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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아름다운 청춘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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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5,078 회 작성일 24-11-28 03:0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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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젠장... "젠장... 더럽게 춥네... 어디 다른 곳으로 피난을 가던가 해야지 원..." 2학기가 끝남과 동시에 이 결과는 내 최선이 절대 아니였다고 생각한 나는 지난 학기에 미처 완료하지 못한 자기만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버스를 2번 갈아타는 수고를 마다않고 영원한 안식처인 학회룸에 도착하여 필기노트와 교재, 연습장을 꺼내놓고 열심히 읽으며 이건 안드로메다 언어야... 암... 교수라는 에일리언들이 사는 세계의... 이란 말을 되뇌이며 수식들을 적기 시작했다. 이 생활도 거의 15일... 단호한 의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때론 내가 대체 여기서 뭘 하고 있나 하는 자괴감 섞인 후회라는 감정에 더하기도 모자라 곱하기의 생각을 떠올리게 하는 것은 정말이지 참기 힘든 추위였다. 쥐똥만한 전기스토브... 그나마 첫째 단은 지난 봄 예비군 훈련을 다녀와서 술을 마시고 슈퍼맨이 된 선배의 전투화발에 깨져서 나오지도 않고 아래 2단만 작동이 되는 쥐똥만한 전기스토브가 넓은 학회룸을 책임지는 난방의 전부였다. 학회룸... 지하에 위치하고 있어서 보기에는 따뜻할 것 같지만 문 반대편에 위치한, 정확한 생산연도를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천장과 맞닿아 있는 전형적인 반지하의 뿌연 유리창은 군데군데 구멍이 뚫린 상태로 한겨울 매서운 칼처럼 몰아치는 인적이 드문 캠퍼스의 을씨년스런 바람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학회룸 밑은 옛 공동묘지 터였는데 건물을 증축하는 과정에서 일정에 쫓긴 현진건설 윗선의 압력으로 말미암아 유골이 다 수습안되고 건물이 지어졌다는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선배들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설과 학회룸 복도앞에서 세도가 당당한 남자의 부모님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진 절대 안된다는 반대로 실연의 아픔을 참지 못한 여학생이 목을 매어 자살을 했다는 쌍칠년도 전설까지...칼바람과 함께 이 ‘믿거나 말거나’ 전설들로써 더욱 더 정신이 쫄깃쫄깃해지는 공간이다. 70년대에나 생산되었을 법한 삐걱거리는 소리가 이제는 정답게 느껴지는 접이식 철제 의자와 군대군대 썩어감을 그로데스크한 무늬로 보여주는, 그리고 그 모서리들은 이미 썩어 문드러져 원래의 직각을 잃어버려 둥그스레 닳아버린 대형 책상 겸 식탁 겸용 탁자... 홀애비 냄새와 담배냄새는 말할 것도 없고 이미 푹 꺼져 앉으면 오히려 엉덩이가 푹 들어가 안락함을 느끼게 되는 내장다토해 3인용 쇼파... 열때 마다 달팽이관을 지나 청각세포를 갉아먹는 기괴한 쇳소리의 주인공 캐비닛 한 개가 놓여있는 전형적으로 침울하고 삭막한 학회룸이다. 