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恐皇) 4부 <신들의 황혼> Part 5_3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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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포로였던 엘프들과 함게 [벌목꾼들]을 도륙해버린 후, 두르나는 알루데시아와 함께 뒷정리를 하고 있었다. 뒷정리라는 것은 다른게 아니라 시체를 털어보고 쓸만한 것을 모으고, 털어낸 시체를 한곳에 모아 쌓고 불을 질러 처리해버리는 것을 말한다.
" 주인님은 저 안에 들어가신건가보네... "
엘프들이 쭈볏거리며 보고 있는 것도 신경쓰지 않았다. 어차피 자기는 드로우인 것이다.
" 저기... "/쟌다라
" 그보다 일단 뭐라도 걸쳐요. "/두르나
두르나의 말을 듣고서야 쟌다라는 자신들이 발가벗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엘프들이 시체들의 옷을 벗기며 부산을 떠는 동안, 그녀는 늘 하던 식 대로 시체 탑을 쌓아 올리는 작업을 속행했다. 한편, 패잔병을 추격하던 알루데시아가 만족한 표졍을 지으며 돌아와 두르나의 일을 거들기 시작했다. 흡족할 정도로 패 죽였던 모양이었다.
얼핏 보면 그지없는 인간 미인처럼 보였지만 혈갑 밖으로 드러난 꼬리가 살랑거리고 움직이는 모양은 영락없이 악마. 그것도 서큐버스다. 드로우만으로도 놀랍기 그지 없는데 서큐버스까지 등장하니 엘프들은 더더욱 놀랄 수 밖에 없었다.
" 도와줘서 고마워요. 우리는... "
옷을 대충 챙겨 입은 쟌다라가 다시 말을 걸어 왔다. 두르나는 엘프들과 살갑게 지내는 것에는 약간 저항이 있었지만, 고개를 끄덕이고 쟌다라의 인사를 받았다.
" 나는 잔다라라고 해요. 설다네셀러 숲지기들의 대장이에요. "/쟌다라
" 쟌다라?... 당신, 플로라의 친구에요? "/두르나
아는 이름을 듣자 쟌다라도 놀랐다. 그리고 공통점이 발견되자 마자 두명의 엘프는 금새 통성명을 하고 수다 좋아하는 여자 동지로 의기투합할 수 있었다.
" 아아, 그분이 슈발츠님이셨군요.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요. "/쟌다라
" 부디 좋은 이야기만 들었다면 좋겠네요. 주인님과 나는 설다네셀러로 가던 길이었어요. "/두르나
설다네셀러라는 단어를 듣자 쟌다라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 뿐 아니라 그녀의 동지격인 다른 엘프들 역시 얼굴에 수심이 드리워지긴 마찬가지였다.
" 음, 무슨 일이 있나요? "/두르나
" 나무의 아이들의 도시는 이제 더이상... 없어요. 아니 정확히는 [나무 아래 있다]고 표현해야 되겠네요. "/쟌다라
쟌다라의 입을 통해서 밝혀진 설다네셀러의 운명은 충격적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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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부터도 설다네셀러는 언더다크의 입구 여럿이 인근에 있어서, 드로우들에 대항하는 최전선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언더다크로의 입구 중대부분은 엘프들의 통제를 받고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몆몆이 문제였다.
이레니쿠스의 분탕질 때문에 많은 시민이 죽은 도시의 방어는 크게 약화되었다. 크게 약화된 도시 결계를 복구하느라 지하 입구들에 대해 경계가 허술해진 것이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악마를 앞세운 드로우들의 대 공세가 있었던 것이다. 간신히 그것들을 퇴치하긴 했지만, 나무의 도시를 지켜주던 결계들 대부분이 손상당해 그 도시는 결정적인 타격을 입었다. 거기에 예전에 웰다쓰 숲을 벌채하려 들었던 발랍이라는 인간 악당이 다시 쳐들어왔다.
발랍이라는 악당이 악마를 몰고 도시에 쳐들어왔을 때 설다네셀러는 더이상 자역으로 방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많은 엘프들이 죽임을 당하고 포로가 되었고, 도시의 절반 이상이 불에 탔다.
