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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팀 마케팅에서 T1홈그라운드가 가지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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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7,262 회 작성일 24-06-28 23:1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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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모 대학에서 e스포츠산업과 관련한 강의(e스포츠팀비즈니스의이해 / e스포츠마케팅과팀브랜딩)를 가르치고 있는 노틸러스입니다.

성적 입력도 다 했고.. 퇴근하기 전 잠시 짬이 난 김에 후술할 내용은 연구자 개인의 의견임을 미리 밝히며, 이번학기 극후반기의 화두였던 "T1 HOME GROUND"가 e스포츠팀의 마케팅에서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아주 짧게 이야기 해 보고자 합니다. 

서론 : e스포츠 마케팅의 난제, 온라인 vs 오프라인

e스포츠 마케팅 수업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이야기 하는 주제가 온라인 마케팅과 오프라인 마케팅입니다. 당연히 둘은 병립해야 하는 것이지만, e스포츠 산업 내에서 때로는 독특한 비중을 나누어 가집니다.

여러분이 e스포츠팀의 마케터라고 생각 해 봅시다. 어디서부터 팀의 마케팅을 시작해야 할까요? 팬들은 어디서, 어떻게 모아야 할까요? 아마도, SNS를 개설하고 팬들을 "온라인"으로 모으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러면 그 팬들은 어디서 만나죠? 경기장이 아닌이상, 특정한 장소를 대관하여 팬미팅을 진행할 것이 아니라면 대부분 디스코드, 멤버십 그리고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소통을 진행할 것입니다. 그리고 굿즈는 온라인 샵으로 판매하겠죠.

이 모든 일은 전통스포츠에 비해 e스포츠가 가지는 "오프라인 장소"가 너무 적은데서 기인합니다. FC서울의 팬은 상암경기장에 모이고, 키움히어로즈의 팬들은 고척야구장에 모입니다. DRX 팬들은 시위가 아닌 이상 홍대 사옥에 갈 일이 많이 없고, 농심레드포스 팬들은 새우깡 공장에, BNK의 팬들은 부산은행에 모일 일이 없습니다. e스포츠의 마케팅은 오프라인의 구심점을 만들기에 너무 어렵기에 기존 스포츠마케팅의 전략을 사용하기에 힘듭니다.

문제1. 전통스포츠에 비해 사용할 오프라인 전략이 제한되는 e스포츠의 마케팅


PGR에서 이 글을 보시는 유저분들이라면 매우 오래 전 메가 웹 스테이션의 직관 환경 부터 용산 아이파크몰, 문래동 MBC게임 스튜디오 등 다양한 e스포츠 경기장들의 상대적으로 작은 크기를 기억하실 겁니다. 전 좌석을 지정석으로 하고, 정규시즌에 티켓 값을 받았던 것이 채 몇 년이 되지 않았음을 생각한다면 e스포츠 리그가 얼마나 직관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는지 파악하는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겁니다. 어쩌면, 매우 작았던 우리의 체급으로 인해 "팬들이 경기장을 다 채우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있었을테구요.

e스포츠는 그 특성 상 오프라인 관객과 온라인 시청자가 가지는 경험의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저는 이 이유를 "스크린 안에서 펼쳐지는 경기" 에 기인한다고 이해합니다. 야구장을 예를 들어 설명해 봅시다. 잠실야구장에 간 노틸러스는 연구실에서 티빙으로 야구를 볼 때와 다른 시각으로 야구를 보게 됩니다. 분명 TV에는 보내기번트를 하는 타자와 투수, 포수가 보인다면, 제 눈에는 1루수와 3루수가 50% 수비를 하는지, 100%수비를 하는지, 포메이션은 어떤지가 보입니다. 물론, 제 옆에는 경기와 상관없이 치어리더들에게만 눈이 가는 학생도 있겠네요.

e스포츠는 약간 결이 다릅니다. 경기장에 가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집에서 보는것과 다른 것은 "조금 더 큰 스크린"과 "조금 더 크게 들리는 해설" 정도입니다. 물론 선수들의 개인화면을 뒤에서 볼 수 있고, 선수들이 경기를 하는 자체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겠지만, "전통스포츠에서 직관이 주는 특별함"보다는 다소 떨어지는 경험이 됩니다.

