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동생 그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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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덜컹, 덜컹..
고속버스에서 내려 시외버스로 갈아탔다. 포장도로이긴 하지만 구불구불 구비지게 돌아가는 길에 가끔씩 패이
고 망가진 자리를 만나 승객들의 몸이 반 뼘정도 튕겨오른다.
동훈이는 민아에게 목적지가 철원이라는 말만 들었다. 철원에 누가 살고, 무엇을 하러 가는지는 묻지 않았다.
동훈이는 민아에게 목적지가 철원이라는 말만 들었다. 철원에 누가 살고, 무엇을 하러 가는지는 묻지 않았다.
그저 어느 시골마을에 내려 걷다보면 민아를 반겨주는 후덕한 할아버지, 할머니가 있고, 꼬리흔들며 짖는 누렁
개가 있으려니 했다. 진짜배기 강원도 감자와 옥수수를 뜨거워 호호 불며 맛있게 먹게 되려니 했다.
"철원에 언제 갈거니?"
"이번주 토요일 쯤.. 왜?"
"나도 같이 가자. 심심한데.."
심심한데라는 말은 괜히 갖다붙였다고 후회했다. 그러나 민아는 잠시 생각한 후 승낙인지 거절인지 모를, 애매
"철원에 언제 갈거니?"
"이번주 토요일 쯤.. 왜?"
"나도 같이 가자. 심심한데.."
심심한데라는 말은 괜히 갖다붙였다고 후회했다. 그러나 민아는 잠시 생각한 후 승낙인지 거절인지 모를, 애매
한 대답을 내놓는다.
"별로 재미없을텐데.. 차비도 많이 들고.."
"괜찮아. 나 과외하잖아. 돈 있어."
이제와 생각해보니 민아는 사실상 동훈이에게 같이 가자고 제안하거나 적극적으로 승낙한 건 아니다. 동훈이
"별로 재미없을텐데.. 차비도 많이 들고.."
"괜찮아. 나 과외하잖아. 돈 있어."
이제와 생각해보니 민아는 사실상 동훈이에게 같이 가자고 제안하거나 적극적으로 승낙한 건 아니다. 동훈이
가 민아를 졸졸 따라가고 있는 형국이다.
민아는 고속버스표를 끊으면서도, 시외버스로 갈아타면서도 주저하거나 망설이지 않았다. 인터넷으로 미리
민아는 고속버스표를 끊으면서도, 시외버스로 갈아타면서도 주저하거나 망설이지 않았다. 인터넷으로 미리
충분히 준비를 한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여러 번 다녀본 길을 다시 떠나는 사람 같기도 하다. 표를 끊으며 민
아가 돌아보면 동훈이는 자기 몫의 돈을 내밀었다. 그리고 나란히 앉아 철원도심에 들어섰고, 점심을 해결한
후 외곽으로 빠지는 버스에 올랐다.
"이야! 쩝쩝.. 서울보다 훨씬 맛있다. 아구, 아구.."
허름한 중국집에서 미심쩍은 마음으로 똑같이 볶음밥을 시켜먹었다. 집 나서면 뭘 먹어도 맛있다는 말을 실감
"이야! 쩝쩝.. 서울보다 훨씬 맛있다. 아구, 아구.."
허름한 중국집에서 미심쩍은 마음으로 똑같이 볶음밥을 시켜먹었다. 집 나서면 뭘 먹어도 맛있다는 말을 실감
하며 곱배기로 시키지 않은 걸 아쉬워했다.
- 끼이익! 덜컥! 턱, 턱..
민아를 따라 버스에서 내린 곳은 시멘트를 발라 초라하게 지어진 간이 정류소 앞이다. 멀리 흰 점을 찍어놓은
- 끼이익! 덜컥! 턱, 턱..
민아를 따라 버스에서 내린 곳은 시멘트를 발라 초라하게 지어진 간이 정류소 앞이다. 멀리 흰 점을 찍어놓은
듯 군데군데 눈이 쌓인 산들이 보인다.
- 부릉..
민아가 떠나가는 버스의 뒤를 좇아 걷기 시작하자 동훈이도 그 곁에 따라 붙었다. 바람이 매섭다. 감기기운이
- 부릉..
민아가 떠나가는 버스의 뒤를 좇아 걷기 시작하자 동훈이도 그 곁에 따라 붙었다. 바람이 매섭다. 감기기운이
완전히 떨어지지도 않았다. 이렇게 추운 곳일지 몰라 옷도 가볍다.
"민아야. 아직 멀었어?"
"다 왔어. 저기.."
민아가 가리키는 곳은 포장도로가 곡선을 그리며 휘어져 나간 지점에서 언덕위로 갈라져 올라가는 비포장도로
"민아야. 아직 멀었어?"
"다 왔어. 저기.."
민아가 가리키는 곳은 포장도로가 곡선을 그리며 휘어져 나간 지점에서 언덕위로 갈라져 올라가는 비포장도로
다. 아스팔트가 깔리지만 않았을 뿐 차 두 대가 문제없이 올라갈 수 있을 만큼 폭이 넓고 바닥이 반듯하게 다져
져 있다.
"콜록, 콜록.."
"거.. 기침할 때 고개 좀 딴 데로 돌리고 해. 감기걸린 사람이 가만히 누워있기나 하지.. 난 왜 불렀어? 나한
"콜록, 콜록.."
"거.. 기침할 때 고개 좀 딴 데로 돌리고 해. 감기걸린 사람이 가만히 누워있기나 하지.. 난 왜 불렀어? 나한
테도 감기 나눠줄려고 불렀어?"
"너무 그러지마라. 아픈 것도 서러운데.. 교복 가져간다더니 여지껏 감감무소식이길래 내가 불렀다. 동훈이
"너무 그러지마라. 아픈 것도 서러운데.. 교복 가져간다더니 여지껏 감감무소식이길래 내가 불렀다. 동훈이
꺼 안 입히고 새 거 살거니?"
"아유, 참! 내 정신 좀 봐! 깜빡했어, 언니. 오늘이 며칠이지? 세상에.. 열흘도 안 남았네?"
"정신을 어디 은행에 맡겨두고 사니? 젊은 애가 벌써부터 건망증은.. 쯔쯔.."
"건망증이 아니라.. 내가 요즘 성재 때문에 속상해서 그래.."
"성재가 왜?"
"애가 방에만 있고 바깥에는 도통 나갈 생각을 안 하잖아.. 내가 걔 하는 짓만 보고 있으면 복장터져서 못 살겠어.."
"이사와서부턴 많이 밝아지고 활동적으로 변했다더니.. 무슨 일 있었어?"
"동훈이랑 과외하면서 많이 좋아지기야 했었지.. 그래서 성격이 좀 변했구나 했는데.. 도로 제자리야.. 언
"아유, 참! 내 정신 좀 봐! 깜빡했어, 언니. 오늘이 며칠이지? 세상에.. 열흘도 안 남았네?"
"정신을 어디 은행에 맡겨두고 사니? 젊은 애가 벌써부터 건망증은.. 쯔쯔.."
"건망증이 아니라.. 내가 요즘 성재 때문에 속상해서 그래.."
"성재가 왜?"
"애가 방에만 있고 바깥에는 도통 나갈 생각을 안 하잖아.. 내가 걔 하는 짓만 보고 있으면 복장터져서 못 살겠어.."
"이사와서부턴 많이 밝아지고 활동적으로 변했다더니.. 무슨 일 있었어?"
"동훈이랑 과외하면서 많이 좋아지기야 했었지.. 그래서 성격이 좀 변했구나 했는데.. 도로 제자리야.. 언
니.. 저번에 내가 말한거.. 어떻게 다시.. 안될까?"
원래 2월말까지 예정했던 성재의 과외는 동훈이가 감기로 심하게 고생하는 것을 이유로 2주 일찍 끝내버렸다.
원래 2월말까지 예정했던 성재의 과외는 동훈이가 감기로 심하게 고생하는 것을 이유로 2주 일찍 끝내버렸다.
은혜가 지갑에서 만원짜리를 꺼내 세더니 동생 은선이에게 몇 장을 내민다.
"그건 내가 전에 말했잖아. 안된다고.. 자.. 이거 받어.. 10만원.."
"10만원? 무슨 돈인데?"
"동훈이가 선불로 받은 과외비 20만원에서 절반 까고 주는거야. 2월달엔 절반 밖에 못 가르쳤으니까.."
"아, 그거.."
은선은 10만원을 받아들고 침착히 갈무리해 지갑에 넣었다. 주는 돈이니 받긴 해도 마음이 개운치 않다. 그런
"그건 내가 전에 말했잖아. 안된다고.. 자.. 이거 받어.. 10만원.."
"10만원? 무슨 돈인데?"
"동훈이가 선불로 받은 과외비 20만원에서 절반 까고 주는거야. 2월달엔 절반 밖에 못 가르쳤으니까.."
"아, 그거.."
은선은 10만원을 받아들고 침착히 갈무리해 지갑에 넣었다. 주는 돈이니 받긴 해도 마음이 개운치 않다. 그런
마음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났는지 은혜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성재.. 교회도 나간다면서? 교회에서 친구 좀 사귀었지?"
"나간지 얼마나 됐다고.. 그렇게 빨리 친구를 사귀면 내가 걱정할 일이 뭐가 있겠어? 걔 성격에 어림도 없어..
"성재.. 교회도 나간다면서? 교회에서 친구 좀 사귀었지?"
"나간지 얼마나 됐다고.. 그렇게 빨리 친구를 사귀면 내가 걱정할 일이 뭐가 있겠어? 걔 성격에 어림도 없어..
언니! 동훈이도 초등학교 다닐 땐 좀 내성적인 편이었잖아. 어떻게 한거야? 무슨 비법이라도 있으면 좀 가르쳐줘."
"비법은 무슨? 우리 동훈이는 원래부터 아무 아이들하고나 잘 어울렸어. 니가 지방 가있느라고 우리 동훈이
"비법은 무슨? 우리 동훈이는 원래부터 아무 아이들하고나 잘 어울렸어. 니가 지방 가있느라고 우리 동훈이
크는걸 못봐서 그렇지."
"안 보다 보니깐 오히려 차이가 확연히 보이더라. 동훈이.. 그전엔 분명 낯도 좀 가리고 애가 맘이 약했어. 언
"안 보다 보니깐 오히려 차이가 확연히 보이더라. 동훈이.. 그전엔 분명 낯도 좀 가리고 애가 맘이 약했어. 언
니가 한번 전화로 그런 얘기한 적도 있잖아. 동훈이가 초등학교 5학년 때였나? 학교에서 괴롭히는 애가 있어
서 동훈이가 학교가기 싫다고 그랬다고.."
"그거야.. 내가 좀 오바한거구.. 지나고 보니까 별 일 아니었어. 애들끼리 잠깐 신경전 벌인 거더라구.."
"우리 성재도 그렇게 별 일 아니게 컸으면 좋겠네. 요즘 얼굴이 너무 어둡길래 슬쩍 물어봤더니.. 중학교 올라
"그거야.. 내가 좀 오바한거구.. 지나고 보니까 별 일 아니었어. 애들끼리 잠깐 신경전 벌인 거더라구.."
"우리 성재도 그렇게 별 일 아니게 컸으면 좋겠네. 요즘 얼굴이 너무 어둡길래 슬쩍 물어봤더니.. 중학교 올라
가기 싫대. 그냥 집에서 혼자 공부하면 안되냐는거야.. 선생님 바뀌는게 무섭고, 형들이 괴롭힐까봐 무섭대..
휴.. 우리 성재.. 어떻게 해야돼?"
