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에서 섹스까지 - 1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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왁자지껄한 분위기와 오고 가는 술. 주간 교육 프로그램이 끝나고 주어진 저녁 자유시간의 모습이었다. 초저녁에 시작된 술자리는 점점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면서 어느덧 밤 12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숙소 전체에서 벌어진 술자리는 처음에는 전체 인원을 한 곳에 수용할 수가 없어서 소속 부서별로 나누어 시작되었지만, 흥이 깊어지면서 자리 이동이 자유로워졌고 어느새 팀과 소속 부서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뒤섞여 노는 분위기가 되었다. 윤서희 팀장의 기획부 2팀과 내가 속한 영업부 3팀은 그리 많은 접점이 있는 관계가 아니었기에 술자리 초반에는 그쪽으로 갈 핑계가 궁색했으나 역시 분위기가 깊어지자 어렵지 않게 영업부 자리에서 빠져나와 서희 팀장의 팀이 있는 곳으로 갈 수 있었다. 기획부의 숙소는 내가 배정받은 숙소로부터 한 동이나 떨어져 있었는데, 2층과 3층을 나누어 아예 2층은 술판을 벌이는 용도로 쓰고 3층 전체를 숙소층으로 쓰고 있었다. 나는 윤서희 팀장의 기획부 2팀이 판을 벌이고 있는 203호로 들어섰다. "오오, 이게 누구야. 영업부의 오 대리 아니야?"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먼저 반겨준건 기획부의 최고참, 바로 조 부장이었다. 생각해보면 서희 팀장이 내 노리개가 된 것도 다 조부장 덕분인데 이 인간은 과연 그 사실을 알고나 있을까? 요새도 두 사람은 사내 으슥한 곳을 찾아 불륜의 시간을 갖곤 할까? "하하, 제가 여기 끼어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지. 그러고보면 오 대리가 우리 윤 팀장과 많이 가까워보인다는 소문이 요즘들어 들리던데. 허허." 멀지 않은 곳에서 팀원들과 술잔을 주고 받고 있던 서희 팀장의 얼굴이 삽시간에 돌처럼 굳어졌다. 이렇게 삼자대면을 하는 것은 그러고보면 처음이니 그녀 입장에서는 긴장될 법도 할 것이다. "하하, 지난번 PT 작업 하면서 조금 가까워진 것 뿐입니다." "하기야 우리 서희 팀장의 인기가 워낙 좋다보니 이제 별로 새삼스러울 것도 없구만. 허허허. 안 그런가, 윤 팀장?" 나는 조 부장의 그 말 속에서 나만이 캐치해낼 수 있는 기묘한 흡족함을 읽어낼 수 있었다. 아마도 그것은 이렇게 인기 좋은 윤서희라는 계집과 나는 아무도 모르게 불륜을 즐기고 있다, 라는 수컷으로서의 자부심이리라. 지목을 받은 서희 팀장은 차마 아무 대답을 하지 못하고 황급히 몸을 돌려 팀원들과의 수다에 집중하는 척을 했다. "오 대리님~! 이리와서 같이 한잔 해요!" 역시나 멀지 않은 곳에 2팀 막내 장하진이 있다. 오늘밤 내가 기획한 이벤트의 제물이 될 년이다. 나는 사전에 주고받은 대로 서희 팀장에게 신호를 보내며 기획부 2팀 사람들 사이의 틈바구니에 끼어앉았다. "자아, 또 게임 들어갑니다~" 분위기를 보니 술자리 게임이 이어지고 있었는데, 척 보기에도 벌칙이 막내 장하진에게로 몰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신입 여사원에게 톡톡히 신고식을 치르게 하기 위해 팀 선배들이 그녀에게 잔을 몰아주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주량이 세다는 하진이년의 말이 거짓은 아니었는지 그녀는 연신 잔을 받아내면서도 얼굴색이 크게 변화가 없었다. "아~ 왜 또 저에요... 이거 짜고 치는거 맞죠오?" 혀가 살짝 꼬인 발음으로 하진이가 투덜거리자 기획부 2팀에서 윤서희 팀장 다음가는 서열인 박차장이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그녀에게 술을 따랐다. "막내란 원래 그런거야. 벌칙은 모두 막내 몫이라는거 몰라?" "자, 자, 하진씨에게 다들 질문 타임 한번씩! 대답 못하면 벌주 한잔 씩이야." 진실게임 비슷한 것을 하고 있었나보다. 시계 방향으로 돌아가며 다들 장하진에게 질문을 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꽤 짖궂은 질문들도 더러 나왔다. 