" 그럼 지금 도시는?... "/두르나
" 강력한 환상으로 가려져 있지만, 이제 더이상 설다네셀러는 성역이 아니에요. 도시는... 무너졌어요. "/쟌달라
쟌달라는 불타오르던 도시가 무너져 내리는 광경을 본 몆 안되는 생존자 중의 하나였다. 무너져내리는 고향에서 탈출한 후, 그녀는 생존한 산지기들을 지휘해 포로를 구출하려는 시도를 했지만 되려 사로잡히고 말았다. 그리고 며칠 동안 죽음을 생각하고 있을 때, 슈발츠가 벽을 뚫고 나타났던 것이다.
" 슈발츠공은 진실로 우리의 생명의 은인이세요. "/쟌달라
" 그분이 구하신 생명이 좀 많죠. "/두르나
두르나는 어께를 으쓱하며 가슴을 내밀어 보였다. 그럭저럭 하는 동안 슈발츠가 영묘에서 걸어나왔다.
" 아, 주인님이시다. "
두르나의 말에 모든 시선이 영묘의 입구로 향했다. 먼지 투성이가 된 슈발츠가 옷깃을 털면서 드래곤에서 엘프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 어땠어요 주인님? "/두르나
" 두목과 그 조언자는 놓쳤어. 도망치는 기술 하나는 사에몬 하바리안과 견줄 만 하더군. 하지만 급하게 튀느라 금은보화까지 몽땅 놔두고 달아날 정도니, 이 숲에서 벗어나긴 어렵겠지. "/슈발츠
" 이족은 쟌달라라고 해요. 플로라의 친구에요. "/두르나
" 아아, 아까 인사를 나누었지. 플로라가 안부를 전해 달라더구려, 쟌달라 경. "/슈발츠
슈발츠는 일부러 경이라는 칭호를 썼다. 설다네셀러의 산지기 지휘관이면 웬만한 인간 귀족과 맞먹는 지위기 때문이다. 쟌달라는 얼굴을 붉히며 슈발츠에게 엘프식의 인사를 해 보였다.
"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와 제 동지들은 당신께 목숨을 빚졌습니다. 우린 이 일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겁니다. "/쟌달라
" 별일 아니었으니 그렇게 격식을 차릴 필요는 없소. 그보다 플로라가 전해달라는 물건이 있었는데... 아 여기 있군. "/슈발츠
잡낭에서 플로라의 꾸러미를 찾은 슈발츠는 그것을 쟌달라에게 건네었다. 꾸러미를 펼쳐 본 쟌달라의 얼굴이 환해졌다.
" 그애는 작고 예쁜 장식을 참 좋아했지요... 남에게 달아주는 것도 좋아 했고. "
사사로운 문제를 해결했으니 이제 공식적인 일을 처리할 차례다. 하지만 슈발츠라도 설다네셀러가 없어진 사실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 도시가 지하로?... "/슈발츠
" 네, 생명의 나무를 지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쟌달라
쟌달라 일행의 안내를 받아 설다네셀러를 감싸고 있던 강력한 환상의 결계를 통과한 슈발츠는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었다. 도시의 경계에서도 보일 정도로 거대한 생명의 나무 한그루를 제외하고는 시가지 전체가 무너져 내려서, 마치 화산이라도 폭발한 것 같은 광경이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 어이가 없군... "
드로우 군대의 공격도, 필멸자의 마력 한계를 뛰어넘는 마법의 공세로도 무너지지 않았던 위대한 엘프의 도시를 한순간에 무너뜨린 것은 거대한 화재로 인해 발생한 지반 침해였다(이경우 목반 침해). 설다네셀러의 거리를 떠받쳐 주던 나무들이 불에 의해 소실되어버렸으니, 건물들이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툭...투툭... 투두두두두...
" 아 젠장, 비까지 오는군. "
비가 내리기 시작했기 때문에, 슈발츠는 서둘러 마법으로 숙소를 창조했다. 그 주문은 모넨카이난이라는 위대한 이계의 마법사가 고안한 [저택]이라는 이름의 주문이었는데, 훌륭한 침구가 갖춰진 개인실과 식사에 하인까지 완비되어 하룻밤 쉬어가기에 더없이 편안한 준차원적인 저택을 만드는 주문이었다. 슈발츠 일행은 물론 물론 쟌달라와 엘프들도 함게 저택 안에 들어와서 쉬고 식사를 했다. 도시의 재앙과 그동안의 고생으로 인해 엘프들은많이 약해져 있었다.
