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세븐은 어떤 게임인가?
페이지 정보
본문
(절대로 제가 엠퍼러 찍어서 올리는 자랑글이 아닙니다....)
1.
출처: 링크
가끔 유게에 올라오는 "오타쿠 게임 매출" 짤을 보시던 분들이라면, 살짝 의아하게 느끼실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아니 니케 원신 스타레일 잘나가는건 알겠는데, 에픽세븐 쟤는 뭔겜이길래 왜 아직도 10위권에 있어....?]
심지어 에픽세븐 저거는 나온지 6년된 게임입니다. 2018년 출시에요.고대유물 페그오(...)를 제외한 나머지 경쟁 게임들은 대부분 나온지 1~2년밖에 안된 파릇파릇한 최신 게임이고에픽과 동시대에 나왔던 친구들은 다들 이미 섭종하거나 오늘내일 하는 상황인데
왜 우리 에브브븡은 6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현역에서 경쟁하고 있는가?그 비밀(?)에 대해서 한번 얘기해 보려고 합니다.
2.
에픽세븐을 열심히, 오래 하신 분이라면 공통적으로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이겜은 씹덕게임의 탈을 쓴 초 하드코어 전략 게임이다]
저는 이게 에픽세븐이 수많은 서브컬쳐 게임의 홍수 속에서 아직까지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의 알파이자 오메가라고 생각합니다.맞아요. 이겜은 사실 [정통 전략] 게임에 가깝습니다. 하스스톤이나 문명, 포켓몬 실전배틀 같은 머리쓰는 게임요.
에픽세븐의 시작이자 끝, 이 게임이 게임으로서 성립하는 이유, 거의 대부분의 유저들이 에픽세븐을 하는 이유,[실시간 아레나] 입니다.
이 게임은 (흔히 애비겜이라 불리는) 서머너즈워와 모바일 게임계에서는 거의 유이하게,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다른 유저와의 턴제 pvp가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서머너즈워는 미소녀 게임은 아니다 보니, "서브컬쳐" 계에서는 사실상 유일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런데 이 실시간 아레나가 생각보다 게임으로서 깊이가 깊어요.포켓몬 실전 배틀 해보신 분 계신가요? 개체값이랑 특성 같은거 막 고민하는거 복잡하죠?
에픽 실레나는 포켓몬 실전 싱글 배틀보다 복잡도가 훨씬 높습니다. 포켓몬 더블배틀, 하스스톤이나 슬더스랑은 비슷한거 같구요.
실레나의 진행 순서를 보면, 랜덤 매칭 - [밴픽] - 턴제 전투 순으로 진행 되는데, 일반적인 모바일 게임의 4:4 전투와는 다르게, 이 [밴픽] 싸움이 주는 전략성이 생각보다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롤과 마찬가지로 블루 1픽 - 레드 12픽 - 블루 23픽 - 레드 34픽.... 순으로 번갈아 가며 캐릭터를 뽑아야 하는데롤과는 다르게 5픽까지 끝나면 상대의 조합 중에서 1장을 밴할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밴카드]를 어디에 쓰느냐가 정말 머리싸움의 진수에요.
보통 상대의 막픽이 내 전체 조합을 카운터치는 픽이 나오기 때문에 막픽을 밴하는게 일반적이지만카운터픽을 내버려두고 상대 조합의 핵심 연결고리를 잘라서 망쳐버릴수도 있고그런거 모르겠고 상대 1픽 (보통 OP캐릭이 나옵니다) 짤라서 힘싸움으로 유도할수도 있고....
밴픽이 정말 잘되면, 인게임 배틀은 할 필요도 없이 free win을 가져오는 경우도 생각보다 꽤 많습니다. 실제로 저도 제 원래 경쟁 점수대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밴픽만으로 거의 승률 80~90% 찍으면서 올라와요.
체감상, 전체 게임의 승패 요소가 100이라면
밴픽이 50%인게임 플레이 (실수를 얼마나 덜 하느냐)가 20%캐릭터 스펙이 20%하늘의 뜻이 10%.... 정도 되는거 같습니다.
3.
물론 수집형 RPG라는 장르의 특성상 스펙빨, 캐릭터빨을 아예 안받는다곤 말 못하겠습니다.특히 캐릭터 보유 유무는 승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밴픽싸움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꽤 치명적입니다. 최상위 랭크에서 경쟁하려면 대부분의 캐릭이 다 있어야 하는 건 맞아요.
하지만 실레나를 "시작하기 위한" 진입장벽은 생각보다는 낮습니다.