해마다 선배들은 이 삭막하고 메마르며 냄새풀풀 풍기며 죽어가는, 아니 그 안에서 죽어가는 홀애비 군상들을 구원해 줄 ‘치마두른 천사’들의 출현을 애타게 기다렸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단지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입학철이 되면 어떻게 매년 신은 우리들을 이렇게 매정하게 버리냐며 흥분을 넘어 광분상태에서 술퍼먹기 일쑤였고 쩍하면 치마두른 천사들로 둘러싸인 남의 집 술판을 기웃기웃하며 시비걸기가 연례행사였다. 열심히 졸음의 냄새를 풀풀 풍기는 안드로메다 수식과의 싸움이 지루하게 전개될 쯤 학회룸 문이 벌컥 열리며 곰팅이가 들어왔다. 그리 크지 않으며 또한 그리 넓지도 않은 단지 약간 통통하다 뿐인 배불뚝이 녀석이지만 참 좋은 성격 탓에 선배들은 물론이고 동기들의 귀여움을 독차지 하고 있는 곰팅이 경환이다. 방학이라 못 본 사이에 광대에 붙은 두툼한 살이 더 디룩디룩 올라 동그란 쇠테의 알 두꺼운 안경을 더 위로 올려붙이고 있었다. “여~ 현수, 방학 중에 여긴 왠일이야?” “오~ 경환이, 그 말 그대로 돌려주지” 오른손에 든 자판기 거피를 왼손으로 옮기고 오른손으로 다리 하나가 썩어 문드러져 기울어 버린 철재의자를 잡아 뒤로 빼 맞은편에 앉으며 싱글거리는 얼굴로 말했다. “나? 나라가 불러 이 위대하신 몸땡이 조국방위에 헌신하기로 했지... 휴학계 내러 왔다.” “아... 군대 가려고? 영장은 나왔냐?” “응. 대구 집에 계신 어머니께서 4월 306보충대라고 말씀하셨는데... 정확한 날짜는 잊어버렸다” 문득 군대라는 곳은 나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내 인생에서 동떨어진 별천지라고 느껴진 게 고작 6개월 전이었지만 하나 둘씩 ‘나 간다’란 인사를 남기고 사라지는 동기들을 대할 때 마다,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정확히 표현하기 어렵지만, 막연히 가슴의 답답함이 점점 커져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하... 하나둘씩 사라지는구나... 3년 뒤면... 96년 제대고 97년 복학이겠네... 역시 잘 다녀오라는 말을 이 대목에서 해야겠지?” “짜식... 꼭 나 가서 죽으라는 소리로 들리네... 유변태, 너도 얼렁 가는게 낫지 않겠냐?” 읔... 그놈의 유변태... 학교 축제 기간 중 탈의실로 사용되던 학회룸에서 여선배와의 작은... 중간... 아니 엄청 큰 오해라 강력히 주장할 수 있는 사고 뒤에 선배들의 시달림을 받으며 부모님이 심혈을 기울여 지어주신 유현수란 멀쩡한 이름을 놔두고 유변태라는 별명으로 통하게 된 기구한 나였다. 간혹 어떤 선배들은 ‘신의 축복을 바가지로 받은 자식’이라는 별명으로 부르며 아주 상세하고도 섬세하면서 감성이 풍부한 상황설명의 기승전결을 듣기 위해 강의실로 향하는 나를 막걸리 집으로 납치하기도 했다. 곰팅이 주둥아리에서 유변태라는 증오해 마지않는 별명으로 불려지게 된 사실보다 곰팅이의 입대라는, 남자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에 더 초점이 맞춰져 유변태란 단어는 내 머리에서 순식간에 마젤란성운으로 날라가 버렸다. “글쎄... 2학년 마치고 가고 싶기는 한데... 아직은 머라 딱히 결정을 못내리겠다….” 들어올 때 하얀 김으로 그 뜨거움을 표현했던 100원짜리 커피가 아닌 컵 색깔이 틀린 150원짜리 명품 자판기 커피는 어느새 녀석의 손에서 그 따듯함의 운명을 다해 보였다. “야, 이 을씨년스런 곳에서 머하고 있었냐?” “어... 그냥... 지난 학기 밀린 거 하려고 왔지...” “큭큭... 봉규한테 과톱 놓친게 그리 분하더냐? 크크...” 