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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45. 높이날 료(翏)에서 파생된 한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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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73 회 작성일 24-10-29 18:3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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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법칙 려(呂)에서 파생된 한자들 중 동일 료(繚)는 여러 다른 한자들과 동원어일 것으로 추측되는데, 그 중 휠 규(樛)·묶을 규(摎)·그르칠 류(謬)가 있다. 이 한자들은 모두 같은 구성 요소가 성부로 작용하는데, 바로 높이날 료(翏)다.

翏는 금문에서부터 발견되며, 《설문해자》에서는 "높이 나는 것이다. 깃 우(羽)와 숱많고검을 진(㐱)의 뜻을 따른다."라고 풀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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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翏의 금문 1, 2, 전국시대 진(晉)나라 문자, 전국시대 초나라 문자 1, 2, 3, 소전. 출처: 小學堂.

그러나 금문의 翏에서는 석 삼(彡)이 발견되지 않아서 㐱이 아닌 사람 인(人)만으로 쓰는 글자들도 있다. 전국시대 문자에서는 人이 두 이(二)로 변형되기도 한다. 이를 반영해, 후세에는 여러 가지 다른 설들이 나왔다.

羽에서 뜻을, 쌀 포(勹)에서 소리를 가져온 형성자다. (왕온지, 학사굉, 리쉐친 등)

빗자루를 나타내는 살별 혜(彗)의 뜻과 사람 인(人)의 뜻을 가져온 회의자다. (계욱승 등)

양 손으로 비 추(帚) 형태의 새끼줄을 비틀어 꼬는 모습을 본뜬 상형자다. (야오쉬안(姚萱), 포지도 등)

이를 살펴보면 翏의 윗부분과 아랫부분 각각에 논쟁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위쪽 부분의 논쟁은 새의 깃털인 羽냐 빗자루 모양인 彗·帚가 된다. 전통적으로 저 위 모양은 羽로 해석이 되어 왔으나, 현대에 와서는 빗자루 모양이라는 설도 유력하게 부상하고 있기에 翏 역시 그 영향을 받은 것이다. 아래쪽은 좀 더 다양하게 논의되고 있어서 정설이 나오기에는 아직 혼란스러워 보인다.

여기에서는 뒤틀다, 꼬다 등의 뜻이 "얽다", "말다", "구부리다" 등을 뜻하는 원시 티베트버마어파의 *s-kiː(l/r)와도 연관이 있기 때문에, 새끼줄을 비틀어 꼬는 것을 자원으로 보겠다. 이 설에서도 帚가 소리를 나타내는 형성자로 보기도 하는데 거기까지 파고들지는 않겠다.


翏는 금문에서는 인명, 성씨, 또는 아름다운 청동을 가리키는 의미로 썼는데 이는 질 좋은 금을 뜻하는 금 류(鏐)를 가차한 것이다. 《장자》에서는 멀리서 오는 바람 소리를 요료(翏翏)로 표현하기도 했다. 《설문해자》의 풀이는 이 "요료"라는 단어에서 착안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의미는 바람 소리를 형용하는 요료(飂飂)에서 쓰이는 바람소리 료(飂)로 계승된 것 같다.


높이날 료(翏, 급수 외 한자)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다음과 같다.