이를테면 하진의 사수인 최 대리가 던진 이런 질문 말이다. "하진 씨, 누가 만약 대쉬하면 군대 가있는 남자친구 버리고 바람 필 생각 있어?" 그러자 2팀의 여직원들이 일제히 야유를 던지며 혐오스런 표정을 지었다. "아이 참, 뭐에요~ 저질!" "남자들이란 정말." 하지만 그러면서도 여직원들은 진실게임의 표적이 된 장하진이 어떤 대답을 할지 내심 궁금해하는 눈치였다. 하진은 망설임도 없이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이래뵈도 지조있는 여자라서 바람 같은거 안 펴요~ 호호." "오올~" 분위기가 흥에 들뜨자 나는 슬슬 계획을 진행시킬 타이밍이 되었다 싶어 서희 팀장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사전에 예고된 대로 서희 팀장이 내게 지시를 내린다. "승환 씨... 술이 부족한데 위층에 가서 좀 가져와주실래요? 내가 우리 숙소방에 보관해뒀는데." "하하, 그러죠." 나는 흔쾌히 일어나 그 길로 곧장 3층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서희 팀장의 숙소방으로 바로 들어가지는 않고, 3층의 구조를 파악한 후 그 중 가장 으슥한 방을 골라냈다. 구석에 위치한 312호는 복도 맨 끝에 위치해 있었는데, 나는 이 방으로 들어가 미리 준비해두었던 도촬용 촬영장비들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고가의 거금을 들여 새로이 구매한 촬영장비를 내려다보며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벽면 스위치 형태로 위장된 이 캠코더 모델은 와이파이를 연동하여 가까운 곳에서 실시간으로 촬영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초고성능의 신형 모델이었다. 물론 네트워크를 벗어날 정도로 먼 거리에선 쓸모가 없지만 바로 옆 방인 311호에서라면 문제될 것이 없었다. 나는 312호에 캠코더를 설치하고는, 311호로 자리를 옮겨 촬영 내용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장비들을 깔기 시작했다. 미리 서희 팀장의 숙소에 장비들을 가져다놓길 잘했다. 작업은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되었고, 3층 복도에는 인적이 뜸해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 술자리가 이대로 내일아침까지 진행된다면 어쩌면 오늘밤 이 3층에는 아무도 올라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크크." 312호와 311호에 각각 필요한 장비들을 설치하고는 나는 두 방의 열쇠를 열쇠구멍에서 뽑아내어 호주머니에 넣었다. 모니터링 장비가 설치된 311호의 문은 단단히 잠갔지만, 위장용 캠코더가 설치된 312호의 문은 그대로 열어두었다. 준비를 마친 나는 서희 팀장이 지시한 대로 술 상자를 짊어지고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술자리는 여전히 흥에 겨워 있었고, 나는 자연스럽게 서희 팀장에게 가져온 술 박스를 내밀었다. 미리 일러준대로 서희 팀장은 그 술병들 가운데 병 부리에 우리만이 알아볼 수 있게끔 O, X로 표시해놓은 맥주병 두 개를 꺼냈다. 그리고 O 표시가 된 맥주병을 열어 막내 장하진에게 술잔을 권했다. "하, 하진아... 한잔 받을래?" 한심하게도 자기 팀원에게 술을 따르며 긴장하는 윤서희였다. 하긴 그럴 만도 할 것이다. 앞으로 자기가 따르는 이 술 한잔 때문에 자기 팀의 막내가 겪게 될 일을 생각하면 죄책감과 긴장감이 뒤섞여 심정이 말이 아닐 것이니. 하지만 막내 하진이년은 아무 것도 모르고 자기 팀장이 주는 지엄한 술잔을 넙죽 받아든다. "넵! 팀장님도 제 술 한잔 받으세요!" "아.. 나, 나는 맥주 말고 소주로..." 하진이년이 방금 전의 맥주병을 집어들려고하자 황급히 거부하는 서희 팀장. 당연한 일이다. 그 맥주는 알콜과 GHB, 일명 물뽕이라 불리는 약물이 혼합된 액체였으니. 자기 입으로 그것을 마시고 싶을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뽕을 탄 맥주를 하진이년이 벌컥벌컥 들이키자 그녀는 착잡한 심정이 뒤섞인 표정으로 눈을 질끈 감는다. 나는 잠시 뜸을 들인 후, 적절한 시간이 지났다고 판단될 무렵 서희 팀장에게 고갯짓으로 지시를 내렸다. "하진아, 잠시 밖에 나갔다 올까?" "네? 