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평]프렌치디스패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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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이걸 이해하고 있지?
더럽게 재미없는 프랑스 영화 감성을.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 보여줬던 경쾌하고 유쾌한 흐름을 기대했고 어느 정도 비슷한 구도의 영화이긴 합니다. 그러나 분위기는 꽤나 시니컬하죠.
둘 다 옴니버스 구성이긴 한데, 부다페스트는 주인공의 서사를 위해 사건과 내러티브를 배치한 반면, 디스패치는 60년대 프랑스의 감성에 대해 뉴요커 잡지의 관찰자 시점을 빌려 전혀 연관성 없는 사건들을 서술하죠. 참고로 프렌치 디스패치는 뉴요커의 프랑스판 오마주 리뉴얼입니다.
형식에 보다 자유로운 영화의 장치들을 이용하지 않고 상당 부분 연극의 장치들을 활용해서 찍었습니다. 속도감이 필요할 때나 특수 효과 같은 부분들만 영화의 힘을 빌렸고, 대부분은 연극적 서사와 연기로 극을 진행합니다. 그러면서 연극에서 관객이 무대와 호흡을 맞춰주듯이 시청자 또한 영화와 호흡을 맞춰 얘기에 참여해줄 것을 요청합니다.
이유 없는 서사가 계속 나오기 때문에 보기 힘들 수 있습니다만, 그걸 극복하기 위해 미쟝센에 극도로 힘을 준 영화입니다.
주제의식은 모순적이고 허무한 현실에 대한 서술이라고 보면 그럭저럭 납득할만 합니다. 그저 눈이 즐거우라고 보는 영화입니다.
팍팍한 현실을 꿈 속에서 아기자기한 환상의 도시로 치환해서 보는 듯하죠.
영화 기법적인 측면에선 모험을 하지 않습니다. 관객들에게 혐오감을 줄만한 요소는 배제한 채 가끔 현실의 모순에 대한 철학적인 사설(aka. bullshit)을 늘어놓을 뿐이죠.
자투리 시간이 날 때마다 짬짬이 나눠 볼만합니다. 어차피 한꺼번에 봐봤자 엉크러진 내용 때문에 제대로 정리하기 힘듭니다.
동화책처럼 모순적이고 보기 좋고 대충 타협해서 결말을 내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흑백을 주로 해서 찍은 건 어떨까 싶긴 하더군요. 컬러 장면 파트가 나오면 꽤나 시선을 잡아끌도록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가도 싶지만, 좀더 동화적인 느낌으로 화려한 컬러 영화였으면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감상도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