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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위한 소나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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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4,536 회 작성일 24-12-16 07:4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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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위한 소나타-9

 

9. 비서실에서

갖가지 상념을 깨우기라도 하듯, 엘리베이터는 경쾌한 신호음으로 도착했음을 알려주었다.

나는 잰걸음으로 비서실을 향해 돌진했다.

역시 예상대로 미스 민은 자리에 없었다.

일정이 빽빽하게 적힌 서류와 갖가지 복잡한 잡다한 종이들이 미스 민의 데스크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남편은 외근을 나간 걸까.

미스 민의 자리에 앉아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서류를 대신 정리해줄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만두기로 했다.

괜히 건드렸다가 나중에 무안을 당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이가 올 때까지 느긋하게 준비하고 있어야지.

내가 팬티를 입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그이는 내게 흥분해서 달려들 거야.

그이의 널따란 데스크에 눕혀질까, 아니면 질감 좋은 가죽 소파에 눕혀질까.

그건 그이의 마음대로일 거야.

만일 그이가 또다시 서두른다면 손을 잡고 고개를 저을 거야.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확실하게 의사 표현을 해주어야지.

그이는 너무 바쁘게 살아왔기 때문에 여태껏 내 감정을 알아챌 여유도 없었던 거야.

매일같이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숨 막히게 살아온 남편에게 한 번도 고마움을 느껴보지 않았었어.

애초에 잘못은 내게 있었는지도 몰라.`

새삼스럽게 남편의 얼굴이 보고 싶었다.

미스 민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나는 차라리 남편의 자리에서 기다리기로 마음먹었다

.

비서실과 `사장실`이라는 글귀가 새겨진 남편의 사무실 문은 화장실 안의 화장실처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나는 사장실과 비서실의 경계를 놓아주는 화려한 문고리를 잡고 살며시 힘을 주었다.

"사장님."

미스 민이 남편을 부르는 소리가 그곳에서 새어 나오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다시 문을 닫으려고 했지만 이미 때는 늦어 있었다.

반 뼘 정도로 열린 문 앞에서 나는 순간적인 판단을 해야 했다.

비명을 지를 것인가. 아니면 문을 활짝 열어젖힐 것인가.

그러나 나는 그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고 서 있었다.

미스 민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남편을 올려다보며 남편의 바지 지퍼 사이로 돌출된 딕을 혀로 핥고 있었다.

그녀의 굽실거리는 긴 머리를 움켜쥐고 남편은 사무실 한 가운데에 우뚝 서서 신음 소리를 내고 있었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제 나와 섹스를 한 후에 그는 자신의 딕을 깨끗이 씻은 것일까.

미스 민은 언제부터 저런 봉사를 하게 되었을까.

얼마 전의 IMF 한파로 감원할 대상에서 미스 민을 제외했던 그날이 아닐까.

미스 민은 저 입으로 어떤 점심 메뉴를 시켜 먹을까.

그녀는 남편의 딕을 달콤한 아이스크림이라고 착각하는 것 같았다.

입 안 깊숙이 빨아들였다가 내뱉고 다시 혀로 핥기를 반복했다.

끈적해 보이는 그녀의 타액과 딕에서 조금씩 새어 나온 정액이 아침 햇살을 받아 번들거렸다.

미스 민은 남편의 딕을 손에 감싸 쥐고 피스톤 운동을 해주면서 그 끝은 혀로 할짝할짝 핥았다.

끊임없는 남편의 신음 소리가 내 귀에까지 전해졌다.

정돈된 스커트와 재킷, 그리고 목 부분까지 정갈하게 단추가 채워진 블라우스.

그녀는 오로지 입술과 손을 이용하는 봉사만 한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은 내게 아무런 위안이 되지 못했다.

서서 구경만 하는 데에도 상당한 정신력이 소요되었다.

남편이 절정에 다다랐는지, 미스 민의 머리를 양손으로 쥐고 앞뒤로 흔들었다.