어디 가시게요?" "아, 그냥... 바람이나 좀 쐴까해서." 어리둥절한 표정의 장하진이 팀장의 손에 이끌려 자리를 벗어나자, 팀내의 최고미녀 두 명이 순식간에 빠져버려 남자 팀원들이 아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나는 가져온 술 상자에서 X 표시가 된 특별한 술병을 꺼내들고는 2팀 좌중을 향해 말했다. "자자, 우리끼리 한잔 더 합시다. 이건 특별히 제가 빈손으로 오기 뭐해서 가져온 양주인데, 기획부 분들하고 나눠마시려고 가져왔습니다! 한잔씩 하시죠." "이야~ 양주? 승환씨 최고!" 나는 기획부 2팀의 남자 팀원들에게 차례대로 양주를 한잔씩 따라주었다. 팀원들은 그것이 돼지발정제가 섞인 술이라는 사실도 모르고 잘도 그것을 받아마셨다. 일전에 내가 다영이 모녀에게 사용했던 것과 같은 최음제가 팀원들의 목구멍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 35 - (1). 하진의 시점. 장하진. 그녀는 실제로 학창시절부터 주량에는 꽤 자신이 있었다. 사회생활에 있어서도 술을 원활히 주고 받는 것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 그녀는 윗사람들이 권하는 술을 고분고분 받아마셨다. 그리하여 회식 분위기가 밝아진다면 자신은 사랑받는 막내로서 사회생활을 시작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고, 실제로 그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뭔가가 이상했다.... 왜 이러지? 내 주량이 이렇게 약해졌나...? 그러고보니 방금 전에 마신 술 맛이 조금 이상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것이 일명 데이트 강간 약물, GHB라는 사실을 그녀가 알 리가 없었지만 말이다. 이렇게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것만 해도 그녀가 평소 술의 맛을 그만큼 자주 접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더이상의 사리판단을 할 여력도 없이, 약물의 기운은 그녀를 덮쳐오고 있었다. 자꾸만 감기는 눈꺼풀. 취기가 오른 것 같지는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정신이 혼미해지고 입술이 파르르 떨린다. 때마침 바람을 쐬러가자는 팀장님의 제안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난 그녀는 서희 팀장의 뒤를 따라 무작정 걸었다. 팀장은 그녀를 3층으로 이끌었다. 312호의 문 앞에 서서 팀장이 문 손잡이를 돌려 열자, 잠겨있지 않았던 문이 쉽게 열렸다. "팀장님, 숙소엔 왜요..?" "아, 그냥... 너 많이 마신 것 같아서. 나도 좀 취한 것 같고... 여기서 조금만 쉬다 내려갈까?" 얼떨결에 312호 안으로 끌려들어온 하진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아... 네... 그러면 밖에서.... 바람을 쐬는게... 더... 낫지... 않....." 말을 하면서도 점점 더 내리깔리는 눈꺼풀. 서희 팀장이 그녀를 부축하자 하진은 자신도 모르게 바닥에 허물어져내렸다. 그렇게 바닥에 힘없이 사지를 뻗고 드러눕는 하진. 왠지 착잡한 표정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팀장의 모습이 보인다. 언제나 이지적이고 똑부러지던 팀장의 얼굴이 오늘따라 불안해보인다. 그런 모습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미안해, 하진아..." 갑작스런 팀장의 사과. 무엇이 미안하다는 걸까? 하지만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하진은 서서히, 아주 서서히 깊은 혼수상태에 빠져들었다. 정신을 잃은 그녀는 팀장이 자신의 옷을 하나하나 벗기고 있다는 사실조차 느끼지 못했다. # 35 - (2). 312호의 이벤트. 하진을 데리고 나갔던 서희 팀장이 술자리로 돌아오자, 사람들은 막내 하진이의 행방을 물었지만 서희 팀장은 밖에서 바람을 더 쐬고 오는 모양이라며 대답을 피할 뿐이었다. 내가 따라준 돼지발정제가 섞인 양주를 한잔씩 걸친 2팀 팀원들은 이미 목덜미가 얼마전 다영이 모녀와 같이 눈에 띄게 붉어져있었다. 