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권력,영광> - 팀 앨버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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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길어지다보니, 편의상 평서문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좀 더 글을 잘 정리하고 싶었는데, 일단 미국 대선이 시작되기 전에 어떻게든 후기를 남기고 싶다는 일념으로..
책을 서둘러서 읽고, 서둘러서 후기를 남겨봅니다.
워낙 현재의 정치를 다룬 책이라서, 대선 이후의 시점이 되면 또 낡은 관점으로 변하지 않을까 싶네요.
이번 미국대선은, 여러모로 미국에게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
1. 올해 9월쯤에, 미국에 사는 선배와 한국에서 만날 일이 있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08년도 쯤부터 미국에서 살기시작하고, 미국에서 영주권을 가지고 취업해서 미국에서 계속 살아가는 그는, 최근 이런 얘기를 하였다.
"지금까지 계속 민주당을 지지했었는데, 이제 생각이 바뀌고 있다"
"성 소수자와 그냥 잘 지내는데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10년이 지나고 보니 뭔가 이상하다"
"같은 회사에도 성 소수자들이 부하직원으로 입사했는데, 업무상이든 다른 문제든간에 그들에게 지적을 할 수 없다"
"기존의 장애인이나 이런 소수자문제와는 다르게, 성소수자들은 법을 통해 힘을 가지고 그 힘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활용하고 있다"
그 선배는 굉장히 사교적인 성격이고, 사람들과 어울리는걸 참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선배가 10년이 넘게 지난 이후에, 성소수자문제에 극도로 보수적으로 변하는걸 보면서 현재 미국 공화당의 지지층에는 선배같은 사람들도 많이 포함되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2. 팀 앨버타의 <나라, 권력, 영광>이라는 책은 현재 미국 복음주의자들의 이야기를 담고있는 책이다.
번역자가 책 후기에 적은것처럼, 사실 정치서적이라기엔 너무나 종교적인 얘기를 담고있고, 종교서적이라기엔 너무나 정치적인 얘기들을 담고있다.
그래서 사실 이런 미국 보수주의 기독교에 대한 관심이 없다면, 그렇게 흥미롭거나 새로운 책은 아니긴 하다.
하지만 이 책은, 현재 미국의 유권자들이 "왜 트럼프를 선택하는가?"라는 지점에서 하나의 통찰을 전해주는 책이다.
다들 잘 알다시피, 바다 건너 우리가 보기에 트럼프는 너무나 이상하고 위험한 정치인이다.
도덕적인면에서도 물론이거니와, 정치인으로서의 행보, 전임 대통령으로서의 행보도 사실 객관적으로 잘했다는 평가를 주기 힘들것이다.
하지만 현재 트럼프는 모두가 알다시피, 해리스와 비등비등한 지지세를 유지하고 있다.
보통 기존의 기독교내에서 가장 유효한 상대방에 대한 비판점은, 후보의 도덕적인 면모였다.
과거 미국의 기독교인들이 싫어했던 미국의 대통령은 빌 클린턴이었고, 그의 사생활은 기독교인들이 민주당을 비판하는 주요 레파토리였다.
하지만 트럼프는 그의 모든 사생활 추문에도 불구하고, 다른 공화당 후보들의 사생활 추문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독교인들의 지지를 받고있는 상황이다.
목사들이 트럼프를 옹호하는 레퍼토리는, "완벽하지 않고 결점이 있는 사람이 하나님의 일을 하는 것"이라는 논리와 그의 추문의 상당수는 기독교를 영접하기 전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이 주장에 따르면, 트럼프는 대통령 기간동안 마이크 펜스를 비롯한 주변 기독교인들의 영향으로 "진심으로 기독교인이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책을 쓴 배경으로 본인이 경험한 일을 이야기한다.
정치 저널리스트로서 트럼프를 비판하는 글을 썼던 저자는, 어느날 아버지의 부고소식을 받고 장례를 위해 본가로 돌아가게 된다.