옛날에는 뉴비가 처음 게임을 시작해서 실레나 진입까지 진짜 1년이 꼬박 걸리던 때도 있었습니다.성장을 위한 PVE 캐릭 - 경쟁을 위한 PVP 캐릭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었기 때문에, 실레나 전용 영웅들을 키우는게 매우 부담스러웠고그렇기 때문에 일단 PVE 컨텐츠들을 거의 다 정복한 후에야 실레나 진입을 고려하다 보니, 정말로 1년이 걸리는 경우도 많았어요.무한 와이번의 악몽.........
하지만 요새는 달라졌어요. 뻔한 얘기긴 하지만, 최신게임과 같은 다양한 편의성 도입 (이제는 와이번 백그라운드에서 돌려놓고 다른거 할수 있어요!), 뉴비들에게 퍼주는 기본 장비 등으로 성장 자체가 빨라졌고, pve-pvp 영웅이 사실상 구분이 없어지면서 키워야 할 영웅 수가 많이 줄기도 했고
무엇보다 일단 시작만 하면 공짜로 주는 영웅들의 퀄리티가 엄청 좋아졌습니다. 이젠 월광 2개를 공짜로 주니까요. (지릴리!)
리세계를 안 사고 맨땅으로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시키는대로 시나리오부터 다 밀면 갖추게 되는 영웅 풀이
- 지배자 릴리아스 (달빛의인연 2, 현시점 최고 OP 0티어캐)- 환영의 테네브리아 (달빛의인연 1, A급 딜러)- 구원자 아딘 (시나리오4 배포캐, S급 딜러)- 자유기사 아로웰 (3성캐릭 - 뽑다보면 나옴, S급 기사)
여기에 1년에 1번씩 하는 월광 선택권 이벤트, 만약 리세계를 샀다면 거기 포함되어 있는 월광 2~3개까지 합하면충분히 실레나를 할 수 있는 캐릭풀이 나오게 됩니다. 여기까지 넉넉잡아 3개월?
이정도 있으면 실레나 마스터 (=스킨보상 커트라인, 상위 50% 정도?) 까지 가기에는 충분한데밴픽을 하다보면 상대의 특정 영웅(예: 해랑디)이 나오면 속절없이 밀리는 경험을 하게 될겁니다.
그러면 빡쳐서 커뮤니티에서 그 영웅의 카운터가 뭔지 찾아보고내가 갖고 있는 풀 or 픽업에서 뽑아서 그걸 키워 보고그 카운터를 실전에 투입해 보니 그동안 못 이기던 해랑디를 압도적으로 이기더라?
와........... 그 순간부터 실레나의 매력에 빠지게 되는거에요.
4.
사실 제 에픽세븐 실제 플레이 시간 중 실레나가 직접적으로 차지하는 비중이 그렇게까지 높다곤 못하겠습니다.어쨌든 pvp고, 핸드폰 너머에 있는 사람과 실시간으로 싸우는거다 보니, 집중해야 승률이 나오기 때문에 피곤하거든요. 저같은 경우는 출근길에 1~2판, 집에와서 2~3판 정도 하면 녹다운입니다. 하루 30분 정도? (참고로 딱 숙제만 한다고 하면 15분 정도입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에픽세븐을 플레이하는 모든 순간들이 다 실레나를 위한 준비작업이긴 해요.마치 WOW에서 리치킹 레이드를 뛰기 위해 그렇게 많은 시간을 물약캐기, 장비맞추기, 섭퀘하기에 투자하는것처럼에픽도 내가 지금은 못 이기는 OP캐 카운터를 키우기 위해서 pve 숙제를 하고, 무한 와이번을 돌고, 미궁을 돌고 하는거지요.
그렇기 때문에, 나는 pvp가 너무 싫다, 머리쓰는 게임은 전혀 내취향이 아니다, 나는 분재겜이 좋다 하시는 분들은 이 게임이 잘 안맞습니다.물론 실레나 안하고 pve 컨텐츠만 하는 유저도 있기야 있겠지만, 그러면 다른 서브컬쳐 경쟁자들이 너무 많거든요.
하지만,
나는 다른 유저와의 치열한 전략싸움이 좋다나는 롤 모의밴픽이 재밌다나는 멍하니 쳐다보는 시간이 아깝다나는 포켓몬 배틀을 재밌게 했었다기왕 배틀하는거 미소녀로 하고 싶다
이런 니즈가 있는 유저라면, 에픽세븐이 사실상 거의 유일한 선택지이긴 합니다.
그리고 바로 이게 6년차 올드 모바일 게임이 아직도 현역으로 뛰고 있는 이유인거 같아요.
(뿌ㅡ듯)
추천74 비추천 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