또한, 현장도 매우 조용합니다. e스포츠의 직관은 영화관~스포츠경기 사이의 어딘가에 존재합니다. 용산아이파크몰 죽돌이 시절의 노틸러스는, 스타리그를 보면서 매우 자주 잠들었습니다. 꿀잠자기 좋은 환경. 스포츠 경기라 하기에는, 경기장의 박진감도 상대적으로 덜합니다.

문제2. e스포츠의 직관이 주는 특별함의 부재


그래도, 직관이 집관과 다르게 주는 "현장감"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팬들은 현장에 가고 싶어 합니다. 혹시 모르잖아요? 선수와 눈이 마주칠 수도 있고 싸인을 받을 수도 있고, 운이 좋으면 사진이라도 찍을지. 그런데, 정규시즌 e스포츠의 경기장은 턱없이 적은 수의 팬들만을 수용합니다.

대략적으로 롤파크는 400석의 좌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티켓을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현장에는 수많은 티켓팅으로 단련된 전문가들과 하늘의 운을 얻은 소수의 행운아만이 갈 수 있습니다. 사실,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문제3. 적은 좌석 수로 인한 현장 방문의 어려움

여러 이유가 더 있겠지만, 지면과 시간의 한계로 일단 여기서 문제제기를 줄여보겠습니다. 그럼, T1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본론 : T1 홈그라운드의 방향성

분명 초반 몇 년 정도는 각 팀들의 마케팅이 조금씩 달랐습니다. 열심히 하는 팀의 마케팅은 독특했고, 그렇지 않은 팀의 마케팅은 식상했습니다. 그런데, "롤파크"에서의 이벤트는 조건이 한정되었습니다. 어느 정도 리그가 나이를 먹어가자, 대부분 팀들의 마케팅이 비슷해지는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특색이 없는 현장 마케팅. 끝없는 적자 앞에 점점 팀들의 아이디어는 고갈되어 갔습니다.

동의의 여부를 떠나, T1은 명실상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팀일 겁니다. e스포츠계 레전드인 임요환-페이커 선수를 보유하였고, LOL Worlds 4회 우승으로 성과를 증명한 팀입니다. e스포츠의 역사에서 가장 긴 20년이라는 레거시를 가지고 있으며, 전 세계 LOL씬에서 유일하게 3년 연속 똑같은 로스터를 유지하고 있는 팀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언제나 e스포츠를 선도하는 세계 최고의 e스포츠 회사가 되는 비전을 품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오직 T1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했습니다.

T1은 홈그라운드 이벤트에서 많은 IP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식음료는 T1밥과 T1카페의 IP로, 머천다이징은 T1의 굿즈로, 이벤트는 T1의 스폰서들 부스로 소화가 가능합니다. 방송에 있어 LCK와 WDG의 도움이 있어야 하겠지만, 적어도 팬들과의 접점에서는 T1이 가진 IP로 대부분의 것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이정도 사이즈의 이벤트는, T1만이 할 수 있는 일에 가깝습니다.

