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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점의 포식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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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6,968 회 작성일 24-12-09 05:3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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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점의 포식자-2

 

2. 쫓아내다

“신기록이네. 하루 만에 제 발로 나가다니.”

빈정거리는 주원에게 이현은 눈길도 주지 않았다.

주원이 자신의 반응을 기대하고 쓸데없이 주위를 맴돌며 말을 건다는 건 이현도 이미 알고 있다.

어려서부터 그랬으니까.

주원이 이 집에, 그것도 자기 형으로 이 집에 들어온 것은 이현이 열 살 때였다.

그때의 주원은 열세 살이었고, 그는 잔뜩 주눅 들어 있었다.

주원은 눈치가 빨랐고 아버지의 마음에 들려고 애쓰고 노력하는 것이 이현의 눈에도 확연하게 보였다.

그때도 지금도 이현은 주원의 그런 행동들이 우스울 뿐이다.

마치 어릿광대처럼 보인다.

관객들의 눈치를 보며 어떻게 뭐라도 하나 더 얻어 낼까, 팁이라도 좀 더 받아 낼까, 재주를 부리고 있는 어릿광대 말이다.

“살살 하지 그랬어. 하루 만에 제 발로 나갈 정도로 무섭게 굴어서 네가 얻는 게 대체 뭐야? 가진 자의 아량이라는 걸 베풀어 줄 생각이 조금도 없었어?”

창가에 서서 이 집을 나가는 영주를 바라보며 주원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 본다고 원하는 거라고는 떡고물 정도일 텐데. 여기까지 들어올 정도로 간절했던 여자에게 그 정도는 줄 수 있는 거 아닌가?”

멋대로 지껄이는 것을 들어줄 정도로 이현의 인내심이 강하진 않다.

“노크는 했어?”

“뭐?”

이현이 읽고 있던 책을 덮고 창가에 서 있는 주원에게 이제야 겨우 눈길을 줬다.

“이 방에 들어오면서 노크를 했는데 내가 기억을 못 하는 걸까?”

“이현아. 나는…….”

주원이 이 방에 들어오며 노크 따위는 하지 않았다는 걸 이현도 안다.

주원은 멋대로 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마치 진짜 형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현은 이 집 안에 있는 누구도 제 형제로 인정한 적이 없다.

자신의 어머니가 낳지 않았으면 제 형제가 아니다.

이현은 부친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의 여성 편력은 어지간한 말로는 설명할 수가 없을 정도다.

아마 부친의 정자를 받아 세상에 태어난 사람을 전부 형제로 인정한다면 아마 길거리에서 발로 치일 정도로 형제가 많을지도 모른다.

그 셀 수 없이 흔해 빠진 부친의 사생아 중 한 명일 뿐이다, 지금 제 앞에 있는 설주원은.

“노크를 하지 않았고, 내가 들어오라고 문을 열어 준 것도 아니라면 지금 당장 돌아서서 조용히 나가 준 다음에 문을 닫아 주면 좋겠어.”

이현은 절대로 주원에게 [형]이라는 호칭을 달아 준 적이 없다.

아마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신에게는 형도 없고 동생도 없다.

뭐라고 말을 하려던 주원이 방을 나간 후 문이 닫히자 이현이 의자에 몸을 깊이 파묻었다.

“짜증 나게.”

의자에 몸을 기댄 채로 잠시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던 이현이 벌떡 일어나서 창가로 걸어갔다.

내려다보이는 정원에는 마침 이 집을 나가는 영주의 모습이 있었다.

여행용 가방 하나만 들고 이 집을 나서던 영주가 뒤를 돌아봤다.

물론 영주 쪽에서는 이쪽이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현은 몸을 숨기지도 않았다.

딱히 자신이 그녀를 보고 있다고 해도, 그녀의 눈에 자신은 보이지 않을 것이다.

전에도 그랬듯이 말이다.

이현은 영주를 알고 있다.

그녀의 어머니가 맡고 있는 갤러리에 몇 번 가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 갤러리에는 아버지의 그림들이 있고, 내키지는 않지만, 의무적으로 몇 번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마다 갤러리에는 영주가 있었다.

그 고가의 작품들과는 어울리지 않는 영주가 항상 그곳에 있었다.

처음 그곳에 갔을 때도, 다음번의 방문 때도, 그다음에도 항상.

그녀는 항상 그곳에 있었다.

여섯 번, 아니 일곱 번 정도 방문했었나.

일곱 번이나 방문하는 동안 영주가 제게 시선을 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그 공간을 공유하고 있지 않은 것처럼, 자신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혹은 자기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녀는 마치 [빨래가 널린 집]과 같았다.

한 발자국 물러서서 바라볼 순 있지만 그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고, 그 안에서 자신을 볼 수도 없는 그 풍경의 그림과 같았다.

그랬는데, 그랬던 그녀가 그 풍경을 벗어나 제 영역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이곳은 그녀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니다.

이런 곳은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는 곳이다.

그녀의 성은 한 씨지, 설 씨가 아니다.

한영주여야 하지, 설영주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내쫓았다.

그런 짓을 하면 당연히 그녀가 알아서 나갈 줄 알고 한 짓이다.

원하던 대로 그녀를 내쫓았고, 이제 그녀는 다시 그 풍경으로 돌아갈 것이다.

이현의 눈동자에 닫히는 문과, 문 너머로 걸어 나가는 영주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리고 곧, 그 모습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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