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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양갱, 지독하게 이기적인 이별, 그래서 그 맛은 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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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642 회 작성일 24-03-09 02:0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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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밤양갱-황정민 버전을 보게되어 원곡을 들어보았습니다

작은북으로 시작하는 노래
명랑한 멜로디
적당히 빰빠밤빠빠 하는 신디음
리듬감 있는 피아노 익숙한듯한 관악
과하지 않은 하이라이트 파트

오랜만에 취향에 맞는 노래였고 이게 레트로구나 하면서 반복재생으로 들었습니다
그러다 가사가 귀에 들어오니 익숙한 어색함이 느껴졌습니다

분명히 노래를 관통하는 감정은 예전 사랑노래이고
노래의 장면은 이별하는 순간, 떠나는 길에 네가 말한 순간이니
세기말 세기초에 물리게 들어본 노래일텐데 왜 어색할까

화자는 말합니다
떠나는 순간 네 말을 듣고 미안해라고 할 수 밖에 없고 바라는건 밤양갱 뿐이었는데
이런 이야기를 밝은 멜로디로 담담하게 말하죠

그런데 좀 이상합니다

떠나는 사람은 화자에게
너는 바라는게 너무 많아 잠깐만 안보면 머리에 불난듯 화내잖아 라고 이유를 설명하고
화자는 그 말에 눈물도 멈추고 말도 못하고 미안해라고 하면서 이별을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생각하죠 바라는게 많은게 아니라 밤양갱을 바랬는데 그것 뿐이었는데 라구요

그러면서 노래에서 유일하게 감정적으로 흔들리며 말하죠

상다리가 부러지고 둘이서 먹다 하나가 쓰러져버려도

그런데 말을 맺지를 못합니다 다른 말은 다 끝을 맺었는데 말이죠
아마도 할말이 없었을겁니다 떠나는 사람이랑 상다리가 부러지게 둘이서 먹다 하나가 쓰러졌는데도 밤양갱이 필요했다고 말하는거잖아요

얼마나 이기적인 이별인가요
상다리가 부러져도 밤양갱이 없어서 바라는게 많았고 그게 힘들어서 떠난 사람이 마치 폭언이라도 한 양 헤어져주는 이별

책임도 너라는 사람을 몰랐던 나가 아니라
나라는 사람을 몰랐던 너에게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봐도 화자는 밤양갱을 먹어본 일이 없는거 같습니다
먹어본걸 바라는게 아니라 먹어보지 못한걸 핑계대듯 꺼낸듯 합니다 그래서 바라고 있는거구요

옛날에는 흔하게 먹었고 지금도 찾아보면 먹을 수 있는 밤양갱
옛날에는 흔하게 노래했고 지금도 가능할거 같은 진짜 사랑

너랑 즐겁게 지냈지만 진짜 사랑을 바라는 나를 알고 진짜사랑 밤양갱을 줬으면 머리에 불이 나지 않았을텐데라고 말하는 이기심

듣기 좋은 음악, 익숙한 이별상황, 낯선 감정이 조화된 이 노래는 아마도 오래오래 플레이리스트에 들어있을듯 합니다

그래서 밤양갱은 먹어보셨나요?
추천107 비추천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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