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허 이태준 전집 1~4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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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 2024. 1. 20
이태준의 문학 중 가장 빼어난 작품들은 단연 단편소설이다.
대부분은 근대화와 식민지 현실에서 자본과 권력으로 인해 방황하는 인간상을 그리는 동시에,
그들의 순박한 성품과 연민을 담아낸다.
「장마」, 「패강랭」, 「무연」 등 후기로 갈수록 무기력한 지식인의 자의식도 드러난다.
서정성과 예술성이 돋보이는 것도 장편소설과 구별되는 특징이다.1925년 『시대일보』에 발표한 「오몽냬(五夢女)」와
대표작인 「달밤」(1933)을 비롯한 55편의 단편을 한자리에 모았다.
상허가 월북 전에 출간한 3종의 단행본 『달밤』(1934),
『가마귀』(1937), 『돌다리』(1943)에 수록된 작품대로 나눠 구성하고,
이후 그밖의 작품을 발표 연도순으로 배열해, 작가 생전의 출간 의도를 존중하려 했다.
해방 전후
1933년 『신여성』에 발표한 「법은 그렇지만」,
월북 직전 1946년 8월 『문학』에 발표한 「해방 전후」 등
중편소설 5편, 희곡 2편, 시 9편, 아동문학 35편, 총 51편을 모았다.
중편과 희곡에서는 단편소설 속 인물상들이 확장 전개되면서 장편소설의 통속성과 대중성도 엿보인다.특히 「해방 전후」는 ‘한 작가의 수기’라는 부제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해방공간의 혼돈과 자기반성을 반영한 자전적 작품이다.
한편 그에게 시는 슬픔, 애도, 환희, 연대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글쓰기였다.
1929년 개벽사에 입사했던 상허는 『학생』 『어린이』 같은 잡지 편집에 관여하고 소년물을 발표하면서
1930년대에 어린이를 위한 많은 글을 남겼다.
구원의 여상, 화관
1930년대에는 잡지와 신문의 발간이 붐을 이루며 연재물이 많이 생겨났고
상허 역시 이 시기 가장 활발한 글쓰기를 하며 인기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구원의 여상」은 『신여성』(1931. 1-1932. 8)에 연재된 후
1937년 동명의 창작집에 수록되어 나온 상허의 첫 장편소설이다.여자전문학교 동창인 이인애와 김명도,
그리고 인애의 외삼촌 집 가정교사인 고학생 손영조 사이에서 벌어지는 삼각관계를 기본 구조로 한다.
「화관」은 『조선일보』(1937. 7. 29-12. 22)에 연재된 후
1938년 단행본으로 출간된 상허의 중기 장편이다.주인공 임동옥은 구시대적 결혼관을 거부하는 신여성으로,
개인보다는 민족과 사회를 위해 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박인철을 동경한다.
하지만 결국 자신도 한 남자를 위한 화관이 아닌 민중과 시대를 위한 화관을 쓰기로 결심하고 자아를 확립해 나간다.
두 작품 모두 표면적으로는 연애소설의 구조를 지니지만,
계몽성과 사회의식, 진취적 여성상 등을 동시에 담고 있다.
제이의 운명
『조선중앙일보』(1933. 8. 25 - 1934. 3. 23)에 연재된 후
1937년 단행본으로 출간된 상허의 첫 일간지 장편 연재소설이다.
대중성과 사회성을 모두 갖춘 작품으로, 남녀의 중첩된 삼각관계 속에서
연애, 돈, 계급, 교육, 농촌운동 같은 당대의 사회 문제들이 다양하게 다루어진다.연인 사이인 심천숙과 고학생 윤필재는 재력가 집안의 박순구가 천숙을 흠모하며 갈등이 생기고,
실연 뒤 여학교 교사가 된 필재는 동료 교사 남마리아와 서로 호감을 나누지만
강수환의 모함으로 학교를 그만두게 된다.
이후 강원도 용담으로 배경이 바뀌면서 필재와 마리아가 재정난에 빠진 관동의숙을 재건하는 상황이 이어지는데,
이는 일제의 수탈에 대항하는 1930년대 농촌계몽운동의 실상을 반영한 것이다.남성들은 다소 우유부단하거나 세속적으로 보이는 반면
여성들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하는 과감한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는 점에서 돋보이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