 상임위에서 결정되는 어떠한 법안들도 동의할 수 없다"며 "그런 법안들이 폭주해 본회의에서 통과된다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강력히 건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도 민주당의 국회법 개정 추진에 "거대 야당 입맛에 맞춰 국회법을 기괴하게 개조하는 악법들이 쏟아졌다"며 "재의요구 건수는 민주당 의회 독재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국회 상임위에 불참한다는 입장도 확고하다. 이날 오후 민주당이 소집한 법사위 전체회의에는 "강제 배정"된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물론,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장·차관들도 불참했다.
국민의힘은 대신 당분간 매일 열리는 의원총회나 당 특위 회의에 장·차관들을 참석시켜 중요 현안을 보고받고 논의할 계획이다. 민주당이 단독으로 구성한 상임위는 인정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날 김병환 기재부 1차관(물가 등 경제상황)에 이어 13일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동해 가스전 개발), 14일 김영호 통일부 장관(북한의 "오물풍선" 살포) 등이 예정돼 있다.
추경호 원내대표 '의회정치 원상복구'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회정치 원상복구 의원총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4.6.12 [email protected]
다만, 22대 국회가 개원 직후부터 여야의 극한 대치가 이어지는 데 대한 양당의 정치적 부담감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와 "다수결의 원칙"을 앞세우고 있지만, 의석수만 믿고 일방적인 독주만 고집한다는 여론의 역풍에 부딪힐 수 있다. 이 같은 배경에 "이재명 방탄" 목적이 숨어있다는 의심 어린 시선도 여권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도 거대 야당에 맞설 수단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상임위 보이콧이 장기화하고, 대통령 거부권이 반복되는 데 대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국회 파행과 입법부·행정부 대립으로 인한 국정운영 차질은 정부·여당 책임론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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