속으로 뜨끔한 마음에 ‘생긴건 영락없는 반달가슴곰인데 눈치는 꼬리 아홉개 저리가라네...’란 생각을 멀리 보내버리며,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으며 을씨년스러운 바람이 ‘칼칼’ 소리를 내며 들어오는 왼쪽 천장 근처의 창문을 응시하며 말했다. “봉규가 열심히 했잖아... 난 학술제다 연합MT다 체육대회다 이래저래 놀러만 다녔고...” 벽에 위태위태 붙어있는 유리가 깨지고, 모서리가 부서지고, 초침바늘소리는 우뢰와 같은, 하나님과 동기동창인 85학번 선배님이 기증하신 시계를 고개들어 바라본 곰팅이가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그럼 난 이만 이과대행정실에 가봐야겠다. 방학 중에는 10시부터 근무라고 하던데...” “그래? 그럼 휴학계 내고 다시 내려와라. 점심이나 같이 하자. 우리 이쁜 곰팅이 마지막으로 맛있는... 맛있는... 흠... 맛있는 학생회관 짬밥 먹고 가야지... 크크크” “흐흐흐... 친구의 호의를 거절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자네의 제안을 거절하네, 유변태군... 애인이랑 같이 먹고죽어도 모를 경양식 점심을 하기로 했거든... 흐흐흐…” “아... 그럼 담에...... 헉... 머야... 애인? 애~~~인? 곰팅이 너 방금 애인이라고 했냐?” “으하하하~~ 작년 11월에 12전 13기의 결실을 맺었다 이 말씀이야. 즉 12번의 소개팅이 밑거름이 되어 13번째 비로소 열매가 맺혔단 말이지. 이 위대하신 몸은 이제 간다. 나 없는 동안 노망난 선배들과 학회룸을 애.인.없.는 유변태, 잘 부탁한다. 으하하하…” 손을 흔들며 나가는 곰팅이가 문이 닫히면서 시야에서 사라졌다. 곰팅이는 사라졌으나 경악스러운 감정의 산물인 내 눈과 내 입은 닫힐 줄을 몰랐다. 저놈의 주둥아리에서 학회룸에서는 사람이 있건없건, 더군다나 밥안되는 신입생 나발탱이가 감히 입에 담을 수 조차 없는, 최고의 금시기 단어 중 으뜸인 ‘애인’이라는 단어가 튀어 나올 줄은 정말이지 꿈에도 몰랐다...... 개기름 좔좔에 달표면과 구분이 안되는 여드름 분화구에 똥배에 전형적인 거미형 인간...... 에 애인...... 즉 여자가 들러붙었다...... 선배들이 늘상 느끼던 분노를 넘어 광분의 상태를 감정이입으로 살짝 맛본 멍하던 정신을 수습하고 나니 불현듯 떠오르는 단어와 그 단어들이 교묘하게 조합되어 파생되는 결과단어가 생각났다. 애인... 군대... 군대... 애인... 고무신... 고무신... 복학한 선배들로부터 수없이 많이 들어봤던 눈물없이는 들을 수 없고 술 없이는 도저히 얘기조차 꺼낼 수 없는 청춘스토리...... 몸에서 하얀 것이라고는 이빨과 흰자위밖에 없는, 행보관의 축복받은 버프... 헬스장명 ‘연병장’과 근처 곳곳에서 이뤄지는 운동명 ‘작업’의 산물인 갈색 우람한 근육질의 가련한 몸땡이들의 청춘스토리...... ‘흠... 부디... 부디... reverse되길 바래... 크크큭~’ 곰팅이가 왔다 가서일까...... 안드로메다에서 기거하시는 교수님들이 하사하신 그들만의 언어와의 팽팽했던 긴장감이 한 순간 끊어진 느낌이 들며 이 비루한 지구 미개종족 유변태... 아니 나 유현수님의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초.중.고등학교 12년의 경험이 들려주는 바는 사약만 간신히 면할 정도의 커피를 원샷으로 마시고 그 유명한 86학번 크레이지박 선배가 기증하고 잡혀간 뚜껑이 사라져 버린 레코드 판에 우아한 클래식을 걸어놓고 카페인이 뇌를 헤집어 놓을 때까지 10분 정도 잠을 잠시 청하거나 아니면 도서관 메뚜기마냥 자리를 옮겨 보는 것이 해답이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흠...... 일어나자...... 소우회는 최소한 여기보다는 따뜻하겠지......” 