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김연자 "노래 좋아 달려온 50년…88 폐막식 하늘 지금도 생각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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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활약 원조 한류스타…한국 가수 첫 북한 단독 공연 기록
"체념한 "아모르 파티" 거짓말처럼 역주행"…25일 신곡·내달 광주 콘서트
가수 김연자
[초이크리에이티브랩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오로지 노래가 좋아 달려온 50년입니다. 여러분의 응원과 사랑에 힘입어 힘든 순간도 다 넘겼습니다."
가수 김연자(65)는 23일 연합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항상 제가 사랑한 노래, 그리고 여러분이 사랑한 노래가 있어 여기까지 왔다"며 "가수 인생 반세기"를 맞은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그는 "50주년은 혼자서 이룬 게 아니다"라며 "팬들이 늘 많이 도와주셔서 영광스러운 해를 맞이하게 됐다"고 했다.
김연자는 1974년 15세에 "말해줘요"로 데뷔한 이래 1988년 서울올림픽 찬가 "아침의 나라에서"를 비롯해 "수은등", "천하장사", "10분 내로", "진정인가요" 등 숱한 히트곡을 냈다.
그는 1980년대 후반 일본에 진출해 "엔카의 여왕"으로 불리며 현지 연말 간판 음악 프로그램인 NHK "홍백가합전"에 3회 출연하는 등 "원조 한류스타"로도 활약했다.
김연자는 "모든 사람이 가진 희로애락을 노래로 표현해 감동을 드리고자 했다"며 "슬픈 노래를 하면 듣는 이들이 슬픈 사연을 떠올리고, 즐거운 노래를 부르면 흥에 겨워 같이 박수치기를 바란다. 저는 그러한 입체적인, "3D 같은 노래"를 하고 싶다"고 자신만의 노래 철학을 소개했다.
이어 "무대 위에서 그저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니라 한 곡 한 곡 노랫말의 뜻을 여러분께 전해 드리려 노력한다"며 "듣는 이들이 노래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담아 노래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히트곡 가운데서는 "아침의 나라에서"를 빼놓을 수 없다.
김연자는 아리랑 가락이 돋보이는 이 노래에서 "나라와 나라는 가족처럼 / 모두가 하나로 이어지는 곳 / 오 서울 코리아…모이자 모이자 / 아침의 나라에서"라고 서울을 예찬했다.
특히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린 서울올림픽 폐막식에서 10만 관객을 앞에 두고 이 노래를 부른 것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 기억이라고 했다.
가수 김연자
[초이크리에이티브랩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연자는 "당시의 파란 하늘과 빼곡하게 찬 검은 머리만 생각난다"며 "가문의 영광이라는 생각에 긴장했던 탓"이라고 회고했다.
또 "서울올림픽 기간 집에서 TV로 관전하는데 여자 핸드볼팀이 우승했을 때 배경음악으로 "아침의 나라에서"가 나왔다"며 "제 노래가 나오니 영광스럽다는 생각에 집에서 TV를 보며 울었다"고 떠올렸다.
"아침의 나라에서"는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히트했다.
그는 1989년 "홍백가합전"에서 흰색 한복을 입고 부채춤 무용단을 대동한 채 이 노래를 1절은 한국어, 2절은 일본어로 열창했다.
김연자는 "사실 제가 10대 때 한 번 실패하고 "아침의 나라에서"로 1988년 일본 시장에 다시 데뷔한 것"이라며 "제게는 큰 도전이었다"고 기억했다.
그러면서 성공 비결로 "한국 가수들은 목소리에 힘이 있고 한(恨)이 서려 있다더라"며 "일본 분들이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의 어느 선까지 파고 들어가지 않았나 한다"고 덧붙였다.
김연자는 1980년대 국내에서는 이미 톱스타였지만 일본에선 다시 시작하는 신인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당시 어느 일본인 기자가 그에게 "돈을 벌러 (일본에) 왔느냐"고 무례한 질문도 던졌지만 "돈은 한국에서 더 많이 번다"고 당차게 맞받아쳤다고 한다.