그들은 그것을 양주에 의한 취기라고 여겼는지, 연신 목을 득득 긁으며 눈을 꿈뻑거렸다. "아, 이거... 양주가 엄청 세긴 센가보다. 확 올라오는데?" "그, 그러게. 한잔 마셨는데 얼굴에 바로 올라오네." 양주를 한잔 마신 조부장의 눈길이 서희 팀장의 몸을 훑는 것이 느껴졌다. 성욕을 부채질하는 약물이 들어간 상태에서 윤 팀장을 보게 되니 하물에 힘이 잔뜩 들어가는 모양이다. 과연 곧이어 조부장이 서희 팀장을 따로 불러내는 모습이 보였다. "흠.. 흠. 윤팀장. 잠깐 같이 나가지." 조부장이 서희 팀장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버리자 수많은 남자 팀원들의 시선이 서희 팀장의 뒷모습에 꽂혔다. 뭔가에 들뜬 듯한 눈길들. 성욕을 자극받은 수컷들의 눈길이 아름다운 여팀장의 몸 곳곳에 쏠리고 있었다. 나는 두근대는 가슴을 안고 조부장과 윤팀장의 뒤를 쫓아 그들을 미행했다. 그들이 얼마 떨어져있지 않은 비상구 너머의 비상계단으로 들어서는 모습을 본 나는 쏜살같이 달려 2층의 반대편 비상계단을 통해 3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다시 반대편 비상계단으로 달려 서희 팀장이 있는 방향의 계단으로 내려갔다. 그러자 아슬아슬하게 2층과 3층 계단 사이의 공간에 서 있는 서희 팀장과 조부장의 모습이 보였다. 과연 예상대로 조부장은 서희 팀장을 구석에 몰아넣고 그녀의 엉덩이를 더듬으며 온갖 희롱을 가하고 있었다. "흐흐.. 이러는 것도 오랜만인데 여기서 한번 어때?" 역겨운 조부장의 목소리에 서희 팀장이 숨을 가다듬으며 발끝을 뾰족하게 세우고 뒤로 물러난다. 그녀는 내가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간신히 구역질을 참으며 이렇게 말한다. "여기선 안 돼요 부장님.... 제가 312호를 비워뒀으니까 그리로 가요." "벌써 방까지 구해뒀단 말야? 흐흐흐, 이거 윤 팀장도 내심 내 품을 기다렸던거구만?" "기.. 기왕 하는거 맘 편하게 하는게 좋잖아요? 저는 팀원들한테 마무리하라고 말해놓고 올라갈테니 부장님은 먼저 가 계세요." "크크, 좋아 좋아. 알았다구. 빨리 와야 해. 오 대리가 가져온 술이 뭔진 몰라도 아주 물건에 힘이 불끈불끈 들어가게 만드는 구만." 뭐긴 뭐야. 돼지들 교미시키는데 쓰는 발정제지. 조 부장이 연신 변태같은 웃음을 흘리며 위층으로 올라오자, 위쪽 계단에 있었던 나는 황급히 4층으로 몸을 피신해야했다. 조 부장이 비상구를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나는 2층으로 뛰어내려갔다. 서희 팀장은 역시나 내가 보고 있다는걸 알았는지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이, 이제 어쩔 생각이죠? 조 부장까지 끌어들일 필요는 없었잖아요..." "서희 씨한텐 잘 된거 아닌가요? 내일부터 조 부장은 아마 회사에서 얼굴 들고 다니기도 힘들어질걸요. 흐흐. 잘하면 조 부장 좆물받이 신세에서 벗어나게 될 지도 모르는데." "........." "그래도 나한테서 벗어나려면 아직 더 분발해야 해요. 자, 이제 술자리로 돌아가죠. 해야 할 일은 잘 알고 있죠?" 서희 팀장을 데리고 술자리로 돌아오니 203호의 분위기는 아까보다 많이 시들해져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약물의 효력이 돌기 시작한 남자들이 서서히 말수를 잃어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희석을 시켜서 효력이 다소 떨어지긴 했어도 수컷의 성욕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한 용량. 그들은 연신 같은 방 안의 여직원들을 게슴츠레한 눈으로 살펴보며 하나같이 숨이 거칠어져 있었다. "야, 양주가... 좀 독한가보네...." 주로 남자들에게 양주를 따라주었지만 개중에는 잘못 걸려 최음제를 들이키게 된 여직원도 몇 있었다. 그들 역시 자기 몸의 변화가 이상하게 느껴지는지 붉은 기가 오르는 목과 팔다리를 매만지며 의아해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서희 팀장이 나타나자 2팀 남자들의 시선이 모두 그녀에게로 집중되었다. 평소와는 다른, 마치 늑대같은 팀원들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꽂히자 서희 팀장의 표정이 기묘하게 뒤틀렸다. "팀장님, 여기서만 이러고 있으려니 아쉬운데 저희 2팀끼리 나가서 좋은 곳으로 2차가는게 어떻습니까?" "옳소! 