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평]영화한산에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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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는 이미 알고 있는 역사적 사건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영화에서 보여줄 것이 그 아는 이야기가 전부였을까?
임진왜란 전쟁이라는 아는 얘기를 보다 재밌게 듣길 원한다면 개인적으로 한명기 선생의 8부작 강의를 듣길 권장한다. 예전 후이즈에서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들었던 강의라 자신있게 권한다. 지금은 유투브에서 무료로 들을 수 있다.
임진왜란 얼마나 아십니까 1 - 도올 김용옥, 한명기 교수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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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얼마나 아십니까 7 - 도올 김용옥, 한명기 교수 - YouTube
임진왜란 얼마나 아십니까 8 (마지막회) - 도올 김용옥, 한명기 교수 - YouTube
영화가 담을 수 있는 것은 여러가지다. 어떤 사건의 스토리, 그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 그 사람들의 대사와 행위와 시간들, 배경들.... 영화 한산은 분명 많은 것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한산대첩이라는 사건을 중심으로, 양 진영의 사람들, 그들의 전쟁 승리를 위한 고군분투들... 그 이상이 없었을 뿐이지 한산대첩이라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영화적 재현으로는 그럴싸해 보인다.
이는 역사물을 다루는 한국 영화들에서 거의 공동적으로 나타나는 한계라고 보여지는데, 특히 한산을 보면 영화 안에 과연 인격을 가진 인물이 있는지 의문이다. 배역과 그 배역이 가진 캐릭터, 대사와 연기는 분명 있는데, 그 인물들이 그저 기록화나 동화책 삽화 이상의 느낌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어느정도의 픽션이 담기긴 했어도, 역사물 중 나름 좋아하는 영화가 쉰들러 리스트(Schindler"s List 1993)와 더 페이보릿(The Favourite 2018)이 있다. 이 영화 속 인물들은 그저 배역에 따른 연기만 보이는게 아니라, 몸과 마음이란걸 가진, 진짜 사람들이 보인다. 나름의 취향이 있고, 태도가 있으며, 그들이 하는 인간적인 말들이 있다. 그리고 이것들은 좋고 나쁨이라는 도덕적 기준에 항상 부합하는 것이 아니며, 인간이라는 특성에 의해 조건되는 어떤 보편성이 있다. 그래서 그 영화들에서는 배우가 안보이고 그 배우가 연기하는 역사적 인물들이 더 실감나게 보인다.
영화 한산에 주인공들은 이순신과 와키자카다. 그런데 그 둘을 포함하여 그들 진영의 인물들 모두가 배역이 가진 전형성을 전혀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아까 얘기한 것 처럼 그 인물들에서 역사화나 동화책 삽화 이상의 느낌을 갖기 어려워지는 것 같다.
이순신도 좋고 싫은게 있을 수 있고, 아무리 전쟁 중이라지만, 다른 관심사도 있을 수 있고, 나름의 취향이 있을 수 있다. 또한 인간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인간적인 한계와 매력이 있을 수 있는거다. 아쉽게도 한국의 역사 드라마나 영화들에서는 한결같이 배역만 보일 뿐 그 역사적 인물, 사람 그 자체는 잘 보이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것이 지나치게 함목적적으로 영상물을 제작하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나는 언젠가 농담과 욕지거리를 할 수 있는 이순신을 꼭 한번 보고싶다.
덧붙여 지적하고 싶은 것은 영화가 대하고 있는 자연에 대한 태도다. 해와 달, 바다와 바람, 공기와 냄새.... 이런 환경들이 그저 병풍 처럼 영화가 다루는 사건의 배경에 머무는 대신, 적극적으로 그 환경에 살아가는 사람들과 더불어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좀 더 중요한 대상으로 존중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7주 정도를 배 위에서 생활했던 적이 있다. 그 7주 동안 배가 떠있는 바다가 똑같이 느껴졌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바다는 매일, 매시 때와 장소에 따라 달랐고, 그 위에 떠있는 배의 움직임 역시 달랐다. 결국 배 안에 타고있는 사람들 역시 달라진다.
영화 한산은 주로 바다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바다가 잘 보이지 않고, 느껴지지도 않는다. 영화를 다 보고, 이 영화에서 바다라는 요소가 기억으로 남는 이들이 있을지 개인적으로 의문이다.
좋은 대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영화는 마스터 앤드 코맨더(2003)라는 영화를 들 수 있는데, 그저 바다 위에서 각자 배역들이 정해진 역할만 소화하는 무대에 그치는게 아니라, 그 영화에서의 바다는 그 힘과 소리, 색깔, 온도는 물론 냄새까지 느껴질 만큼 영화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세트장에서 바다 CG가 조합된 영상에서 배우들이 연기하는것 같지 않고, 실제로 사람들이 바다의 공기와 바다의 햇살 속에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영화 내내 실제 바다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보고있다는 느낌이 든다. 배 위의 인물들 역시 출렁이는 바다 위에 있기 때문에 보여줄 수 있는 표정과 모습들을 보여준다. 한산은 해전 당시, 바다위 목선에서만 들을 수 있는 소리와 그 위에서만 보이는 경치 등을 전혀 표현하지 못했다. 당시 사람들이 느꼈던 햇살과 바람, 냄새... 이런 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으니 영화가 마치 전쟁기록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는 얘기였다.
영화의 음악은 개인적으로 최악이었다. 영화는 스토리와 연기, 효과들을 영상으로 보여줌으로써 관객에서 목적으로 한 감동을 줄 수 있는 영상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산은, 지금 보고 있는 장면을 음악으로 "주장"하려 한다. 각 장면들 마다 장면의 느낌을 음악으로 "떡칠(?)"해 버려서 마치 이 장면은 비극적, 이 장면은 비장, 이장면은 위기, 이 장면은 대단, 이장면은 감동적이라고 일일히 음악으로 주장하는 인상 마져 든다. 영화를 보면서 표현 방법의 저렴함이 온몸으로 느껴져서 민망할 정도였다. 이래가지고는 음악의 의미도 죽고 장면의 의미도 죽고 스토리의 감동도 죽는다.
영화 쉰들러 리스트의 영화음악은 지금까지도 명작으로 호평을 받지만, 정작 영화에서 가장 끔찍한 장면에선 경쾌한 바하의 브리티시 2번이 연주되며 관객을 부조화에 의한 패닉에 가까운 지경까지 몰아넣는다. 이것이 연출력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나는 김한민 감독의 모든 영화들을 좋아하지 않는데 그 이유가 그의 이러한 값싼 연출방식 때문이었다. 국뽕, 심파, 이번엔 음악까지...
이 감독의 영화들이 흥행에 성공한다는 것이 이 감독의 성장의 기회가 오히려 사라지는거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