"운동을 좀 시켜. 태권도나 합기도 같은거 있잖아."
"시켜봤지. 그런데 한달을 못 채워. 관장이 무섭고, 형들이 무섭대. 걔는 참 무서운 것도 많아.. 앞으로 세상
"운동을 좀 시켜. 태권도나 합기도 같은거 있잖아."
"시켜봤지. 그런데 한달을 못 채워. 관장이 무섭고, 형들이 무섭대. 걔는 참 무서운 것도 많아.. 앞으로 세상
을 어찌 살려고.."
"어차피 자기 인생, 자기가 사는거야. 태어난 성격이 그런 걸 어쩌니? 부모가 너무 안절부절 못하고 일일이 챙
"어차피 자기 인생, 자기가 사는거야. 태어난 성격이 그런 걸 어쩌니? 부모가 너무 안절부절 못하고 일일이 챙
겨주다간 괜히 아이들 의존성만 더 키우기 쉽다, 너.."
"아이고.. 언니두 참.. 자기 자식 아니라고.. 그래도 조칸데 너무 쌀쌀맞다.. 얘기하는게.. 걔 이제 겨우 중
"아이고.. 언니두 참.. 자기 자식 아니라고.. 그래도 조칸데 너무 쌀쌀맞다.. 얘기하는게.. 걔 이제 겨우 중
학교 올라가.. 부모한테 기대지 않으면 누구한테 기대? 언니는 내가 동훈이 생각하는거 10분의 1이라도 우리
아이들 생각해주긴 하니?"
언니 은혜에 대한 원망이기도 하고, 은선 자신에 대한 책망이기도 하다. 친아빠로부터 충분한 관심과 사랑을
언니 은혜에 대한 원망이기도 하고, 은선 자신에 대한 책망이기도 하다. 친아빠로부터 충분한 관심과 사랑을
못 받는 아이. 그리고, 친엄마로부터도..
은선은 성재를 임신한 사실을 3개월 무렵에 알았다. 지방 건설현장에 한 달 넘게 있다가 간만에 귀가한 남편과
은선은 성재를 임신한 사실을 3개월 무렵에 알았다. 지방 건설현장에 한 달 넘게 있다가 간만에 귀가한 남편과
진하고 격렬한 섹스를 치른 며칠 후부터 소변볼 때마다 아랫도리가 찌릿하고 거북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오
랜만에 섹스를 해서 보짓살이 벗겨져서 타박상 비슷하게 상처가 난 줄만 알았다. 그런데 1주일이 지나고, 2주
일이 지나도 거북한 느낌은 사라지지 않고, 잦은 소변기가 은선을 괴롭혔다.
증세가 딱 성병같았다. 남편을 의심했다. 집을 비우고 지방현장으로 자주 다니는 사람이라 몸파는 여자와 잠
증세가 딱 성병같았다. 남편을 의심했다. 집을 비우고 지방현장으로 자주 다니는 사람이라 몸파는 여자와 잠
자리를 해도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는 생각했었다. 모르게 하는 짓이야 모르면 그만이다. 그런데 성병을 옮기
다니..
은선은 분노했다. 수시로 소변보러 화장실을 들락거려야 하는 괴로움 속에 따끔거리는 요도구를 소독약으로
은선은 분노했다. 수시로 소변보러 화장실을 들락거려야 하는 괴로움 속에 따끔거리는 요도구를 소독약으로
소독하면서 혼자 낫게 해보려고 기를 썼다. 그러나,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두려움에 떨며 병원을 찾았을 때 전혀
뜻밖의 소식을 들었다.
성병이 아니고 방광염, 그리고 임신 3개월..
방광염은 신혼 여성들이 갑작스레 섹스횟수가 잦아지면 잘 걸리는 증세이고 성병은 아니란다. 은선은 안도의
성병이 아니고 방광염, 그리고 임신 3개월..
방광염은 신혼 여성들이 갑작스레 섹스횟수가 잦아지면 잘 걸리는 증세이고 성병은 아니란다. 은선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임신소식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러나 기쁨은 잠시, 곧바로 공포감이 찾아왔다.
"저기.. 임신한 것도 모르고 밑에다 소독약을 발랐는데.. 괜찮을까요? 혹시 기형아라도.."
"요 3개월 사이에 항생제 같은거 드신 적 있으세요? 없어요? 그럼 걱정안하셔도 됩니다. 소독약이 체내로 흡
"저기.. 임신한 것도 모르고 밑에다 소독약을 발랐는데.. 괜찮을까요? 혹시 기형아라도.."
"요 3개월 사이에 항생제 같은거 드신 적 있으세요? 없어요? 그럼 걱정안하셔도 됩니다. 소독약이 체내로 흡
수되는 건 아니니까.. 그래도 정 걱정되시면 정밀검사 받아보시고요.."
남편을 의심했고, 성재가 기형아로 나오지는 않을까 싶어 내내 노심초사하느라 태교는 정성이 부족했다. 성재
남편을 의심했고, 성재가 기형아로 나오지는 않을까 싶어 내내 노심초사하느라 태교는 정성이 부족했다. 성재
의 성격이 지금 이렇듯 음침한 것은 원래 타고난 걸까, 외모처럼 아빠를 닮은 걸까, 엄마 은선의 태교가 잘못된
탓일까.. 은선은 아무래도 엄마인 자기 탓을 가장 많이 하게 된다.
"그거야.. 솔직히.. 애가 예쁘게 굴어야 예뻐하지.. 그래도 내가 영재한테는 잘해주는 편이잖아."
"그게 더 문제야. 언니나 다른 사람들이 영재를 눈에 띄게 더 예뻐하니까 성재가 더 주눅들어 한다구.."
"좋아하는 거나 재미있어 하는거 없니? 그런 거라도 한 가지 있으면 좋을텐데.. 농구나 축구같은 공놀이는 안
"그거야.. 솔직히.. 애가 예쁘게 굴어야 예뻐하지.. 그래도 내가 영재한테는 잘해주는 편이잖아."
"그게 더 문제야. 언니나 다른 사람들이 영재를 눈에 띄게 더 예뻐하니까 성재가 더 주눅들어 한다구.."
"좋아하는 거나 재미있어 하는거 없니? 그런 거라도 한 가지 있으면 좋을텐데.. 농구나 축구같은 공놀이는 안
좋아해?"
[손운동도 있잖아. 그거..]
적어도 대학생 정도 나이라면 여자친구를 붙여주라고 했을 것이다. 이성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감과 활력을 얻
[손운동도 있잖아. 그거..]
적어도 대학생 정도 나이라면 여자친구를 붙여주라고 했을 것이다. 이성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감과 활력을 얻
을 수 있을테니까. 동훈이도 작년 여름이후 특히 더 활달해지고 늠름해진 것을 느낀다. 그러나 성재는 이제 막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하려는 꼬마아이다. 은혜가 며칠 전 성재의 졸업식에 갔다왔는데 또래 애
들에 비해 키가 작은 편은 아니었지만 몸이 마르고 눈에 총기가 없어서 원래 키보다 많이 작아보였다.
"공놀이를 좋아하면 여태 친구가 없겠어? 말했잖아. 지 방에 틀어박혀서 하루종일 안 나온다고.."
"성재.. 손장난은.. 하지?"
"손장난? 뭐? 자위? 하지.. 왜?"
"아니.. 방에만 틀어박혀 있는다길래. 그거 안 좋은데.. 건강에도 안 좋고.. 성격에도 안 좋고.."
"지가 몰래 하는 걸 내가 어째.. 지켜보고 있다가 하지 말라고 막을수도 없고.. 그렇다고 손을 묶어놓을 수도
"공놀이를 좋아하면 여태 친구가 없겠어? 말했잖아. 지 방에 틀어박혀서 하루종일 안 나온다고.."
"성재.. 손장난은.. 하지?"
"손장난? 뭐? 자위? 하지.. 왜?"
"아니.. 방에만 틀어박혀 있는다길래. 그거 안 좋은데.. 건강에도 안 좋고.. 성격에도 안 좋고.."
"지가 몰래 하는 걸 내가 어째.. 지켜보고 있다가 하지 말라고 막을수도 없고.. 그렇다고 손을 묶어놓을 수도
없고.. 언니! 그런 일은 아빠가 나서는게 맞지? 아니 뭐.. 난 아무렇지도 않아. 내 아들이잖아. 오줌싸고
똥 싸는 것도 받아줬는데.. 까짓 정액이 문제겠어? 근데.. 내가 나서면 우리 성재가 더 기죽을까 그게 걱정이
되더라구. 엄마이긴 하지만 그래도 여자니까.. 그래서 지 아빠한테 나서서 얘기 좀 해보라고 했더니.. 그냥
놔두라는거야. 남자애들은 내놓으면 지들이 알아서 크는거래.. 참, 내가 기가 막혀, 언니.. 남자들이 그렇게
태평해.."
은혜는 동생의 입에서 술술 흘러나오는 푸념속에서 아들인데 정액이 문제겠냐는 말을 듣고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오줌받고, 똥 받고.. 정액도.. 받고? 정액을 받아? 나처럼?]
동훈이가 자위를 시작한 것은 팬티에 묻은 정액 얼룩으로 알았다. 아니, 알았다기보다는 추측한 것이다. 빨래
은혜는 동생의 입에서 술술 흘러나오는 푸념속에서 아들인데 정액이 문제겠냐는 말을 듣고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오줌받고, 똥 받고.. 정액도.. 받고? 정액을 받아? 나처럼?]
동훈이가 자위를 시작한 것은 팬티에 묻은 정액 얼룩으로 알았다. 아니, 알았다기보다는 추측한 것이다. 빨래
통에 벗어놓은 팬티에 묻은 몽정의 흔적을 보고, 동훈이 방의 휴지통에 버려진 휴지와 티슈가 떨어지는 속도를
관찰해본 후 내린 결론이다. 그 때가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은혜는 동훈이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동훈이 아빠도 신경쓰지 말고 그냥 두라고 했었다. 자기도 다 그렇
은혜는 동훈이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동훈이 아빠도 신경쓰지 말고 그냥 두라고 했었다. 자기도 다 그렇
게 컸단다. 누구식으로 올바른 성교육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애를 다그치면 오히려 죄의식만 커진다는 거다.
[정말 그런가? 그러고보니 은선이 신랑이나 우리 남편이나 하는 말이 똑같네.. 치.. 다 자기들 편하자고 하는
[정말 그런가? 그러고보니 은선이 신랑이나 우리 남편이나 하는 말이 똑같네.. 치.. 다 자기들 편하자고 하는
소리지.. 무조건 풀어놓고 니들 알아서 커라.. 그러면 아무나 부모노릇 하게?]
동훈이는 지금까지 별 탈없이(?) 컸으니 그런 교육법이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다. 그러나 성재도 그냥 내버려
동훈이는 지금까지 별 탈없이(?) 컸으니 그런 교육법이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다. 그러나 성재도 그냥 내버려
두면 괜찮을까? 자기 혼자 알아서 동훈이처럼 훤칠하고 밝은 아이로 커줄까? 도저히 그럴 것 같지 않다.
"교회나 열심히 보내라. 하루아침에 성격이 변하겠니.."
"그럴려구.. 흐유.. 나두 심란하고 살기 팍팍한데 성재 손잡고 같이 교회나 나갈까봐.."
"정말? 너 그런거 안 믿잖아."
"믿는게 대수야? 아이들 친구 사귀라고 학원보내는 세상인데.. 우리 성재 위해서라면 믿는 척이라도 못하겠
"교회나 열심히 보내라. 하루아침에 성격이 변하겠니.."
