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볼거리 화려한 하이틴 드라마 '하이라키'…신예 배우들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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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부족한 개연성은 단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하이라키' 배우 노정의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재벌그룹인 주신그룹이 만든 학교 주신고등학교에는 두 종류의 학생이 있다. 비싼 학비를 내고 입학한 부잣집 자녀들, 그리고 학비를 내지 않고 시험을 통과해 입학한 평범한 가정의 장학생들.
주신고 2학년인 장학생이 의문스러운 교통사고로 숨지고, 그 빈자리에 새로운 장학생 강하(이채민 분)가 전학을 온다. 강하는 사실 이 학교에서 얼마 전 목숨을 잃은 장학생 강인한(김민철)의 이란성 쌍둥이 동생으로, 이 학교에서 형이 어떻게 목숨을 잃었는지 진실을 파헤치려 한다.
지난 7일 공개된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하이라키"(Hierarchy)의 줄거리다. 계급 또는 계층을 뜻하는 드라마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서열을 철저하게 나누는 가상의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장학생들은 남색 넥타이를, 학비를 내는 일반 학생들은 붉은색 넥타이를 매서 구분되고, 들을 수 있는 특별수업도 구분돼 있다. 강하는 무심코 장학생이 아닌 동급생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가 욕설과 함께 "장학생이 어딜 손을 대냐"는 말을 듣고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하이라키' 배우 김재원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학교의 정점에 있는 것은 강하와 같은 반 학생이자 주신그룹 후계자인 김리안(김재원)이고, 리안의 연인이자 역시 재벌그룹인 재율그룹의 후계자 정재이(노정의)는 여왕으로 대접받는다. 두 사람과 친하게 어울리는 무역회사 대표의 딸 윤헤라(지혜원), 국회의원의 아들 이우진(이원정) 역시 최상위 계급에 속한다.
강하는 이들이 주신고 권력의 정점인 것을 알고 일부러 김리안을 자극하기 위해 정재이에게 접근하는데, 마침 정재이는 어떤 이유에선지 김리안에게 이별을 통보한 상태다. 강하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면서 굳건하던 주신고의 계급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야기 구조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하이라키"는 다소 과장된 설정을 기반으로 한다. 드라마 속 고등학교는 현실과는 다소 괴리가 있다. 고등학생들이 너도나도 명품 옷과 장신구를 몸에 두르는 것은 물론이고 전용 서킷에서 고급 차를 타고 내기 레이싱을 하는가 하면 수영장 딸린 숙소를 빌려 술을 마시며 파티를 즐긴다.
일단 이처럼 화려한 볼거리와 젊고 매력적인 배우들이 등장해 눈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 이 드라마의 가장 돋보이는 점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재벌가 자녀들이라는 설정의 노정의, 김재원, 지혜원, 이원정은 패션쇼를 방불케 할 만큼 화려한 옷차림으로 기사가 딸린 고급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모습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지혜원도 26세의 젊은 나이로 이들이 교복을 입은 모습에서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하이라키' 배우 노정의(왼쪽)와 이채민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다만 이야기나 인물들의 행동에서 짜임새 있는 개연성을 기대하는 시청자라면 실망할 수 있다. 초반부터 강인한의 사망 배후에 김리안 등 계급의 정점에 있는 이들이 책임 있는 것처럼 암시되지만, 실제 밝혀진 진상과는 거리가 있어 보는 사람의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학교폭력의 배후에 있는 김리안은 중반부에 접어들면 여자친구인 정재이를 사랑하는 낭만적인 모습이 부각된다. 리안은 종반부에 가서는 자기 잘못을 뉘우치고 사과하지만, 이 인물이 이처럼 급격한 심경의 변화를 겪는 배경도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정재이는 초반부 윤헤라를 아랫사람 부리듯이 심부름을 시키거나 상처가 될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데, 후반부에 가서는 결정적인 도움을 주고 어린 시절부터 단짝이었다는 설정이 등장하는 등 인물 사이의 관계도 일관성 없게 그려졌다.
인물들의 성격과 관계뿐 아니라 장르적으로도 다소 혼란스럽다. 강하가 이란성 쌍둥이 형 강인한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을 파헤치는 미스터리 스릴러, 강하와 정재이, 김리안, 윤헤라, 이우진의 애정이 뒤얽힌 로맨스, 학교폭력을 다룬 학원물의 특징이 뒤섞여 있다.
기시감이 강하게 느껴지는 설정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부자들이 다니는 계급과 서열이 엄격하게 구분된 고등학교에 가난한 학생이 전학을 온다는 설정은 이미 여러 드라마에서 흔하게 다뤄졌기 때문이다.
7부작인 "하이라키"는 "빅마우스"와 "환혼: 빛과 그림자"를 공동 연출했던 배현진 감독의 첫 메인 연출작이다. 각본은 "멈추고 싶은 순간: 어바웃타임"의 추혜미 작가가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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