가건물로 지어진 소우회는 지역사회에서 유명한 현인재단 안의 현인고등학교와 매화여자고등학교의 조인트 동문회의 본거지다. 워낙 많은 숫자의 동문들이 해마다 입학하는 관계로 막강한 세력을 구축할 수 있었으며 이미 70년대에 소우회라는 유령 봉사동아리를 만들어 동아리방을 얻어서 동문회방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코 찔찔 시절부터 같이 놀던 터울많은 동네 앞 아파트에 살고 있는 혁이 형이나 기타 여러 형들도 거의 동문이다 보니 더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소우회다. 하지만 학과의 각종 일들과 행사 등에 참여하면서 1학년 동안 얼굴을 소우회에 들이민 것이 손을 꼽을 정도였다. 주섬주섬 망치가방 안에 펼쳐놓았던 책과 노트, 연습장을 꾸겨 집어넣고 어깨에 맨 다음 468이 열려있는 자물통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전기스토브 스위치를 구둣발로 차 내렸다. 황량한 시베리아 벌판의 눈보라 흩날리는 바람에 비할 수 있는 캠퍼스 건물 사이의 칼칼바람을 뚫고 종종걸음을 옮겨 멋들어진 한문 현판이 옆에 붙어 있는 소우회 문앞에 도착하였다. 늘상 그렇듯이 현판 밑에는 막걸리병과 소주병이 수북히 쌓여있고 그 옆에는 이미 한번 믹스가 되어 그 출신성분을 알 수 없는 걸쭉한 액체가 조금 큰 파전크기로 얼어있었다. 다행인 것은 겨울이어서 얼어 있었다는 것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생각지도 못한 따뜻함이 몸을 감쌌다. 캐비닛에 가려 입구에서는 안쪽이 잘 안보이지만 들어서니 온몸을 감싸는 따뜻한 온기는, 비록 불은 꺼져 있었지만 안에 사람이 있어 따끈따끈을 담당해 주는 최신식의 결정판, 세라믹 봉이 5개인 ‘5봉전기스토브’가 켜져 있음을 뜻하는 것이었다. “어라 사람이 있었나......? 이 시간에......??” 역시나 어제 밤도 마찬가지로 질펀한 술자리를 강력히 뒷바침 해주는 냄새를 풀풀 풍기는 막걸리병과 소주병이 넘쳐나서 잘 닫히지도 않는 문을 신발을 벗고 간신히 닫은 다음 신발을 신발장에 넣고 캐비닛을 지나 안으로 들어갔다. ‘으헉...... 머야 이거...... !!’ 불을 켜기 위해 벽을 더듬던 손이 순간적으로 멈춰지며 역시 소우회야란 말이 절로 나올 정도의 감탄할 만 할 삐까번쩍한 가죽쇼파 위에 검은색으로 감싸인 얇은 다리 2개에 시선이 꽂혔다. 비록 5봉전기스토브에서 나오는 은은한 붉은 빛이었으나 빨간색과 검은색이 사선으로 교차된 체크무늬의 두꺼운 소재의 미니스커트와 그 밑으로 쭉 뻗은 검은색 스타킹에 감싸인 빼빼로 같은 날씬한 다리와 길쭉길쭉하면서도 가지런한 10개의 발가락을 확인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밝기였다. 특히 눈길이 가는 곳은 너무나도 터무니없을 정도여서 ‘저게 인간의 다리 맞긴 맞는 거야……?’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의 얇디 얇은 발목이었다. 허벅지의 2/3가 다 드러난 상황에서 2개의 다리는 너무나도 가지런히, 벌어지지도 않고, 포개지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쇼파 위에 놓여있었다. 피부색이 아닌 검은색으로 감싸인 허벅지는 스타킹의 고유한 질감과 색깔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쓰다듬고 만져보지 않아도 육안상으로 탄력이 넘쳐남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발 끝 부분은 허벅지와는 달리 더 진한 질감으로 감싸져 있어 눈이 5봉스토브의 약한 불빛에 익숙해지기 전까진 발가락만 구분할 수 있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익숙해지기 시작한 눈으로 길쭉한 발톱 위에 칠해진 은색계열의 반짝이는 패티큐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침이 한번 넘어갔다. 