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A매치 데뷔전이 '수비수 데뷔전'…여자 축구대표팀 신예 고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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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공격수·대표팀서는 센터백으로 데뷔…"장신 강점 살리고파"
헤딩하는 고유나(이천=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5일 경기도 이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필리핀의 경기. 대한민국 고유나가 헤딩하고 있다. 2024.4.5
(이천=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월드컵과 항저우 아시안게임, 파리 올림픽 예선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여자 축구대표팀은 올해는 큰 대회가 없어서 친선경기로 기량을 다지고 있다.
2월 포르투갈에서 체코, 포르투갈과 평가전을 치른 데 이어 이달엔 이천에서 필리핀과 두 차례 대결이 마련됐다.
1991년생인 간판스타 지소연(시애틀 레인)을 비롯해 주축 선수들의 연령대가 점차 높아지면서 올해는 2026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2027년 월드컵 등 미래에 대비한 리빌딩의 적기로 여겨지고 있다.
5일 필리핀과의 1차전을 앞두고 "젊은 선수와 베테랑 선수가 어우러진 스쿼드를 내겠다"고 밝힌 콜린 벨(잉글랜드) 감독은 이 경기에서 예고대로 성인 대표 경력이 많지 않은 젊은 선수들을 여럿 활용했다.
특히 WK리그 화천 KSPO 소속의 2002년생 고유나는 선발로 낙점돼 A매치에 데뷔했다.
고유나는 소속팀에서 스트라이커로 뛰고 있고 이번 대표팀 명단이 발표됐을 때도 공격수로 포함됐으나 필리핀전에서 벨 감독은 그를 스리백의 중간에 배치해 수비수로 A매치 데뷔전을 치르게 했다.
지난해 7월 대표팀의 호주 훈련 당시 고유나의 모습[대한축구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한 것으로 평가되는 팀과의 경기이긴 했지만, A매치에 데뷔하는 선수에게 정반대의 포지션을 맡긴 건 파격이라고 부를만했다.
3-0 승리로 경기를 마치고 만난 고유나는 "2월 포르투갈 원정 때 훈련에서 연습을 시작했다"며 "소속팀에선 늘 스트라이커였고, 이전엔 수비 경험이 전혀 없었다"고 귀띔했다.
이어 "2월에 훈련할 땐 설마 제가 수비수로 출전하는 일이 있겠나 했는데, 이번에 소집되고선 처음부터 아예 센터백으로 훈련했다"면서 "피지컬에 강점이 있으니 한 번 배워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대한축구협회 프로필상 179㎝의 장신으로, 학창 시절 농구부 영입 제의를 받은 적도 있다는 고유나는 당당한 체구가 강점이며 스피드도 떨어지지 않는다.
그는 "감독님이 (박)은선 언니를 모티브로 삼아서 공격은 물론이고 수비에서도 몸싸움해주는 역할을 원하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여자 축구대표팀 훈련 중 고유나(왼쪽)와 콜린 벨(오른쪽) 감독[연합뉴스 자료사진]
낯선 포지션에서 A매치 데뷔전이기까지 하니 쉽지만은 않았다.
고유나는 "백패스 상황에서 헤더로 처리해야 할 때 경험이 없다 보니 라이트가 눈에 확 들어와 살짝 당황했다"면서 "사실 수비를 좀 쉽게 봤는데 직접 해보니 너무 어렵다. 제가 실수하면 뒤엔 골키퍼밖에 없으니 부담감도 크더라"고 털어놨다.
그는 "불안하기도 했지만 최선을 다해 뛰겠다는 생각뿐이었는데, 감독님께서 믿어주시고 언니들이 많이 도와줘서 승리로 마무리해 기쁘다"면서 "어릴 때부터 봐 온 국가대표 언니들과 함께 뛰는 것이 꿈 같다"며 미소 지었다.
벨 감독은 "고유나에게서 센터백으로의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각선으로 뿌리는 롱 패스나 헤더 장악력 등 센터백으로 능력을 보여줄 거로 생각했다"면서 "경기에서 충분히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고유나는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국가대표로 뽑히면서 어떤 포지션이든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면서 "다음 기회가 온다면 큰 키를 살려 코너킥이나 프리킥에서 A매치 데뷔골도 넣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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