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랭크는 왜 박치기공룡의 시대가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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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랭크를 하시는 분들이라면 모를 리가 없고, 솔로랭크를 안 하시는 분들도 여기저기서 많이 들어본 말일 겁니다.
“박치기공룡”
왜 박치기공룡이란 말이 나오고, 왜 솔랭은 다 박아대는 걸까요. 오늘 주말 롤도 박치기공룡들과 원시시대에서 우가우가 한바탕 하고 와서 현자타임이 온 김에 한 번 글로 써보겠습니다.
롤이란 게임은 고수가 될수록 플레이의 근거가 중요합니다.
아군의 위치파악을 기본으로, 상대의 위치를 예상해가며 시야를 뚫고 사이드를 밀며 오브젝트 위치를 고수하는게 롤의 기본적인 운영의 틀입니다. 사이드를 한 라인 더 빠르게 밀 것인가, 한 라인 더 밀더라도 바로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살짝 뒤에 있다가 근거리 미니언 죽을 때쯤 밀어서 상대에게 혼란을 줄 것인가, 혹은 사이드 손해 감수하고 내려가서 합류할 것인가 등 상대팀의 챔프조합과 각 챔프의 위치 예상을 통해 근거를 수집 후 행동으로 이어지게 되죠.
하지만 이러한 운영은 시즌 10을 시작으로, 현 시즌 14에는 그랜드마스터 티어 이하로는 실종되었습니다. 적군 위치 생각 안 하고, 심지어 아군 위치도 안보고 사이드 밀고, 이니시 열며, 오브젝트 치는, “박치기공룡” 유저가 대다수입니다. 나름 마스터-다이아티어면 상위 1%이내의 유저들인데 왜 이렇게 됐을까요?
솔로랭크를 하지 않는 분들도 편하게 읽으실 수 있도록 가능한 세세하고 쉽게 써보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크크
첫 번째로는 생배치계정의 유입입니다.
생배치계정이란 랭크게임 기록이 없는 신규계정은 점수증가폭이 높고 하락폭이 낮은걸 이용해서, 본인의 실력대보다 훨씬 높은 점수를 손쉽게 가는 꼼수입니다. 본인의 실력보다 높은 점수대에서 게임하는 사람들이, 높은 점수대 사람들의 운영을 따라갈 수 있을리 만무합니다. 그래서 그냥 운영쪽을 놔버리고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중합니다. 이러한 유저가 점점 늘어나니 오랜 기간 상위권에서 롤을 하며 운영에 익숙한 사람들은 당혹스럽습니다. 내가 분명 사이드 일방적으로 밀어서 이득보는 타이밍인데 아군이 물리거나 뭅니다(?????)
이렇게 게임 터지는걸 여러 번 경험하면 “이거 그냥 합류하는게 맞나..?” 하며 잘못된 피드백을 스스로 하게 되고 본인도 박치기대열에 합류합니다. 크크 그래야 게임 이기니까요. 좀비 바이러스마냥 정상적인 유저들도 박치기공룡화가 되어갑니다.
두 번째는 라이엇의 패치방향성입니다.
라이엇은 유저들이 초반부터 게임을 포기하는걸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복지시스템(?)을 추가해왔습니다.
제압골드, 건물/오브젝트현상금, 따라잡기 경험치 등 지고있는 쪽에서, 한 번에 혹은 서서히 역전할 수 있게 만들어둔거죠. 여기서 문제가 되는게 저 제압골드와 현상금입니다.
이 내용은 아래에서 다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세 번째는 인기챔프들의 “단단한 두개골 강도”입니다.
윗 항목의 제압골 사냥이 가능한 이유가 바로 인기 챔프들의 스팩빨 덕분입니다.
크산테 아칼리 요네 카이사 사미라 사일러스 벨베스 비에고 리신 등
솔로랭크 인기챔프들이 박치기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일단 머리박고 보면 생각보다 결과가 좋은 장면이 잘 나오게 되고 노플인 상대를 물기 쉽다보니 제압골 회수도 잘 나옵니다. “박아서 망했어? 그럼 다음에 또 박어, 그 때는 제압골이랑 현상금 높아져서 더 이득이야”
네 번째는 탈카키제 강점기덕분에 드러난, 일명 “라인전 무쓸모론” 입니다.
탈카키제란 탈론/카타리나/키아나/제드의 줄임말로, 암살챔프의 대표격인 이 4인방이 솔로랭크를 그야말로 “강점”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저 챔프들을 살펴보면 공통점이 보이죠. “라인전이 약하다” 그나마 제드정도가 이즈리얼처럼 멀리서 Q파밍이 가능할 뿐 나머지 챔프들은 푸쉬력도 밀리고 마나유지도 어려워 라인전에 속수무책으로 밀립니다. 솔랭 1티어여도 대회에서 쓰이지 않은 가장 큰 이유가 이러한 약한 라인전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저런 저열한 라인전을 가지고도 탈카키제는 솔로랭크를 지배했을까요?