그녀의 입이 푸쉬가 된 양, 남편의 딕은 격렬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곧이어 익숙한 남편의 탄성이 들렸다.

"아...!"

여운을 남기는 듯한 짤막한 신음.

`저것은 나만의 전유물인 줄 알았는데.`

황급히 미스 민에게서 떨어져 나간 딕에서 우윳빛 정액이 포물선을 그리며 바닥으로 뿜어졌다.

탄력 있는 파마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면서 미스 민은 남편의 딕을 혀로 마무리해주었다.

티슈가 필요치 않은 편리한 방법이었다.

그래도 바닥에 떨어진 정액은 닦아내겠지.

미스 민의 얼굴은 상기되어 발그레한 빛을 띠고 있었다.

그것은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미스 민이 일일이 바지 지퍼를 올려주고 넥타이를 바로 매어주면서 마지막 키스까지 가볍게 해주자, 남편은 예의 그 깔보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

사장실 문고리를 힘겹게 잡고 서 있는 나와 남편의 접시만 해진 눈이 정면으로 맞닿았다.

경직된 남편에게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는지, 미스 민이 내 쪽을 바라보다가 비명이 터져 나오려는 입을 양손으로 간신히 막는 게 보였다.

남편의 눈동자는 한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당황했겠지.

이럴 때를 위해서 황당하다는 표현을 쓰나 봐.

그래서 나에게 펠라티오를 더 이상 강요하지 않았었구나.

저렇게 훌륭하게 잘 해주는 친절하고 예쁜 비서가 있었으니까.

이제는 이해가 돼.

그런데 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거지?

정말이었다. 뜨거운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려 멈추지 않았다.

눈물 때문에 남편과 미스 민의 얼굴도 잘 보이지 않았다.

나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면서 조용히 문을 닫았다.

진작 이렇게 할걸. 왜 지금껏 그렇게 멍청하게 구경하고 있었던 걸까.

그들의 눈에는 내가 얼마나 처량 맞게 보였을까.

죽고 싶다는 생각이 다시금 뼈저리게 찾아들고 있었다.

나는 상처받고 있었다.

철석같이 믿었던 남편에게서 얻은 배신감이 수치스럽게 느껴졌다.

속이 울렁거렸다.

영욱의 딕을 빨아대었던 미선의 입술과 미스 민의 입술이 영화 필름처럼 어지럽게 보여졌다 사라지곤 했다.

남편의 딕과 영욱의 딕, 그리고 전철에서 엉덩이로 느꼈던 그 남자의 딕, 미선과의 감미롭고도 자극적이었던 키스.

도망치듯 복도 끝의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아침 대신에 마셨던 오렌지 주스를 모조리 토해버렸다.

얼마나 토했던지 위액까지 나올 지경이었다.

위장이 뒤집힌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되어 얼굴을 닦아내는 데에도 한동안의 시간이 걸렸다.

나를 뒤쫓아 달려온 남편이 화장실 밖에서 체면도 잊고 마구 외쳐대고 있었다.

내 이름을 부르는 것 같았다.

마음 이진 정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나는 천천히 일어서서 화장실의 로크를 풀었다.

남편은 여자 화장실을 의식하지 않고 침입해 들어와 있었다.

"주영아. 내게 해명할 기회를 줘."

"......"

해명? 무엇을 해명한다는 말인가. 미스 민이 강제로 자신을 겁탈한 거라고 둘러댈 속셈일까?

나는 코웃음을 치고 남편을 징그러운 바퀴벌레 피하듯 살짝 몸을 돌려 세면대에 걸린 커다란 거울 안을 들여다보았다.

코끝과 눈 주위가 빨개져 있었다.

집에서 나올 때 화장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미지근한 물을 틀고 가볍게 세수를 했다.

남편은 무거운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내게 일어난 심경의 변화를 눈치챈 것 같았다.

하긴. 눈치 하나는 정말 끝내주는 남자지.

내가 싫어하건, 좋아하건, 무조건 무시하고 딕을 찔러 넣은 걸 제외하면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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