옳소!" 때마침 누군가가 제안을 하자 들뜬 남성들이 저마다 동조하고 나섰다. 그러자 서희 팀장이 자기 바로 아래 서열인 박 차장을 따로 조용히 불러내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나는 서희 팀장과 박차장의 대화를 엿들을 수 있었다. "박 차장님, 남자들만 데리고 조용히 312호로 가주세요." "네? 312호엔 왜요?" "조용히 우리끼리만 나가서 2차가려는데, 다른 팀 눈에 띄면 좋을 거 없잖아요. 부장님한테는 내가 알아서 말할텐까 박차장님은 조용히 남자들만 모아서 와주세요." "아, 알겠습니다. 그런데 왜 여자들은 빼고 남자들끼리만....?" "그건 이따가 말해줄게요. 우선 312호에 다들 모여요." "알겠습니다. 딸꾹." 지시를 받은 박차장이 윤 팀장의 명령대로 술자리에서 남자들만 모아서 빠져나가자, 자리에 남은 여직원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어수선대는 여직원들을 서희 팀장이 인솔하는 동안, 나는 박차장이 이끄는 남자들 무리에 자연스럽게 슬쩍 끼어 함께 312호로 올라갔다. 척 보기에 열댓 명 남짓 되어보이는 남자들.... 주로 기획부 2팀 남자들이었지만 개중에는 두어명 정도 타 부서의 남자들도 있었는데, 이미 술이 잔뜩 취한 박차장은 그것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틈바구니에는 자연스럽게 섞여든 나도 있었다. "아, 오늘따라 왜 이렇게 몸이 뜨겁지?" "그러게 말야. 이거 도저히 가만 있기가 힘든데...." "차장님, 여기서 이러지말고 남자들끼리 나가서 안마방이라도 다녀오는게 어떻습니까?" 최음제가 섞인 양주를 걸친 남자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마신 건지도 모르고 그저 취기와 성욕에 들떠 웅성거리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얼굴이 벌개진 박차장이 부하 직원의 솔깃한 제안에 적잖이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서희 팀장이 다같이 2차가자고 하던데." "크크.... 우리 어디 조용한 곳으로 2차가서 팀장님이랑 여자들 완전 꽐라 만들어버리죠." "흐흐, 그거 좋다. 그러고 나면 우리끼리 한적한 곳에 방 하나 잡아서...." 이성이 마비되자 팀장에 대한 음담패설도 서슴지 않고 내뱉는 2팀 남자들. 아마 2팀 남자들 사이에서는 이렇게 남자들끼리 있으면 서희 팀장에 대한 음담패설을 하는 분위기가 이미 만연한 것 같았다. 그러는 와중에 남자들 무리는 어느새 3층 복도까지 다다랐다. 군중들이 312호 앞에 몰려들기 전, 나는 한발 먼저 움직여 312호의 열쇠구멍에 키를 꽂아놓았다. 아까 내가 열어두고 나왔던 문이 지금은 안에서 단단히 잠겨있었다. 키를 꽂아놓은 나는 만취한 군중들 사이에서 잽싸게 빠져나와 바로 옆 숙소인 311호로 들어섰다. 다행히 아무도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311호의 문을 안쪽에서 단단히 걸어잠근 나는 휴대폰을 꺼내 서희 팀장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리고 312호에 설치된 캠코더를 와이파이로 모니터링하고 있는 휴대용 스크린의 전원을 켰다. 그러자 312호 내부의 모습이 스크린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때마침 312호의 문고리를 열어젖히는 소리가 복도를 타고 여기까지 들려왔다. "어엇... 자, 잠깐!!" 그러자 안쪽에서 다급하게 터져나오는 조부장의 다급한 고함소리. 이유를 궁금해 할 필요는 없었다. 스크린에 떠오른 광경이 모든 것을 설명해주고 있었으니. 그리고 미처 손 쓸 틈도 없이 그 광경 앞에 몰려드는 열댓 명의 남성들. 굳게 걸어잠근 문이 이렇게 갑작스레 열릴 줄 조부장이 어찌 상상이나 했겠는가. 이제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느긋하게 지켜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휴대폰을 꺼내 윤서희 팀장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벤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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