"그럴려구.. 흐유.. 나두 심란하고 살기 팍팍한데 성재 손잡고 같이 교회나 나갈까봐.."
"정말? 너 그런거 안 믿잖아."
"믿는게 대수야? 아이들 친구 사귀라고 학원보내는 세상인데.. 우리 성재 위해서라면 믿는 척이라도 못하겠
어? 나도 덕분에 심심하지 않아 좋구.. 그래, 언니! 이참에 언니도 나랑 같이 교회 가자. 동훈이 다 컸겠다.
혼자 집에서 심심하잖아. 미숙이 언니도 교회다니지? 참! 언니! 아직도 미숙이 언니랑 안 좋아?"
"얘는? 난 심심한거 모르니까 다니려면 너나 혼자 다녀. 안 싸웠다니까 자꾸 그러네? 3자대면 해볼까?"
"오빠!"
민아가 군인을 향해 쪼르르 달려가는 뒷모습을 보며 동훈이는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시들시들 말라
"얘는? 난 심심한거 모르니까 다니려면 너나 혼자 다녀. 안 싸웠다니까 자꾸 그러네? 3자대면 해볼까?"
"오빠!"
민아가 군인을 향해 쪼르르 달려가는 뒷모습을 보며 동훈이는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시들시들 말라
가다가 갑자기 한순간에 활짝 피어난 꽃처럼 화사하게 웃으며 민아는 달려가고 있었다. 동훈이앞에서는 좀처
럼 보여주지 않던 환한 미소다.
군인이 민아와 함께 동훈이 쪽으로 저벅저벅 걸어온다. 동훈이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 지, 인삿말은 무엇으로
군인이 민아와 함께 동훈이 쪽으로 저벅저벅 걸어온다. 동훈이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 지, 인삿말은 무엇으로
할 지, 민아는 자기를 누구라고 소개할 지 등등의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하다. 그런데 군인은 동훈이 곁을 스
쳐 지나면서 위아래로 한번 훑어보기만 할 뿐 먼저 말을 걸어오지 않았다. 민아는 군인의 팔에 매달려 그의 얼
굴을 올려다보느라 동훈이는 안중에 없다.
"쟤, 누구냐? 같이 왔냐?"
"응? 응.. 사촌 오빠야.."
말끝을 흐리는 민아. 동훈이를 돌아보는 얼굴엔 미안함이 약간 묻어있다. 동훈이는 뭔가 속은 느낌, 이용당한
"쟤, 누구냐? 같이 왔냐?"
"응? 응.. 사촌 오빠야.."
말끝을 흐리는 민아. 동훈이를 돌아보는 얼굴엔 미안함이 약간 묻어있다. 동훈이는 뭔가 속은 느낌, 이용당한
느낌이 든다.
[민아가 오자고 해서 온건 아니잖아. 내가 같이 오겠다고 한거지..]
민아를 탓해선 안될 것 같았다. 그래서는 멋진 남자로 보이지 않을 것 같다. 민아가 무엇을 하기 위해 이 곳에
[민아가 오자고 해서 온건 아니잖아. 내가 같이 오겠다고 한거지..]
민아를 탓해선 안될 것 같았다. 그래서는 멋진 남자로 보이지 않을 것 같다. 민아가 무엇을 하기 위해 이 곳에
왔건 의연하고 당당하게 행동하는 것이 남자다운 것이다. 동훈이는 쌓인 눈때문에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밑이
쑥쑥 빠지고 몸이 휘청거리는 것을 애써 이겨내며 민아의 뒤를 따라갔다.
"맥주 두 병하고.. 새우깡 한 봉지? 진짜 사촌동생 맞아? 미성년자한테 술팔면 안되는데.."
"할머니. 술은 저만 마실거에요. 걱정 마세요."
동훈이가 민아를 따라 들어간 곳은 허름한 2층집이었다. 간판도 없는데 건물 내부는 구멍가게와 분식집을 합
"맥주 두 병하고.. 새우깡 한 봉지? 진짜 사촌동생 맞아? 미성년자한테 술팔면 안되는데.."
"할머니. 술은 저만 마실거에요. 걱정 마세요."
동훈이가 민아를 따라 들어간 곳은 허름한 2층집이었다. 간판도 없는데 건물 내부는 구멍가게와 분식집을 합
쳐 놓은 듯했다. 낡은 냉장고와 진열대에 물건들이 듬성듬성 놓여있고, 네모난 탁자 하나에 둥그런 수저통이
서있다.
"외출나온거여, 외박나온거여?"
"한 두 시간만 쉬었다 갈께요. 얼마죠? 야! 난 돈없다."
군인 남자가 군화를 벗은 후 맥주와 새우깡을 들고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민아를 향해 말했다. 허리 굽은 주인
"외출나온거여, 외박나온거여?"
"한 두 시간만 쉬었다 갈께요. 얼마죠? 야! 난 돈없다."
군인 남자가 군화를 벗은 후 맥주와 새우깡을 들고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민아를 향해 말했다. 허리 굽은 주인
할머니가 군화를 신발장안에 넣고 문을 닫는다. 들키지 않도록 숨기는 것 같다.
민아가 만원 짜리 몇 장을 꺼내 할머니에게 건네주고 거스름돈을 받더니 단화를 벗고 군인 남자를 따라 안으로
민아가 만원 짜리 몇 장을 꺼내 할머니에게 건네주고 거스름돈을 받더니 단화를 벗고 군인 남자를 따라 안으로
들어간다. 할머니가 민아의 신발을 집어들고 신발장문을 다시 열더니 동훈이에게 물었다.
"학생! 학생은 안 들어가?"
동훈이는 민아를 쳐다보았다. 민아가 불러줄 거라는 기대감은 전혀 들지 않는다. 그저 민아가 움직이기에 무
"학생! 학생은 안 들어가?"
동훈이는 민아를 쳐다보았다. 민아가 불러줄 거라는 기대감은 전혀 들지 않는다. 그저 민아가 움직이기에 무
심코 시선이 따라간 것뿐이다. 민아는 역시 돌아보지 않았다. 가슴이 갑갑하게 옥죄어온다. 약간, 아주 약간
민아의 부름을 기대했었나 보다.
"전.. 됐어요.."
"사촌오빠 아니지? 너 쫓아다니는 얘냐? 고등학생? 키가 나보다 더 크던데?"
남자는 군모를 벗어 벽에 달린 고리에 걸고 주섬주섬 군복을 벗어나갔다. 민아는 묵묵부답, 한쪽에 비켜앉아
"전.. 됐어요.."
"사촌오빠 아니지? 너 쫓아다니는 얘냐? 고등학생? 키가 나보다 더 크던데?"
남자는 군모를 벗어 벽에 달린 고리에 걸고 주섬주섬 군복을 벗어나갔다. 민아는 묵묵부답, 한쪽에 비켜앉아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렸다. 방은 좁아서 TV와 작은 장농이 하나, 그리고 온돌바닥위로 이불과 베개 두 개가
누워있다.
"야. 너도 빨랑 벗어. 시간 아까워."
"오빠. 우리 그냥.. 얘기만 하면 안될까?"
"얘기만? 야! 너 또 나 귀찮게 하려고 왔냐? 그럴거면 그냥 가라, 가."
남자는 손을 휘휘 저어 보이더니 이불속으로 쏙 들어가서 베개를 베고 대자로 누워버렸다. 민아는 손톱을 깨물
"야. 너도 빨랑 벗어. 시간 아까워."
"오빠. 우리 그냥.. 얘기만 하면 안될까?"
"얘기만? 야! 너 또 나 귀찮게 하려고 왔냐? 그럴거면 그냥 가라, 가."
남자는 손을 휘휘 저어 보이더니 이불속으로 쏙 들어가서 베개를 베고 대자로 누워버렸다. 민아는 손톱을 깨물
다가 할 수없이 일어나 코트부터 벗어 벽에 건다. 면티를 벗고 청바지와 스타킹, 앙증맞은 양말까지.. 드디어
브래지어와 팬티차림이 되어 이불을 젖히고 들어가 남자의 품에 매달렸다.
"오빠.. 오랜만에 만났는데 키스도 안해줄거야?"
"넌 내가 그렇게 좋냐? 오지 말라는데 자꾸.."
키스해달라는 부탁마저 다정하게 들어주지 않는 남자에게 민아가 먼저 달려들어 입술을 댄다. 까칠한 수염이
"오빠.. 오랜만에 만났는데 키스도 안해줄거야?"
"넌 내가 그렇게 좋냐? 오지 말라는데 자꾸.."
키스해달라는 부탁마저 다정하게 들어주지 않는 남자에게 민아가 먼저 달려들어 입술을 댄다. 까칠한 수염이
약한 피부를 아프게 해도 민아는 아랑곳않고 남자의 얼굴에 찰싹 달라붙어 키스했다.
- 쪼옥, 쪼오옥..
어린애의 어리광을 받아주듯 잠시 민아의 행동을 받아주던 남자가 자세를 바꿔 민아의 몸위로 올라갔다. 그리
- 쪼옥, 쪼오옥..
어린애의 어리광을 받아주듯 잠시 민아의 행동을 받아주던 남자가 자세를 바꿔 민아의 몸위로 올라갔다. 그리
고 브래지어를 끄르며 젖꼭지를 깨문다.
"아흑.. 오빠.. 아아.."
남자의 입은 민아의 유방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 배꼽을 지나 점점 아래쪽으로 내려가더니 팬티를 잡아 내린
"아흑.. 오빠.. 아아.."
남자의 입은 민아의 유방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 배꼽을 지나 점점 아래쪽으로 내려가더니 팬티를 잡아 내린
다. 민아의 손이 남자의 손등에 얹혀졌다.
"왜? 하지 말까?"
"아, 아니야, 오빠.. 내, 내가 벗을께.."
"부끄럼 타냐? 새삼스럽게.. 멀리서 왔는데 팬티정도는 내가 벗겨줄께.."
남자는 이불을 홱 제껴 민아의 벗은 몸이 훤히 드러나보이도록 했다. 민아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눈을 감
"왜? 하지 말까?"
"아, 아니야, 오빠.. 내, 내가 벗을께.."
"부끄럼 타냐? 새삼스럽게.. 멀리서 왔는데 팬티정도는 내가 벗겨줄께.."
남자는 이불을 홱 제껴 민아의 벗은 몸이 훤히 드러나보이도록 했다. 민아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눈을 감
았다. 등이 못 견디게 뜨거운데 반해 앞가슴쪽은 찬 공기 때문에 오들오들 떨린다.
"왜 떨어? 그렇게 부끄러워? 내숭 좀 그만 떨어라.. 만날 때마다 그러니까 좀 식상하다, 야.."
"아니야, 오빠.. 추, 추워서 그래.. 이불 좀.."
"야! 춥긴 뭐가 추워? 방이 쩔쩔 끓는데.. 니가 고생을 못해봐서 그래, 임마.."
- 할짝, 할짝..
남자가 민아의 보지에 입을 대고 살살 핥아대기 시작한다. 냉정한 말투와는 달리 아주 부드럽고 다정한 입놀
"왜 떨어? 그렇게 부끄러워? 내숭 좀 그만 떨어라.. 만날 때마다 그러니까 좀 식상하다, 야.."
"아니야, 오빠.. 추, 추워서 그래.. 이불 좀.."
"야! 춥긴 뭐가 추워? 방이 쩔쩔 끓는데.. 니가 고생을 못해봐서 그래, 임마.."
- 할짝, 할짝..
남자가 민아의 보지에 입을 대고 살살 핥아대기 시작한다. 냉정한 말투와는 달리 아주 부드럽고 다정한 입놀
림, 혀놀림이다.
