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평]바비감상평(약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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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최근 이동진 평론가와 일부 진영의 대립으로 논란의 중심이 된 영화 "바비"를 관람하고 왔습니다
영화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해당 영화가 담은 메시지를 확증편향하는 리뷰들이 범람하는 것이 특징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극장에 방문하였을 때는 저를 빼고 모든 관객이 여성분들이셨습니다
물론 저는 그와는 별개로 작품 내적 요소에 대해서만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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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마치 인형놀이처럼 완벽하게 설정되어 있는 바비랜드에서, 모든 바비들은 어떤 근심 걱정도 없이 즐겁게 살아가고 있었지만
어느 날,
가장 바비다운 바비가 이상 현상을 겪으며 현실 세계를 방문하게 되며
자신들이 그동안 알고 있었던 "바비 인형이 현실의 여자애들에게 행복을 주며, 여성 해방을 이끄는 주요한 역할을 한다"라는 것이 거짓임을 깨닫게 됩니다.
한편 그녀를 따라 현실 세계를 방문한 "켄"은 현실세계에서의 남성에 대한 처우에 경도되며, 이는 바비랜드에 가부장제가 이식되는 것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현실 세계에서, 생각보다 여성은 완벽하지 않으며 바비 인형일 뿐인 자신에게 실망한 "바비"는 돌아온 바비랜드가 가부장제로 인해 변질되어 버린 "켄덤"이 되어 버린 것을 확인하고 이내 자포자기 하게 되지만
끝내, 현실에서 함께 복귀했던 인물에 의해 일장 페미니즘 연설을 듣고 각성하게 되어 바비랜드를 원래대로 돌린다는 내용의 이야기입니다
간단하게 설명한다고 했지만 간단하지 않은 것이 포인트입니다..
또한 작품에서 드러나는 큰 특징들을 나열해보자면 이렇습니다
1. 바비 인형을 거의 완벽한 수준으로 구현해낸 점이 칭찬할만하다
미술팀을 얼마나 갈아 넣었는지 상상조차 가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하나의 인형놀이 세트장입니다.
특히 마고로비의 비주얼라이징은 완벽 그 자체입니다.
물론 그녀 자신이 미녀인 것도 있지만 바비 인형에 어울리는 헤어, 메이크업, 의상 등 대단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2. 일견, 모두 까기의 포지션을 잡고 있는 것이라고도 보입니다
너무도 완벽한 비주얼의 바비랜드를 보여주더니, 이내 현실에서는 진짜 말그대로 창작물에서나 볼법한 캣콜링을 넣고
또 글로리아/사샤 모녀의 입을 빌려 대대적으로 페미니즘 연설을 하더니,
사실은 켄도 힘들었어 엉엉 울고는
마지막에 휴머니즘으로 마무리 짓는 듯한 아주 기이한 태도를 보입니다
하지만 이는 후술할 작품의 감상에서 추가적으로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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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정말 기이한 분위기를 취하고 있습니다
작중 인물들은 지능 수준을 의심할 정도로 아무런 주체성도 없이 그저 부여된 역할에만 충실하게 기능하고 있습니다
마고로비 바비가 각성하는 장면에 있어서는 구토감까지 들 지경입니다
금발의 스테레오타입의 미녀가, 사실 난 예쁘지 않아 아무 가치도 없어 하면서 누군가 리더십 있는 바비가 사건을 해결해주길 기다리고 있자
여성은 이러한 모든 불합리를 이겨내야 해!라는 일장 페미니즘 연설을, 말 그대로 입벌린채 백치미를 뽐내며 바비가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게 되고
갑자기 각성하여 모든 일을 해결한다는 서사 구조가 눈을 의심하게 합니다
만약 이러한 촌극을 "페미니즘적인 요소를 충분히 함의하면서도, 우리는 페미니즘에 공정한 시각을 버리지 않은 균형있는 사람이야"를 노렸다고 해석한다면
대부분은 그 기이함의 원인이 풀릴 듯합니다.
바비는 마텔사에서 1억 달러가 넘는 거대 자본을 들여 제작한 상업영화이며, 이는 어떻게 포장된다고 하더라도 근본적으로는 바비 인형에 대한 홍보성 차원일 것이 틀림 없습니다
언뜻보기에는 페미니즘의 최전선에 선 것처럼 보였지만, 후반에 갑자기 그 방향을 선회한 것이 그 타협지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나 마텔사를 전면에 내세워 풍자하면서, 마치 자신들은 이러한 비판을 유쾌하게 수용한다라는 듯한 자기 포장은 예술의 경지에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상술한 훌륭한 비주얼라이징을 통해, 자신들의 상품성은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깨어있는" 여성과 남성들이 끊임없이 바비를 소비해주기를 바라는 프로파간다성이 짙은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페미니즘도, 휴머니즘도 아닌 철저한 상업 논리에 의해 만들어진 홍보 영화로 정의 내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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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는 별개로, 정말 작품성에 대해서는 처참한 수준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바비 영화의 감독 그레타 거윅은 이전작 레이디 버드에서 이미
메시지를 두드러지게 하지 않으면서도, 현실의 미묘한 순간들에서 벌어진 감정들을 매우 날카롭게 스며들게 할 수 있음을 입증한 감독입니다
특히나 전작, 작은 아씨들은 우려먹기 수준의 리메이크라는 불안을 종식시키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작품을 원작 이상으로 잘 구현해낸 멋진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그녀가, 일장 연설을 하며 아무 주체성도 없이 특정 이념에 경도되었던 인물을 깨우치는 장면을 삽입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을 정도입니다
앞서 말한 마텔 사의 거대 자본을 사용한 홍보 영화를 어떻게하면 최대한 그럴듯하게 보이게 할까 하는 갈피에서 방황한 듯한 느낌입니다
일부 진영에서는 "이렇게 거대한 자본이 투입되었던 여성 중심의 영화가 있었냐"에 중점을 둔 듯 하지만
저는 거꾸로, 이렇게 거대한 자본이 투입되었던 여성 중심의 영화를 이렇게까지 망칠 수 있느냐에 중점을 두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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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내지는 휴머니즘에 대해서는 별도로 코멘트하지 않겠습니다
해당 작품이, 페미니즘이 아닌 다른 이슈(인종 문제, 환경 문제, 계급 담론, 자본 담론 등)을 다뤘다고 해도
이와 같은 방식이라면, 어떤 이념도 그 이념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훼손 당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제 별점은 2.0/5.0입니다
그레타 거윅의 다음 작품은 기대되지 않네요
부디 레이디 버드의 섬세함을 되찾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