翏+人(사람 인)=僇(욕할 륙): 어문회 특급

翏+力(힘 력)=勠(힘합할 륙): 인명용 한자

翏+口(입 구)=嘐(깨물 교|클 효): 어문회 특급

翏+宀(집 면)=寥(쓸쓸할 료): 요료(寥寥: 고요하고 쓸쓸함), 한료(閑寥: 한가하고 적적함) 등. 어문회 1급

翏+广(집 엄)=廖(공허할 료): 요평(廖平: 청나라·중화민국의 학자), 적료(寂廖: 고요하고 쓸쓸함) 등. 어문회 준특급

翏+手(손 수)=摎(묶을 규): 규결(摎結: 뭉쳐 덩어리짐) 등. 급수 외 한자

翏+木(나무 목)=樛(휠 규): 어문회 특급

翏+戈(창 과)=戮(죽일 륙): 육시(戮屍), 도륙(屠戮) 등. 어문회 1급

翏+玉(구슬 옥)=璆(옥경쇠 구): 어문회 특급

翏+疒(병들어기댈 녁)=瘳(나을 추): 창이미추(創痍未瘳: 전란에서 아직 회복하지 못함) 등. 급수 외 한자

翏+禾(벼 화)=穋(올벼 륙): 어문회 특급

翏+糸(가는실 멱)=繆(얽을 무|어그러질 류): 무전(繆篆: 인각에 쓴 서체의 일종), 규류(糾繆: 잘못을 바로잡음) 등. 어문회 준특급

翏+肉(고기 육)=膠(아교 교): 교착(膠着), 아교(阿膠) 등. 어문회 2급

翏+艸(풀 초)=蓼(여뀌 료): 요화(蓼花), 수료(水蓼: 여뀌) 등. 어문회 준특급

翏+言(말씀 언)=謬(그르칠 류): 유습(謬習: 잘못된 버릇), 오류(誤謬) 등. 어문회 2급

翏+酉(닭 유)=醪(막걸리 료): 백료(白醪: 술 이름), 탁료(濁醪: 막걸리) 등. 급수 외 한자

翏+金(쇠 금)=鏐(금 류): 규석(鏐石: 귀금속의 순도를 재는 데 쓰는 암석), 전유(錢鏐: 중국 오월의 창건자) 등. 급수 외 한자

翏+風(바람 풍)=飂(바람소리 료|높이부는바람 류): 인명용 한자

翏+骨(뼈 골)=髎(엉덩이뼈 료): 동자료(童子髎: 혈 이름) 등. 급수 외 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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翏에서 파생된 한자들.


위에서도 말했듯, 翏는 원시중국티베트어의 "얽다", "말다", "구부리다"를 뜻하는 *s-kiː(l/r)와 연관되는 것으로 추측된다. 翏의 파생자 중 이 의미에서 유래한 한자들을 살펴보자.

摎(묶을 규)는 手(손 수)가 뜻을 나타내고 翏가 소리를 나타내며, 翏의 뜻을 가져와 손으로 구부려 묶는 것을 뜻한다.

樛(휠 규)는 木(나무 목)이 뜻을 나타내고 翏가 소리를 나타내며, 翏의 뜻을 가져와 나무를 구부려 휘게 하는 것을 뜻한다.

瘳(나을 추)는 疒(병들어기댈 녁)이 뜻을 나타내고 翏가 소리를 나타내며, 翏의 뜻을 가져와 병을 휘고 구부려 낫게 하는 것을 뜻한다.

繆(얽을 무|어그러질 무)는 糸(가는실 멱)이 뜻을 나타내고 翏가 소리를 나타내며, 翏의 뜻을 가져와 실을 얽는 것을 뜻한다.

膠(아교 교)는 肉(고기 육)이 뜻을 나타내고 翏가 소리를 나타내며, 翏의 뜻을 가져와 얽은 것을 붙이는 동물성 재료, 즉 아교를 뜻한다.

謬(그르칠 류)는 言(말씀 언)이 뜻을 나타내고 翏가 소리를 나타내며, 翏의 뜻을 가져와 말로써 참된 것을 구부려 거짓되게 하는 것, 즉 그르치는 것을 뜻한다.

醪(막걸리 료)는 酉(닭 유)가 뜻을 나타내고 翏가 소리를 나타내며, 翏의 뜻을 가져와 휘저어 흔들어야 하는 찌기가 섞인 술, 곧 막걸리를 뜻한다.

이렇게 묶이는 한자들은 초성이 "리을"인 것이 거의 없으며, 그나마도 謬는 원음이 "무"(←뮤)인 것이 한국에서 속음으로 와전된 것이다. 원음대로라면 오류도 오류가 아니라 "오무"로 읽는 것이 옳다. 醪를 이쪽에 포함하긴 했지만 다른 한자들과는 음이 다르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寥(쓸쓸할 료)와 廖(공허할 료)는 의미가 서로 비슷하고, 정도가 심하다는 의미로는 遼(멀 료)와도 관계가 있어 보인다. 翏가 바람 소리로 가차되어 쓰이기도 했는데 바람은 빈 것이기 때문에 이에서 파생되었다고 할 수도 있겠다.

寥(쓸쓸할 료)는 宀(집 면)이 뜻을 나타내고 翏가 소리를 나타내며, 翏의 가차된 뜻인 바람소리를 가져와 바람이 불듯 집이 쓸쓸한 것을 뜻한다. 

廖(공허할 료)는 广(집 엄)이 뜻을 나타내고 翏가 소리를 나타내며, 翏의 가차된 뜻인 바람소리를 가져와 바람이 불듯 집이 공허한 것을 뜻한다.

飂(바람소리 료|높이부는바람 류)는 風(바람 풍)이 뜻을 나타내고 翏가 소리를 나타내며, 翏의 가차된 뜻인 바람소리를 가져와 바람소리를 뜻한다.

髎(엉덩이뼈 료)는 骨(뼈 골)이 뜻을 나타내고 翏가 소리를 나타내며, 翏의 가차된 뜻인 바람소리를 가져와 바람이 불듯 빈 엉덩이뼈의 혈자리를 뜻한다.


올벼를 뜻하는 한자 穋(올벼 륙)은 성부를 뭍 륙(坴)으로 바꿔서 稑으로도 쓸 수 있기 때문에 순수한 형성자로 보인다.