방향1. T1만이 할 수 있는 일


T1은 멤버십제도를 통해, 자신들의 팬덤을 데이터로 직접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곧 T1이 할 수 있는 사업들에 대한 단초를 제공해주었습니다. 다른 팀들이 롤파크 내의 마케팅과 SNS를 통한 온라인 마케팅에 집중하는 데 반해, 티원은 그 너머의 일들을 시작했습니다. T1 HQ의 별관에 T1 Cafe&Arena 를 개업하여 선수들의 IP를 사용한 음료를 팬들에게 판매했습니다. HQ의 1층에는 오프라인 T1 Shop을 입점, 팬들로 하여금 사옥에 올 기회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관계가 깊은 SKT의 IP를 사용해 홍대의 T팩토리를 팝업의 공간으로 사용하기도 하였으며, 걸어서 5분 거리에 T1 Basecamp를 오픈하여 팬들이 게임과 식음료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 모든 장소들은 언제든 "오프라인 뷰잉파티"의 공간으로 팬들에게 제공되었습니다. 롤파크에 갈 수 없었던 팬들은, T1이 제공한 오프라인 공간을 홈구장의 대용으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오프라인이 생긴다는 것은, 곧 팬들로 하여금 "유니폼을 입고 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잠실에서 야구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2호선에는 어김없이 홈팀과 원정팀의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보입니다. 롤파크의 400석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평상시에 T1의 유니폼과 후드를 입기에는, 충성심이 아무리 높은 팬이라도 다소 어렵습니다. 아무리 많은 뷰잉파티 장소를 제공해 준다고 해도, 여전히 오프라인 장소는 부족합니다. 그리고, 이런 사업은 이익이 나야 할 수 있습니다.

방향2. 팬들이 오프라인으로 모일 수 있는 더 큰 공간을 제공할 필요성 증가


저는 롯데자이언츠의 팬입니다. CCTV사건이 터졌을 때는 잠실롯데타워앞에서 1인시위를 할 만큼, 진성 훌리건이었습니다. 제가 스스로를 당당하게 롯데자이언츠의 팬으로 규정할 수 있는 요소는 무엇일까요? 저는 부산에서 태어났고, 부산을 고향으로 가지신 부모님을 통해 부산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릴 적 저의 놀이터는 사직구장이었고, 저의 연예인들은 자이언츠의 선수들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모태신앙을 야구로 접했습니다.

e스포츠는 이러한 모태 팬이 있기 어렵습니다. 지역 연고도 없고, 2세대 3세대가 함께 같은 팀을 응원하는 경험도 매우 드뭅니다. 이런 상황에서, T1의 팬이 됨을 증명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젠지의 팬이 됨을 증명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고작 400석인 롤파크에 가보지 않았다는 이유로 팀의 팬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요? 팬들이 진정으로 팬이 되는 것이 필요한 경험이라면, 그것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게 팬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일 것입니다.

6천석의 좌석을 가진 홈그라운드. 사직구장을 가득 메운 롯데의 홈팬들처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를 가득 채운 기아팬들의 함성처럼, T1의 방향도 그러할 것입니다.

방향3. T1의 팬이 됨을 증명할 수 있는 경험의 제공


e스포츠의 직관은 전통 스포츠의 직관 보다 박진감 넘치지 않습니다. 상술하였듯이, e스포츠에서의 관중경험은 영화관람과 스포츠경기관람의 사이 어딘가에서 마무리 됩니다. 지금 와서 보니, 작년 T1의 COO 인터뷰 기사에서 이번 홈그라운드에 대한 힌트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https://www.thisisgame.com/webzine/nboard/5/?n=182743).

T1은 e스포츠 관람을 재밌게 만들고 싶어합니다. 적어도 제가 알기론 그렇습니다. 선수별로 응원가를 도입하고, 팀의 응원가를 도입하고, 응원봉과 응원팔찌를 도입해 관중의 경험을 특별하게 하고자 합니다. 오글거리고 어색할 수 있겠지만 이들의 시도가 성공한다면, 매일 아침 제 출근 음악은 "2024 롯데자이언츠 응원가 플레이리스트"가 아닌 "2024 T1 응원가 플레이리스트"로 바뀔수도 있을 것입니다.

