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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7R, 조작감에서 비롯된 불쾌한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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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6,586 회 작성일 24-06-26 08:4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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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FF7R)를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2020년에 출시되었으니 벌써 4년이나 지난 게임이네요. 스팀 기준으로는 2년이 지났고, 원판은 1997년에 출시되었으니 무려 27년 전 게임입니다. 다만 저는 원판을 플레이해 보지는 못했습니다. 살림이 넉넉한 중산층이 아니고서야 20세기 말엽에 플레이스테이션을 가지고 있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그래도 스토리는 죄다 꿰고 있습니다. 게임잡지 공략을 마르고 닳도록 읽었으니 말입니다.



여하튼 20세기 후반에 게임기를 가지고 있던 친구를 부러워하며 살았던 소년은 이제 돈을 버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게임잡지에 실린 손톱만 한 사진을 들여다보면서 오딘이 참철검을 휘두르는 장면을 상상하던 고등학생은 이제 32인치 모니터와 고스펙 컴퓨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마침내 스팀으로 FF7R이 출시되었고 저는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너무 많은 기대를 했던 것일까요.



그래픽이나 시나리오에 대해 이야기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저는 게이머로서 이 게임의 조작감과 템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이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상당히 불쾌한 기분이 듭니다. 그래픽이 혐오스럽다는 뜻이 아닙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캐릭터를 움직일 수 없는 부자유스러운 조작감과, 그로부터 비롯되는 템포의 저하가 저를 짜증 나게 합니다.



예컨대 클라우드는 RB 버튼을 눌러 빠르게 달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캐릭터가 달리지 못하도록 제한을 걸어놓은 맵이 지나치게 많습니다. 절대 추락할 위험이 없는 외나무다리 위에서 느릿느릿 전진하는 캐릭터를 보고 있으면 속이 터집니다. 좁은 길을 지나갈 때마다 몸을 세로로 돌려 느릿하게 게걸음을 치는 묘사는 도저히 의미를 알 수 없습니다. 심지어 그 골목길이 퀘스트를 위해 몇 차례나 지나다녀야 하는 유일한 통로라면 짜증이 배가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분명 1분 전에는 급박한 상황이라고 긴장하던 캐릭터가 별 의미도 없는 수다를 떨면서 느릿느릿하게 걸어가는 장면을 보고 있다 보면 혼란스럽습니다. 물론 이런 식의 연출은 다른 게임에서도 드물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업계의 마스터피스라 할 수 있는 GTA5 같은 작품과 비교해 보면 FF7R의 문제점이 도드라집니다.



FF7R의 대화 속도는 GTA5에 비해서 한결 느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TA5와는 달리, 대화가 끝나기 전에 목적지에 도달하는 걸 게임이 허락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필연적으로 클라우드의 걸음걸이가 한도 끝도 없이 느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종종 스킵조차 안 됩니다. 당장 앞으로 달려가고 싶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이라고는 그저 인물들의 쓸데없는 수다를 들으면서 묵묵히 한 걸음씩 걸어가는 것뿐입니다. 이쯤 되면 게임플레이가 고행으로 느껴집니다.



문을 여닫거나 상자를 여는 간단한 조작마저도 느릿합니다. 사다리 타기와 시점 변화가 겹치면 사다리에 올랐다 내리기를 반복하기도 합니다. 벤치에 앉았다가 일어선다는 간단한 움직임이 체감상 오 분쯤 걸리는 느낌입니다. 그러다 보니 조작감이라는 측면에서 이 게임은 재앙에 가깝습니다.



같은 3인칭 3D게임이라도, 슈퍼마리오 오딧세이를 플레이하는 게이머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마리오가 움직이는 데서 오는 쾌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GTA5도 조작감이 그럭저럭 무난합니다. FF7R은 그렇지 않습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캐릭터를 움직이려 할 때마다 누군가가 옆에서 손목을 붙잡고 방해하는 기분입니다.



더 큰 문제는, 항상 조작감이 나쁘지는 않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전투 때는 조작감이 상당히 좋습니다. 단지 아날로그 스틱을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캐릭터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달려가고, 버튼 두 개를 조합하는 것만으로도 손쉽게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비록 완벽하지는 않지만 시원시원하다는 기분이 듭니다.



그렇기에 필드에서의 움직임이 더욱 갑갑하게 느껴집니다. FF7R은 필드와 전투 공간을 따로 구분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전투 때 쏜살같이 뛰어다니던 캐릭터들이 전투가 끝나는 순간부터 느릿해집니다. 전투에서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상대를 난도질하던 클라우드가, 필드에서는 칼을 한 번 휘두른 뒤 달팽이가 기어가는 속도로 도로 집어넣습니다. 마치 함부로 칼을 휘두르는 유저에게는 벌을 주겠다는 식으로 말입니다. 이쯤 되면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이 개똥 같은 조작감과 느려터진 템포가 사실은 의도한 것이 아닐까 하는 불편한 진실을 말입니다.



왜일까요? 로딩 시간의 확보를 위해서였을까요? 공들여 만든 캐릭터와 맵을 감상해 달라는 취지였을까요? 아니면 플레이타임을 늘리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을까요? 하지만 실상 아무려나 상관없는 일입니다. 게이머의 입장에서는 그 이유 따윈 전혀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중요한 건 그 때문에 플레이 경험 자체가 불쾌해진다는 결과입니다.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저는 여전히 이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게임이 제시하는 과제를 클리어하고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 즐겁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게임이란 목표 도달만을 추구하는 매체가 아닙니다. 어쩌면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의 과정과 체험이 훨씬 더 중요하죠. 그런데 FF7R은 그 과정에서 지나치게 훼방을 놓습니다. 게임의 본질과는 전혀 무관한 지점에서 말입니다. 그게 불쾌하다는 말의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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