이건 다시 한 번 2번과 이어집니다. 예를 들어 오리아나 vs 탈카키제가 만났습니다. 오리아나는 강한 라인전 능력을 바탕으로 탈카키제를 압박합니다. 탈카키제쪽이 최대한 먹을 수 있는 것만 먹고, 못 먹는건 포기해서 CS가 30개 이상 벌어집니다 (오리아나80 / 탈카키제50)
하지만 이런건 게임승패에 별 영향력이 없습니다. CS차이가 벌어지면 곧 오리아나에겐 제압골이 달리게 되고 탈카키제쪽이 한 번만 킬각 잡으면 라인전 역전입니다.
아예 라인 버리고 정글쪽 뛰거나 다른 라인쪽 뛰는 경우도 있습니다. 타라인 입장에선 라인전 잘 하고 있었는데 미드의 로밍 한번에 주도권 싹 날아갑니다. 오리아나는 라인전 개잘했는데 패배의 범인이고, 탈카키제는 라인전 개털렸는데 POG입니다. 크크
오리아나가 참지 못하고 강가로 나간다? 어둠시야 속에서 탈카키제+상대정글과 만나면 무조건 죽습니다. 이 때 정답은 오리아나가 빽핑 찍으면 타라인이 사리면 되는거지만 우리 박치기공룡들은 그런거 모릅니다. 상대 미드가 와서 죽으면 미드차이 지지~ 15서랜~ 하면 그만이거든요.
이런 게임을 몇 년간 겪으면서 대다수 유저들은 라인전을 세심하게 할 필요가 없다는걸 깨닫습니다. 그전까지는 미드유저들만 겪은 경험이면 이제 탑과 바텀도 이에 동의합니다. “아 라인전 조지면 뭐 어때? 한 번만 잘 잡아서 제압골 먹으면 역전이지” 라는 생각에 라인전을 마구잡이로 하게 됩니다. 이게 뒤섞이면서 라인전부터 운영까지, 상대의 움직임을 아예 배제해버리는 게임이 주가 되버렸습니다.
"상대 가는거 뻔히 보이는데 왜 안 빼고 죽어줌?" -> "상대는 오는거 보이는데 그럼 너는 뭐 했음?" 이렇게 되버린거죠. 크크
정리해보자면
1. 생배계정을 사용해 유입되는 유저들의 실력이 부족하여 기존의 유저들의 운영을 따라오지 못하여 게임을 박아댐
2. 처음에는 이러한 유저들이 패배의 원흉이 되며 많은 지탄을 받았으나 게임을 이기고 싶은 기존 유저들이 어쩔 수 없이 박치기공룡들을 케어해주면서 본인들도 박치기에 동참함
3. 전체유저풀에서 박치기유저 비율이 더 높아져서, 운영을 중시하는 유저들이 역으로 게임을 지게 만드는 범인이 되어버림
4. 근데 박치기를 계속 하다보니, 현재 롤 패치방향에는 이게 맞다는 여론이 대세가 됨
5. 에라 모르겠다 그럼 나도 박아야지~ 반피다~ 박치기다~
저도 처음에는 박치기공룡들 혐오스러워서 솔랭 하기 싫어지고 그랬는데, 이제는 저도 신나게 박습니다. 크크크
챔프도 빅토르 오리아나 애니비아같은 컨트롤 메이지 다 털어버리고, 아칼리 아리 다이애나 사일러스 같은 박기 좋은 챔프로 바꿨습니다.
예전에는 농담삼아 나온 말이지만, 이제는 진짜로 실버골드나 다이아마스터나 운영면에선 거의 차이 없습니다. 앰비션의 말을 빌리면 실버에는 50kg 박치기공룡들이 있는거고 다이아에는 100kg 박치기공룡들이 사는 것 뿐이죠.
심지어 그마-챌도 박치기공룡이 대세가 되고 있다는데.... 이게 어찌보면 고인물들이 운영으로 이득보는 진입장벽을 허물어트리는 좋은(?) 방향성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네요. 크크크크
다만 이러한 박치기공룡이 늘어나면서 더욱더 팀운망겜이 가속화되버린지라 이게 장기적으로 보면 라이엇에게 득이 될 수는 없을겁니다. 직접 게임을 해봐도, 타인의 게임을 관전해봐도 "이 사람이 정말 같은 큐로 잡힐 실력인가??" 하는 사람이 자주 보이거든요. 게임의 재미면에서 엄청난 악영향을 주고 있기에 뭔가 조치가 필요해보이긴 합니다.
어찌보면, 한국서버는 2020년부터 서서히 박치기화가 되었는데, 2018년부터 이미 박치기공룡이 장악한 중국서버가 더 수준 높은 곳이었을지도...?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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