"아학.. 오빠아.. 아학.. 하악.."
남자의 말투는 늘 냉정했다. 피칭머신에서 야구공이 툭툭 튕겨나오듯 남자의 입에서 민아를 향해 날아오는 말
"아학.. 오빠아.. 아학.. 하악.."
남자의 말투는 늘 냉정했다. 피칭머신에서 야구공이 툭툭 튕겨나오듯 남자의 입에서 민아를 향해 날아오는 말
들은 전혀 배려가 없었다. 그런데도 민아는 이 남자가 좋았다.
"넌 내가 어디가 그렇게 좋냐?"
남자는 종종 민아에게 물어보곤 했다. 그러나 민아는 구체적으로 어때서 좋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그냥.. 그냥 다 좋아. 좋아하는데 꼭 이유가 있어야 되나? 이유없이 좋은게 진짜 좋은거 아닐까?"
운명일거라고 생각했다. 인연이라고 믿었다. 천년 전 깊게 사랑했으나 비극적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지금에야
"넌 내가 어디가 그렇게 좋냐?"
남자는 종종 민아에게 물어보곤 했다. 그러나 민아는 구체적으로 어때서 좋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그냥.. 그냥 다 좋아. 좋아하는데 꼭 이유가 있어야 되나? 이유없이 좋은게 진짜 좋은거 아닐까?"
운명일거라고 생각했다. 인연이라고 믿었다. 천년 전 깊게 사랑했으나 비극적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지금에야
환생해서 다시 만난 것이라고 상상했다. 남자가 그 얘기를 듣고 코웃음치며 비웃어도 민아는 다른 사람의 기분
따위에는 관심도 없는 남자의 태도가 더 멋지고 쿨하게만 느껴졌다.
남자는 민아가 숫처녀가 아님을 알았을 때도 뭐라 다그치거나 기분나빠하지 않았다. 중학생 밖에 안된 여자애
남자는 민아가 숫처녀가 아님을 알았을 때도 뭐라 다그치거나 기분나빠하지 않았다. 중학생 밖에 안된 여자애
가 행실이 어쩌고 저쩌고 하며 힐난하지도 않았다. 만나서 사정이 허락되면 섹스하고, 시간과 장소가 마땅치
않으면 굳이 요구하지 않던 자유인이었다. 민아는 그의 앞에서는 다 자란 성인여성이 된 것같은 착각에 빠지곤
했다. 외국영화에 나오는 성공한 커리어우먼이나 당당한 여대생이나 된 듯이 거리낌없이 술마시고, 섹스하고,
사회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그가 해주는 얘기는 거칠지만 하나하나 흥미롭고 다채로왔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남자의 입은 점점 게을러져 갔다. 말수도, 민아의 어린 몸을 탐하는 횟수도 적어져서 민아
그런데 언제부턴가 남자의 입은 점점 게을러져 갔다. 말수도, 민아의 어린 몸을 탐하는 횟수도 적어져서 민아
를 불안하게 했다. 그리고 어느 날 그에게서 이별을 알리는 문자 메세지가 왔다.
- 나 군대 간다. 그동안 즐거웠다. 공부 열심히 해라.
남들 다 가는 군대. 이제는 짧아져서 2년 남짓이면 제대하고, 제대 전에도 부지기수로 외박과 휴가를 나올 수
- 나 군대 간다. 그동안 즐거웠다. 공부 열심히 해라.
남들 다 가는 군대. 이제는 짧아져서 2년 남짓이면 제대하고, 제대 전에도 부지기수로 외박과 휴가를 나올 수
있다고 한다. 민아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실감이 나지 않는건 민아를 딱 끊어버리려고 하는 그의
매몰찬 행동이었다.
"오빠. 기다릴께. 면회도 열심히 갈거구. 오빠 휴가 나오면 오빠랑 여행도 갈 수 있어."
민아는 남자와 아침에도, 낮에도, 밤에도 같이 누워봤지만 1박이상을 함께 해본 적은 없었다. 남자와 함께 잠
"오빠. 기다릴께. 면회도 열심히 갈거구. 오빠 휴가 나오면 오빠랑 여행도 갈 수 있어."
민아는 남자와 아침에도, 낮에도, 밤에도 같이 누워봤지만 1박이상을 함께 해본 적은 없었다. 남자와 함께 잠
들고 아침식사를 차려주고 싶다는 소망은 고등학생이 되면 꼭 실현시킬 수 있으리라 믿으며 유보해놓고 있던 참
이다.
"야.. 너도 니 인생 살아. 너, 그러다 대학 못간다."
아무 것에도 구속받지 않는 자유인인 줄로만 알았던 그의 입에서 대학 얘기가 나온 것은 다소 충격이었다. 그
"야.. 너도 니 인생 살아. 너, 그러다 대학 못간다."
아무 것에도 구속받지 않는 자유인인 줄로만 알았던 그의 입에서 대학 얘기가 나온 것은 다소 충격이었다. 그
렇게 뿌리치며 입대해버린 남자를 민아는 편지도 써보고, 남자의 집으로 전화도 해보며 미련을 떨치지 못했었
다.
- 푸욱..
"허억.. 우우.. 씨발.. 금방 쌀 것 같은데.. 야.. 콘돔 가져왔냐?"
"아니.."
"그럼 그냥 안에다 싼다? 니가 준비안해서 그런거니까 나중에 딴 말 하지마. 알았지?"
남자가 서서히 좆을 박더니 점점 움직임이 과격해졌다. 말과 달리 금방 사정하지는 않았다. 민아는 손으로 입
- 푸욱..
"허억.. 우우.. 씨발.. 금방 쌀 것 같은데.. 야.. 콘돔 가져왔냐?"
"아니.."
"그럼 그냥 안에다 싼다? 니가 준비안해서 그런거니까 나중에 딴 말 하지마. 알았지?"
남자가 서서히 좆을 박더니 점점 움직임이 과격해졌다. 말과 달리 금방 사정하지는 않았다. 민아는 손으로 입
을 막고 밖으로 소리가 새나가지 않도록 신경썼다. 침대가 아니라 다행이다. 만약 침대였다면 삐걱거리는 소
리가 꽤 요란했을 것이다.
- 푹, 푹, 푹, 푹..
군인답게 좆질이 직선적이고 박았다 빼는 간격이 일정하다. 민아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다소 무미건조하게 삽
- 푹, 푹, 푹, 푹..
군인답게 좆질이 직선적이고 박았다 빼는 간격이 일정하다. 민아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다소 무미건조하게 삽
입해온다. 민아는 남자의 허리에 다리를 감아보기도 하고, 목덜미에 팔을 감아보기도 했다. 그러나 남자의 몸
이 민아의 몸에 꼭 밀착되어 있는게 아니라 공중에 약간 뜬 자세라 팔다리를 감는게 어렵다.
"헉, 헉, 헉, 헉.. 야.. 민아야.. 뻣뻣하게 있지 말고 색 좀 써봐. 재미없잖아."
"흐윽, 흐윽, 흐윽, 흐윽.. 어떻게 하라구?"
여자는 몸가짐에 있어서 어디까지나 어렵게만 굴어야 한다는 엄마의 가르침을 깨준 것이 바로 이 남자였다. 남
"헉, 헉, 헉, 헉.. 야.. 민아야.. 뻣뻣하게 있지 말고 색 좀 써봐. 재미없잖아."
"흐윽, 흐윽, 흐윽, 흐윽.. 어떻게 하라구?"
여자는 몸가짐에 있어서 어디까지나 어렵게만 굴어야 한다는 엄마의 가르침을 깨준 것이 바로 이 남자였다. 남
자는 민아를 쉽게 벗고, 쉽게 대주는 여자로 만들었다. 민아는 남자와의 섹스에서 정신적으로 커다란 만족감을
느꼈다. 그리고 최근까지 그 만족감을 오르가즘으로 오해하고 있었다. 그 오해를 바로잡아준 것은 동훈이다.
"넌 다른 애랑 할 때도 이렇게 밋밋하게 하냐? 헉, 헉.."
"아흑.. 오빠.. 말했잖아. 난 오빠밖에 없다구.."
"자식.. 헉, 헉.. 괜찮다니까 그러네.. 밖에 있는 애.. 걔랑 자봤지? 키 큰거 보니까 나보다 좆두 더 크겠던
"넌 다른 애랑 할 때도 이렇게 밋밋하게 하냐? 헉, 헉.."
"아흑.. 오빠.. 말했잖아. 난 오빠밖에 없다구.."
"자식.. 헉, 헉.. 괜찮다니까 그러네.. 밖에 있는 애.. 걔랑 자봤지? 키 큰거 보니까 나보다 좆두 더 크겠던
데? 어때? 그 새끼 께 더 커?"
"하악, 하악.. 아니래도 그래.. 그냥 사촌오빠야.. 착한 오빠라 그런거 잘 몰라.."
남자를 따라 방으로 올 때 얼핏 본 동훈이의 표정이 생생하다. 투명인간처럼 멍하니 서서 아무 말 없이 민아만
"하악, 하악.. 아니래도 그래.. 그냥 사촌오빠야.. 착한 오빠라 그런거 잘 몰라.."
남자를 따라 방으로 올 때 얼핏 본 동훈이의 표정이 생생하다. 투명인간처럼 멍하니 서서 아무 말 없이 민아만
을 바라보던 그 모습.. 차라리 울그락불그락 분노를 표출했다면 오히려 민아의 마음이 편할 것이다. 같이 화
내고 맞받아쳐주면 되니까..
"몰라? 에이.. 왜 몰라? 대준 적 없으면 불러서 한번 대줘라. 멀리까지 같이 와줬는데.. 헉, 헉, 헉, 헉.."
남자가 민아를 네 발로 엎드리게 하고 뒤에서부터 좆을 삽입해왔다. 얇상한 허리를 잡고 엉덩이를 간간히 찰싹
"몰라? 에이.. 왜 몰라? 대준 적 없으면 불러서 한번 대줘라. 멀리까지 같이 와줬는데.. 헉, 헉, 헉, 헉.."
남자가 민아를 네 발로 엎드리게 하고 뒤에서부터 좆을 삽입해왔다. 얇상한 허리를 잡고 엉덩이를 간간히 찰싹
찰싹 때리면서 제법 여유롭게 좆을 박는다. 민아의 앞가슴에서 젖꼭지가 짧게 흔들린다.
남자의 말이 아니더라도 민아는 동훈이에게 뭔가 한 가지 해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참이다. 철원까지 오는
남자의 말이 아니더라도 민아는 동훈이에게 뭔가 한 가지 해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참이다. 철원까지 오는
동안 꽤 많은 차비를 쓰고 방값까지 대느라 남은 돈이 얼마 없어 선물 사줄 돈은 없다. 아마 몸으로 때워야할
것 같다. 졸업여행 때처럼만 같다면 흔쾌히 동훈이에게 몸을 주고 싶다. 동훈이에겐 미안한 마음 뿐이다. 좋
은 친구다. 이제는 전과 달리 옷벗길 기회만 노리지도 않는다.
"오빠.. 하악, 하악.. 휴가 언제야?"
"허억, 허억.. 야아.. 휴가 멀었어.. 허억, 허억.. 그리고.. 휴가 나가도 너랑 만날 시간 없어.. 만날 사람
"오빠.. 하악, 하악.. 휴가 언제야?"
"허억, 허억.. 야아.. 휴가 멀었어.. 허억, 허억.. 그리고.. 휴가 나가도 너랑 만날 시간 없어.. 만날 사람
많어.."