저자의 아버지는 남부지역에서 교회를 개척해서 담임목사로 평생 사역하다가 은퇴하시고 후임목사에게 자리를 물려준 이후 그 지역에서 살아가시다가 돌아가셨다.
저자는 그 교회에서 어린시절을 보냈고, 그 교회의 많은 성도들과 함께한 추억이 있었다.
그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자신과 함께했던 성도들이, 트럼프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바로 그 자리에서 자신을 비난하는걸 경험하며 저자는 충격에 휩싸인다.
내가 어린시절부터 알아왔고, 지금도 성실하게 지역사회를 섬기는 일에 열심인 이 사람들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것인가?
3. 먼저 이 책에서 얘기하는 가장 주된 대상자는 "복음주의자"이다.
과거에 이 복음주의자들은 자유주의 신앙에 맞서서 "오직 복음"만을 강조하는 보수적이고 성경중심적인 기독교인을 가르키는 말이었는데, 트럼프 이후로 복음주의자들이 정치 전면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한국의 "꼴통 보수"에 가까운 면모로 이미지가 변하게 되었다.
현재 한국의 이미지에서 대입할 수 있는것은, 전광훈과 그 지지자들정도의 느낌이 아닐까 싶다.
4. 책에서 이야기하기로, 미국내에서 낙태문제는 생명윤리적 관점에서 복음주의자들의 오랜 숙원과 같은 문제였다.
그렇기에 로대웨이드 판결을 무력화한 대법원장 임명과 관련해서, 2016년의 트럼프 당선은 굉장히 의미가 있는 사건이었다.
2016년에 미국내 복음주의자들은 대법원장 3명을 임명할 수 있는 시기를 굉장히 중요하게 봤고, 낙태문제때문에 트럼프를 "어쩔 수 없이 지지하는" 비율이 유의미하게 있었다고 본다.
그리고 트럼프는 임기동안 3명의 대법관을 임명했고, 실제로 대법원의 로대웨이드 판결은 무력화되었다. 그리고 각 주마다 저마다의 기준으로 낙태문제를 판결하게 되었다.
이건 복음주의자들이 판단하기에, 트럼프의 성과이고 트럼프를 지지해야할 하나의 이유가 된다.
(저자는 여기서, 로대웨이드 판결 무력화의 아이러니함을 지적한다. 각 주별로 다르게 판단하게 되었기에, 어떤 주는 낙태를 완전금지하고, 어떤 주는 낙태를 완전히 자유화하였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미국내 전체 낙태숫자는 과거보다 더 늘어난 현실을 지적한다. )
저자의 인터뷰를 종합하면 미국내의 복음주의자들이 트럼프를 "진심으로 지지하는" 트리거가 된 사건들이 몇개가 있다.
첫번째는 코로나 시기의 교회예배 금지이다. 코로나 유행시기에 주지사들이 교회예배금지를 시킨적이 있었는데, 이런 일련의 명령들을 복음주의자들은 "교회와 기독교를 향한 공격"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트럼프는 지속적으로 교회 예배당도 필수시설로 지정해서 자유롭게 모일 수 있어야한다는 메세지를 냈었다)
이 시기에 교회예배 금지 명령을 대놓고 거부하는 목사들 / 마스크 착용에 항의하는 목사들은 본인들의 행보를 유튜브같은 매체를 통해 널리 알렸고, 많은 기독교인들은 그런 목사들 곁으로 몰려갔다.
예배금지에 찬성한 목사들은 성도수가 절반이하로 줄어들게 되었고, 명령에 거부하며 소위 신앙을 지킨 목사들은 교회의 성도가 늘어나고 헌금이 늘어나는것을 실시간으로 경험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민주당 세력에 반대하는 정치목사들의 영향력이 과거보다 훨씬 커지게 되었다.
두번째는 의외로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다. 미국의 복음주의자들 중에는 이 사건이 조작되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이있다.
(책에는 이 사건에 대한 해설이 구체적으로 나오지는 않는데, 추측하기로는 조지플로이드 사건이 조작되었고 그로인해 2020년 대선에 영향을 끼쳤다고 믿는게 아닌가 싶었다.
