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세사기주택 '셀프낙찰' 받았더니…대출거절에 두번 우는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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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락자금 100% 대출" 지원책 믿었는데…DTI 기준 못 맞춰 대출거절
"가짓수 많지만 빛좋은 개살구"…전세사기 지원책 요건 완화 요구
눈물 흘리는 피해자들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29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공포 촉구 기자회견에서 안상미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장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4.5.29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선(先)구제 후(後)회수" 방안을 담은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이 폐기된 가운데 피해자들은 기존 특별법상 피해 구제책이라도 제대로 작동하도록 해달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겉보기에는 피해자들을 위한 여러 지원책이 있지만, 실제로는 이용이 어려운 "빛 좋은 개살구"와 같은 지원책이 많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전세사기·깡통주택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상미(46) 씨는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속칭 "건축왕" 남모(62) 씨 피해자다.
2022년 2월 보증금 7천800만원에 인천 미추홀구 아파트 전세를 재계약했는데, 그해 7월 아파트 건물이 통째로 경매에 넘어갔다.
안 위원장은 같은 처지에 놓인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오피스텔·빌라 세입자들과 대책위를 꾸렸고, 지난해 3월에는 각 지역에 흩어진 피해자 모임을 하나로 모은 전세사기·깡통주택 피해자 전국 대책위를 만들었다.
그는 자신이 입은 피해와 관련해선 경매에서 피해주택을 "셀프 낙찰" 받아 떠안는 방법을 택했다. 우선매수권을 활용해 지난달 13일 낙찰받았다.
피해자들이 피해주택을 낙찰받는 경우 경락자금 100%를 저리 대출해준다는 지원책을 정부가 내놓았기에 이를 활용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경매 낙찰 이후 은행을 찾아갔더니 얘기가 달랐다.
총부채상환비율(DTI)을 맞추지 못해 경락자금 대출을 못 해주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생업을 뒤로 하고 국회, 법원, 관공서 등을 찾아다니며 피해자 단체 활동을 하느라 소득이 부족해 일어난 일이다.
눈물 흘리는 피해자들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29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공포 촉구 기자회견에서 안상미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4.5.29 [email protected]
안 위원장은 2일 "저 같은 경우 다른 대출이 전혀 없는데도 DTI에 걸려 대출을 못 해준다고 했다"며 "소득이 적어도 안 되고, 많아도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디딤돌대출에 전세사기 피해자 전용 상품을 만들어 저리로 최대 4억원까지 경락자금을 대출해주는데, 이를 이용하려면 소득이 연 7천만원 이하(부부합산)여야 한다.
안 위원장이 거주하는 주택에는 차순위매수신고가 들어와 이달 20일까지 매각 대금을 납부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이 가져가게 된다. 그는 개별적으로 돈을 융통하는 방안을 알아보는 중이다.
안 위원장은 "전세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은 문제 해결에 정신을 쏟느라 일을 제대로 못 하는 경우가 많고, 트라우마로 회사를 그만두는 사람도 있다"며 "피해자 결정을 받았다면 정부가 내놓은 지원 대책은 모두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저리대출, 대환대출 등 금융지원의 경우 요건 충족이 안 돼 은행 창구에서 돌아서는 일이 많다는 게 피해자들 얘기다.
피해자 전국대책위의 이철빈 공동 위원장은 "소득·자산 요건, 건축물 유형과 면적을 충족해야 이용할 수 있는 정부 지원책이 상당하다"며 "피해자 입장에선 가짓수만 많지 정작 이용할 수 있는 지원책은 그다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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