" 그나저나, 다른 생존자들은 없는 거요? "/슈발츠
" 잘 모르겠어요. 마지막 공격이 있었을 때, 이미 도시가 무너지기 직전이었으니까요. 그 전에 도망친 주민들도 많았어요.능력이 되는 쪽은 에버미트로 갔고, 아마 나머지는 자신들의 출신 부족의 캠프로 도망쳤겠지만... "/쟌달라
말꼬리를 흐리는 쟌달라. 슈발츠는 더이상 대참사를 떠올리게 하는 짓은 관두고 여자들(포로들은 모두 여자들이었다)를 쉬도록 했다. 그리고 두르나를 불렀다.
" 큰일났는데. "/슈발츠
" 그러게요. 테티르 왕실 가족들도 몽땅 증발한 판국에 설다네셀러까지 이지경이면... "/두르나
그러고 보면 젤로나의 고향인 에버미트는 설다네셀러의 종주국이다. 그들도 이 대참사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라 보는 편이 자연스러울 것이었다. 슈발츠는 텔레파시로 젤로나를 호출해 설다네셀러의 [대참사]를 알리고, 에버미트에 연통을 넣도록 했다.
" 에버미트도 난리가 났어요. "
젤로나는 새로 개발한 아다만틴 고렘을 대동한 채로 저택 안으로 들어와 슈발츠에게 예를 취했다. 그리고 에버미트로 연통을 넣은 일에 대해 슈발츠에게 시시콜콜한 것 까지 보고하기 시작했다.
젤로나의 보고를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 보자면, 일단 에버미트로 간 난민들은 무사했다. 엠라루릴 여왕의 명령으로 에버미트의 수도격인 뤼씰스퍼(Leuthilspar) 인근에 임시로 난민을 수용하는 장소가 생겼고 거기에서 난민들이 쉬고 있다고 했다. 방치되어 있던 생명의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강력한 환상 마법을 건 것도 에버미트의 마법사들이었다. 젤로나의 모친인 엠라루릴 여왕은 이번에도 슈발츠가 제때 개입해서 나무를 베고 엘프들을 사냥하던 벌목꾼들을 물리쳐 준 것에 대해 대단히 기뻐했다고 했다.
다만 불행한 소식도 만만찮게 많았다.
일단 잇다른 재앙에 의해 파괴된 설다네셀러를 복구해야 하는데, 에버미트의 엘프들은 그럴 여력이 없었다. 무엇보다 인력이 모자랐다. 이번의 대 재앙으로 또 수천의 엘프가 죽었으며, 이것은 비단 설다네셀러 뿐 아니라 엘프 사회 전체에 거대한 타격이었다.
두번째로는 여왕이 행방불명되었다는데 있다. 설다네셀러는 그 도시의 풍광 이상으로 아름답기로 유명한, 릴리페인의 혈통을 타고 났다는 엘레심 여왕(Ellesime; 질서 선 골드엘프 여성 릴리페인의 클레릭 16)의 존재로도 유명했다. 그러나 도시의 몰락을 가져온 대화재 이후 그녀를 본 이가 아무도 없었다.
" 그건 좀 곤란한데. "/슈발츠
" 그러니까요. "/젤로나
엘레심은 그 신성한 혈통 덕에 단순히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상징이 될 수 있는 그런 존재였다. 원래부터가 여러 엘프 부족들의 집합체였던 설다네셀러 사회를 한데 모아주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던 그녀가 없다면, 설다네셀러는 재건된다 하더라도 결코 예전의 영광을 회복할 수는 없을 것이었다.
슈발츠가 털어버린 벌목꾼 캠프에서도 엘레심의 흔적은 없었다. 귀찮은 일이 늘었다고 생각하면서 슈발츠는 [미모의 여왕]이라는 대목에서 입맛을 다셨다.