민아는 그녀와 만날 시간이 없다는 남자의 말에 설움이 복받쳐 오른다. 먼 길을 힘겹게 더듬어 온 어린 소녀에
민아는 그녀와 만날 시간이 없다는 남자의 말에 설움이 복받쳐 오른다. 먼 길을 힘겹게 더듬어 온 어린 소녀에
게, 이 남자가 따뜻한 한 마디도 아까와 하는 이유가 뭘까.. 민아는 서운하면서도 이 남자가 싫어지지 않는 자
신이 이상하다는 생각도 든다. 사랑이란 어찌보면 가지지 못하는 것에 대한 끝없는 집착일 것이다.
어리고 가냘픈 민아의 몸이 위태롭게 흔들린다. 남자는 민아의 어깨를 두 손으로 잡고 민아가 천천히 몸을 세
어리고 가냘픈 민아의 몸이 위태롭게 흔들린다. 남자는 민아의 어깨를 두 손으로 잡고 민아가 천천히 몸을 세
우도록 했다. 상체를 세우고 무릎꿇은 자세인 민아의 엉덩이를 남자의 허벅지 중간에서 길쭉하게 뻗어나온 자
지가 찔러올린다. 남자의 좆질이 그렇게 한동안 이어지다가 점차 동작이 작아지면서 민아의 엉덩이가 위아래
로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어깨를 잡아누르는 남자의 유도에 따라 민아가 엉덩이를 위에서 아래로 찍어내리다
가 좌우로 빙글빙글 돌리기도 한다.
"햐아.. 너 그동안 많이 늘었다. 허리 움직임이 꽤 유연해졌는데? 유방만 크면 진짜 짱인데.. 아깝다, 아까워.."
남자가 민아의 젖가슴을 쥐어짜며 탄식을 연발했다. 민아는 죄인이라도 된 듯 몸을 움츠린다. 젖가슴이 작은
"햐아.. 너 그동안 많이 늘었다. 허리 움직임이 꽤 유연해졌는데? 유방만 크면 진짜 짱인데.. 아깝다, 아까워.."
남자가 민아의 젖가슴을 쥐어짜며 탄식을 연발했다. 민아는 죄인이라도 된 듯 몸을 움츠린다. 젖가슴이 작은
것은 민아가 가진 유일한, 최대의 컴플렉스다.
동훈이가 고마운 것은 작다 크다는 말이 없이 민아의 유방을 열심히, 오랫동안 애무해주는 점이다. 여자의 젖
동훈이가 고마운 것은 작다 크다는 말이 없이 민아의 유방을 열심히, 오랫동안 애무해주는 점이다. 여자의 젖
가슴이 밋밋하다고 성감대가 아닌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밋밋할수록 젖가슴이나 젖꼭지가 더 예민한 여자가 많
다. 남자는 민아를 안을 때마다 유방이 작다고 타박하곤 했다. 처음엔 소녀다워서 귀여워 죽겠다더니..
- 철퍽, 철퍽, 푸욱, 푸욱..
"오빠.. 서현아라는 여자가 누구야? 하아, 하아.."
"현아? 왜? 니가 걔를 어떻게 아냐"
"오빠 홈피 방명록에.. 하아, 하아.. 뭐라고 써놨길래.. 하아, 하아.."
남자의 한 손이 젖꼭지를 문지르다 말고 스르륵 내려와 클리토리스 주변을 지분거린다. 민아가 제일 미치는 순
- 철퍽, 철퍽, 푸욱, 푸욱..
"오빠.. 서현아라는 여자가 누구야? 하아, 하아.."
"현아? 왜? 니가 걔를 어떻게 아냐"
"오빠 홈피 방명록에.. 하아, 하아.. 뭐라고 써놨길래.. 하아, 하아.."
남자의 한 손이 젖꼭지를 문지르다 말고 스르륵 내려와 클리토리스 주변을 지분거린다. 민아가 제일 미치는 순
간이다. 눈을 감고 감각을 느끼는데 정신을 집중한다.
"걔.. 별거 아니야.. 후밴데.."
민아는 그 순간 남자가 다른 여자에게 민아를 가리켜 말할 때도 같은 식일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 남자에게
"걔.. 별거 아니야.. 후밴데.."
민아는 그 순간 남자가 다른 여자에게 민아를 가리켜 말할 때도 같은 식일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 남자에게
소중한 여자로 떠받들어질 수 있는 방법을 한 가지라도 알 수 있으면 좋겠다. 돈? 권력? 명예? 그런 거창한
것 말고 어린 소녀의 지고지순한 순정.. 그거면 충분하지 않나?
남자가 뒤로 누우며 민아의 허리를 잡아 당겼다. 삽입한 그대로 민아가 등지고 남자의 몸에 올라앉은 여성상위
남자가 뒤로 누우며 민아의 허리를 잡아 당겼다. 삽입한 그대로 민아가 등지고 남자의 몸에 올라앉은 여성상위
자세가 됐다. 민아는 바닥에 두 손을 짚고 열심히 허리를 돌렸다. 남자가 빨리 사정하도록 만들어야 조금이라
도 더 얘기할 시간이 남는다는 생각뿐이다.
상체를 숙이고 보지에 힘을 주어 조이며 행위에 열중한다. 털이 부숭부숭 난 불알이 아래로 보인다. 어쩔 수없
상체를 숙이고 보지에 힘을 주어 조이며 행위에 열중한다. 털이 부숭부숭 난 불알이 아래로 보인다. 어쩔 수없
이 동훈이의 성기와 비교하게 된다. 동훈이 것이 조금더 긴 편이다. 그렇다고 꼭 동훈이 것이 더 좋다는 뜻은
아니다.
잠자리 매너는 솔직히 요즘의 동훈이 쪽이 더 나은 것 같다. 예전에 비해 많이 부드러워지고 상대를 배려해준
잠자리 매너는 솔직히 요즘의 동훈이 쪽이 더 나은 것 같다. 예전에 비해 많이 부드러워지고 상대를 배려해준
다는 걸 느꼈다. 졸업여행에서 뜻밖의 정사.. 다른 아이들이 모두 하는 분위기라 거스르면 안될 것 같아서 분
위기가 이끄는 대로 동훈이에게 몸을 맡겼을 뿐이다. 그런데 몇 달만에 동훈이는 너무나 달라져 있었다. 노련
하고 숙련된 테크닉으로 민아에게 생애 첫 오르가즘을 느끼게 해준 것이다. 다른 친구들이 보고 있다는 은밀하
고 자극적인 상황탓도 있었겠지만 민아는 동훈이를 다시 보게 되었다.
졸업여행이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모습은 약간 의아하기도 하다. 어쩌면 따로 사귀는 여자친구가 있는지
졸업여행이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모습은 약간 의아하기도 하다. 어쩌면 따로 사귀는 여자친구가 있는지
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민아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서지 않는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 아쉽기도
하고, 다행이기도 하고..
- 찰싹! 찰싹!
남자의 손이 민아의 하얀 엉덩이에 연거푸 작렬한다. 숨소리도 많이 거칠어졌다. 절정에 다가가고 있는 모양
- 찰싹! 찰싹!
남자의 손이 민아의 하얀 엉덩이에 연거푸 작렬한다. 숨소리도 많이 거칠어졌다. 절정에 다가가고 있는 모양
이다. 민아는 다소 과격하게 엉덩이를 돌려댔다. 동훈이에게는 보여준 적이 없는 솜씨다. 서울가면 집 비었
을 때 동훈이를 불러 한번 맛보여줘야겠다. 철원까지 먼 길을 동행해주었으니 그 쯤은 해주는게 도리이고, 우
정에 대한 보답이다.
"흑! 흐으으으으윽.."
남자가 신음소리를 길게 내지르며 민아의 엉덩이를 꽈악 움켜쥐었다. 민아는 손톱에 살이 패이는 통증을 느끼
"흑! 흐으으으으윽.."
남자가 신음소리를 길게 내지르며 민아의 엉덩이를 꽈악 움켜쥐었다. 민아는 손톱에 살이 패이는 통증을 느끼
면서도 엉덩이를 납작 내리깔고 허리를 뭉실뭉실 돌렸다.
"저런.. 잡놈.. 사촌이라더니.."
주인 할머니가 안쪽 방에서 들려오는 남자의 신음소리를 듣고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투덜거린다. 할머니는 미닫
"저런.. 잡놈.. 사촌이라더니.."
주인 할머니가 안쪽 방에서 들려오는 남자의 신음소리를 듣고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투덜거린다. 할머니는 미닫
이문을 살짝 열고 이불을 허벅지까지 뒤집어 쓰고 앉아 TV를 보고 있다. 그러다 손님이 오면 나오지도 않고 앉
은 채로 돈을 받고 거스름돈을 내준다. 동훈이는 수저통이 놓인 탁자에 앉아 곁눈질로 TV를 훔쳐보고 있던 중
이다. 무릎이 시리다. 할머니는 지나가는 말로라도 추우니 방으로 들어오라는 얘기가 없다.
남자의 신음소리.. 남녀 둘이 방안에 들어가 무엇을 하겠는가. 게다가 혈기방장한 군인이니..
"학생.. 부모님이 이러고 다니는거 아셔?"
"네?"
할머니의 눈빛엔 못마땅한 심사가 역력하다. 애꿎은 동훈이에게 화살을 겨눈다. 마치 동훈이를 포주 보듯 한다.
"뭘요?"
"보니까 여학생보다 나이가 좀 위인거 같은데.. 말리지 않고.. 쯧쯔.."
[그렇게 못마땅하시면서 물건은 왜 팔아요? 할머니가 방 안내주면 됐잖아요..]
그러잖아도 속이 부글부글 끓는데 할머니가 기름을 끼얹은 격이다. 조금전까지는 아무 생각 없었다. 단지 추
남자의 신음소리.. 남녀 둘이 방안에 들어가 무엇을 하겠는가. 게다가 혈기방장한 군인이니..
"학생.. 부모님이 이러고 다니는거 아셔?"
"네?"
할머니의 눈빛엔 못마땅한 심사가 역력하다. 애꿎은 동훈이에게 화살을 겨눈다. 마치 동훈이를 포주 보듯 한다.
"뭘요?"
"보니까 여학생보다 나이가 좀 위인거 같은데.. 말리지 않고.. 쯧쯔.."
[그렇게 못마땅하시면서 물건은 왜 팔아요? 할머니가 방 안내주면 됐잖아요..]
그러잖아도 속이 부글부글 끓는데 할머니가 기름을 끼얹은 격이다. 조금전까지는 아무 생각 없었다. 단지 추
워죽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분한 생각이 든다. 민아도, 군인도 아니라 할머니에게 화가 난다.
따뜻한 방에 들어앉아 이불까지 도탑게 덮고서 혀를 끌끌 찬다. 자기가 직접 내준 방에서 군인과 어린 여자애
가 섹스하는 것이 어째서 동훈이의 잘못이란 말인가..
"요즘 것들은 당최 창피한 걸 몰라.. 저 부모들은 뼈빠지게 일해서 생활비대랴, 학비대랴 허리가 휘는데 말여..
"요즘 것들은 당최 창피한 걸 몰라.. 저 부모들은 뼈빠지게 일해서 생활비대랴, 학비대랴 허리가 휘는데 말여..
뻔뻔하게 대낮에 와서는 저 짓거리들이니.. 세상 참 말세다, 말세.."
동훈이는 할머니의 이중적인 태도가 역겨워 더이상 듣고 앉아 있을 수 없었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가게 밖
동훈이는 할머니의 이중적인 태도가 역겨워 더이상 듣고 앉아 있을 수 없었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가게 밖
으로 나갔다. 문도 닫지 않았다. 그리고 왔던 길을 되짚어 걸어갔다. 바람소리가 귓가에 웅웅 거린다. 춥다
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엄마.. 나 내일 교회 안 갈래.."
