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평]탑건매버릭,그리고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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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동갑 이상 차이나는데 잘 어울려서 영화보고 밥 같이 먹는 여자사람이 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백투 더 퓨쳐를 안 봤다지 뭡니까. 당장 OTT가 되는 놀이방에 가서 보여줬죠. 재미지게 봤어두 뭔가 감흥이 틀려보이는 건 어쩔 수 없더군요.
근래엔 넷플릭스에 올라온 고스트바스터즈 애프터라이프를 봤습니다. 프로톤 팩과 ECTO-1같은 기계류에 환장하는지라 그런 사물들과 메인빌런 고우저를 사용해 다시 이야기를 끌어가는 모습들이 너무 좋았죠.
왜 딴 얘기를 신나게 먼저 풀고 있는가는,
과거의 IP를 사용한다는 의미란게 참 독특하다는 걸 먼저 얘기해두고 싶어서죠.
과거의 IP란 건 일종의 정서입니다. 시대상, 당시상황, 그리고 무엇보다 그 순간의 감흥을 베이스로 깔고 갑니다. 제작진은 이 지점에서 모험을 해야 하죠. 과거의 감흥을 그대로 살리는데 주력할 것인가, 새로운 감흥을 창출하는데 주목할 것인가, 둘 다 최대한 섞어보는 건 어떤가.
손익분기점의 계산구조에서 마지막 항목은 항상 제외됩니다.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 리스크를 극복하면 스타트렉 시리즈 같은 것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런 방향이 탄생해주지는 않죠.
중요점은 기술력의 발전이 항상 정서를 재조립해주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탑건 매버릭은 이전 탑건을 완전히 다시 찍어보고 싶었던 어떤 욕망이 작용한듯 하고 그걸 그대로 옮기는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현재의 정서를 녹이는 데는 상당히 인색합니다. 탑건 최고성적 수료자라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구색을 맞추는 병풍 정도라고 해도 될 정도로 캐릭터 그 자체들이 밋밋합니다. 밀레니얼이 엉뚱한 엽기, 진지함에 대한 거부감이라는 키워드이기에 사실상 녹이기 정말 힘들었겠죠. 반쯤 얼빠진 애들을 그려야 하는데 파일럿이라는직업배경상 그건 말도 안되니까.
공대공의 박진감이 넘쳤던 전편이 공대지의 타이트로프 미션으로 바뀐 것도, 게임 에이스 컴뱃과 에이리어88을 연상케 하는 정도의 감흥에 그칩니다. 그나마 그 두 개를 모르면 감흥도도 낮을뿐더러, F-14 톰캣이 왜 날개를 펴고 접는 구조가 됐는지를 모르면 이륙장면도 와씨 저건 뭐 개사기네 싶은 장면일 겁니다. (아니 그보다 애초에 그게 왜 거기 있어......이란 모래사막에 파묻혀있던걸 가져왔나.....)
그 때에 문화적 정서는 찾아헤메고 찾아먹어야 하는 구조였습니다. 지금의 정서는 시시콜콜하게 떠다먹여주지 않으면 개연성없음 타령부터 하는 상황이 됐죠. 장단은 있다고 봅니다만, 그런 갭이 실질적으로 탑건에는 악영향을 미친 편이라 보입니다. 실체적으로는 톰 크루즈 꼰대와 밀레니얼 젊은 놈들이 서로 치고 받는 극이 좀 더 강화됐다면 가장 좋은 형태가 됐을 겁니다. 루스터가 그 선봉에 섰어야 했는데 너무 약했어요. 예전에 톰 크루즈와 마이클 아이언사이드가 그랬던 정도만 해줘도 좋았을텐데.
시대와 물질적 아이템이 달라졌어도 정서의 갈등구조는 매한가지이고 탑건 매버릭은 솔직히 그걸 녹이는데 실패하긴 했습니다. 고스트바스터즈 애프터라이프처럼 뭔가 물질적인 아이콘들이 키체인저가 된다면 모를까, F-18은 F-14의 둔중한 맛에 못미치고, 신구간 갈등도 없기에 더욱 그 실패가 유독스러워 보입니다. 그래도 좋을 수밖에 없죠. 그 안에 있는 정서만 자신 안에서 재조립된다면.
그래서 아마도 꽤나 반발감의 평도 많을 듯한 느낌입니다.
사족으로 :
Top Gun: Combat Zones 라고 2001년에 나온 게임이 있습니다.....영화상 미션이 딱 그 게임 생각나게 하더군요 ㅋㅋㅋ
추천53 비추천 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