하룻밤을 그렇게 보낸 후, 슈발츠는 자하나의 일행들을(그녀들의 요망 대로) 가까운 부족의 은신처까지 바래다주었다. 다만 쟈하나는 슈발츠 옆에 남았다. 젤로나도 다시 궁성으로 돌려 보내고 나서 쟈하나의 안내로 웰다쓰 숲 안의 다른 엘프 부족들의 은신처를 순회 방문하기 시작했다. 물론 엘레심 여왕을 찾기 위해서임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그럭저럭 하던 동안 테티르 왕실 가족을 찾는 임무가 의외의 방향에서 진전이 있었다. 웰다쓰 숲의 한 방면을 점유하고 있는 노로매쓰(Noromath)의 공작령에서 코람 왕자와 시리나 공주가 둘 다 무사한 모습으로 발견되었던 것이다. 알라인 공작(Allain Kevanarial; 중도 선 나무엘프 남성 레12)은 자란다 여왕의 궁병대를 이끄는 궁병대장으로, 여왕이 신뢰할 수 있는 몆 안되는 엘프 동맹 중 한명이었고, 도망쳐온 코람과 시리나를 자신의 영지(즉 숲속의 엘프 공동체)에서 보호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더더욱 다행인 일은, 단 한번 보았을 뿐임에도 그 영특하기 그지 없는 왕손들의 기억에 슈발츠가 남아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 찾으러 와 주셨다니 감사하기 그지 없어요, 슈발츠 공. 아는 얼굴을 보니 정말 반갑군요. "
시리나 공주의 황금색 눈동자를 보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그녀는 그 황금색 눈동자에 얽힌 예언 때문에 어릴적부터 시어릭 교도들에게 몆번이나 납치될 뻔 했었다. 그때마다 그녀의 충실한 총신들이 그녀를 보호했지만, 다마라의 왕궁에서 벌어진 살육의 만찬 동안 그 충신들 대부분이 죽었다. 그녀는 뭐랄까 좀 둔감한 코람 왕자와 달리, 예지술의 재능이 있는데다 섬세한 성격인 그녀는 엘프들 사이에서 외로움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물론 슈발츠도 엘프지만 엘프 답지 않았으므로 일종의 [예외]로 여겨지고 있었다.
"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
슈발츠는 코람 왕자와 시리나 공주에게 번갈아 인사를 했다. 이렇게 왕손들의 문제는 일단 해결의 실마리가 잡혔으나, 엘레심 여왕 문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 엘레심 여왕님의 일은 나도 잘 모르겠구려. 숲의 경계에서 벌어진 불온한 일들 때문에 설다네셀러가 무너졌음에도 전혀 손도 써보지 못하고 있었소. "
알라인 공작도 전혀 손을 쓰지 못하는 상태에, 그와 연락을 주고 받는 다른 엘프 공동체 역시도 여왕의 실종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무엇보다 어린아이들을 포함한 난민들이 많아서 그들을 돌보기 위한 손이 너무 부족했다. 그래도 그가 엘레심 문제를 알아봐주는 대신에 슈발츠가 직접 왕손들을 수도에 데려가 복귀시키기로 합의를 볼 수 있었다. 형제의 배반 때문에 외부인을 더 신뢰하게 되어버린 탓인지, 코람과 시리나는 선선히 소수의 위병들과 함게 슈발츠를 따라 나섰다.
당장은 젤로나나 다른 고위 마법사 노예들이 모두 임무로 바빴기 때문에(스톰과 알루스트리엘은 여신의 눈을 피하느라 궁성에서 나올 수 없었고, 젤로나는 에버미트로 가서 엠라루릴 여왕과 설다네셀러 재건 문제를 논의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피아는 스자스 탐의 주문들을 받아치느라 에스갈란트의 자리를 비우지 못하고 있었다), 슈발츠는 평범한 방식의 여행으로 왕손들을 수도로 모시기로 했다. 평소라면 며칠이면 도착하지만, 서두르기보다 안전을 중시하는 여행이 된 결과 보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최종적으로 왕손들이 테티르의 왕궁에 복귀하게 된 것은 2월 초순이었다.