"배가 그렇게 아퍼? 아까 약 먹었잖아."
희진이가 침대에 누워 이불을 끌어안고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다. 미숙은 그런 딸아이의 모습이 안쓰러워 아
"엄마.. 나 내일 교회 안 갈래.."
"배가 그렇게 아퍼? 아까 약 먹었잖아."
희진이가 침대에 누워 이불을 끌어안고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다. 미숙은 그런 딸아이의 모습이 안쓰러워 아
랫배를 계속 어루만져주었다.
"인제 아프지는 않은데.. 기분이 너무 이상해.. 움직이기 싫어.. 엄마. 나만 이런거야?"
"생리할 땐 원래 그래. 배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움직이기 귀찮고.. 엄마도 그런걸.."
"엄마도 그래? 난 왜 몰랐지?"
"그야.. 우리 희진이 걱정할까봐 엄마가 내색을 안해서 그렇지.."
"엄마. 지금은 좋겠다. 희동이 때문에 생리 안하잖아. 나도 임신하면 아프지도 않고 좋을텐데.."
"떽! 얘가 못하는 소리가 없어. 임신하면 얼마나 불편한데 그러니? 니가 몰라서 그러지.. 열달동안 생고생이
"인제 아프지는 않은데.. 기분이 너무 이상해.. 움직이기 싫어.. 엄마. 나만 이런거야?"
"생리할 땐 원래 그래. 배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움직이기 귀찮고.. 엄마도 그런걸.."
"엄마도 그래? 난 왜 몰랐지?"
"그야.. 우리 희진이 걱정할까봐 엄마가 내색을 안해서 그렇지.."
"엄마. 지금은 좋겠다. 희동이 때문에 생리 안하잖아. 나도 임신하면 아프지도 않고 좋을텐데.."
"떽! 얘가 못하는 소리가 없어. 임신하면 얼마나 불편한데 그러니? 니가 몰라서 그러지.. 열달동안 생고생이
야. 뭘 부러워할게 없어서 임신한 걸 부러워 해?"
생리도, 임신후 10개월도 여자에게는 모두 달갑지 않은 과정이다. 사람도 닭처럼 알을 낳으면 참 편리할 것 같
생리도, 임신후 10개월도 여자에게는 모두 달갑지 않은 과정이다. 사람도 닭처럼 알을 낳으면 참 편리할 것 같
다. 수태하고 몇 주만에 태아를 알의 형태로 체외로 배출하는 것이다. 그리고 부화는 과학으로 해결하면 된
다. 영웅이 알에서 나왔다는 주몽설화나, 박혁거세 이야기는 어쩌면 임신과 출산에 지친 여자가 지어냈거나,
여자의 입장을 잘 아는 사람이 여자를 위하여 지어냈을 지도 모른다.
"엄만 그래서 임신한게 싫어?"
"아니.. 꼭 그런 얘기는 아니고.. 니가 아직 어린데 임신하고 싶다니까 엄마가 놀래서 그랬어. 사람 일은 다
"엄만 그래서 임신한게 싫어?"
"아니.. 꼭 그런 얘기는 아니고.. 니가 아직 어린데 임신하고 싶다니까 엄마가 놀래서 그랬어. 사람 일은 다
때가 있는거야. 너도 이담에 자라서 결혼하게 되면 아기도 갖게 될거구.."
"엄마! 난 몇 살에 결혼할 수 있어?"
"글쎄.. 법적으로는 몇 살로 정해지긴 했는데.. 몇 살이 중요하니? 대학도 가고 취직도 하고.. 그런게 먼저
"엄마! 난 몇 살에 결혼할 수 있어?"
"글쎄.. 법적으로는 몇 살로 정해지긴 했는데.. 몇 살이 중요하니? 대학도 가고 취직도 하고.. 그런게 먼저
지.. 결혼은 그 다음에 생각해도 늦지 않아."
"좀 일찍 하면 안돼?"
"일찍? 왜? 얼마나 일찍 하고 싶어서?"
"음.. 중학교 졸업하고?"
"뭐?"
"히히.. 너무 빠른가? 그럼 고등학교 졸업하고?"
"그것도 너무 빠르다. 대학은 가야지.."
미숙은 딸 희진이가 언제 첫경험을 하게 될지 궁금해진다. 요즘은 아이들이 워낙 조숙하다고 하니 중학교 2, 3
"좀 일찍 하면 안돼?"
"일찍? 왜? 얼마나 일찍 하고 싶어서?"
"음.. 중학교 졸업하고?"
"뭐?"
"히히.. 너무 빠른가? 그럼 고등학교 졸업하고?"
"그것도 너무 빠르다. 대학은 가야지.."
미숙은 딸 희진이가 언제 첫경험을 하게 될지 궁금해진다. 요즘은 아이들이 워낙 조숙하다고 하니 중학교 2, 3
학년에 겪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지금으로부터 3, 4년 후다.
[희진이가 처녀를 잃으면.. 내가 알아볼 수 있을까?]
미숙이 처녀를 바친 것은 22살 때였다. 걷기 위해 다리를 뻗을 때마다 허벅지 안쪽 피부가 당겨지면서 찢어지
[희진이가 처녀를 잃으면.. 내가 알아볼 수 있을까?]
미숙이 처녀를 바친 것은 22살 때였다. 걷기 위해 다리를 뻗을 때마다 허벅지 안쪽 피부가 당겨지면서 찢어지
는 통증을 느꼈다. 그래서 마치 기모노입은 일본 여자들이 종종 걸음치듯 좁은 보폭으로 걷느라 곤욕이었다.
보는 사람마다 속으로 한 마디씩 하는 거 같았다.
- 걷는게 어째..
- 너, 어제 했구나?
- 티를 내요, 티를..
"엄마. 엄만 아빠랑 언제 만났어?"
"엄마가 말해준 적 없었나? 대학 때 미팅으로 만났다고 한 거 같은데?"
"아, 맞다.. 근데 엄마.. 엄만 어렸을 때 좋아하던 오빠 없었어?"
"있었지.."
"그 오빠랑은 왜 결혼 안했어?"
"희진아. 좋아한다고 다 결혼하는건 아니야."
"그래도 좋아하는 사람이랑 결혼하면 좋잖아."
"그거야 그렇긴 한데.."
미숙은 결혼이야기에 열중하는 희진이의 얼굴을 미심쩍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항상 어리게만 보았던 희진이가
- 걷는게 어째..
- 너, 어제 했구나?
- 티를 내요, 티를..
"엄마. 엄만 아빠랑 언제 만났어?"
"엄마가 말해준 적 없었나? 대학 때 미팅으로 만났다고 한 거 같은데?"
"아, 맞다.. 근데 엄마.. 엄만 어렸을 때 좋아하던 오빠 없었어?"
"있었지.."
"그 오빠랑은 왜 결혼 안했어?"
"희진아. 좋아한다고 다 결혼하는건 아니야."
"그래도 좋아하는 사람이랑 결혼하면 좋잖아."
"그거야 그렇긴 한데.."
미숙은 결혼이야기에 열중하는 희진이의 얼굴을 미심쩍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항상 어리게만 보았던 희진이가
달리 보인다.
[하긴.. 생리도 시작했으니.. 점점 여자가 되가는 게지..]
"엄마! 네 살차이는 궁합 안봐도 된대. 그 말 맞어?"
"사람들이 듣기 좋으라고 지어낸 말이야. 동갑내기나, 연상연하 커플도 결혼해서 잘만 살더라.."
"그래도 난 네 살 차이나는 사람이랑 결혼했으면 좋겠어.."
미숙은 희진이의 말을 별 생각없이 받아주며 아랫배를 주무르다가 흠칫 멈췄다. 이상한 예감이 든다.
[희진이가 올해로 13살되고.. 동훈이는 17살이잖아.. 희진이 얘가 혹시?]
희진이는 생리통으로 괴로운 얼굴이지만 희망에 찬 눈빛을 초롱초롱 빛내고 있다. 천진난만한 눈빛이다. 며
[하긴.. 생리도 시작했으니.. 점점 여자가 되가는 게지..]
"엄마! 네 살차이는 궁합 안봐도 된대. 그 말 맞어?"
"사람들이 듣기 좋으라고 지어낸 말이야. 동갑내기나, 연상연하 커플도 결혼해서 잘만 살더라.."
"그래도 난 네 살 차이나는 사람이랑 결혼했으면 좋겠어.."
미숙은 희진이의 말을 별 생각없이 받아주며 아랫배를 주무르다가 흠칫 멈췄다. 이상한 예감이 든다.
[희진이가 올해로 13살되고.. 동훈이는 17살이잖아.. 희진이 얘가 혹시?]
희진이는 생리통으로 괴로운 얼굴이지만 희망에 찬 눈빛을 초롱초롱 빛내고 있다. 천진난만한 눈빛이다. 며
칠 전에 같이 목욕탕에 갔다왔지만 젖가슴은 몽오리가 간신히 잡힐락 말락 하고, 보지에 털 한 가닥 나지 않았
다. 생리만 시작했을 뿐 아직은 어린애다.
"희진아. 가까운 데만 보지 말고.. 세상을 넓게 봐. 사람은 많이 만나볼수록 좋아.."
[그래, 희진아.. 가까운 데는 절대 보지말고.. 멀찍이.. 아주 멀찍이서 고르렴..]
"엄마! 배.."
"어! 그래! 알았어, 알았어.. 미안해.. 엄마가 만져줄께.."
희진이의 배를 어루만져주며 미숙은 언젠가는 딸아이에게 동훈이와의 관계를 밝히고 이해를 구해야할 순간이
"희진아. 가까운 데만 보지 말고.. 세상을 넓게 봐. 사람은 많이 만나볼수록 좋아.."
[그래, 희진아.. 가까운 데는 절대 보지말고.. 멀찍이.. 아주 멀찍이서 고르렴..]
"엄마! 배.."
"어! 그래! 알았어, 알았어.. 미안해.. 엄마가 만져줄께.."
희진이의 배를 어루만져주며 미숙은 언젠가는 딸아이에게 동훈이와의 관계를 밝히고 이해를 구해야할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혔다. 제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도록 해달라고 염원하며 물잔 떠놓고
치성을 들이듯 정성을 다해 딸의 배를 빙글빙글 문지른다.
"지금? 어딘데? 놀이터? 알았어."
저녁을 먹고 상을 치운지 얼마되지 않아 동훈이의 전화를 받고서 은선은 약간 놀랐다. 무겁게 가라앉은 목소리
"지금? 어딘데? 놀이터? 알았어."
저녁을 먹고 상을 치운지 얼마되지 않아 동훈이의 전화를 받고서 은선은 약간 놀랐다. 무겁게 가라앉은 목소리
가 심상치 않다. 언니 은혜로부터 아침 일찍 집을 나선 동훈이가 귀가가 늦고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근심어린
얘기를 듣고 걱정하던 참이다.
- 끼륵, 끼륵..
동훈이는 그네에 앉아 모래바닥만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동훈아! 여태 어디서 뭐했어? 니 엄마가 화가 단단히 났더라."
은선은 동훈이 옆의 빈 그네에 앉으며 말했다. 동훈이는 이모 은선이 곁으로 다가와도 고개를 들지 않는다.
"무슨 일 있었니? 누구랑 싸우기라도 했어? 저녁 먹었니? 안 먹은거 같은데? 이모가 밥차려줄께 우리 집으
- 끼륵, 끼륵..