이 사건에 대한 해설이 적은것과는 별개로, 몇몇 사람들의 인터뷰에서 조지 플로이드 사건은 중요한 사건으로 언급되고 있었다)
이런 사건들로 인하여서 복음주의자들은 소위 "포위되었다" 혹은 "공격당하고 있다" 라는 인식이 심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상황속에서, "전투적으로 맞서 싸워야 한다"라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고 그 "맞서 싸울 투사"의 역할을 할 사람이 트럼프가 된 것이다.
과거 기독교 정치인의 상징은, 트럼프의 정치 파트너였던 마이크 펜스였다.
I am a Christian, a conservative and a Republican. In that order. - 나는 공화당원이기 이전에 보수주의자이며, 보수주의자이기 이전에 기독교인이다. 이 말은 펜스가 스스로를 소개할때 항상 내세웠던 말이라고 한다.
펜스는 기독교인이라는것을 정치인생 내내 가장 강조했었고, 그래서 미국 내 기독교인들에게 있어서는 기독교 정치인으로서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하지만 21년 1월 6일, 트럼프가 대선결과를 인정하지 말라는 지시를 거부하며 국회의사당 점거시위가 벌어졌고.. 트럼프-펜스와 연합하였던 미국 내 복음주의자들은 펜스를 손절하고 본인들의 "기독교인 정치인의 대표"로 트럼프를 내세우게 된다.
사생활이나 인품면에서 펜스는 트럼프와 비교할바가 아니었음에도, "트럼프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복음주의자들에게 손절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트럼프는 단순한 정치인이 아니라, 복음주의자들의 구세주이자, 기독교를 공격하고 포위한 세력들로부터 "승리"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정치적 메시아로서 자리잡아버린 것이다.
5. 책은 그렇게, 트럼프 지지 집회를 이끄는 다양한 정치목사들의 약력과, 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이런 흐름이 어떤식으로 이루어졌는지를 조명하고 있다. 그리고 모든 복음주의자들이 트럼프주의자는 아니라는 일말의 희망섞인 상황을 소개하면서 마무리된다.
책을 읽으면서, 현재 미국에서 일어나는 트럼프의 지지는 단순하게 투표에서 지는걸로 해소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트럼프는 물론 영악한 인물이고, 이런 미국 내에서 복음주의자들이 바라는 욕망과 두려움을 정확하게 짚어낸 인물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정치의 문제를 "문화전쟁"의 영역으로 만들어냈고, "선과 악의 대결"로 만들어냈다.
그래서 트럼프의 지지자들은 진심으로 두려워하고, 진심으로 사악한 음모가 존재한다고 믿는다.
개인적으로 이런 미국의 상황은, 크게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투표싸움이지만, 좀더 근본적인 영역에 있어서는 PC로 대표되는 민주당의 소수자 우대정책이 기존질서와 충돌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기득권 싸움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그리고 이런 미국 내 현상은 한국의 기독교계에도 분명히 영향을 주었을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당장 얼마전 있었던 서울광장 연합예배만 하더라도, 한국의 기독교인들이 현 세대의 문화전쟁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하나의 증거일 것이다.
그나마 이번 연합예배는 최대한 정치색을 빼자는 주의로 진행되었다지만, 한국의 기독교도 미국처럼 "문화전쟁"이라는 명목으로 정치와 야합할 위험성이 충분히 존재한다는 하나의 예시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6. 사실 이 책은 모든 이들에게 추천할만한 책은 아니다.
하지만 기독교와 보수정치가 연합되는 흐름을 알고싶다는 사람에게는 굉장히 추천하는 책이다.
미국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 기독교를 이해하는것이 반드시 필요한만큼, 현재 미국의 가장 첨예한 갈등을 이해하기 위해서 이 책을 읽어보는것도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P.S. 이 책의 제목은 <나라, 권력, 영광>은 주기도문의 "대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에서 가져온 제목이다. 개인적으로는 원래대로 나라/권세/영광이라는 단어가 더 직관적이지 않았을까 싶긴 하다.