아직 여왕과 왕실령 수호 공작인 하다크 3세가 행불 상태였기 때문에, 코람 왕자와 시리나 공주가 함께 임시로 왕실 수호령의 통치자의 자리에 앉게 되었다. 왕실령으로 가는 동안 연락이 닿은(그리고 시빌레 공주의 암살과 모략에서 살아 남은) 조언자들과 궁정인들이 돌아와 그들을 돕게 만들기까지는 그들의 도착 이후로도 꼬박 한달이 넘게 걸렸지만, 결국 테티르의 계엄 사태는 안정을 찾아 갈 수 있었다.
그때까지 시빌레 공주 행세를 하던 젤라노라는 새로운 궁정 마법사가 임명될 때 까지 임시 궁정 마법사로 쌍동이들을 보좌하게 되었다.
지하에 감금되어 있던 시빌레 공주는 왕궁의 북쪽 끝의 탑에 유폐되었는데, 그곳은 정치범을 가두기 위해 만들어 둔 장소였다. 아무리 패륜을 저질렀더라도 쌍동이들은 자신들의 형제를 죽일수가 없었던 것이다.
시리나 공주(Cyriana; 중립 선 인간 여성 예지술사 7)가 슈발츠를 찾아 온 것은 테티르의 왕가에 대한 응급처치를 끝낸 슈발츠가 안전가옥을 처분하고 다시 웰다쓰 숲으로 되돌아 갈 계획을 세우고 있던 저녁이었다. 노크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난 든 슈발츠가 문을 열자 거기에 하얀 드레스위로 커다란 후드가 달린 수수한 로브를 덮어 쓴 차림의 시리나 공주가 서 있었다.
" 아 공주마마, 어서 오시지요. "/슈발츠
" 실례하겠습니다 슈발츠 경. "/시리나
코람 왕자(Coram; 질서 선 인간 남성 파이터 7)는 슈발츠에게 공작위를 주려 했지만 슈발츠는 그것을 사양했다. 하지만 왕자와 공주가 약간의 존경심을 담아 그를 [경]으로 부르는 것 까지는 막지 않았다. 그 가 내 준 의자에 앉은 시리나는 여전히 우아한 태도를 잃지 않았지만, 약간 안절부절하는 듯이 보였다.
" 저기... 우리 부모님에 대한 새로운 소식이 있나요? "/시리나
" 아직은 없습니다만 공주님, 제가 만약 어떠한 작은 단서라도 발견하게 된다면 공주님께서는 코람 왕자님과 더불어 그 정보를 가장 빨리 접하실 분이 될겁니다. "/슈발츠
두르나가 내온 차를 받아 든 시리나는 애써 약간 안심한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녀는 두르나를 계속 곁눈질로 흘끗거렸는데, 아무래도 비밀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듯한 눈치를 받은 슈발츠는 두르나가 물러가도록 했다. 두르나가 공손한 뒷걸음으로 방문을 닫고 나가자 마자, 시리니 공주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 부탁이 한가지 있어요. 경에게... 약간 무례한 부탁일지도 모르겠지만... "/시리나 공주
" 테티르 왕실은 그동안 저와 상단의 신뢰할 만한 친구이며 동맹자였음을 거듭 증명해 왔습니다. 무엇이든 말씀해 주시지요. "/슈발츠
시리나 공주는 혀로 입술을 살짝 핥은 다음 침을 삼켰다. 그리고 긴장한 것이 역력한 굳은 표정으로 슈발츠에게 말했다.
