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평]놉(Nope2022)-이게최선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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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얘기를 어렵게 표현하는 영화가 있고, 어려운 얘기를 쉽게 표현하는 영화가 있다. 어찌됐든 작품성은 표현방식과는 상관없는 얘기다.
영화 놉은 이 두 경우와 조금 다른 차원의 영화라고 생각되는데, 표현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자체를 잘 모르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방식의 어색함이 가득한 영화다.
누군가는 이것이 난해하게 받아드려질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다양한 해석의 여지로 받아드려지기도 하는것 같다. 관객들의 인상과 받아드리는 방법들은 모두 존중하고, 거기에 내가 개입하고 싶지 않다. 다만, 내가 본 이 영화는 그냥 보이는대로 이해해도 전혀 문제가되지 않는, 킹콩과 미스트, 프레데터 등의 클리셰가 적절히 잘 버무려진 평범한 스릴러 영화였다. 즉, 영화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고, 무엇을 보여주려 하는지를 이해하는데 거의 어려움이 없고 충분히 이해하겠다는 거다.
내가 이해하기 어려운건 이 영화의 표현 방식이다. 시종 변비에 걸린듯 불편하고 갑갑한 느낌이, 어느순간 분명 해소되리라 기대했건만 마지막까지 그런 해소의 기회는 찾아오지 않았다. 뭐가 잘못되었을까 곰곰히 생각해 보니, 내가 내린 결론은 이 영화 연출자는 장편영화를 이끌어갈 연출력과 표현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어떤 분이 평한것 처럼, 놉은 15분 짜리 단편영화로 만들었어도 15분의 시간이 길게 느껴질 정도로 단순한 스토리의 영화다. 문제는 그 단순한 이야기를 재미없고 또 불필요하게 길게 늘어놓는다는 거다. 이건 감각 문제다. 박찬욱의 헤어질 결심은 스토리 자체를 말로 늘어놓으면 그렇게 밋밋할 수가 없다. 하지만 영화는 처음 부터 끝까지 바늘하나 들어갈 곳 조차 없을 만큼 꽉 차있어 영화가 끝나고도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의 여운을 관객이 짊어져야할 정도다.
그런데 이 놉은, 양산형 특수효과들로 한껏 분위기는 잡지만, 정작 영화 자체는 알맹이 없이 헐겁게 늘어진 풍선인형 처럼 지루하다. 이런 문제는 사실 그의 첫 영화 겟 아웃 (Get Out! 2017)에서도 없던건 아니다. 겟 아웃도 이야기를 풀어가는 힘은 부족했지만 워낙 신선한 스토리에 단편적인 기승전결이 조금씩 반복되는 구조로 인해 마치 영화 전체가 잘 짜여졌다는 인상을 받게 한다. 아이러니 하게도 그 영화에서는 오히려 표현방식에 있어 어떤 전형성이 있었고 그것이 신인감독에게는 다소 아쉬운 부분일 순 있을 지언정, 영화 자체는 그럴싸하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졌다. 놉에서는 그 전형성을 탈피하고자 하는 인상은 받았으나, 그것을 대체할 표현력은 역부족이었다.
차라리 미스트 처럼 인간 군상의 이야기가 더 들어갔었으면 이정도로 지루하진 않지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조던 필의 다음 작품은 웬만해선 극장에서 볼것 같지 않다.
다음 작품 부터는 감독이 제발 평단의 평가 신경쓰지 말고 "재미있는" 영화를 좀 만들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