좀 더 글을 잘 정리하고 싶었는데, 일단 미국 대선이 시작되기 전에 어떻게든 후기를 남기고 싶다는 일념으로..
책을 서둘러서 읽고, 서둘러서 후기를 남겨봅니다.
워낙 현재의 정치를 다룬 책이라서, 대선 이후의 시점이 되면 또 낡은 관점으로 변하지 않을까 싶네요.
이번 미국대선은, 여러모로 미국에게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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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올해 9월쯤에, 미국에 사는 선배와 한국에서 만날 일이 있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08년도 쯤부터 미국에서 살기시작하고, 미국에서 영주권을 가지고 취업해서 미국에서 계속 살아가는 그는, 최근 이런 얘기를 하였다.
"지금까지 계속 민주당을 지지했었는데, 이제 생각이 바뀌고 있다"
"성 소수자와 그냥 잘 지내는데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10년이 지나고 보니 뭔가 이상하다"
"같은 회사에도 성 소수자들이 부하직원으로 입사했는데, 업무상이든 다른 문제든간에 그들에게 지적을 할 수 없다"
"기존의 장애인이나 이런 소수자문제와는 다르게, 성소수자들은 법을 통해 힘을 가지고 그 힘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활용하고 있다"
그 선배는 굉장히 사교적인 성격이고, 사람들과 어울리는걸 참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선배가 10년이 넘게 지난 이후에, 성소수자문제에 극도로 보수적으로 변하는걸 보면서 현재 미국 공화당의 지지층에는 선배같은 사람들도 많이 포함되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2. 팀 앨버타의 <나라, 권력, 영광>이라는 책은 현재 미국 복음주의자들의 이야기를 담고있는 책이다.
번역자가 책 후기에 적은것처럼, 사실 정치서적이라기엔 너무나 종교적인 얘기를 담고있고, 종교서적이라기엔 너무나 정치적인 얘기들을 담고있다.
그래서 사실 이런 미국 보수주의 기독교에 대한 관심이 없다면, 그렇게 흥미롭거나 새로운 책은 아니긴 하다.
하지만 이 책은, 현재 미국의 유권자들이 "왜 트럼프를 선택하는가?"라는 지점에서 하나의 통찰을 전해주는 책이다.
다들 잘 알다시피, 바다 건너 우리가 보기에 트럼프는 너무나 이상하고 위험한 정치인이다.
도덕적인면에서도 물론이거니와, 정치인으로서의 행보, 전임 대통령으로서의 행보도 사실 객관적으로 잘했다는 평가를 주기 힘들것이다.
하지만 현재 트럼프는 모두가 알다시피, 해리스와 비등비등한 지지세를 유지하고 있다.
보통 기존의 기독교내에서 가장 유효한 상대방에 대한 비판점은, 후보의 도덕적인 면모였다.
과거 미국의 기독교인들이 싫어했던 미국의 대통령은 빌 클린턴이었고, 그의 사생활은 기독교인들이 민주당을 비판하는 주요 레파토리였다.
하지만 트럼프는 그의 모든 사생활 추문에도 불구하고, 다른 공화당 후보들의 사생활 추문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독교인들의 지지를 받고있는 상황이다.
목사들이 트럼프를 옹호하는 레퍼토리는, "완벽하지 않고 결점이 있는 사람이 하나님의 일을 하는 것"이라는 논리와 그의 추문의 상당수는 기독교를 영접하기 전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이 주장에 따르면, 트럼프는 대통령 기간동안 마이크 펜스를 비롯한 주변 기독교인들의 영향으로 "진심으로 기독교인이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책을 쓴 배경으로 본인이 경험한 일을 이야기한다.
정치 저널리스트로서 트럼프를 비판하는 글을 썼던 저자는, 어느날 아버지의 부고소식을 받고 장례를 위해 본가로 돌아가게 된다.
저자의 아버지는 남부지역에서 교회를 개척해서 담임목사로 평생 사역하다가 은퇴하시고 후임목사에게 자리를 물려준 이후 그 지역에서 살아가시다가 돌아가셨다.