숨을 들이마시는지 내쉬는지 스스로 조차 알 수 없는, 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흥분이 온몸을 감쌌다. 분명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정체 불명의 여자의 다리였다. 평소 고개를 숙이고 책을 많이 보는 관계로 안경을 내려쓰는 습관 때문에 안경을 벗어난 시야의 상체는 뿌옇게 보였다. 벽을 더듬던 손을 들어 안경을 위로밀어 상체를 바라봤으나 허리 위의 상반신에는 우리가 평소 밥내기 고스톱을 치기 위해 밑에 깔던 회색계열의 이불이 덮혀 있었다. 술에 취한 사람은 파티션으로 구분되어진, 비록 스티로폼으로 바닥작업을 하고 장판으로 마무리한 조악한 방식이지만, 방으로 부르는 안쪽으로 들어가 자는 것이 늘상 있는 일이었지만 지금은 검은색 스타킹으로 감싸인 탄력넘치는, 아니 탄력 넘쳐 보이는 조금은 비현실적인 다리와 허벅지의 2/3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조금 올라간 체크미니스커트의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자가 방이 아닌 쇼파 위에서 약한 숨소리와 가슴의 오르내리락을 규칙적으로 보여주며 자고 있는 것이다. 지은 죄는 없지만 단지 보여지는 것을 본다는 것이 왠지 모를 죄책감의 감정으로 다가오기 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평소 여자의 얼굴을 5초이상 쳐다보는 것이 죄악이라 여겼으며 얼굴이 아닌 가슴이나 팔, 다리를 5초이상 쳐다보는 것은 범법행위라 여겼었지만 5봉전기스토브의 은은한 붉은빛이 원인인지 아니면 조금은 비 현실적인 완벽한 다리의 모양이 원인인지, 그것도 아니면 평소 의식이던 무의식이던 내면에 있지도 않았으며 존재하지도 않았던 검은색 스타킹의 스타킹 고유의 질감과 색이 주는 말초신경의 자극 때문인지 시선을 거두기가 너무 힘이 들었다. 가슴의 급격한 뜀박질을 겨우 가라앉히고 이 매혹적인 주인공이 과연 누구일 것인가에 생각이 미쳤지만 해결 불가능한 불능식과 같은 것이라 생각했다.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의 얼굴내비침과 컴뱃트를 비웃기라도 하듯 곳곳에 알덩어리들을 흘리며 집안 곳곳을 누비는 바퀴벌래마냥 바글바글한 동문선배동기들의 머릿수를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였다. 이 이상 더 바라본다는 것은 정말이지 살인과도 같은 범법행위라 생각하며 애써 시선을 거두며 여기에 온 목적을 생각하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5봉은 포기하고 방안으로 들어가야 되겠구나…… 밥상이 좁지 않을라나……’ 쇼파 끝으로 조금 삐져 나온 검은색 스타킹에 감싸인 발톱이 은회색이 칠해진 가지런한 발가락에 닿지 않으려고 게걸음으로 쇼파를 빙 둘러 파티션으로 이루어진 방으로의 진입을 어렵사리 끝낼 수 있었고 평소 라면을 끓여서 먹을 때 사용하던 둥그런 밥상을 펼치고 주섬주섬 책들과 연습장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의식의 절반은 아직까지 매혹적이고 조금은 비 현실적인 방금 전 목격했던 광경의 이미지를 쫓고 있었다. ‘몰래 가서 다시 볼까...... 깰 거 같지는 않은데...... 만져도 전혀 깰 거 같지가 않아......’ ‘현수야...... 현수야...... 정신차려라... 저 광경의 주인공은 비록 술이라는 사악한 음료를 들이키긴 했으나 남의 집 귀한 여식이다...... 