동훈이는 그네에 앉아 모래바닥만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동훈아! 여태 어디서 뭐했어? 니 엄마가 화가 단단히 났더라."
은선은 동훈이 옆의 빈 그네에 앉으며 말했다. 동훈이는 이모 은선이 곁으로 다가와도 고개를 들지 않는다.
"무슨 일 있었니? 누구랑 싸우기라도 했어? 저녁 먹었니? 안 먹은거 같은데? 이모가 밥차려줄께 우리 집으
로 가자."
일단은 먹여놓고 자초지종을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저녁바람이 꽤 냉랭하다. 급히 나오느라 옷도 부실하
일단은 먹여놓고 자초지종을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저녁바람이 꽤 냉랭하다. 급히 나오느라 옷도 부실하
다. 은선은 팔짱을 끼고 팔을 문지르며 동훈이를 재촉한다.
"올라가자. 이모 추워 죽겠다.."
"이모.."
동훈이가 비로소 입을 열었다. 그런데 이모를 한번 부르고는 뒷말이 없다. 다시 침묵이다. 은선은 잠시 기다
"올라가자. 이모 추워 죽겠다.."
"이모.."
동훈이가 비로소 입을 열었다. 그런데 이모를 한번 부르고는 뒷말이 없다. 다시 침묵이다. 은선은 잠시 기다
려주었다. 날씨가 추워서 한 땀, 한 땀 지나가는 시간들이 길게만 느껴진다.
"이모.. 나.. 솔직히.. 별로 멋없지.."
"갑자기 무슨 소리야?"
"그냥 그런 생각이 들어.. 생기기도 못 생기고.. 공부도 못하고.. 성격은 바보같고.."
"너.. 차였니? 그.. 민아한테?"
조심스럽게 운을 떼는 은선을 향해 동훈이가 고개를 든다.
동훈이가 올라탄 버스가 철원을 벗어날 즈음에야 민아에게서 문자메세지가 왔다.
- 동훈아. 혼자 가버리면 어떡해? 화났어?
동훈이는 핸드폰 전원을 꺼버렸다. 서울에 도착해 지하철을 타고 시달려 집근처까지 오면서 다른 생각은 일절
"이모.. 나.. 솔직히.. 별로 멋없지.."
"갑자기 무슨 소리야?"
"그냥 그런 생각이 들어.. 생기기도 못 생기고.. 공부도 못하고.. 성격은 바보같고.."
"너.. 차였니? 그.. 민아한테?"
조심스럽게 운을 떼는 은선을 향해 동훈이가 고개를 든다.
동훈이가 올라탄 버스가 철원을 벗어날 즈음에야 민아에게서 문자메세지가 왔다.
- 동훈아. 혼자 가버리면 어떡해? 화났어?
동훈이는 핸드폰 전원을 꺼버렸다. 서울에 도착해 지하철을 타고 시달려 집근처까지 오면서 다른 생각은 일절
들지 않았다. 아니, 하지 않았다. 머릿속을 하얗게, 하얗게 지우기만 했다. 그러다가 지하철에서 내려 아파
트 입구까지 터벅터벅 걸어오다가 문득 숨쉬기가 곤란함을 느꼈다. 이대로 집에 들어갔다간 질식해 죽어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서 놀이터로 향했다.
누군가에게 답답한 가슴을 찢어 마음속에 가득찬 기억의 찌꺼기를 쏟아버리고 싶었다. 엄마 은혜? 아니다.
누군가에게 답답한 가슴을 찢어 마음속에 가득찬 기억의 찌꺼기를 쏟아버리고 싶었다. 엄마 은혜? 아니다.
미숙이 선생님? 그녀도 아니다.. 명철이? 그 놈 실실 웃는 모습을 지금 봤다간 괜히 미안한 주먹질이나 하게
될 것 같다. 결국 남은건 누나같이 푸근한 이모 은선..
"차였다기보다.. 걘 내가 별론가봐.."
억울한 심정이다. 민아는 왜 동훈이를 숭배하지 않는걸까? 엄마 은혜나, 미숙은 동훈이라면 껌뻑 죽는데..
"차였다기보다.. 걘 내가 별론가봐.."
억울한 심정이다. 민아는 왜 동훈이를 숭배하지 않는걸까? 엄마 은혜나, 미숙은 동훈이라면 껌뻑 죽는데..
왜 그녀들처럼 동훈이에게 사랑을 바치지 않는걸까?
동훈이는 엄마 은혜와 미숙으로 인해 멋진 남자로 환골탈태했고, 그래서 민아도 동훈이에게 반할 것이라고 속
동훈이는 엄마 은혜와 미숙으로 인해 멋진 남자로 환골탈태했고, 그래서 민아도 동훈이에게 반할 것이라고 속
으로 은근히 자신했다. 동훈이가 얼마나 멋진 사내인지 졸업여행 첫날 확실한 증거를 보여줬지 않은가..
민아에게 기회만 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주위를 맴돌며 민아가 동훈이에게 고백할 수 있도록 열심히 곁을 주었
민아에게 기회만 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주위를 맴돌며 민아가 동훈이에게 고백할 수 있도록 열심히 곁을 주었
었다. 민아가 동훈이의 손을 잡고 간절히,
"동훈아. 너 정말 멋져 졌다. 나.. 너한테 반했어. 나랑 다시 사귈래?"
라고 고백해오면 동훈이도 다정하게, 그러나 짧게 대답하는 것이다.
"응. 좋아.."
길게 주저리주저리 읊어대면 안된다. 멋진 남자는 말도 길게 하지 않는 법이니까..
오늘이 바로 그 날이라고만 생각했었다. 민아가 동훈이에게 고백하기 위해 수줍음을 감추며 고르고 고른 기회
"동훈아. 너 정말 멋져 졌다. 나.. 너한테 반했어. 나랑 다시 사귈래?"
라고 고백해오면 동훈이도 다정하게, 그러나 짧게 대답하는 것이다.
"응. 좋아.."
길게 주저리주저리 읊어대면 안된다. 멋진 남자는 말도 길게 하지 않는 법이니까..
오늘이 바로 그 날이라고만 생각했었다. 민아가 동훈이에게 고백하기 위해 수줍음을 감추며 고르고 고른 기회
의 날이라고 기대했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민아는 그동안 동훈이를 보고 있었던게 아니다. 민아의 시선은
동훈이를 투명인간처럼 관통해서 멀리 있는 다른 사람을 향했던 것이다.
"걔가 뭐라고 했길래? 너보고 직접 그래? 못생겼다고? 공부 못한다고? 걔는 얼마나 잘하기에?"
"아니.. 그냥 나 혼자 생각이야. 걔는 아무 말도 안했어.."
은선은 조카 동훈이의 얼굴 표정에서 좌절감을 읽었다. 어쩌면 생애 처음 여자로 인해 겪는 실패인지도 모른
"걔가 뭐라고 했길래? 너보고 직접 그래? 못생겼다고? 공부 못한다고? 걔는 얼마나 잘하기에?"
"아니.. 그냥 나 혼자 생각이야. 걔는 아무 말도 안했어.."
은선은 조카 동훈이의 얼굴 표정에서 좌절감을 읽었다. 어쩌면 생애 처음 여자로 인해 겪는 실패인지도 모른
다. 무슨 일이든 처음, 첫경험이 중요하다. 첫실패도 그래서 아주 중요하다. 첫실패로 영원히 좌절해버리지
않도록 감정을 잘 추스려줘야 한다.
"그건 니가 잘못 생각하는거야.. 오늘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이모가 잘 모르겠지만.. 공부야 열심히 해서 성적
"그건 니가 잘못 생각하는거야.. 오늘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이모가 잘 모르겠지만.. 공부야 열심히 해서 성적
올리면 되는거고.. 니가 못생겼다고? 너.. 잘 생겼어.. 기고만장할까봐 이모가 그동안 말을 안해서 그렇지.."
- 피식..
동훈이가 침뱉듯 웃음을 한번 뱉어낸다.
[이왕이면 공부도 잘한다고 해줄 것이지..]
"어? 웃어? 이모가 객관적으로 말해주는거야. 물론 장동건이나 배용준에 비하면 한참 못생겼지.. 그래도 봐
- 피식..
동훈이가 침뱉듯 웃음을 한번 뱉어낸다.
[이왕이면 공부도 잘한다고 해줄 것이지..]
"어? 웃어? 이모가 객관적으로 말해주는거야. 물론 장동건이나 배용준에 비하면 한참 못생겼지.. 그래도 봐
줄만은 해.."
"피이.."
은선은 동훈이가 픽픽 거리며 미소를 띠는 걸 보고 농담도 약간 섞어가며 어떻게든 다독여 주려고 애썼다. 그
"피이.."
은선은 동훈이가 픽픽 거리며 미소를 띠는 걸 보고 농담도 약간 섞어가며 어떻게든 다독여 주려고 애썼다. 그
러면서 민아라는 아이에 대해 의문이 생긴다.
[걔는 뭐가 그리 잘나서 우리 동훈이 같은 애를 마다해? 나같으면 얼씨구나 좋다고 했겠구만..]
생각해보면 동훈이를 아는 사람은 누구나 동훈이를 좋아한다. 언니 은혜는 친엄마이니 아들 동훈이를 예뻐하
[걔는 뭐가 그리 잘나서 우리 동훈이 같은 애를 마다해? 나같으면 얼씨구나 좋다고 했겠구만..]
생각해보면 동훈이를 아는 사람은 누구나 동훈이를 좋아한다. 언니 은혜는 친엄마이니 아들 동훈이를 예뻐하
는게 당연하다 해도, 미숙이 언니나, 기술 선생님, 그리고 까다로운 성재까지.. 거기에는 물론 은선 자신도 포
함된다.
은선이 동훈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착실한 조카라서가 가장 크지만, 못 본 사이 제법 사내티가 날 정도로 부쩍
은선이 동훈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착실한 조카라서가 가장 크지만, 못 본 사이 제법 사내티가 날 정도로 부쩍
자란 것 같다. 아무래도 동훈이가 키가 커서 그렇다 싶은데 나란히 서서 걷다보면 본능적으로 팔짱을 끼고 싶
어진다.
"그래도 누가 보고 반할 정도는 안되지? 이모가 보기엔 어때? 객관적으로.."
"왜? 여자들이 한눈에 보고 반해서 떼로 달려들었으면 좋겠어? 얘가 욕심도 많네?"
은선은 동훈이가 느낀 좌절감의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동훈이는 여자들의 우상이 되고 싶은 것이다. 남자
"그래도 누가 보고 반할 정도는 안되지? 이모가 보기엔 어때? 객관적으로.."
"왜? 여자들이 한눈에 보고 반해서 떼로 달려들었으면 좋겠어? 얘가 욕심도 많네?"
은선은 동훈이가 느낀 좌절감의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동훈이는 여자들의 우상이 되고 싶은 것이다. 남자
연예인에게 여자팬들이 열광하듯이 그런 열광을 받고 싶은 것이다.
[몰랐는데 애가 은근히 왕자과구만..]
외아들인 탓이지 싶다. 언니 은혜가 평소 오냐오냐 키우지 않았다는걸 알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
[몰랐는데 애가 은근히 왕자과구만..]
외아들인 탓이지 싶다. 언니 은혜가 평소 오냐오냐 키우지 않았다는걸 알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
구나 싶다.
"아니.. 그게 아니라.. 후.. 뭐라고 해야되냐.."
"니가 걔한테 뭐 실수한건 아니고? 강제로 키스하려고 했다던가.."
"그런거 아니야.."