저자는 그 교회에서 어린시절을 보냈고, 그 교회의 많은 성도들과 함께한 추억이 있었다.
그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자신과 함께했던 성도들이, 트럼프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바로 그 자리에서 자신을 비난하는걸 경험하며 저자는 충격에 휩싸인다.
내가 어린시절부터 알아왔고, 지금도 성실하게 지역사회를 섬기는 일에 열심인 이 사람들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것인가?
3. 먼저 이 책에서 얘기하는 가장 주된 대상자는 "복음주의자"이다.
과거에 이 복음주의자들은 자유주의 신앙에 맞서서 "오직 복음"만을 강조하는 보수적이고 성경중심적인 기독교인을 가르키는 말이었는데, 트럼프 이후로 복음주의자들이 정치 전면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한국의 "꼴통 보수"에 가까운 면모로 이미지가 변하게 되었다.
현재 한국의 이미지에서 대입할 수 있는것은, 전광훈과 그 지지자들정도의 느낌이 아닐까 싶다.
4. 책에서 이야기하기로, 미국내에서 낙태문제는 생명윤리적 관점에서 복음주의자들의 오랜 숙원과 같은 문제였다.
그렇기에 로대웨이드 판결을 무력화한 대법원장 임명과 관련해서, 2016년의 트럼프 당선은 굉장히 의미가 있는 사건이었다.
2016년에 미국내 복음주의자들은 대법원장 3명을 임명할 수 있는 시기를 굉장히 중요하게 봤고, 낙태문제때문에 트럼프를 "어쩔 수 없이 지지하는" 비율이 유의미하게 있었다고 본다.
그리고 트럼프는 임기동안 3명의 대법관을 임명했고, 실제로 대법원의 로대웨이드 판결은 무력화되었다. 그리고 각 주마다 저마다의 기준으로 낙태문제를 판결하게 되었다.
이건 복음주의자들이 판단하기에, 트럼프의 성과이고 트럼프를 지지해야할 하나의 이유가 된다.
(저자는 여기서, 로대웨이드 판결 무력화의 아이러니함을 지적한다. 각 주별로 다르게 판단하게 되었기에, 어떤 주는 낙태를 완전금지하고, 어떤 주는 낙태를 완전히 자유화하였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미국내 전체 낙태숫자는 과거보다 더 늘어난 현실을 지적한다. )
저자의 인터뷰를 종합하면 미국내의 복음주의자들이 트럼프를 "진심으로 지지하는" 트리거가 된 사건들이 몇개가 있다.
첫번째는 코로나 시기의 교회예배 금지이다. 코로나 유행시기에 주지사들이 교회예배금지를 시킨적이 있었는데, 이런 일련의 명령들을 복음주의자들은 "교회와 기독교를 향한 공격"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트럼프는 지속적으로 교회 예배당도 필수시설로 지정해서 자유롭게 모일 수 있어야한다는 메세지를 냈었다)
이 시기에 교회예배 금지 명령을 대놓고 거부하는 목사들 / 마스크 착용에 항의하는 목사들은 본인들의 행보를 유튜브같은 매체를 통해 널리 알렸고, 많은 기독교인들은 그런 목사들 곁으로 몰려갔다.
예배금지에 찬성한 목사들은 성도수가 절반이하로 줄어들게 되었고, 명령에 거부하며 소위 신앙을 지킨 목사들은 교회의 성도가 늘어나고 헌금이 늘어나는것을 실시간으로 경험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민주당 세력에 반대하는 정치목사들의 영향력이 과거보다 훨씬 커지게 되었다.
두번째는 의외로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다. 미국의 복음주의자들 중에는 이 사건이 조작되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이있다.
(책에는 이 사건에 대한 해설이 구체적으로 나오지는 않는데, 추측하기로는 조지플로이드 사건이 조작되었고 그로인해 2020년 대선에 영향을 끼쳤다고 믿는게 아닌가 싶었다.