이 사악한 놈아......’ ‘그래 결심했어’를 외치면 화면 반쪽 쪼개져서 주먹 불끈 쥐던 2명의 이휘재가 나오던 인기절정의 인생극장이 주인공만 현수로 바뀌었다 뿐이지 내 머리속을 좌우로 분할하고 있었다. 망치가방 옆구리 지퍼를 열고 워크맨을 꺼냈다. SONY로고가 상판때기에 큼직하게 박힌 내 긴축재정의 산물... 항상 이 워크맨을 볼 때면 왠지 모를 뿌듯함과 동시에 몸서리쳐지는 굶고, 걸어다녔던 과거가 떠올랐다. 후회는 없었다... 좋아하는 음악과 항상 가까이 있을 수 있어서... 이휘재... 아니 그래 결심했어의 사악한 유현수를 타도하기 위해 평소 듣던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1 테이프를 넣고 명상에 들어가기 시작했고 그리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아 검은날개의 유현수를 몰아낼 수 있었다. 다시 안드로메다 언어와의 지루한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생각보다는 5봉의 성능이 꽤 좋은지 방안으로 온기가 들어옴을 느끼며 2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하지만 학회룸과는 달리 몸이 따뜻해지며 나른함의 졸음 또한 물밀듯이 밀려오고 있었다. 커피를 마시기 위해 자판기까지 가기에는 너무 멀고 조금 있으면 뱃속에 서식한다고 믿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식충이들의 행진이 다가 올 것이기에 조금 참고 안드로메다 언어에 매진해 보지만 저질 몸뚱아리는 너무나도 쉽게 따뜻한 나른함의 공격앞으로에 녹아내려 결국 머리를 병든 닭처럼 끄떡이며 졸기에 이르렀다. ‘거 참 이상하네...... 광기 어린 모차르트가 언제 자장가를 작곡했었었나......? 으~ 으~ 흠~~’ 얼마를 졸았는지...... 약간의 의식이 돌아와 저질 몸뚱아리에 붙어있는, 밥상머리에 거의 닿을 정도의 형이하학적으로 꺽여진 고개를 슬? 들면서 왼손으로 흘러 넘쳐 양말을 푹 적신 입가에 남은 침을 딱았다. “으~~ 척척해~~” 뻑뻑한 눈을 살며시 뜨며 최대한 아프지 않게 고개를 점점 더 들기 시작했고 둥그런 밥상이 끝나는 지점에 고개를 박고 졸기 전에는 보지 못했던 은회색과 검은색의 조합이 시야에 들어왔다. 비몽사몽간에 그 색깔의 조합이 무엇을 뜻하는지 인지하지 못했고 당장 침에 절어 척척한 양말의 해결방안만 온 머릿속에 가득했으므로 이질적인 색깔의 조합을 바라보며 오른편에 놓인 가방안으로 손을 넣어 휴지를 찾기에 급급했다. 목뒤의 뻐끈함이 어느 정도 가시자 고개를 더 들기 시작했고 순간적으로 검은색은 얇아졌다가 조금 두꺼워지기 시작하는 모양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침에 절은 양말이 주는 척척함의 느낌이 차단되고, 가방 안에서 휴지를 찾기 위해 놀리던 손놀림의 단절이 이루어지며, 은회색과 검은색의 조합이 어떤 의미인지가 잠에서 막 깬 두뇌속을 맹렬히 질주하기 시작했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번쩍 올림과 동시에 시야가 넓어졌고 점점 굵어지는 검은색이 보였고 검은색이 끝남과 동시에 빨간색과 검은색이 사선으로 교차된 색깔을 구별할 즈음 갑자기 뒤통수에 극렬한 통증을 느끼며 가까스로 들어올린 고개가 다시 한번 형이하학적으로 앞으로 꺽이며 밥상머리를 이마로 강타하였다. “빡~!” “꽤액~!” 뒤통수와 앞통수의 통증이 채 대뇌 전두엽으로 퍼지기 전에 약간은 허스키한 하이톤의 쌍욕이 청각세포를 먼저 때렸다. “머야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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