스포츠경기를 엔터테인먼트로 즐기는 경험은 이미 모든 스포츠에 존재합니다. 야구 선수들은 각자의 응원가를 가지고 있고, 축구장에서는 서포터들의 응원가가 90분 내내 이어집니다. 농구장에서는 디펜! 짝짝! 하는 소리가, 배구장에서는 서브를 넣는 선수에 맞추어 관중이 함께 호응합니다. 저희 학교 아이들은 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응원가를 배우고, 동작을 배워 하나가 됩니다.

e스포츠에서의 응원. 지금은 어색하지만, 충분히 해 볼 만한 시도입니다.

방향4. 압도적인 경험을 주기 위한 홈그라운드 엔터테인먼트의 준비


쓰다보니 글이 너무 길어져서, 마지막 포인트는 아주 짧게만 말씀드리겠습니다.
e스포츠팀의 사업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 중에 하나가 "수익의 다각화"입니다. 여전히 많은 팀들이 비중을 낮추려 노력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회사들에게 가장 높은 수익비중이 있는 것은 "스폰서십" 입니다.

비중이 높은 데 반해, e스포츠 팀에게 스폰서십을 하는 회사들을 광고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 하위권일수록 더더욱 그러한데, 경기에 승리하지 못하면 방송인터뷰조차 못하는 특성 상 동부팀들은 유니폼에 붙은 스폰서 광고를 할 기회가 극히 적습니다. 더욱이 LCK는 LOL이라는 IP를 보유한 라이엇이 운영하는 리그입니다. 라이엇 역시 리그를 통해 수익을 벌어야 하기에 리그 스폰서사들이 더러 존재합니다.

롤파크는 스폰서사 광고의 각축전이 벌어집니다. 협소한 복도에 팀 스폰서, 팀 마케팅, 리그 스폰서, 리그 마케팅이 한데 어우러집니다. 온전히 홈 팀의 경기가 진행될 수 있다면, 우리 스폰서를 광고할 기회가 한번이라도 더 생길 수 있을 겁니다. T1을 스폰서십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기는 순간이 되겠네요.

방향5. 새로운 스폰서십 마케팅 기회의 창출


결론 : e스포츠산업의 지속가능성 향상을 위해

T1의 홈그라운드는 연고지와는 다른 개념입니다. 어쩌면 1회성 이벤트로 끝날 수도 있습니다. 상술한 것은 희망편이지만, 절망편에서는 여러 문제점도 존재합니다. KT팬분들의 원망, 롤파크에서 진행될 다음 경기에 대한 상대적인 관심도 저하, 티켓 가격, 경기장 장소와의 거리, 여타 다른 팀에 대한 불평등함등 여러 해결해야할 또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벤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많은 팀들이 각자의 상황에 맞는 홈그라운드 이벤트를 진행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로 말미암아 더 많은 팬들이 생기고, 팬들이 굿즈를 살 이유가 생기고, 스폰서들이 더 많은 돈을 기꺼이 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더 많고 즐거운 e스포츠 이벤트가 생기는 시발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이 이벤트의 결과가 e스포츠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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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T1의 홈그라운드에 담긴 함의가 단순히 마케팅적인 방향에서 그치지는 않을 겁니다. LCK프랜차이즈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내용도, 한국관광공사와 관련된 내용도 있을 것이고, 학문적으로 바라보아야 할 것들도 있겠죠. 제 수업에서는 이러한 이야기들을 토론합니다. 또한, 6월부터  "e스포츠 산업 혁신 모델 연구 : e스포츠로 실현하는 지속가능한 발전과 사회적 가치 창출"의 주제로 한국연구재단의 사업에 선정되어 추가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부족하지만 e스포츠를 위해 많은 일들을 해 보겠습니다. 해당 사항에 대해 궁금하시면 링크에 첨부된 제 인서타..를 보시면 됩니다.  

퇴근을 너무 하고 싶은 나머지 퇴고를 깊게 하지 못한 점에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상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며, 내일의 홈그라운드를 재밌게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e스포츠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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