僇(욕할 륙)과 戮(죽일 륙)은 중국어의 친척 언어인 음루(mru)어에서 부끄러움을 뜻하는 ruk이나, 마찬가지로 살륙을 뜻하는 劉(죽일 류)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한편 매다를 뜻하는 한자들 중에는 특별히 목을 매어 죽이는 행위를 가리키는 데 자주 쓰이는 絞(목맬 교)가 있고, 摎도 교살의 의미가 있다. 어쩌면 목을 매어 죽이는 데에서 "죽이다"라는 뜻이 파생되었을 지도 모르겠다. 이를 의미 파생의 관계로 나타내 보자.

僇(욕할 륙)은 人(사람 인)이 뜻을 나타내고 翏가 소리를 나타내며, 摎의 뜻을 가져와 사람을 목 매어 죽이듯 욕보이는 것을 뜻한다.

戮(죽일 륙)은 戈(창 과)가 뜻을 나타내고 翏가 소리를 나타내며, 摎의 뜻을 가져와 사람을 목 매어 죽이듯 창으로 죽이는 것을 뜻한다.


尞·交와 마찬가지로 翏에서도 예쁨과 관련 있는 한자들이 파생되었다. 翏가 鏐의 의미로 쓰인 적이 있으므로 鏐를 기준으로 풀이해보자.

璆(옥경쇠 구)는 玉(구슬 옥)이 뜻을 나타내고 翏가 소리를 나타내며, 鏐의 뜻을 가져와 질 좋은 옥, 곧 아름다운 옥을 뜻한다.


이상의 관계를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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翏에서 파생된 한자들의 의미 관계도.


醪(막걸리 료)는 발효해서 만든 하얀 액체, 곧 흰 술을 가리키는데, 중국어와 친척 관계에 있는 티베트어에서 엉긴 젖을 뜻하는 단어나 징포어에서 증류주를 뜻하는 단어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繆는 어문회 시험에서는 얽을 무, 어그러질 류로 쓰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훈음이 다양한데, 翏가 들어가는 여러 가지 형성자와 통용할 수 있다. "삼열단 무", "어그러질 류(원음은 무, 謬와 통자)", "성 무"(이상 셋은 중국어로는 성조가 다 다름), "얽을 규"(摎의 통자), "화목할 목"(穆의 통자), "동일 료"(繚의 통자), "힘합할 륙"(勠의 통자) 등이 있다.

이 중 穆과 謬와 모두 통한다는 것은 골칫거리 하나를 유발하는데, 바로 이 한자를 고대 동아시아에서 죽은 사람을 기리기 위해 짓는 이름인 시호에 썼을 때다. 穆은 심성이 어진 것을 찬양하는 상급 시호고, 謬는 그릇될 류라는 훈음이 보여주듯 명성과 실제가 어긋남을 꾸짖는 하급 시호이다. 이렇게 상반된 의미를 繆 하나로 나타낼 수 있기 때문에 繆을/를 시호에 쓴 사람은 이것을 "목"으로 쓴 것인지 "유"로 쓴 것인지에 따라 시호의 평가가 정반대로 바뀐다.

이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예는 춘추 시대 진(秦)나라를 크게 일으킨 군주인 진 목공이다. 그 업적 때문에 목으로 읽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죽으면서 많은 사람들을 순장했기 때문에 이 순장 사건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유로 읽어야 한다고 하기도 한다. 이와 비슷하게 삼국지의 관우도 시호인 壯繆을/를 장목으로 읽어야 하냐 장유로 읽어야 하냐 논쟁이 있는데, 훗날 관우의 시호를 화려하게 고칠 때에도 壯繆을/를 유지한 예가 많은 것을 보면 적어도 후세에는 이를 장목으로 받아들인 것이 분명하다.

요약

翏(높이날 료)의 자원에는 羽의 뜻과 勹의 소리를 합한 형성자, 彗와 人의 뜻을 합한 회의자, 새끼를 얽는 모습을 본뜬 상형자 세 가지 설이 있다.

翏에서 僇(욕할 륙)·勠(힘합할 륙)·嘐(깨물 교|클 효)·寥(쓸쓸할 료)·廖(공허할 료)·摎(묶을 규)·樛(휠 규)·戮(죽일 륙)·璆(옥경쇠 구)·瘳(나을 추)·穋(올벼 륙)·繆(얽을 무|어그러질 류)·膠(아교 교)·蓼(여뀌 료)·謬(그르칠 류)·醪(막걸리 료)·鏐(금 류)·飂(바람소리 료|높이부는바람 류)·髎(엉덩이뼈 료)가 파생되었다.

翏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얽다, 말다, 구부리다, 또는 가차된 의미인 바람소리, 또는 摎에서 파생된 죽이다, 또는 鏐에서 파생된 예쁘다의 뜻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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