그는 "일본에서 활동할 때 늘 행동을 조심했다"며 ""한국 가수"라는 호칭이 늘 따라왔기 때문이다. 힘들어도 꾹 참고 열심히 활동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일본에서 저는 "노래 잘하는 가수"로 통했다. 가수로서는 최고의 칭찬이었다"고 말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때로부터 수십 년이 흐른 지금 일본에서는 숱한 K팝 스타 후배들이 현지 가수를 제치고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일본 연말 시상식과 특집 프로그램에 K팝 그룹이 등장하는 것은 예삿일이 된 지 오래다.
김연자는 "타국에서 사랑을 받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후배들이) 너무 훌륭하다"며 "제 일처럼 뿌듯하다. 더욱더 잘됐으면 좋겠다"고 후배 가수들을 응원했다.
가수 김연자
[초이크리에이티브랩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연자는 지난 2001~2002년 평양에서 열린 "제19·20차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에 참가해 한국 가수로는 처음으로 북한에서 단독 공연을 연 것으로도 유명하다. 김연자의 팬으로 알려진 김정일 북한 전 국방위원장이 당시 특급 열차를 보내 그를 함흥 별장에 초대하기도 했다. 김연자는 북한 순회공연까지 제안받았지만 이는 끝내 성사되지 못했다.
그는 2013년 발매한 "아모르 파티"가 입소문을 타고 뒤늦게 국내에서 크게 히트하면서 세대를 아우르는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2018년 KBS 연말 음악 특집 "가요대축제"에서는 방탄소년단(BTS)·트와이스 등 전 출연자와 함께 이 노래를 불렀다.
그는 "사실은 (인기를) 체념한 노래였는데, 인기가 역주행하고 있다길래 처음에는 거짓말인 줄 알았다. 젊은 세대가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믿지 못했다"며 "남녀노소 모두 좋아해 주시니 저로서는 정말 꿈에 그리던 일이 일어난 것"이라고 했다.
또 "약 20년간 일본에서 활동하고 돌아온 데다가 트로트 곡이어서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기 쉽지 않다"라며 "우리나라에서 큰 히트곡이 한 곡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이뤄준 게 "아모르 파티""라고 곡의 의미를 들려줬다.
"아모르 파티"는 어깨가 절로 들썩이는 흥겨운 리듬과 멜로디에 "누구나 빈손으로 와 / 소설 같은 한 편의 얘기들을 / 세상에 뿌리며 살지"라는 가사로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안겼다.
노래 가사처럼 김연자라는 소설을 쓴다면 어떤 내용일지 궁금했다.
그는 "제 인생으로 소설을 쓴다면 "행복한 가수 생활 50년"이라고 타이틀을 붙일 것"이라며 "앞으로 또 얼마나 노래할지 모르겠지만 여러분께 들려드릴 만한 목소리가 나오는 한 계속 노래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연자는 50주년을 맞아 오는 25일 신곡 "고맙습니다"와 "어머니의 계절"을 선보인다.
"고맙습니다"는 정통 트로트와 K팝을 아우른 노래로, 라틴 기타와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사운드가 돋보인다. 반세기 동안 응원해 준 팬들에게 고마움과 함께 용기와 희망을 전하는 곡이다.
"어머니의 계절"은 자신의 어머니를 향한 대서사시 같은 곡이다. 60인조 헝가리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춘 발라드다.
김연자는 "앞으로 10곡 정도 신곡을 계속 낼 것"이라며 "내년부터는 일본에서도 콘서트를 하려 한다"고 의욕을 내비쳤다.
그는 오는 25일 방송되는 데뷔 50주년 기념 KBS 2TV 특집 프로그램 "김연자 더 글로리"를 통해 시청자들에게도 인사를 전한다. 다음 달 2일 고향인 광주를 찾아 광주예술의전당에서 50주년 기념 콘서트도 연다.
"팬 여러분이 계시기에 제가 있을 수 있었습니다. 제 동반자로 그동안 함께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노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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