" 며칠 전부터 계속 같은 꿈을 꿔요... 인간 가죽으로 된 가면을 쓴 창백한 마법사가 지옥의 문 같은 것을 여는데, 금발의 엘프 여성이 피를 흘리고 바닥에 쓰러져 있어요. 그리고 웰다쓰 숲과 테티르가 불에 타고... 수많은 죽음이 초래되고 대지에 피가 강이 되어 흐르는 꿈이에요. 그리고 마지막은 항상 푸른 색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는 하나의 등불이 보이죠... "/시리나
" 흠... 예지몽 같은 거라면 제 수하인 젤라노라가 전문가입니다만, 말씀은 해 보셨는지요? "/슈발츠
시리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 젤라노라 경이 이것은 크나큰 위험이 닥처오는 전조라고... [리인 란소른]이라는 엘프의 아티팩트를 찾아야 한다는 예지라고 말해 줫어요. 그런데... "/시리나
" 왕실은 당장은 예언에 대처할 자원이 없는 거군요. "/슈발츠
" 그리고 리인 란소른은 엘레심 여왕과 함께 사라진 설다네셀러의 보물이고요. 그 도시가 침몰한 것은... "/시리나
[침몰] 이라는 표현을 들었을 때 슈발츠의 뇌리에 떠오르는 바가 있었다. 그가 지하에서 사용한 바알의 계획에 대한 예지. 그것에는 [가라앉은] 엘프의 도시와 [푸른 등불]이 등장한다. 확실히 설다네셀러는 타다 남은 나무의 잔해 사이로[가라 앉았]고, 시리나의 예지몽에서 등장하는 등불은 [푸른]색으로 불타고 있다고 했다.
" 이거, 너무 아귀가 잘 들어맞아 오히려 불안한걸... "/슈발츠
" 네? "/시리나
" 아, 아닙니다 공주님. 마침 엘레심 여왕을 찾으려 가려던 참이었습니다. 걱정 마시지요. "/슈발츠
슈발츠는 그 금색 눈의 소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내해의 생활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주어 그녀의 기분을 전환시켜준 후, 그 나이대의 소녀들이 다 그렇듯이 밤 늦게까지 자지 않으려는 습성이 있던 그녀를 달래어 두르나를 대동해 왕궁으로 되돌려 보냈다.
" 그녀도 꽤 쓸만하지 않아요? "/두르나
" 글쎄다. 확실히 아름답기야 하지. "/슈발츠
" 그리고 그녀는 주인님을 우러러보는 중이잖아요. [안아 줄께 노예가 되라!]고 하면 금새 넘어올걸요? "/두르나
" ...누르나, 조금 예쁜 여자애를 볼 때 마다 내 노예가 될 가능성을 평가해보는 버릇은 그만둬야 할게다. 게다가 만약 그렇다고 하더라도 공주는 아직 [애]라고. "/슈발츠
슈발츠의 핀잔에 두르나는 뾰루퉁해져 입을 내밀었지만, 또 금새 풀어져서 슈발츠의 품에 들어가 아양을 떨기 시작했다. 마침 오늘은 그녀가 침실 수발을 담당하는 날이기 때문에 그 애교는 더더욱 거리낌이 없었다.
" 아잉~ 주인님~ 놀아주세용~ "/두르나
" 여행 준비는 다 끝내고 이러는 게냐? "/슈발츠
" 네이~ "/두르나
" 그럼 놀아 주지. "/슈발츠
두르나를 번쩍 들어 올려 책상 위에 누인 슈발츠는 그녀의 옷을 능숙한 솜씨로 [분해] 시켰다. 원래부터 벗기 쉽도록 되어 있는 그녀의 옷들이 훌렁훌렁 벗겨져 나가고, 알몸이 된 두르나의 눈에는 욕정과 기쁨의 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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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슈발츠는 그 재력의 규모가 추정이 불가능할 정도의 부자인데다 사실상 왕공이나 다름 없기 때문에, 몆몆 왕손들이 그를 노리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테티르의 국가 위상으로 미루어 보면 그 왕손 정도 되면 슈발츠의 정실로는 차고 넘치긴 하죠.
두르나와 플로라가 정식 부인으로 인지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알 수 있듯이, 젤로나 같은 경우는 아주아주 드문 경우입니다. 게다가 젤로나의 경우 슈발츠는 그녀의[배우자]에 걸맞은 업적을 이뤄서 에버미트 왕실에 인정을 얻기까지 제법 공을 들였지요. 정략이란건 한쪽이 손해를 보면 이뤄질수 없으니까요.
때문에 무척 복잡한 계산이 이뤄지지요. 시리나 공주가 아무리 슈발츠를 원해도, 테티르 왕실에서 이해 타산이 서지 않으면 그녀는 슈발츠에게 시집갈 수 없습니다.
물론 뒷감당을 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납치해서 노예로 삼는건 자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