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서울시의회 '성평등→양성평등' 조례개정 추진…'용어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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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 기본조례 전부개정안 입법예고…상위법 반영 재정비
"성평등이 성소수자 지원 근거 돼선 곤란" vs "차별적 표현"
퀴어축제를 둘러싼 두 모습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임화영 기자 = 1일 서울퀴어퍼레이드 참가자들이 서울 종로구 종각역을 출발해 삼일대로를 지나 을지로 방면으로 행진하고 있다(왼쪽 사진).
한편 이날 2024 통합국민대회 거룩한방파제 행사 참가자들이 시청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동성애 퀴어축제 반대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6.1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서울시 성평등 기본조례에 담긴 "성평등"이라는 용어를 "양성평등"으로 모두 개정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이 발의됐다.
9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는 이런 내용이 담긴 "서울특별시 성평등 기본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을 최근 입법예고했다.
국민의힘 황유정 시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조례의 명칭을 "서울특별시 양성평등 기본조례"로 하고, 각 조항에서 성평등을 양성평등으로 변경하는 내용 등을 뼈대로 한다.
황 의원은 제안 이유에 대해 "서울시 성평등 기본조례는 양성평등기본법을 모법으로 하는 단일조례임에도 "양성평등"은 물론 "남녀고용평등"과 "서울특별시 성희롱·성폭력 심의위원회" 관련 내용을 함께 담고 있어 구성이 방대하고 복잡하다"며 현행 조례의 상위법인 양성평등기본법을 반영해 기본조례에 충실한 조례로 재정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조례 개정을 통해 복잡한 구조와 산만한 조문 배치도 정리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성평등이란 용어를 양성평등으로 변경하는 데 대해선 "조례 내용을 보면 기본적으로 양성평등에 대한 내용"이라며 "양성평등기본법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법의 용어를 지키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저출생과 관련해서도 "저출산이 사회적 이슈가 되는 문제에 대한 고민도 담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황 의원은 성소수자를 존중하지만 기본조례가 이들에 대한 지원 근거가 되는 것에는 비판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성평등이라는 용어는 성적 지향의 문제를 포괄하며, 동성애자와 성전환자 등 제3의 성을 인정하고 지원하는 근거가 된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여성발전기본법이 양성평등기본법으로 개정(2015년)되기 전인 2012년에 성평등 기본조례를 제정한 바 있다.
"성평등", "양성평등" 표현은 그간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논란거리가 되기도 했다. 단순한 법률·조례 명칭이나 법적 용어를 넘어서는 "불씨"를 안고 있는 셈이다.
일부 보수 성향 단체는 "양성평등 YES! 성평등 NO!"라는 구호를 내걸고 성평등 대신 양성평등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정부·기관 등에서는 양성평등기본법의 법명과 법조문상 핵심어가 "양성평등"이기 때문에 관련 정책에서 법률상 정해진 용어를 사용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양성평등이란 용어가 이분법을 강화하고 성적인 다양성을 배제하는 차별적 표현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홍미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조례가 법의 명칭을 따라야 한다는 원칙은 없다"며 "개정은 성평등에 대한 편협한 이해와 차별적 인식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채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활동가도 "성소수자를 평등의 대상에서 배제하는 개정"이라며 "모든 시민의 인권을 지켜야 할 시의회가 할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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