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길원의 헬스노트] "우울증의 씨앗 '외로움', 뇌용적 줄이고 치매 앞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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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5명 뇌MRI 분석 결과…""외로움의 전염병" 막는 최선책은 사회적 지지 강화"
외로움에 대한 사회적 지지(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우울감을 호소하는 노인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집계한 통계를 보면 2021년 기준 전체 우울증 환자의 35.69%가 60대 이상이었다. 이는 4년 전보다 11%가량 증가한 수치다. 우리나라 노인 인구 중 독거인 비율이 20%를 넘어섰다는 분석도 있다.
노년기 우울증이 무서운 건 치매나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가 발생할 위험을 크게 높이기 때문이다. 치매는 아직 입증된 치료법이 없어 발병 전에 예방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노인 우울증의 상당수가 외로움이 그 "씨앗"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국내외 연구에서는 외로움이 우울증을 비롯한 심혈관질환, 뇌졸중 등의 발병 위험을 높이고 사망률도 증가시키는 연관성이 확인됐다. 또 외로움이 직접적으로 치매와 인지장애의 위험을 높이는 데 관여한다는 외국의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에서 "국가 주치의"(America"s Doctor)로 불리며 공중보건위생국장을 지낸 비벡 머시(Vivek H. Murthy) 박사는 2021년 논문에서 "외로움의 전염병"(Epidemic of Loneliness)이라는 표현을 써 노년기 외로움이 만들어내는 여러 질환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또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외로움을 긴급한 세계 보건 위협으로 규정하고, 외로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담 국제위원회도 출범시켰다.
뇌 모형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최근에는 이런 외로움이 인지장애와 실행능력 저하를 부를 뿐 아니라 뇌 특정 부위의 용적을 감소시킨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연세대 원주의대 예방의학교실 고상백 교수 연구팀은 2020~2022년 "아리랑 코호트(역학연구)"에 참여한 55~79세 785명(남 292명, 여 493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이런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신경과학 분야 국제학술지(Frontiers in Aging Neuroscience) 최신호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연구 참여자들의 외로움과 우울증 정도에 따른 시공간 감각과 실행기능(일의 순서를 계획하고 순서대로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비교했다.
이 결과 외로움을 경험한 그룹에서 인지장애가 발생할 위험은 외로움을 겪지 않은 그룹에 견줘 최대 3.1배 높은 것으로 추산됐다. 우울증은 같은 비교 조건에서 최대 2.8배의 위험도를 보였다.
또한 외로움을 겪고 있는 사람은 시공간 감각과 실행 기능이 저하될 위험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각각 1.6배, 2.0배 높았다.
특히 외로움을 경험한 그룹은 자기공명영상(MRI)을 이용한 분석에서 뇌 전두엽 백질 부위의 용적이 감소하는 연관성도 확인됐다.
전두엽은 기획, 문제 해결, 판단, 실행 등 주요 인지기능을 관장하는 뇌 부위로, 뇌 속 신경세포 간 정보전달 역할을 하는 백질과 연결돼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외로움에 따른 전두엽 백질 부위의 용적이 마이너스(-) 상관계수(왼쪽 -1.24, 오른쪽 -1.16)를 보였다. 상관계수가 마이너스라는 건 "외로움이 심할수록 전두엽 백질의 용적이 더 작아졌다"는 의미다.
외로움이 없는 사람들의 경우 지속적인 사회 활동이 사회적 보상 회로를 자극해 전두엽 기능을 보존하는 반면, 외로움이 심한 사람들은 신경전달물질 시스템의 퇴행 및 염증, 세포 독성 반응 등이 가속화됨으로써 인지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추론이다.
'고령층 사회적 관계망' 한국이 OECD 중 꼴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더 나은 삶의 지수'(Better life index) 보고서를 보면 한국에서 사회적 지지를 보여주는 사회관계망은 50세 이상 고령층으로 갈수록 급격하게 악화하면서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고상백 교수 제공]
고상백 교수는 "외로움은 기본적인 인지기능뿐만 아니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지기능이 저하되는 속도를 더 빠르게 하는 것과도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노년기 외로움이 우울증과 인지장애, 치매로 이어지는 시발점이 될 수 있는 만큼 의학적인 접근도 중요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사람들 간의 소통과 공감을 높이는 "사회적 지지"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더 나은 삶의 지수"(Better life index)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는 경제적 지표는 높은 수준이지만, 사회적 지표 및 환경적 지표는 매우 부족하다. 이 중에서도 사회적 지지를 보여주는 사회관계망은 50세 이상 고령층으로 갈수록 급격하게 악화하면서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고 교수는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인지기능 저하와 관련된 노인 질환이 사회적 부담을 증가시키고, 새로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며 "노년기 치매 등으로 인한 삶의 질 악화를 예방하려면 외로움을 줄일 수 있는 사회적 지지를 최우선 순위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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