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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들었던 노벨상 수상자 강의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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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800 회 작성일 24-06-09 01:0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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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이니 다수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20년 전 일이라 기억의 왜곡도 있을 수 있습니다.

질문 게시판란에 느니느나타임님이 "우리나라에서 노벨상을 받았을 때 수입?"를 글을 보고 씁니다.

다른 노벨상 수상자의 강의도 들었지만 제가 이야기해 드리는 노벨상 수상자의 강의는

제가 기대했던 노벨상 수상자의 강의와 사뭇 달랐기 때문입니다.


파릇파릇한 석사 시절이었던 20년 전 갑자기 학교에서 엄청난 홍보를 합니다.

노벨 의생리상 수상한 지 5년밖에 안 되는 루이스 이그나로 (Louis J. Ignarro) 교수가 강연한다고 말이죠.

지금에야 몇 번 들어서 그러려니 했지만

그 당시에는 처음으로 노벨상 수상자의 강연을 듣는다는 생각이 기대가 부풀어 올랐고

그냥 기대를 한 게 아니고 내가 노벨상 수상자의 생애 강연을 몇 번이나 들을 수 있을지

감도 안 잡혀서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2시간 정도의 강연이었고 강의는 의대 연구소에서 했기 때문에

청자는 대부분 기초 대학원생이나 의대생과 의사들이 주였습니다.

초반부 강의는 NO-의 (nitro oxide)에 대한 평범한 강의와 더불어

노벨상 탔던 이론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거기에 비아그라 이야기까지 동반하여 자신의 연구가 그쪽 관련해서 많은 도움을 주었다. 식으로

풀어나갔습니다.

강연 수준이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였긴 했고 어차피 교과서에서 배우는 내용이라

후반부에는 좀 더 공부하고 있는 전문가 수준에 맞는 강연을 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후반부 강연부터는 제가 상상했던 강연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로 갑니다.

노벨상 받기 일보 직전 이그나로 교수는 전 부인과 이혼 상태였고 랩실의 젊은 제자와 결혼한 상태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었나 봅니다.

그러면서 자기 딸이 전화로 노벨상 수상자가 되었다는 당시 상황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썰을 풉니다.

여기까지야 그러려니 했는데 그때 당시 수많은 청자를 분개하게 만드는 말을 합니다.

"너희들은 노벨상을 탈 수 없을 테니 내가 노벨상 탈 때 상에 사인하는 사진과 노벨상 수상 강연하는

사진 보여줄게" 라고, 웃으면서 강연을 이어 나갑니다.

사실 그냥 노벨상 탈 때 사진만 보여줄 게 이러면야 뭐 그러려니 했겠지만

옆에 있던 랩실 사람들이 부글부글 끓더군요.


거기에 난 노벨상 타고 슬슬 젊은 부인과 즐거운 생활하는 내용으로 후반부 강연을 때우고

결정적으로 이 말할 때 참 어이까지 없어졌습니다.

"미국은 노벨상 탄 이후 그 상금에 대해 세금 내는 거 알고 있냐?"라고 할 때 말이죠.

이런 상황이니 처음 참석했던 노벨상 수상자 강연은 실망 그 자체였고

노벨상 탄 사람들은 다 저런가? 라는 편견을 가질 수밖에 없었는데

나중에 참석한 정말 연구에 미친 듯이 매진하는 다른 수상자의 강연은 매우 달랐습니다.



어찌 되었든 이런 강연을 하면서 즐기면서 살았던 이그나로 교수의 현재 모습은

Herbalife라는 회사의 자문으로 있으면서 강연 다니고 광고 동영상도 출연하고

그 외 본인의 컨설팅회사에서만 2013년에 자문료만 Herbalife에서 1,500만 달러 받아

돈 잘 벌고 살고 있습니다.



제가 이 강연을 이렇게까지 강렬하게 기억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 정도일 꺼라고는 상상도 못했고

혹시라도 노벨상 강연자를 선택하게 된다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은 좀더 쉽게 하겠지만

학교에서 이런 사람을 선택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에 연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선택하는 게

학생들이나 연구자들에게 휠씬 이득일 겁니다.


뭐 그렇다고 해서 이그나로 박사의 선택에 대해서 잘못되었더라고 하는 게 아닙니다.

돈을 좇고 있긴 하지만 노벨상 타면서

(아 절은 연구원 제자랑 결혼한 건 노벨상 타기 전이었습니다)인생의 승리자고 지금까지도 살아있으면서 왕성히 활동하니까요.

다만 노벨상 수상자 중에 이런 사람도 있다고 보시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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