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평]신나게본탑건:매버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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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보고싶던 영화였지만 정말 기회가 안되서 미루고 미루다 정말 갑자기 보게되었다. 시간과 장소에 제한이 있어 일반상영관에서 감상해야 했다.
결론 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는 두 가지 각기 다른 평가의 지점이 있다고 본다. 첫째는 영화 자체의 작품성, 둘째는 영화가 갖는 외재적 요소...
이 영화는 작품성을 평가하기 조금 어려운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영상미와 효과는 최고지만, 스토리나 연기, 개연성 등은 3류 수준이라고 본다. 아니, 더 솔직히 얘기해서 과거 패러디 영화였던 못말리는 시리즈 만큼의 패러디와 재탕, 노골적인 클리셰의 진지한 버무림이라고 봤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신나게 볼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영화가 나에게 주는 의미 때문이었다. 탑건식 영화 공식은 당시에도 익숙하고 상투적인 것이었다. 그럼에도 당시 탑건의 인기는 엄청난 것이었고, 항공점퍼와 맥아더 이 후 제 2의 "라이방"열풍을 선도했다.
이번 매버릭은 탑건 1편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가득하다. 영화 자체에 대한 존경도 존경이겠지만, 그 영화에 열광했던 당시 세대들에 대한 격려와 환호를 듬뿍 담아내고 있다.
탑건에 열광했던 당시 세대는, 젊고 거칠고 무모했으며, 한없는 용기와 희망으로 넘쳤던 젊은이들이었다. 당시 미국의 대통령은 미국의 재건을 내세웠던 로널드 레이건이었고, 서서히 냉전의 종말과 승리감으로 미국이 술렁이던 시대였다. 레이건이 말하는 미국 재건이란, 과거 미국의 영광을 재현하자는 의미였는데 그 시점이 바로 캐내디 시절, 즉, 월남전 이전의 평화롭고 활기찼던 미국으로의 회귀를 의미했다.
탑건 개봉 후 다음 해에 흥행했던 더티댄싱이란 영화가 바로 캐내디가 암살되기 직전의 여름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그 당시의 여유롭던 향수를 담아내고 있다.
내가 볼 때 탑건은 이제 막 위대한 미국 재건에 꿈과 희망에 부풀었던 미국인들의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있던 영화다. 참고로 탑건이 개봉한 해에 한국에선 신라면이 탄생했고, 88올림픽의 예행연습격인 아시안게임의 성공적 개최에 고무되어 있었으며 성룡의 코믹 액션에 환호했더랬다. 홍콩에선 영웅본색이 개봉했고, 일본에선 그 유명한 드래곤볼이 탄생했다. 이렇게 막 타오르기 시작한 질풍노도와 같던 시기의 젊은이들에게 탑건은 휘발유와 같은 영화였다.
가장 밝게 타오르던 시기와 함께했던 그 시대 젊은이들에게 매버릭은 다소 무덤덤한 인사로 시작한다. 살아보니 별거 없었지? 뭐 사는게 다 그렇지... 잘지냈지?
그렇게 다소 서먹서먹하게 재회한 노땅들에게 영화는 조금씩 자존심을 자극하기 시작한다.
"어이 친구들, 이제 세상엔 더이상 우리 같은 노땅들은 필요 없다는데, 그거에 동의하나?"
영화관에서 노땅들의 주먹에는 지긋이 힘이들어가고, 덥수룩히 자란 수염 속에 잠자던 턱이 일어선다.
그렇게...
노땅들의...
폭주가...
시작된다.
한번 시작된 폭주는 마지막까지 지칠줄 모르고 계속된다. 마치 36년만의 질주를 이대로 멈출 수 없다는 듯 영화는 쉴새없는 펀치라인을 터드리며 클라이막스까지 치닫는다.
"어이! 노병은 말이야..."
내가 영화에서 느꼈던 이 말의 마무리는, "노병은 죽지도, 사라지지도 않아. 우리의 질주는 이제 젊은이들에 의해 계속되니까"였다.
멈출것 같지 않던 강력한 영화의 심장 박동은 자막이 올라가도록 오래동안 그 거친 여운을 이어나간다.
이 여운을 응답하라 1988의 앤딩 나레이션으로 대체하고 싶다.
모든 것은 기어코 지나가 버리고
기어코 나이 들어간다.
청춘이 아름다운 이유는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찬란의 순간을 눈부시게 반짝거리고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눈물겹도록 푸르던 시절
나에게도 그런 청춘이었다.
그 시절이 그리운 건
그 골목이 그리운 건
단지 지금보다 젊은 내가 보고 싶어서가 아니다.
그곳에 아빠의 청춘이
엄마의 청춘이
친구들의 청춘이
내 사랑하는 모든 것들의 청춘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는 한데 모아놓을 수 없는 그 젊은 풍경들에
마지막 인사조차 못한 것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이제 이미 사라져 버린 것들에 다신 돌아갈 수 없는
시간들에 뒤늦은 인사를 고한다.
안녕 나의 청춘.
굿바이 쌍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