"아유, 속터져.. 뭘 얘기를 해야 이모가 조언을 해주던가 하지.. 불러내서 이게 무슨 짓이냐? 으으.. 추워죽
"아니.. 그게 아니라.. 후.. 뭐라고 해야되냐.."
"니가 걔한테 뭐 실수한건 아니고? 강제로 키스하려고 했다던가.."
"그런거 아니야.."
"아유, 속터져.. 뭘 얘기를 해야 이모가 조언을 해주던가 하지.. 불러내서 이게 무슨 짓이냐? 으으.. 추워죽
겠네.. 이모, 그냥 들어간다?"
"잠깐! 잠깐만.. 좀만 더 얘기하고 가.."
"그러니까 속시원히 까보라니까? 오늘 무슨 일 있었는데?"
이모 은선의 추궁에 동훈이는 민아를 따라 철원에 갔던 일과, 어떤 남자군인과 민아가 동훈이를 덩그러니 남겨
"잠깐! 잠깐만.. 좀만 더 얘기하고 가.."
"그러니까 속시원히 까보라니까? 오늘 무슨 일 있었는데?"
이모 은선의 추궁에 동훈이는 민아를 따라 철원에 갔던 일과, 어떤 남자군인과 민아가 동훈이를 덩그러니 남겨
놓고 방안으로 들어간 일을 털어놓았다. 둘이 함께 방에 들어간 것까지만 말하고 그 뒤의 얘기는 동훈이 혼자
서울로 돌아왔다는 것으로 마무리지었다.
"둘만? 맥주랑 안주도 사가지고? 너는 왜 같이 안 들어갔어?"
"내가 거길 뭐하러 같이 들어가. 그 남자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나중에 무슨 소리 들었니?"
"무슨 소리?"
"들었어? 못 들었어?"
"들었어.."
소리를 들었다는 동훈이의 말에 이모 은선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동훈이는 괜한 말을 꺼냈다는 자책감
"둘만? 맥주랑 안주도 사가지고? 너는 왜 같이 안 들어갔어?"
"내가 거길 뭐하러 같이 들어가. 그 남자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나중에 무슨 소리 들었니?"
"무슨 소리?"
"들었어? 못 들었어?"
"들었어.."
소리를 들었다는 동훈이의 말에 이모 은선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동훈이는 괜한 말을 꺼냈다는 자책감
과 그래도 누군가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아 후련하다는 감정이 교차한다. 이모 은선의 존재가 너무나 고맙다.
"걔.. 좀 노는 애니?"
"응? 아니.."
"아니긴.. 너도 걔랑 논 적 있지?"
동훈이는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놀았냐는 물음. 그것이 섹스를 의미한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솔직히 대답
"걔.. 좀 노는 애니?"
"응? 아니.."
"아니긴.. 너도 걔랑 논 적 있지?"
동훈이는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놀았냐는 물음. 그것이 섹스를 의미한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솔직히 대답
해야하나 숨겨야하나 갈림길에 섰다. 엄마 은혜와 미숙이 선생님도 아는 사실이기에 비밀다운 비밀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이모 은선에게는 제대로 된 비밀이다. 동훈이는 이모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갑자기 궁금
해진다.
"응.."
"어디서? 걔네 집에서?"
"응.."
장소가 뭐가 중요할까? 동훈이는 짐짓 어렵게 말문을 열어 대답하며 이모 은선의 표정을 살핀다. 이모 은선의
"응.."
"어디서? 걔네 집에서?"
"응.."
장소가 뭐가 중요할까? 동훈이는 짐짓 어렵게 말문을 열어 대답하며 이모 은선의 표정을 살핀다. 이모 은선의
얼굴은 바싹 얼었다. 다행히 충격은 추운 날씨 때문에 얼어버린 그 얼굴 밑에 숨겨져 있다.
[얘가 놀았다는 말뜻을 알고나 그러나?]
"섹스까지?"
"응.."
[세상에! 세상에!]
은선은 늪으로 한 발, 한 발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착하고 성실하게만 보았던 조카 동훈이에게 이런 면모가
[얘가 놀았다는 말뜻을 알고나 그러나?]
"섹스까지?"
"응.."
[세상에! 세상에!]
은선은 늪으로 한 발, 한 발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착하고 성실하게만 보았던 조카 동훈이에게 이런 면모가
있을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
"임마! 넌 아직 중학생이잖아. 벌써부터 그러면 어떡해? 너희 엄마도 아시니?"
여기서 잠시 동훈이는 고민했다. 엄마 은혜도 안다는 사실을 얘기해야할까, 안 하는게 좋을까.. 만약 안다고
"임마! 넌 아직 중학생이잖아. 벌써부터 그러면 어떡해? 너희 엄마도 아시니?"
여기서 잠시 동훈이는 고민했다. 엄마 은혜도 안다는 사실을 얘기해야할까, 안 하는게 좋을까.. 만약 안다고
얘기하면 이모 은선은 엄마 은혜에게 아이 교육 잘시키라는 둥, 뭘하고 다니는지 알면서 애를 방치했다는 둥,
시끄럽게 쑤셔댈 것이 분명하다.
"엄마는 당연히 모르지.. 이모! 우리 엄마한텐 절대 비밀이야. 진짜! 내가 이렇게 부탁할께!"
은선도 고민했다.
[요즘 애들이 조숙하다, 조숙하다 말들이 많길래 담배만 가지고 그러는 줄 알았더니.. 그것 만이 아니네? 얌
"엄마는 당연히 모르지.. 이모! 우리 엄마한텐 절대 비밀이야. 진짜! 내가 이렇게 부탁할께!"
은선도 고민했다.
[요즘 애들이 조숙하다, 조숙하다 말들이 많길래 담배만 가지고 그러는 줄 알았더니.. 그것 만이 아니네? 얌
전한 우리 동훈이도 그럴 정도니..]
얌전하고 평범한 조카 동훈이가 벌써 성경험이 있을 정도면 중학생의 섹스도 어느정도 일반적인 현상이겠다는
얌전하고 평범한 조카 동훈이가 벌써 성경험이 있을 정도면 중학생의 섹스도 어느정도 일반적인 현상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동훈이를 야단쳐서 범죄라도 저지른 사람인 양 취급하면 안될 것 같다. 외눈나라에서
는 짝눈 사람이 장애인이라고 하니까..
"나도 모르겠다. 그런데 니 또래 애들 다 그러니? 이모는 너무 놀라서 말이 잘 안나온다, 야.."
"다 그렇진 않은데.."
"어쩌다 그랬어? 걔가 먼저 꼬시디? 꼬셔서 갖고 놀다가.. 하.. 참.."
은선은 자기가 말해놓고도 주말연속극 레퍼토리를 읊어댄 것 같아서 쓴웃음이 지어졌다. 중학생들이 어른들
"나도 모르겠다. 그런데 니 또래 애들 다 그러니? 이모는 너무 놀라서 말이 잘 안나온다, 야.."
"다 그렇진 않은데.."
"어쩌다 그랬어? 걔가 먼저 꼬시디? 꼬셔서 갖고 놀다가.. 하.. 참.."
은선은 자기가 말해놓고도 주말연속극 레퍼토리를 읊어댄 것 같아서 쓴웃음이 지어졌다. 중학생들이 어른들
몰래 그런 연속극을 찍어대고 있었다니 정말 놀랠 노자다..
"그런 애땜에 여지껏 울상이었던 거야? 어이구, 이 멍청한 놈아.. 니 엄마가 아시면 졸도할까봐 겁나서라도
"그런 애땜에 여지껏 울상이었던 거야? 어이구, 이 멍청한 놈아.. 니 엄마가 아시면 졸도할까봐 겁나서라도
말 못하겠다."
[졸도는 안 하던데..]
"얘기 들어보니깐 차인 것도 아니네. 그동안 실컷 이용당하다가 오늘에야 정신차린거지. 그런데 걔 참.. 뻔뻔
[졸도는 안 하던데..]
"얘기 들어보니깐 차인 것도 아니네. 그동안 실컷 이용당하다가 오늘에야 정신차린거지. 그런데 걔 참.. 뻔뻔
하다?"
은선의 입에서 민아에 대한 온갖 흉이 쏟아져 나왔다. 동훈이는 듣기만 하고 가타부타 말을 들이밀지는 않았
은선의 입에서 민아에 대한 온갖 흉이 쏟아져 나왔다. 동훈이는 듣기만 하고 가타부타 말을 들이밀지는 않았
다. 그랬다간 훈계가 한참 길게 이어질 것 같다. 그러나, 궁금하다. 엄마 은혜나 이모 은선이나 왜 하나같이
민아를 욕하는걸까? 같은 여자이면서..
"너.. 이모가 니 엄마한테는 말 안할께.. 그대신 이모하고 약혹 한 가지 하자."
"뭔데?"
"걔하고 앞으로 다시는 만나지마. 공부나 열심히 해. 니네 엄마나 아빠가 너한테 기대가 얼마나 큰 줄 아니?"
"알았어요.. 안 만날게요.."
어차피 민아에게는 정나미가 뚝 떨어졌다. 다만, 공부나 열심히 하라니? 섹스를 아예 하지 말라는건가? 이모
"너.. 이모가 니 엄마한테는 말 안할께.. 그대신 이모하고 약혹 한 가지 하자."
"뭔데?"
"걔하고 앞으로 다시는 만나지마. 공부나 열심히 해. 니네 엄마나 아빠가 너한테 기대가 얼마나 큰 줄 아니?"
"알았어요.. 안 만날게요.."
어차피 민아에게는 정나미가 뚝 떨어졌다. 다만, 공부나 열심히 하라니? 섹스를 아예 하지 말라는건가? 이모
은선이 섹스를 하지말라거나 민아를 만지 않는다고 해서 동훈이의 성생활에 변화가 강제되는 것은 아니다. 동
훈이가 원하는 한, 아니 원하지 않는 때에도 엄마 은혜나 미숙이 몸을 대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진다.
"이모.. 근데 하고 싶을 때는 어떡해?"
"뭘 어떡해? 그런걸 왜 이모한테 묻니? 얘기 끝났지? 빨랑 집에 들어가. 이모는 간다?"
은선이 그네에서 일어나며 엉덩이를 털었다. 볼이 빨갛다. 추위에 얼음이 들어서 그렇고, 곁들여 부끄러움도
그런데, 문득 궁금해진다.
"이모.. 근데 하고 싶을 때는 어떡해?"
"뭘 어떡해? 그런걸 왜 이모한테 묻니? 얘기 끝났지? 빨랑 집에 들어가. 이모는 간다?"
은선이 그네에서 일어나며 엉덩이를 털었다. 볼이 빨갛다. 추위에 얼음이 들어서 그렇고, 곁들여 부끄러움도
들어간 것 같다. 동훈이는 기분도 어지간히 풀리고 슬며시 장난끼까지 일어난다.
"이모! 밥준다며?"
"밥은 니네 엄마한테나 가서 달래! 니가 무슨 이쁜 짓을 했다고 이모가 밥을 차려주니?"
"에이.. 그러는게 어딨어? 준다고 했으면 줘야지."
"싫어.. 설거지랑 다 해놓고 나왔어. 밥통에 밥도 없어."
"거짓말! 밥 줘!"
"없다니까?"
"줘요!"
"못 줘!"
"이모! 밥준다며?"
"밥은 니네 엄마한테나 가서 달래! 니가 무슨 이쁜 짓을 했다고 이모가 밥을 차려주니?"
"에이.. 그러는게 어딨어? 준다고 했으면 줘야지."
"싫어.. 설거지랑 다 해놓고 나왔어. 밥통에 밥도 없어."
"거짓말! 밥 줘!"
"없다니까?"
"줘요!"
"못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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