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주택업계 "학교시설 기부채납 요구 과도…재협의 근거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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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용지부담금은 33억인데 450억원 상당 학교시설 기부채납 요구
대한주택건설협회 "사업 존속 어려워"…교육청에 제도개선 건의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대전에서 주택사업을 하는 중견 건설업체 A사는 아파트 1천754가구(분양 872가구, 임대 882가구)를 짓는데 교육지원청의 학교용지 매입과 교실 신설 등 기부채납 요구로 450억원을 투입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 업체가 애초 부담해야 할 학교용지부담금(분양가의 0.8%)은 33억원인데, 13배가 넘는 규모를 기부채납해야 하는 것이다.
A사 관계자는 "공사비가 급등해 아파트 짓기도 버거운데 막대한 학교 시설까지 지어야 해 부담이 크다"며 "사업을 계속 존속해야 하는지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공사비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주택업계가 과도한 학교시설 기부채납이 주택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아파트 건설 현장 이미지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한주택건설협회는 지난 22일 교육부에 일선 지방교육지원청의 과도한 학교시설 기부채납 요구에 대한 제도개선을 건의했다고 26일 밝혔다.
업계는 그동안 주택 사업자가 내야 할 학교용지부담금보다 높은 학교시설 기부채납 요구가 고분양가의 원인이 되고, 업계의 사업 지연과 경영악화로 이어지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해왔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발표한 9·26 주택공급 활성화 대책에서 학교용지부담금에 대한 합리적 기준을 마련하고 부담금 면제 대상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올해 3월 범정부 차원에서 학교용지부담금을 폐지하는 등 법정 부담금을 재정비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관련 제도개선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과도한 학교시설 기부채납을 요구받는 사업장은 계속 늘어나 어려움이 크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대한주택건설협회에 따르면 경북 경산에서 아파트를 짓는 B사는 지방교육지원청의 학교시설 설치 요구로 학교용지부담금(63억원)의 2배에 가까운 115억원을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기 이천시에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을 짓는 C사는 학교용지부담금으로 27억원을 부담하면 되는 사업장이나, 교육지원청의 요구로 230억원에 달하는 학교시설을 신축해 기부채납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일부 교육지원청은 유휴 공간이 있음에도 교실뿐 아니라 급식실, 강당, 교장실 등 과도한 부대시설 신축을 요구해 업계의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개발사업으로 인해 학교용지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은 합헌이라 해도 학교용지부담금을 초과하는 수준의 기부채납을 요구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협회는 이에 따라 일선 교육지원청의 과도한 기부채납 요구를 금지하고, 기부채납 약정시점과 달리 학생 수와 학급 수요가 감소한 경우 개발사업자가 교육지원청과 기부채납 규모를 재협의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행정 담당자들이 기부채납 규모 재협의로 개발사업자에 대한 특혜 제공 등 업무상 매입 논란이 없도록 재협의에 대한 법적 근거조항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했다.
협회 김형범 정책관리본부장은 "재협의 근거 규정이 마련되기 전에도 감사원의 적극행정면책 제도를 이용하면 업무상 배임 우려 없이 기부채납 규모를 줄여줄 것 수 있을 것"이라며 "주택업계의 어려움을 지원하고 분양가 전가를 막기 위해 학교용지부담금 폐지 논의도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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