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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구 금지 사태, 온라인이 정책마저 뒤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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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6,620 회 작성일 24-05-28 08:3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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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구 금지의 정책적 함의라든지, 추진 과정에서의 허술함과 졸속이라든지는 이미 많은 부분 이야기가 됐을테니 저는 다른 부분에 조금 집중을 해보자 합니다.

이번 직구 금지 사태에서 개인적으로 주목하는 부분은 바로 "[온전히 인터넷 여론만으로] 정책을 뒤집은 사례"라는 것입니다.


사실 인터넷의 발달, SNS의 대중화로 기성매체의 힘이 약화된다는 이야기는 이제 지겨울 정도입니다. 실제로 이미 많은 담론이 온라인에서 오가고 논의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은 어디까지나 서브였던 느낌이었습니다. 약화됐다 하더라도 기성 언론이 스피커로서의 영향력(싫으나 좋으나)은 유지하고 있고, 공중파 또한 신뢰성은 낮아졌을지언정 파급력을 인정하고 최소한 보도된 내용이 "공론화"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었습니다.

인터넷에서 논란이 되는 사안 같은 경우도 사실 그 자체가 온전히 불타오른다기보단 인터넷에서 파생된 불씨를 기성 언론, 정치권이 가져가 주도한다는 느낌이었지요. 반대로 언론과 정치권의 힘을 받지 못한 인터넷 그 자체만의 영향력은 반쪽짜리였습니다. 편파적 보도나 언론의 행태에 대해 분노하는 것도 그런 이유죠. 자기네들 입맛대로 유리할 때만 공론화시키고 써먹고는 불리한 건 그대로 무시해서 묻어버리니까. 어쨌든 이는 그만큼 아직 기성 언론, 정치권의 힘이 막강하다는 뜻입니다.



반면 이번 직구 금지 사태의 경우 흥미롭게도 [언론과 정치권은 이를 지지하거나 묵인했습니다.] 다들 기억하실겁니다. 직구 금지 발표가 뜨기 몇 주 전부터 계속 알리, 테무 중금속 보도 등 온갖 때리기 기사가 나왔던 것들. 그리고 발표되고 나서도 언론에서는 일제히 직구 금지를 환영하며, 오히려 이것도 부족하다고 역설했습니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로 야당인 민주당도 그다지 적극적으로 반발하지 않았습니다. 민주당이라고 딱히 자유무역이나 규제철폐를 지향하는 정당은 아니니까요.


이렇게 직구 규제 반대파는 기성 언론이나 정치권의 지원은커녕 오히려 방해만 받는 판이었습니다. 원래 같았으면 공론화도 안되고(기사를 안써주니까) 묻힐 것 같았으나...


직구 금지에 대한 반발은 외부의 도움 없이도 순수히 온라인 상에서 맹렬히 타올랐고, 결국에는 정부가 주말, 일요일에 긴급하게 해명 브리핑까지 내게 만들었습니다. 언론이나 정치권은 스스로 이슈를 주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예상 외로 강한 반발을 보고서야 따라간 쪽에 가깝습니다. 그 후 은근슬쩍 직구 금지 비판하는 정치인들도 괜히 "소신이 아니라 여론 보고 따라간 거다"라고 비아냥 들은 게 아니죠.

물론 "철회"라는 말을 명시적으로 하지 않았고, 법개정을 추진한다고는 하지만... 솔직히 그건 그냥 정치인들이 자기 책임 인정하기 싫어서 유체이탈화법 벌이는 거고 현 여소야대 상황에서 이렇게 여론 반발이 큰 사안을 야당이 협조해줄만큼 우리나라 정치는 녹록하지 않죠.



어쨌든 이번에 확실해진 것 같습니다. 온라인은 그저 기존 언론이나 스피커의 말을 받아쓰는 메아리가 아니라, 이제 그 자체로 여론을 형성해서 언론과 정치권마저 움직일 수 있을 정도라고요.

여론이 커져가는 과정도 재밌었습니다. 최초 반발부터 언론이 아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나왔고, 거기에 대한 자료, 비판 또한 모두 온라인에서 나왔으며, 반발에 대한 표현으로 개인의 직구금지를 전면 금지한다는 그 차장의 얼굴을 합성하는 유머 자료까지 전 커뮤니티에 퍼졌습니다. 꼭 온라인으로 그치는 것도 아니라 시위까지 조직해서 나갈 정도였고(당연하지만 언론에선 제대로 다루지 않았습니다), 정부의 긴급 해명 브리핑 아니었으면 아직까지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폭풍이 몰아쳤을지 알 수가 없지요. 언론? 어 옛날처럼 계속 무시해봐. 니들이 뭘 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정치", "시민운동"도 결국 이러한 트렌드를 따라가야 뒤쳐지지 않겠다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의 주요 방식이었던 시위나 활동 후 언론을 통한 보도자료 살포보다도, 맛깔나는 설명 유머 자료, 슈카월드 캡쳐본을 커뮤니티에 뿌리는 게 훨씬 더 파급력이 크고 효과적일테니까요. 그리고 이 또한 성공적인 여론 형성의 한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대놓고 공감 못받을 내용 작업쳐봐야 역풍밖에 없겠지만.


뭐 사실 인터넷 영향력이야 이명박부터가 국정원 동원해서 조작했던 걸 보면 원래도 컸지만... 스마트폰 시대가 들어서면서 이젠 그마저도 뛰어넘어 "영향력이 있다"가 아니라 "여론을 주도한다"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시간이 갈수록 더 그럴 것이고요. 찻잔 속의 태풍? 이젠 진짜 아님.


그러니까 여러분, 여러 활동을 하고 시위 나가고 연구하는 것도 좋지만, 의외로 내 목표를 이루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유머 자료로 만들어 배포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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