이 사건에 대한 해설이 적은것과는 별개로, 몇몇 사람들의 인터뷰에서 조지 플로이드 사건은 중요한 사건으로 언급되고 있었다)
이런 사건들로 인하여서 복음주의자들은 소위 "포위되었다" 혹은 "공격당하고 있다" 라는 인식이 심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상황속에서, "전투적으로 맞서 싸워야 한다"라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고 그 "맞서 싸울 투사"의 역할을 할 사람이 트럼프가 된 것이다.
과거 기독교 정치인의 상징은, 트럼프의 정치 파트너였던 마이크 펜스였다.
I am a Christian, a conservative and a Republican. In that order. - 나는 공화당원이기 이전에 보수주의자이며, 보수주의자이기 이전에 기독교인이다. 이 말은 펜스가 스스로를 소개할때 항상 내세웠던 말이라고 한다.
펜스는 기독교인이라는것을 정치인생 내내 가장 강조했었고, 그래서 미국 내 기독교인들에게 있어서는 기독교 정치인으로서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하지만 21년 1월 6일, 트럼프가 대선결과를 인정하지 말라는 지시를 거부하며 국회의사당 점거시위가 벌어졌고.. 트럼프-펜스와 연합하였던 미국 내 복음주의자들은 펜스를 손절하고 본인들의 "기독교인 정치인의 대표"로 트럼프를 내세우게 된다.
사생활이나 인품면에서 펜스는 트럼프와 비교할바가 아니었음에도, "트럼프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복음주의자들에게 손절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트럼프는 단순한 정치인이 아니라, 복음주의자들의 구세주이자, 기독교를 공격하고 포위한 세력들로부터 "승리"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정치적 메시아로서 자리잡아버린 것이다.
5. 책은 그렇게, 트럼프 지지 집회를 이끄는 다양한 정치목사들의 약력과, 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이런 흐름이 어떤식으로 이루어졌는지를 조명하고 있다. 그리고 모든 복음주의자들이 트럼프주의자는 아니라는 일말의 희망섞인 상황을 소개하면서 마무리된다.
책을 읽으면서, 현재 미국에서 일어나는 트럼프의 지지는 단순하게 투표에서 지는걸로 해소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트럼프는 물론 영악한 인물이고, 이런 미국 내에서 복음주의자들이 바라는 욕망과 두려움을 정확하게 짚어낸 인물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정치의 문제를 "문화전쟁"의 영역으로 만들어냈고, "선과 악의 대결"로 만들어냈다.
그래서 트럼프의 지지자들은 진심으로 두려워하고, 진심으로 사악한 음모가 존재한다고 믿는다.
개인적으로 이런 미국의 상황은, 크게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투표싸움이지만, 좀더 근본적인 영역에 있어서는 PC로 대표되는 민주당의 소수자 우대정책이 기존질서와 충돌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기득권 싸움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그리고 이런 미국 내 현상은 한국의 기독교계에도 분명히 영향을 주었을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당장 얼마전 있었던 서울광장 연합예배만 하더라도, 한국의 기독교인들이 현 세대의 문화전쟁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하나의 증거일 것이다.
그나마 이번 연합예배는 최대한 정치색을 빼자는 주의로 진행되었다지만, 한국의 기독교도 미국처럼 "문화전쟁"이라는 명목으로 정치와 야합할 위험성이 충분히 존재한다는 하나의 예시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6. 사실 이 책은 모든 이들에게 추천할만한 책은 아니다.
하지만 기독교와 보수정치가 연합되는 흐름을 알고싶다는 사람에게는 굉장히 추천하는 책이다.
미국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 기독교를 이해하는것이 반드시 필요한만큼, 현재 미국의 가장 첨예한 갈등을 이해하기 위해서 이 책을 읽어보는것도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P.S. 이 책의 제목은 <나라, 권력, 영광>은 주기도문의 "대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에서 가져온 제목이다. 개인적으로는 원래대로 나라/권세/영광이라는 단어가 더 직관적이지 않았을까 싶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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